마법명가의 버려진 후계자는 역대급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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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30 14:22
최근연재일 :
2024.09.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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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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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새로운 삶(3)

DUMMY



Episode 1. 새로운 삶



제라스 바르칸의 아들···임과 동시에 월튼 부부의 양아들이 된 지 어느덧 1주일이 흘렀다.


“···이 몸으로 환생한 건 사망 5일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건 상황 정리였다.


“여긴 아스트라 제국의 동쪽 지역 리버우드.”


끄윽끄윽.


나뭇가지로 지도를 그린다.


수도 골드윈과 상당히 멀리 떨어진 지역이었다.

동쪽 왕국인 비질로스가 코앞일 정도였다.


멀리도 왔군.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 바르칸 가문에서 깽판을 치는 건 무리였다.


‘···반드시 죽는다.’


제라스 바르칸을 상징하는 펜턴트. 그걸 증거로 내가 제라스의 아들이라 떠들어댄다?


내 말을 믿는다면 아르센에게 죽고, 믿지 않으면 그것대로 살인과 연관되어 죽는다.


“너무 이르다.”


그러므로 현재 내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기본부터 닦는다.”


지도에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추상적으로 그려진 신체 구조가 여러 도형과 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아직 부족해.”


일주일 내내 고민한 결과였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일반적인 마법사에겐 부족한 마나 회로가 아니었다. 오히려, 매우 우수했다.


문제는 내 몸이었다.


고작 이딴 마나 회로에 만족하기엔 내 몸이 너무나도 월등했다.


겨우 여기에 만족하는 건 이 몸에 대한 모욕이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어.”


사람마다 성별이 다르고, 골격이 다르며, 근육도 다르고, 발달도 다르다.


그걸 전부 고려하여 최적의, 최고 효율의 마나 회로를 구축하는 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엘리안!”


저 숲 너머에서 활기찬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빨리 바닥에 손을 갖다 댔다.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쿠쿠쿠!


땅이 작게 진동하며 내가 적은 것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온몸이 우수수 떨릴 정도로 짜릿했다.


마법, 마법을 사용하다니!

쓸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윽고 덩치 큰 소년이 어깨에 통나무를 짊어 메고 나타났다. 통나무 양옆에는 토끼가 줄에 묶여 매달려 있었다.


괴물인가?

몇 번을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쿵! 바닥에 통나무를 내던진 소년은 어깨를 돌리며 내게 다가왔다.


“어우, 무거워라. 잘 놀았어?”


“응.”


형, 리암은 살짝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요즘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지난 일주일을 거의 뜬눈으로 지냈다.

최대한 자지 않기 위해 버텼다. 그렇게 버티다가 잠깐 졸고 깨어나길 반복했다.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하니까.’


너무나도 달콤하고 행복했다.

다시 생긴 가족, 그리고 마법.


만약 이게 꿈이라면, 최대한 늦게 깨고 싶었다.


“괜찮아.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일주일.

나는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꿈이 아니라 현실.’


“다행이네. 그럼 집에 돌아가자. 영차!”


리암은 활짝 웃더니 다시 등에 통나무를 걸쳐 맸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리암은 통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쪼개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웃통을 벗었다. 탄탄한 몸이 드러났다. 우람한 팔뚝과 선명한 복근.


팍! 파악! 팍!


경쾌한 소리와 함께 갈라지는 통나무.


“어머어머···”


마침 집 앞을 지나가던 소녀 무리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구경했다.


파악! 팍!


리암은 그쪽에 시선도 주지 않고 미친 속도로 장작만 팼다. 대단한 집중력이었다.


괴랄한 덩치에 괴물 같은 힘.


‘···여기서 썩기엔 아까운데.’


내가 전사의 길을 걸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본 건 있었다.


엘더위스 대학에서 ‘기사부’ 놈들과 대척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명망 높은 기사 가문들의 자제들이 총집결한 그곳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거기에 검술도 상당하다고 했었지?’


리암이 지금까지 잡은 코볼트의 숫자가 다섯을 넘어간다고 했다.


특히 작년에 식량을 강탈하러 몰려든 고블린을 잡은 것도 리암이라고 했다.

도망가던 놈들을 끝까지 추적해 도륙 낸 것도 리암이었다.


