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쫓는 자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새글

작은운석
작품등록일 :
2024.09.01 02:12
최근연재일 :
2024.09.22 03:4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72
추천수 :
0
글자수 :
89,407

작성
24.09.01 02:16
조회
27
추천
0
글자
13쪽

태양을 쫓는 자

DUMMY

 저 멀리 지평선을 뚫고 나오는 태양이 메마른 대지를 푸른 빛으로 내리쬐고 있다. 태양의 빛은 빨갛지 않은가? 라는 질문에 노인은 온몸을 통해 답하고 있다. 태양의 앞에서 노인은 푸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사라지지 못한 검은 안개의 조각들이 푸른 빛의 그림자를 만들고 마치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고깃덩어리 마냥 여기저기 떠돌고 있었다.




 노인은 태양을 맨 체 한손에 지팡이를 기대고 있었고 바람에 고개를 들듯 휘향차란 했던 망토는 입을 벌린 체 허물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도저히 처참하다고 표현할수 없었다. 그의 모습은 오히려 경건해 보였기에 우리는 무릎을 꿇어 그를 위해 존경의 의미를 보여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 노인을 주위로 대여섯의 청년들이 모여있었고 청년들의 얼굴엔 노인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이 함축되어 있었다.




노인이 힘겹게 말했다.




“종말자는 죽지 않았다. 그가 쓰려졌을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거다.”




 위태로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노인을 청년들이 부축을 해줘야 할 것 같았으나, 노인은 한손을 들어 보여 그들을 멈춰 세웠다.




“내 힘, 능력은 영원하지 못한다··· 이미 난 쇠약해졌으니··· 내 힘을 내가 보존 시킬 수 없을 거다.”




 청년들의 감정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방금 노인이 한 그 말에서 청년들은 노인이 무엇을 할 것인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청년들은 그런 노인을 멈춰 세우고 싶었음에도 노인의 뜻을 부정할 순 없는 것이었다. 노인은 눈을 감으며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지팡이는 그의 손에서 떨어져 다신 일으켜지지 않을지도 모른 채 땅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노인의 몸에서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었고 청년들은 그런 노인을 보며 노인이 곧 자신의 목숨을 바쳐 자신의 힘을 후계자에게 넘겨줄 것임을 알수 있었다. 청년들에게 북받쳐온 감정을 노인 앞에서 들어내지 않을 수 없었음에도 노인의 행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들 모두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노인의 몸에서 두 갈래의 빛이 나왔다. 마치 누군가 노인의 장기를 뽑듯이,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온 기생충이 빠져나오듯 두 갈래의 빛에서 하나는 노인의 정면에 서 있던 청년에게 들어갔고 하나는 노인의 앞에서 똘똘 뭉쳐 이내 하나의 형체를 이루었다. 




 지평선을 향해 태양은 뚫고 들어가고 있었지만, 태양이 빛이 정말 우리를 비추는 빛인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태양의 앞 노인은 청년들을 원 없이 밝게 비추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앞에 보이는 빛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청년은 그 빛은 두 가지라고 답 할 것이다. 그렇기에 두 빛은 서로를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하나였을 지도 모르니.








 상쾌한 아침이다. 푸르른 하늘에서 내려주는 바람이 뺨을 스친다. 자신의 모국이었던 한국을 나와 이탈리아에서 지낸 지 어언 3년쯤 지났을 것이다. 조그마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과 그가 이탈리아에 직접 와 이탈리아의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 오는 손님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대접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작품이라고 해봐야 그저 음식에 불과하지만, 그에겐 하나하나 소중한 대접 품이었다. 그런 그는 매일 레스토랑의 문을 열기 전 뒷산에서 산책을 즐긴다. 이탈리아에 혼자 살게 된 만큼 그의 외로움은 그를 갉아 먹기 그만이다. 그런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이 뒷산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었으며, 그는 매일 아침에 몰려와 언젠간 자신을 덮쳐 자아를 무너뜨릴 외로움과 이탈리아에서의 삶을 필연적인 기생 관계로 형성시켰다. 




 길과 길이 아닌 무언가의 사이에서 인간들의 발자국에 흉터가 져버린 피부가 길의 역할을 하는 산에서 그는 매일 자신을 초록빛으로 물들여진 체 그의 이마에 내려앉고 한없이 마음을 대주는 빛을 맛본다. 숨을 크게 드리 쉬는 것만이 자연이 주는 우정 감과 친밀감과 함께 그의 귀를 맑게 만들며 외로움을 쫓아준다. 




