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의 버려진 후계자는 역대급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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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30 14:22
최근연재일 :
2024.09.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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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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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Episode 1. 새로운 삶(5)

DUMMY






Episode 1. 새로운 삶





쿠쿠쿠쿠쿠!


죽는다.


떨어지는 통나무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걸 들키던, 말던.


일단 살아야 했다.


찰나의 순간에 판단하고, 결정한다.

동시에 손에 마나를 모은다.


‘마법을 써야 한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쉴드, 베리어··· 보조마법의 마법식이 순식간에 머릿속에 떠오르고 계산이 이뤄진다.


천장을 향해 손을 뻗는다.

모든 게 완벽했다. 마법식, 계산, 그리고 마나까지.


하지만.


“······”


나는 마법을 발동시키지 못했다.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나를 감싸 안는 마리아와 월튼.

만약 그들이 내가 마법을 쓸 줄 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전생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까?

내 눈앞에서 처형당하지 않을까?


몸 깊숙이 박힌 기억이 내 몸을 단단히 옥죄고 있었다.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통나무들. 저걸 맞으면, 분명히 죽겠지.


그렇다면, 마법을 쓰는 게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


눈앞에서 머리가 날아가고, 피 분수가 솟아올랐던 그 기억이 내 뇌리를 스친다. 통제하듯 내 머리를 단단히 붙잡는다.


천장에 뻗은 손이 부르르 떨린다.


그때였다.


“우오오오오오!”


리암이 괴성을 지르며 천장을 등지고 우리를 감쌌다. 리암의 그림자가 가족 모두에 드리워졌다. 단단한 푸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처형 전 부모님의 눈빛과 같아서, 집중이 탄성을 이기지 못한 고무줄처럼 끊겼다. 손안에 모인 마나가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혀, 형?”

“리, 리암!!”


쿠쿠쿠쿠쿠쿠!


통나무가 리암의 온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으헉! 허어억! 흐어어어억!”


머리를 얻어맞은 리암의 눈에 흰자가 드리웠다가 사라진다. 리암은 이빨을 잔뜩 깨물곤 두 손으로 땅을 짚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을 지키겠다는 신념이 이글거렸다.


“꺄아아악! 리암!”


리암의 몸에서 피가 툭툭 떨어진다. 이윽고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피가 내 몸을 적신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쿠웅!


마지막 통나무를 끝으로, 더 이상의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세찬 빗소리와 간간이 울리는 천둥소리가 들렸다.


“리, 리암!”


마리아와 월튼은 피를 뚝뚝 흘리는 리암에게 손을 뻗었다.

부들부들 떨던 리암은 부모님의 손이 닿자마자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저기요! 살려주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마리아가 크게 소리쳤지만, 비와 천둥소리만 크게 울려 퍼졌다.


“끄으응! 흐아악! 젠장!”


월튼이 주위에 쌓인 통나무를 힘껏 들어 올렸다. 그러나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흐흐흑! 여보! 우리 애 피가 안 멈춰요!”


마리아는 리암 몸 곳곳을 살피며 울음을 터트렸다. 마리아의 옷도 피범벅이었다.


평소 냉철하던 월튼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리암과 마리아,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통나무를 바라봤다. 그리곤 절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과다출혈이야. 앞으로 몇 시간이면 죽을 수도 있어.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낮이라고 해도 주민 모두가 나서봤자 구조엔 꽤 시간이 걸릴 거야. 더군다나 지금은 새벽이고, 날씨도 좋지 않아. 아마 시간이 더 걸리겠지.”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월튼이 잠시 침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목울대가 꿀꺽 넘어갔다.


“리암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야.”


“그, 그런! 사람 살려! 사람 살려요! 살려주세요!”


마리아가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빗소리를 뚫진 못했다.


나는 멍하니 리암을 바라봤다. 몸 곳곳에 나무가 찔려 있고, 그 틈으로 피가 계속 나고 있었다.


아버지 말처럼, 이대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에 이를 것이다.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마법을 쓴다면.

내 전생과 똑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부모님과 형이 내 눈앞에서 처형당하고, 나는 다시 지하 감옥에서 평생 썩지 않을까?


전생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그때의 귓가에 속삭인다. 마법을 쓰면, 전부 다 죽을 거야. 전생을 다시 겪게 될 거야.


상황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평생을 옭아매던, 후회로 점칠 된 기억이 내 행동을 단단히 제어하고 있었다. 온몸이 쇠사슬로 칭칭 감긴 기분이었다.


비 때문인지 얼굴이 축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으, 으윽!”


그때, 리암의 눈동자가 천천히 떠졌다. 나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어루만졌다.


“짜식. 왜 울고 그래?”


울어? 내가?

눈에 떨어진 빗방울이 얼굴을 타고 내려와 입술에 닿았다. 짠맛이 났다.