그 활약에 영주가 직접 자신의 호위대가 되라고 제안하기까지.


‘소작농의 아들에겐 굉장한 신분 상승이었을 텐데.’


리암은 거절했다.

표면적으로는 밭일이 더 체질이라는 것이 이유였지만, 진짜 이유는 달랐다.


‘호위대가 된다면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킬 수 없잖아? 나한텐 부모님이랑 네가 더 중요해.’


내 물음에 리암이 멋쩍어하며 대답했었다.


어쨌든, 신체 능력이나 검술 능력이나 촌에서 평생 밭이나 갈기엔 그 능력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적어도 중견급 기사, 잘하면 황제의 친위대, 황실 친위기사병단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마나만 쓸 줄 안다면.’


몇몇 기사들의 마나 회로를 만들어주기까지 한 나였다.


‘머리가 나빠서 고생 좀 할 것 같은데.’


첫날, 집이 무너질 것도 모르고 문을 강하게 여닫기를 반복하던 리암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래도 형이니까. 조금씩 해볼까.’


나를 아껴주는 형한테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어느덧 장작 패기를 끝낸 리암은 그제야 자신을 흘끔거리는 소녀들을 봤는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필요하시면 와서 좀 가져가요.”


“그, 그래도 돼요?”


“네. 저희 식구한텐 좀 많아서요.”


“가··· 감사합니다!”


소녀들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연신 허리를 숙인 후 다가와 품에 장작을 넣었다.

몇몇은 치마폭에 가득 쌓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형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형. 이래도 돼? 가져갈 개수를 안 정해주면 다 가져가 버리잖아. 우리도 써야 하는데.”


“그러니 필요한 만큼 가져가겠지. 다들 수확 철이라 아들 없는 집안은 요즘 밤에 불도 안 때는 모양이더라고.”


“아.”


살짝 놀랐다.

그동안 잠을 억누르며 밤에 밖에 나가 마법을 쓰는 게 낙이었다.


그때마다 우리 집 굴뚝에서만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은 원래 돕고 사는 거야. 지금이야 괜찮지만, 우리도 언제 도움이 필요할지 모르잖아.”


“···그러네, 형.”


이제 갓 17살이 된 리암은, 옛날의 나와 매우 흡사해서 중간중간 소름이 돋을 때가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지.’


내 호의가, 내 헌신이.

그대로 상대방의 호의와 헌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 전까진.


리암은 집안에서 천으로 짠 망을 가져와 그 안에 장작을 꽉꽉 채워놓더니 내게 내밀었다.


“게렌네 집에도 주고 와.”


“거기는 왜?”


“알잖아. 작년에 아버지 돌아가신 거.”


몰랐다. 나는 말없이 망을 받아들었다. 상당히 무거웠다. 왠지 모르게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아주머니까지 다치지는 않았을 텐데.”


리암은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장작을 망 하나에 더 쑤셔 넣곤 내 품에 얹었다. 더 무거워졌다.


“이것도 가져가. 먹을 것도 없을 거야.”


아까 잡은 토끼 두 마리도 실로 묶어 장작 위에 올린다.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게렌의 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우리 집보단 꽤 멀끔했는데, 힐끔 굴뚝을 쳐다보니 연기가 나오지 않았다.


똑똑.


노크하자 피곤함에 절어 있는 게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세··· 응? 뭐야, 이건.”


장작과 토끼를 본 게렌의 눈동자에 기대와 희망으로 물든다.


“잠깐 안에 들어가도 돼? 장작이랑 먹을 것 좀 가져왔어.”


“어, 어서 들어와!”


게렌이 화들짝 놀라며 문을 벌컥 열었다.

안에선 수척한 얼굴의 중년 여인이 신문지와 짚 더미 속에 파묻혀 곤히 자고 있었다.


나는 차갑게 식은 벽난로에 옆에 장작을, 식탁 위에는 토끼 두 마리를 놨다.


“이게 다 뭐야?”


“필요할 것 같아서 가져왔어.”


“리암 형이 보낸 거지?”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고개를 돌린 게렌은 손등으로 얼굴을 매만지는 거 싶더니,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눈이 빨갰다.


“고맙다고 전해줘.”


“응.”