 감고 있던 눈을 스르르 뜨며 그는 자기 손목 시계를 들여 보았다. 11시였다. 그는 이제 자신이 자연과 동떨어진 도시로서의 생활해야 함을 느끼며 자신의 레스토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3시였다.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해주고 난 후 그가 레스토랑의 벽면에 걸린 시계를 봤을 때였다. 자신이 운영하는 것은 식당이고 시간이 시간이니 만큼 지금 음식을 먹으러 올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손님이 쓰던 식탁으로 걸어갔다. 식탁 안에 몸을 숨기고 있던 소심한 의자 하나를 빼며 계산대에서 가져온 리모컨을 연신 두들기기 시작했다. 스포츠, 드라마, 예능 등등 다양한 채널이 나오는 와중 뉴스 채널이 나오고 나서야 그는 리모컨을 식탁 위에 놔주었다. 




 뉴스의 내용은 따분하게 그지없었다. 내용들은 모두 하나 같이 경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경제 침체가 극심해지고 금리가 인상됐다는 등··· 사실 그가 궁금하지도 않은 뉴스를 찌든 무료함을 감안하고도 보는 이유가 있다. 어쩌면 재밌는, 절망적인 뉴스가 그의 머릿속 생각을 모두 지워주고 뉴스만으로 채우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는 잠깐 덧없는 뉴스를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쨍쨍 이는 햇볕이 도로 블록에 반사되어 자신의 눈을 찔렀다. 보기만 했을 뿐이지만, 밖에서의 빛을 받는 더위가 온몸에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 시간대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밖에 돌아다니는 것조차도 힘든 와중에 시간을 내어 밥을 먹으러 오는 것은 분명 이상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런 생각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여전히 TV는 경제와 관련해 토론하고 있고 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자기 얼굴과 만났을까 있을 때 한 노인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간에 이런 날씨에 이런 장소에 삐쩍 말라 보이는 노인이 들어온다니. 노인은 약간 힘겨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가 지암의 레스토랑인가요?”




 지암은 아니라고 답하고 싶었다. 자신의 레스토랑은 맞지만, 레스토랑의 이름은 아니다. 저 노인이 왜 자신의 이름을 굳이 굳이 붙여 말했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또 특이한 건 그는 이탈리아어로 말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은 한국어이기에 지암이라는 말을 이탈리아 말로 어눌하게 발음하고 있었다. 레스토랑의 주인, 지암은 약간 짜증이 났다. 왜 이 시간대에 손님이 온 것인지 의문이 들기보다 어이가 없었으며, 손님을 대접하기보다 이 더위에 일을 하는 것이 지겨웠으나 이 노인은 지암이 대답해 주길 바라기도 하듯 그저 레스토랑의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암은 하는 수 없이 노인의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네, 그렇습니다.”




 노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자네, 혹시 누군가를 위해 힘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지 않나?”




 지암은 어안이 벙벙했다. 레스토랑에 와서 보통의 사람들이 할 음식 주문은 안하고 갑작스레 능력을 갖고 싶냐는 질문은 지암을 침묵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런 갑작스러운 질문이 오히려 지암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과거엔 로망이었으나, 현재는 그저 무료한 삶이 되어버린 자신의 꿈을 되돌아보며 지암은 이 삶이 절대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 다가왔다. 순간순간의 일들이 모두 기계처럼 움직이는 자신을 보며 처음 자신이 이탈리아로 왔을 때의 경험이 마치 불타오르듯 지암을 고무시키고 있었다.




 ‘아니 난 여전히 행복해’




 그의 강력한 이성이 자신의 타오르는 감정을 진화하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을 세뇌시키다 머리조차 내밀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은 이 단순 무료한 루틴이 바뀌지 않도록 감정, 그 자신이 쓰이지 않도록 막고 있었다.




 지암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노인의 눈에 시선을 뒀지만, 초점은 없었고 앉아 있었으나, 누워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던 와중 노인은 지암을 보곤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녁, 가장 열기가 뜨거워질 때 뒷산으로 오거라.”








 움찔거리며 지암은 앉고 있던 의자에서 뒤로 넘어졌다. 6시였다. 그동안 손님은 단 한명도 오지 않은 듯 했고 그는 방금 의자에 앉아 불쾌하면서도 음미하고 있던 선잠에서 깼다. 




 “으윽··· 꿈이었나?”




 불편한 자세를 취한 채로 잤던 탓에 어깨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고 머리는 찌근거리며 아파왔다. 6시였기에 곧 있으면 손님이 올 시간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지암은 손님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자신의 상태 때문이 아니면 지겨운 일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암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도로 세웠다.