“마지막엔 웃으면서 보내줘라, 임마.”


···웃으면서?


“그래도······ 형 노릇 하다 가서 다행이네.”


형 노릇?


“알지? 형은 언제나 동생을 지키는 거야.”


언젠가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아니, 내가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었다.


‘알지? 형은 언제나 동생을 지키는 거야.’

‘응! 나도 빨리 커서 형한테 도움이 될게!’


동생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 지식을 팔고, 몸을 팔고, 삶까지 팔아가며 지켰던 것. 내 삶의 끝자락까지 나를 지탱하던 것.


리암의 눈빛이 희미해지더니 스르륵 감겼고.


툭, 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던 리암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아아······”


머리를 통제하던 무언가가 빠져나간 기분이 들었다.


과거? 트라우마?


“···좆까, 시발.”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

고작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똑똑히 알았다.


이들은 내 가족이다.

리암이 아니라 내 형.

월튼이 아니라 내 아버지.

마리아가 아니라 내 어머니.


이번 생에, 내가 지켜야 할 내 가족이다.


온몸을 족쇄던 쇠사슬이 끊어진다. 엉망진창이던 머릿속이 말끔해진다. 할 일이 정해졌다.


“엘리안! 위험하니까 빨리 이리로 오렴!”


통나무에 다가가는 나를 보며 어머니가 외쳤다.


“괜찮아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온몸에 마나를 모았다.


“이제, 제가 가족을 지킬 때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 헉!”


우웅! 우웅! 우웅!


‘폭발 마법은 안 된다. 괜히 피해를 더 키울 수 있어.’


이미 지반이 무너진 상태다. 괜히 천장을 뚫으려고 마법을 썼다간 다시 주변 통나무가 우리를 덮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몸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온다. 나를 중심으로 푸른빛 마나가 촉수처럼 주위의 통나무에 달라붙었다.


동시에, 모든 통나무가 천천히 위로 들리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쿠쿠!


염동(念動).

마법이 아닌, 마나 컨트롤.

어렵다고 소문난 마나 컨트롤의 기술 중에서도 특히 어렵기로 손꼽히는 분야였다.


게다가 통나무 하나도 아니다. 수십 개에 달하는 통나무를, 그것도 동시에 제어하는 건 웬만한 염동 전문 마법사가 와도 하기 힘든 짓이지만······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내겐 너무 쉬웠다.

수십 개의 통나무의 경로를 예측하고, 동선을 짜며, 그에 따른 마나를 새로 부여한다.


그 과정은 마치 숨쉬는 것처럼 이뤄졌다.


“이, 이게 무슨···”


아버지와 어머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열린 입이 닫히지 않았다. 충격이 컸는지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걸 구경할 시간은 없었다. 여기서 시간이 지체될수록, 형의 목숨이 더욱 위험해질 테니까.


나는 모든 통나무를 들어 구석에 처박았다.


쿠쿠쿠쿠쿠쿠!


“빨리 의원으로 가요!”


“그, 그래! 서두르자꾸나!”


내 말에 정신이 들었는지 아버지는 형을 일으켜 어깨에 들쳐맸다.


“에, 엘리안?! 바, 방금 뭐야, 그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게렌이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엔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그 밑 물웅덩이엔 수많은 신문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게렌! 빨리 내성에 있는 의원을 깨워! 형이 죽을 수도 있다고!”


어머니 약을 위해 의원을 매주 방문하는 게렌은 의원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어, 어엉!? 응! 알았어!”


피투성이인 리암을 보자마자 게렌은 벌떡 일어나 내성으로 달려갔다.


“저희도 빨리 가요.”


“그, 그래.”


그 뒤를 우리 가족이 뒤쫓아갔다.

의원에 도착한 건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백발의 의원은 잠옷을 입은 채로 우리를 맞이했다. 안경을 거꾸로 쓴 눈엔 눈곱이 잔뜩 끼어 있었다.


“어허. 오밤중에 이 무슨······ 어서 들어오게!”


인상을 찌푸리던 의원은 형의 상태를 보자마자 문을 활짝 열었다.


수술실에 형을 눕힌 후, 의원은 형의 상태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쯧쯧. 이건 쉽지 않겠는데. 뼈는 이미 몇 개 부러진 것 같고, 근육 파열에 출혈에······ 허이구야. 피도 이미 너무 많이 쏟았어.”


“제발 우리 애 좀 살려주세요, 의원님.”


어머니가 울먹거리며 의원에게 손을 싹싹 빌었다.


“에잉··· 내가 웬만하면 살리겠는데, 이건 좀 힘들겠는데? 거의 죽기 직전이라 포션을 쓰지 않는 한 힘들어.”


“포, 포션 말씀이십니까?!”