잠시 침묵이 흘렀다.

게렌은 품에서 천 주머니를 꺼내 건넸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내가 안 괜찮으니까 받아. 벌써 이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일 년 내내 도와줬잖아. 나도 양심이라는 게 있고, 자존심이라는 게 있어.”


게렌이 주머니를 풀어 안쪽을 보여줬다. 떼가 잔뜩 낀 동전이 가득했다. 그중엔 반짝거리는 은 동전도 있었다.

게렌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은 동전을 잡아 내 앞에서 흔들었다.


“어때. 처음 보지? 무려 1000 크라운짜리 동전이야. 이거라도 가져가. 어차피 딴 건 잔돈이니까.”


갑자기 의심이 물씬 풍겼다.


“훔친 건 아니지?”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


“장사꾼의 탈을 쓴 사기꾼.”


게렌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사기꾼이 아니라 장사꾼. 어제 월간 정액제 팔아서 받은 거야.”


“1천 크라운을? 한 달에 75 크라운이었잖아.”


“뭐래. 한 달에 120 크라운이거든? 어떤 손님이 6개월 치를 선불로 지급하신다고 해서 받았지.”


“6개월이면 820 크라운인데.”


게렌이 그때를 회상하는지 후후 웃었다.


“그러게. 완전 귀인이야.”


“귀인이 아니라 호구 아니냐?”


“원래 호구를 잡는 게 장사의 기본이거든? 7대 3의 법칙이라고 알아? 일곱의 손님이 전체 매출에 3할을 차지하고, 셋의 호구가 나머지 7할을 차지한다는 거.”


맞는 말이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단지, 약간 기시감이 들었을 뿐이었다.


이 깡촌에 그 거금을 한 번에 지급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정도 돈을 지급할 수 있는 사람이 왜 이런 어린아이한테 호구를 잡혔을까?


“어쨌든 돈은 필요 없어.”


“돈이 필요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귀족도, 왕도, 황제도 다 돈이 필요할걸? 은화라도 가져가.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는 것이 장사의 기본이야.”


게렌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좀 곤란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하늘로 보내드리고, 어머니의 병간호까지 해가며 힘들게 살아가는 놈이었다.


새벽부터 신문 배달을 하는 것도, 월간 정액제로 호구를 낚는 것도 전부 살아남기 위함일 터였다.


처음에 나를 놀리던 것도, 나름의 관심 표현일 터.


나는 구석에 쌓인 신문 몇 장을 집었다.


“이걸로 받을게. 어차피 장작 있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지?”


마침 종이가 필요했다. 게다가 감옥에 갇혔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아봐야 했다.


“그건 불쏘시개로밖에 못 쓰는 건데. 전부 날짜가 지난 것들이라고.”


“뭐, 내가 호구인가 보지.”


게렌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허.”


게렌은 고개를 돌렸다. 손등으로 얼굴을 닦았다. 이번에는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다시 나를 바라봤다. 눈이 새빨갰다.


“···너희 집은 앞으로 평생 신문 공짜야. 신문 받자마자 너희 집부터 찾아갈게. 리버우드에서 제일 먼저 신문을 보는 건 너희일 거야.”


“그건 네 손해 아닌가? 하루에 5 크라운씩 평생이면··· 1천 크라운을 훌쩍 넘을 텐데.”


“뭐, 나도 호구인가 보지.”


이번엔 내가 멍한 표정을 지을 차례였다. 이윽고 웃음이 나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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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6) 24.09.10 92 5 15쪽
11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5) 24.09.09 107 4 15쪽
10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4) 24.09.08 133 3 12쪽
9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3) 24.09.07 142 2 13쪽
8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2) 24.09.06 161 3 13쪽
7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1) 24.09.05 186 4 14쪽
6 Episode 1. 새로운 삶(5) 24.09.04 216 3 14쪽
5 Episode 1. 새로운 삶(4) 24.09.03 256 3 15쪽
» Episode 1. 새로운 삶(3) 24.09.02 279 2 12쪽
3 Episode 1. 새로운 삶(2) 24.09.01 321 2 16쪽
2 Episode 1. 새로운 삶(1) 24.08.31 393 3 11쪽
1 프롤로그 - 줫같은 인생의 마침표 24.08.30 44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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