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의 버려진 후계자는 역대급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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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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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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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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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업화의 마법사(3)

DUMMY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






“······”


나는 말없이 이그네스를 응시했다.


적발에 적안.

구릿빛 피부를 가진 그는 나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눈밑엔 다크서클이 짙에 늘어져 있다.


“소작농이냐?”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눈앞에 있는 건 전 대륙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마법사.


이그네스 폰테리오.


이놈은 천재 중의 천재다.


[역탐지]를 느끼자마자 [탐지]를 회수했지만, 이그네스는 주위를 쓱 살피더니 혀로 입가를 닦았다.


“···너구나? 너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소작농에, 꼬맹이라 살짝 헷갈렸지 뭐야.”


“대체 뭘 말씀하시는 건지. 혹시 리버우드로 가는 길을 찾고계신다면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짐짓 웃으며 걸음을 뗄려 할 때.


이그네스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움직이지 마. 죽여버린다, 꼬맹아.”


“······”


이그네스의 날카로운 마나가 내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게 느껴졌다. 내가 눈치를 보자, 이그네스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야······ 진짠가? 너같은 꼬맹이가 벌써 마나를 느낄 줄 안다고?”


시험해본 건가.

이그네스가 혀를 낼름거리며 손에 들린 통발을 바라봤다.


“흐음. 전력 마법.”


그리곤 계곡을 잠시 바라봤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그네스의 마나가 계곡을 샅샅이 훍었다.


“썬더를 사용했군. 그것도 꽤나 광범위로. 이정도 밀도면······ 딱 사람에겐 따끔한 정도인가.”


붉은 안광이 내게 고정됐다.


“의도한 거냐?”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연약한 어린아이를 흉내내며 눈물을 글썽였다.


뭐가 됐든 이 사이코패스랑 연결되는 건 사양이었다. 대학에서도 이놈한테 시달렸던 걸 생각하면···


이그네스가 중얼거렸다.


“의도했겠지. 우연이라기엔 너무 정확해. 게다가 아까 [탐지] 범위는 거의 50m. 마나 밀도도 [탐지]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의 밀도. 이걸 전부 계산했다고 봐야겠지. 흐음, 믿기 힘들군. 고작 소작농 코흘리게 꼬맹이가 이정도의 마나 컨트롤이라니.”


잠시 혼자의 세계에 빠져 있는 이그네스를 보며 천천히 뒷걸음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고작 한 발자국 움직였을 뿐인데, 주위에 붉은 마나가 넘실거렸다.


이그네스가 활짝 웃었다. 먹이를 발견한 포식자처럼.


“너, 천재구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 잘 모르는구나.”


쐐애액!


마나가 내게 쇄도한다. 정확히, 내 목을 향해.


나는 곧장 뒤로 몸을 던지며 정면에 마나를 모았다.


“베리어!”


크츠츠츠츳!


붉은 마나와 반투명한 벽이 부딪친다.

이그네스의 미소가 눈에 들어왔고, 마나가 꿈틀거리며 진동한다.


‘깨진다.’


직감하자마자 두 손을 모은 후 앞으로 뻗었다.


“베리어!”


웅! 우웅! 우우웅!


순식간에 1중, 2중, 3중으로 배치된 베리어.


“올. 보조마법 전문이니? 시동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


채채채챙!


첫 베리어를 처참하게 깨부슨 붉은 마나가 3중 베리어를 향해 뱀처럼 달려든다.

츠츠츠츠츳! 잠시간의 대치가 이어지고, 나는 [탐지]를 시전했다. 곧장 후방에서 느껴지는 감각.


본능적으로 땅에 손을 갖다 대며 마나를 불어넣었다.


“쉴드!”


순식간에 형성된 반원(半圓)의 방어막.


쿠콰콰콰쾅!


사방에서 쏟아진 붉은 마나가 쉴드와 맞부딪친다.


“와우. 2위계 보조마법까지?”


이그네스의 감탄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이정도면 버틸만······ 어?’


그때, 땅바닥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용암이 분출하는 것처럼,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기분.


“이 미친 새끼가······”


이그네스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입이 찢어지듯 갈라져 있다.

흰 장갑을 낀 오른손에 중지와 검지를 튕기며, 속삭이듯 말한다.


“볼케이노.”

“브, 블링크!”


쿠콰콰콰콰콰콰쾅!


시야가 순식간에 바뀐다. 내가 있던 자리에선 용암이 폭발하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헉! 허억! 허억!”


1초만 판단이 늦었어도 통구이··· 아니, 녹아내렸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심장이 강하게 뛰었다.


‘죽었다. 진짜 죽었다.’


블링크를 쓰지 않았다면, 뼈도 남지 않고 녹아내렸을 게 분명했다.

이그네스, 이놈은 정말로 날······


‘죽이려 한 건가?’


이그네스는 용암이 솟는 광경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주변에 [탐지]를 펼쳐놔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뭔가 충격에 빠진 듯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 마법을 예측한건가? 게다가 공간마법이라니······”


‘기회다.’