아버지가 화들짝 놀랐다.


놀랄만 했다.


포션은 그 값어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소작농인 우리에겐 더더욱.


“포션을 가지고 있긴 하십니까?”


“하급 포션이라면 3개 있지. 이놈을 살리려면 3개 전부를 써야 살릴까, 말까 할 게야.”


그 말을 듣자마자 아버지가 의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은 돈이 없지만 추수 후에 곡식으로 갚겠습니다.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향후에도 계속 갚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 아들 좀 살려주십시오.”


“흐음······”


의원은 불편한 듯 흰 수염을 쓰다듬었다. 소작농에게 돈을 받아내지 못할 것 같다는 눈빛이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나는 품에서 펜던트를 꺼냈다. 지금도 형은 죽어가고 있었다.


“이걸 담보로 하시죠. 보시다시피 엄청 귀한 물건입니다.”


“호오.”


펜턴트를 받아든 의원은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이런 물건을 네가 어찌 가지고 있느냐? 만약 훔친 물건이라면 되려 나만 곤란해질 텐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제 거니까요.”


“그걸 어떻게 믿지?”


“죽어가는 제 형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


잠시 나를 유심히 바라보던 의원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담보로 받고, 포션을 전부 사용하지. 1년 안에 갚아.”


“1, 1년은 좀—”


“싫어? 싫으면 그냥 귀한 형, 아들 죽게 내버려두던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내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알겠으니까 빨리 형을 살려주기나 해요. 만약 죽기라도 했다간······”


너도 같이 죽여버리겠다···라는 말은 내뱉지 않았다. 의원은 키득키득 웃으며 선반에 놓인 포션을 들고왔다.


“클클. 그건 걱정하지 말고. 한 명 빼고 전부 나가 있어. 괜히 신경 쓰이니까.”


어머니를 남긴 채 나와 아버지는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불안한 표정으로 몸을 달싹거리던 게렌이 우리를 보자마자 허둥지둥 달려왔다.


“리, 리암 형은 어때? 괜찮은 거야?”


“···괜찮기를 바래야지.”


나는 수술실 옆 의자에 앉았다.


방금 펜턴트를 넘김으로서 아르센을 향한 복수가 끝맺을 수도 있었다.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어딘가에 팔아넘길 테니까.


나와 제라스 바르칸을 잇는 유일한 연결고리가 그 펜던트였다. 그걸 잃어버리면, 아르센을 향한 복수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복수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나저나 넌 괜찮아? 아까 보니까 신문 팔다 온 것 같던데.”


장사 기질이 있는 놈이니 오늘 같은 날씨를 손꼽아 기다렸을 게 분명했다.

다른 신문팔이들이 쉬기 때문에 더 많은 값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게렌이 피식 웃으며 내 목에 손을 걸쳤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깟 신문, 하루 정도는 안 팔아도 돼.”


“후후. 그래. 고작 신문보단 세상엔 중요한 게 많지.”


나도 피식 웃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내 옆을 지켜주는 게렌을 보니 문득 ‘그놈’이 떠올랐다.


온갖 음해와 소문에 휩싸였을 때도 믿지 않고 오직 나를 믿어줬던, 내 친구.


마지막까지도 지하 감옥에 찾아와 ‘마법해석학’을 세상에 내주려 했던, 내 친우.


태양이 언덕 위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어두웠던 밤하늘이 쫓기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태양을 보면서 속삭였다.


‘잘 지내고 있냐?’


대답은 없었다.


대신, 수술실이 열리고 정신을 차린 형과 기뻐하는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으로서 꾹꾹 눌러 왔던 아버지가 울음을 터트리며 형을 꼭 껴안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행복한 안도를 느꼈다.


‘난 잘 지내고 있어.’


지금쯤 뭘 하고 있을지 모를 친구에게 속삭인 후, 나 역시 가족에게 다가가 모두를 꼭 껴안았다.


따스한 햇살이 우리를 안았다.


이제, 비로소.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Episode 1.

새로운 삶 完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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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6) 24.09.10 92 5 15쪽
11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5) 24.09.09 107 4 15쪽
10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4) 24.09.08 133 3 12쪽
9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3) 24.09.07 143 2 13쪽
8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2) 24.09.06 161 3 13쪽
7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1) 24.09.05 187 4 14쪽
» Episode 1. 새로운 삶(5) 24.09.04 217 3 14쪽
5 Episode 1. 새로운 삶(4) 24.09.03 256 3 15쪽
4 Episode 1. 새로운 삶(3) 24.09.02 279 2 12쪽
3 Episode 1. 새로운 삶(2) 24.09.01 321 2 16쪽
2 Episode 1. 새로운 삶(1) 24.08.31 394 3 11쪽
1 프롤로그 - 줫같은 인생의 마침표 24.08.30 44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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