 지암은 레스토랑의 문을 닫고 집을 향하는 거리에 올라탔다. 거리의 날개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건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하나는 바다로 덮여있었다. 그런 바다로 향해 나아가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태양이었다. 




 저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골목 속 그림자를 내쫓아주는 전등의 불이 다시 들어왔다. 거리를 걷던 와중에 지암은 꿈속의 기억을 회상했다. 걷는 것 마저 힘들어 보이는 노인 그리고 노인이 제시한 제안, 모두 하나 같이 현실 같으면서도 동시에 몽상적이었다. 




 밤하늘에 별이 흑색 캔버스를 빼곡히 채우고 이상하리만큼 누구도 보이지 않는 골목에서 전등의 손길이 감성을 자극했다. 그 순간 저편 구석에 두었던 자신의 꿈 어쩌면 경험 일수도 있는 것이 다시 자신의 중앙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며 밤하늘의 별이, 전등의 불빛이 이성에 의해 짓눌러져 있던 감정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차갑게 식어가던 심장이 다시금 활활 재가 될지도 모른 채 타가기 시작했다. 그는 다짐이라는 것을 하기도 전에 뒷산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산은 절대 평탄하지 않다. 오르고 내리는 자들 중 힘들고 순탄한 자들이 있겠으나, 결국 산은 오르는 자들을 위한 길 보다 자기 피부가 훨씬 거칠다. 산의 거친 피부를 오르던 지암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언제부터인지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이성이 아닌 감정이 자신의 몸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 지암은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산을 오르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앞에 보이는 거라곤 초록색도 검은색도 아니었다. 나무에 부딪히고, 나뭇잎을 밟아가며 달리고 있다. 수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안중에도 없다. 달린다. 그저 숨겨놨던 꿈이 다시 나올 때까지.  해묵은 옷은 수풀에 찢겨 엉성하게 짝이 없다. 그래도 달린다. 이탈리아를 떠나기 전 부터 신던 신발은 점점 밑창이 갈려 나간다. 신발이 없더라도 꿈을 좇는다. 과거의 꿈 그리고 현재의 꿈은 사뭇 다르다. 그걸 느낄 시간은 안중에도 없다. 그러니 계속 달린다.




 철퍼덕.




 더 이상 지암은 달릴 수 없었다. 힘겹게 옮겨 가던 다리도 결국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감정도 이성도 누구 하나 이기지 못한 경기에 그는 탈진하며 눈을 천천히 감으려 했다.




 그 순간 깨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소리는 지암의 귀에 다트 꽂히듯이 들어와 그의 눈을 부릅뜨게 만들었다. 분명 더 이상 달리지 못할 거 같았고 비명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알 수도 없었다. 하여간 그는 비명소리의 정체를 맞닥뜨릴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러나 그는 금방이라도 금이 가며 부스러질듯한 온몸을 팔과 다리로 일으켜 세웠다. 그는 다시 한번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거칠어진 숨을 들이 내쉬며 계속 달린다. 꿈은 멈춤을 뒤로 한다. 눈앞이 흐려지지만, 사실 앞을 보는 것 조차 사치에 불과하다. 그러니 눈을 감아서라도 달린다. 뜨는 것 조차 아파오는 고통은 살을 깎아 내리는 것 같지만, 감히 누가 이를 멈출 수 있겠는가? 담담히 들려오는 새의 노래는 감미롭지 못한다. 그러니 감미로워질 때 까지 수도 없이 달린다. 




얼마나 비명소리를 향해 달렸는지 몰랐을 때였다. 누군가 지암에게 말을 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태양을 쫓는 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운명의 라이터 NEW 4시간 전 1 0 11쪽
16 끝나갈 일 24.09.18 5 0 11쪽
15 두 태양 24.09.15 4 0 11쪽
14 만남 24.09.14 5 0 11쪽
13 분열 24.09.13 6 0 11쪽
12 무너지는 것 24.09.11 7 0 11쪽
11 칼과 칼 24.09.11 8 0 12쪽
10 24.09.08 9 0 11쪽
9 여정(2) 24.09.07 10 0 11쪽
8 여정 24.09.06 9 0 12쪽
7 안개속 빛(2) 24.09.06 9 0 12쪽
6 안개속 빛 24.09.05 10 0 12쪽
5 박사 그리고 지암 24.09.03 12 0 12쪽
4 단 한번의 침몰 24.09.03 16 0 12쪽
3 두 계획 24.09.01 15 0 12쪽
2 도달한 자 24.09.01 19 0 12쪽
» 태양을 쫓는 자 24.09.01 28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