나는 이그네스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아직 마나 회로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마법을 써서 그런지 손이 벌벌 떨린다. 아니, 머리가 흔들리는 건가?


‘지금 죽여야 한다.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


이그네스 급이나 되는 마법사가, 이렇게 무방비로 내게 뒤를 내준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상황.


마나를 손가락 끝에 모은다. 압축하고, 압축해서······ 쏜다.


피이이이잉!!


손끝을 떠난 마나 화살이 이그네스를 향해 쇄도한다. 단순한 마나 화살이 아닌 압축을 통한 ‘가속’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감히 눈으로도 쫓기 힘든 속도.


마나 화살이 이그네스의 머리를 그대로 뚫으려 할 때.


츠츠츠츳!


이그네스가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나 화살이 이그네스의 귀 옆을 스쳐 지나간다. 붉은 머리카락이 하늘거리며 떨어지고, 귀에서 피가 솟는다.


스쳐 지나간 마나 화살은 그대로 뒤에 있는 거대한 통나무를 뚫고 지나간다.


쾅! 콰쾅! 쿠콰콰콰쾅!


하나, 둘, 셋, 넷······ 수많은 통나무를 정면으로 관통한 후에야 마나 화살은 사라졌다.


“······줫같네.”


그걸 보자마자 몸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더 이상 서 있을 힘이 없었다.


이그네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잘린 머리카락의 단면을 매만지다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귀를 매만졌다가, 초토화된 숲을 바라본 후에야,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 이거, 물건이네.”


점점 내게 다가오는 이그네스. 바닥에 쓰러진 나는 어떻게든 일어나서 도망치려 했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마나 탈진.

아직 마나에 익숙하지 않은 몸으로 순식간에 마법을 펑펑 쓴 탓이었다.


“크윽! 시발! 이 좆같은 새끼가······”


나는 엎드려서 어떻게든 기어갔다.


살아야 한다. 여기서 죽을 순 없다. 어떻게 얻은 새 삶인데······


“콜록!”


입에서 피가 터져나온다. 힘이 점점 빠지고, 시야가 흐릿해진다. 저 멀리, 이그네스의 발이 점점 가까워진다.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이그네스가 내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붉은빛 안광이 내게 꽂힌다.


“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 짜 놈의 얼굴에 피를 뱉는다. 이그네스의 눈가가 올라간다. 혀로 주변에 퍼진 피를 핥던 그가 내 턱을 잡아 올린다.


“꼬맹이 주제에······ 내게 감히 그놈을 떠올리게 할 줄이야.”


정신이 흐릿해진다. 눈이 감겼고, 이그네스의 목소리도 점점 흐려진다. 그러나 딱 한 단어가 귀에 꽂혔다.


“···리안 시바르······”


그게 내 마지막 의식이었다.





* * *





타탁!


무언가가 타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모닥불 앞에서 생선꼬치를 굽던 이그네스가 인자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일어났군.”


방금과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마치 딴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내가 알고 있던 이그네스와 비슷했다.


재빨리 [탐지]를 펼치고 벌떡 일어나 두 손에 마나를 모은다.

이그네스는 생선 뱃살을 잘근 물어뜯으며 하품을 쩍쩍 내뱉었다.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앉아서 먹어. 죽이려고 했으면 진작에 죽였으니까.”


“······”


맞는 말이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 앉아 이그네스가 건넨 꼬치를 받았다.


“일단 먹어라. 마나 탈진 현상은 처음 겪는 모양이지? 몸속에 마나가 꼬인 흐름은 전부 고쳤으니 영양분만 충분히 섭취하면 금방 나을 거야.”


이그네스의 말대로 엉망진창이던 몸은 깨끗했다. 그말인즉슨······


“소작농이라고 했나? 이름이 뭐냐?”


“···엘리안입니다.”


“흠, 그래. 꼬맹아, 네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나?”


“네. 어떻게 아셨는진 모르겠지만, 강가에서 주웠다고 들었습니다.”


“절대 소작농은 아니거든. 나도 마나통 크기론 어디서 꿇리지 않는데······”


붉은 안광이 번득인다. 내가 침묵하자, 이그네스가 눈을 뱀처럼 가늘게 뜨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정도 크기면 최소 마법명가의 핏줄이 분명해. 뭐, 그게 아니더라도 북쪽의 아르비스 왕국의 후손이나 바르쉘 쪽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


“하지만 답은 간단해. 그정도 크기의 마나통을 가지려면 피를 짙게 이어받아야 하는데······ 금발을 가진 집안은 딱 하나밖에 없거든. 어이구야, 마침 그 가문이 제국 소속이네?”


“······바르칸 가문.”


이그네스가 활짝 웃었다.


“맞아! 하지만 이상하단 말이야. 내가 그쪽 가문이랑 친한 건 아니지만, 직계 후손급의 놈들은 전부 알고 있거든. 개인적인 호기심이 좀 있어서.”


“······”


“장남인 제라스 바르칸은 죽었고, 그 아들도 태어나자마자 살해당했다고 하지. 흠. 그렇다면 넌 대체 누굴까?”


나를 유심히 살펴보던 이그네스가 히죽거렸다.


“내 생각엔 말야······”


꿀꺽! 침이 절로 넘어간다. 이그네스가 말을 잇는다.


“나도 잘 모르겠네. 큭큭. 흠, 바르칸 가문과 다른 마법명가 사이에서 낳은 사생아? 이게 그나마 가장 적절한데. 제라스는 죽었으니까, 남는 건 아르센 밖에 없어.”


‘···이 새끼가?’


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다가 들어갔다.

시발, 누가 누구의 아들?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그네스의 말이 이어졌다.


“흠. 아르센과 몰래 사랑을 나눌 만한 다른 마법명가의 직계급 여자는 몇 없지. 그때 같은 32기였던 내 여동생 이프리트—”


“푸후훕!”


입안에 씹고 있던 생선살이 이그네스의 얼굴에 튀었다. 이그네스의 얼굴이 잠깐 씰룩거렸고, 손가락을 튕기며 씻어냈다.


“···그래, 어이가 없긴 하지. 그 둘은 상극이었으니까. 하지만 말야, 듣기론 당시 좋아하는 애가 있다고 들었거든. 혹시, 자주 치고박고 싸우는 걸 보면 둘이 뭔가가 있었을지 모르는 일이지.”


전혀, 아무것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만.


잠시 옛 기억을 떠올린 후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이그네스가 말했다.


“어쨌든, 네가 바르칸 가문 직계급의 피를 이어받은 건 확실하다.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꼬맹이가 어려서부터 입만 열면 구라가 자동으로 나오는군. 네가 일어났을 때부터 이미 심장박동을 체크하고 있었어. 다시 한 번 내 앞에서 구라를 쳤다간 혓바닥을 태워주마.”


“······”


역시,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어찌됐든 이그네스는 대륙 최강의 마법사 중 한 명.

그가 나를 유심히 응시했다.


“네가 어느 핏줄이던, 어떤 계급이던, 뭘 하던, 난 관심 없어. 남한테 떠벌릴 생각도 없고. 다른 건 몰라도 아르센이 네 존재를 알면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제라스의 죽음이 영 찝찝해서.”


“그럼 뭘 신경쓰시는 겁니까? 저를 살려주신 이유가 뭐죠?”


“좋은 질문이야. 나는 너를 키우고 싶다.”


“그게 무슨······”


“말 그대로야. 알고 있겠지만 넌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마나를 느끼는 것도 그렇고, 흐름을 통제하는 것도 그렇고, 각종 다양한 마법을 적재적소에, 완벽하게 소화하는 건 믿을 수 없는 수준이야. 마치, 수십 년이라도 마법을 써본 것처럼.”


“그래서요? 절 키워서 뭘 어쩌시려고요?”


이그네스가 잠시 입을 닫았다. 이윽고, 희미한 미소를 띈 채 말했다. 얼굴에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나는, 나를 잡아먹을 포식자를 찾고 있거든.”


“···포식자요?”


“그래. 나를 이길 수 있을 만한 놈 말이다.”


“그런 거라면 세상에 꽤 있을 텐데요. 말씀하신 여동생 이프리트 님도 엄청난 강자이시고 아르센 님이나, 테오도르 님도 있고—”


이그네스가 내 말을 잘랐다.


“그놈들도 강하긴 하지. 하지만, 내가 찾는 건 좀 더 다른 놈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섬뜩한 놈을 찾고 있어. 내가 잡아먹힐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놈. 네가 말한 놈들도 강하긴 하지만, 섬뜩할 정도는 아니야. 심장이 벌벌 떨리고, 오금이 저릴 정도는 아니라고.”


‘여전하네.’


잠깐 옛날 일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이그네스는 뭘 생각하는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이프리트가 강한 의지가 담긴 적안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한텐 그 섬뜩함이 느껴져. 좀만 잘 성장한다면, 나를 잡아먹을 수도 있을 듯한, 그런 섬뜩함이.”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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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6) 24.09.10 92 5 15쪽
11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5) 24.09.09 107 4 15쪽
10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4) 24.09.08 133 3 12쪽
»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3) 24.09.07 143 2 13쪽
8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2) 24.09.06 161 3 13쪽
7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1) 24.09.05 187 4 14쪽
6 Episode 1. 새로운 삶(5) 24.09.04 216 3 14쪽
5 Episode 1. 새로운 삶(4) 24.09.03 256 3 15쪽
4 Episode 1. 새로운 삶(3) 24.09.02 279 2 12쪽
3 Episode 1. 새로운 삶(2) 24.09.01 321 2 16쪽
2 Episode 1. 새로운 삶(1) 24.08.31 394 3 11쪽
1 프롤로그 - 줫같은 인생의 마침표 24.08.30 44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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