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쫓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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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운석
작품등록일 :
2024.09.0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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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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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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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DUMMY

데번의 말에 필로의 눈이 떠졌다. 


“아 맞다. 그 얘기를 안 했네.”


필로는 누웠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난 박사와 용병 계약을 맺었어. 아마도 연구소 인원의 대부분이 그럴 텐데, 넌?”


 데번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잠깐이 지나고 입을 열었다.


 “내 목숨과 계약을 맺었지.”


 필로는 서슴없이 대답한 필로의 말에 당황했다. 목숨이라니? 대부분 계약은 돈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필로는 데번이 장난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처음 봤을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거짓 하나 없는 냉정한 표정이었다.


 “한마디만 하겠다. 삶의 의미를 잃지 마.”


 필로는 데번의 말을 이해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대뜸 삶의 의미를 꺼내 들고 있으니 말의 목적을 찾는 것 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필로가 들은 말 중 가장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데번은 그 말에 의문을 달리 않기로 하고 체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내일 계획이 있어서.”


 필로는 다시 누워 많은 의문점을 뒤로 하고 잠을 청했다. 데번은 오늘 너무나도 많은 사건에 피곤해졌다. 마음과 몸 둘 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이층 침대에 올라가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건물의 문이 열렸다. 자동문의 사이로 건물을 들어온 존재는 박사다. 6개월 전 비석의 발견으로 기관의 크기는 물리적으로든 구조적으로든 커졌다. 박사는 6개월 전과 지금 사이에 고용이 됐지만, 이 건물이 아니 정확히는 기관의 단지가 변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는 조용히 자기 개인 업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자신의 방문을 두드렸다. 


 “박사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박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들어오도록 해라.”


 남자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을 닫으며 입을 열었다.


 “소식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어디서?”


 “상부에서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말해도 되겠습니까?”


 박사는 담담히 답했다.


 “그래.”


 “점유지가 알 수 없는 습격자들에 의해 초토화가 됐습니다. 점유지에 있던 인원은 물론 점유지를 탈환하기 위해 출동한 인원들마저 리더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사망했습니다.”


 박사는 놀랐다. 리더가 살아남았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다. 데번은 왜 리더를 남겨둔 것이지? 물어봐야만 한다. 그리고 죽여... 아니 그럴 순 없다. 박사가 리더까지 죽이게 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남자는 박사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리더의 말로는 점유지에 온통 검은 안개가 피었다고 했습니다. 상부의 말로는 그 초자연적인 검은 안개는 주술사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가 아는 주술사는 노먼 뿐이고 노먼은 다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공항에 가 있습니다. 추가로 상부는 박사님께서 또 다른 주술사를 찾아야만 한다고 하셨습니다.”


 박사는 속으로 환호했다. 점유지를 확실하게 처리했을 뿐 아니라 자기 발 까지 풀렸다. 이대로라면 계획은 순조롭게 이행될 것이다. 박사는 들뜬 마음을 가다듬으며 남자에게 말했다.


 “알았다. 가보도록 해.”


 남자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또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이번엔 여자가 들어왔다.


 “상부에서 전해드린 말씀이 있습니다.”


 박사는 대충 예상 할 수 있었다. 이 기관은 기밀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만약 점유지가 습격당했다는 정보와 비석 해독이 늦는다는 소식을 동시에 접하게 될 경우 정보를 받는 사람이 일반인이더라도 습격당한 점유지에 비석이 있다는 것을 유추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상부는 정보를 두 개로 나누어 박사에게 준 것이다. 박사는 비석 점유지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기에 2개의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석의 해독이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답이었다. 박사는 자기 추리력에 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걸 보고 있던 여자는 샐쭉한 표정을 지었고 박사가 다시 정색하고 나서야 여자는 자신이 분수를 넘었음을 깨달았다.


 “그게 끝인가?”


 “아니요, 하나 더 있습니다. 요원들을 위해 무기를 만들어줘야 한답니다.”


 “알았네, 이만 가게.”


 여자는 자신이 지었던 표정에 박사가 토를 달진 않을까 두려웠지만, 여자가 나가는 와중에도 박사는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여자는 그런 박사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음에 안도를 느꼈다.




 노먼과 헤밀튼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한 거리. 태양이 그들을 감싸고 바람은 그들을 홀리고 있었다. 불 싸지르는 더위와 물기마저 없애는 바람은 마지못해 헤밀튼의 입을 열었다.


 “그늘로 좀 가지···”


 지중해의 여름의 햇볕을 받고 있으니 덥지 않을 리야 없다. 헤밀튼은 이마에 흐르는 딲았다. 노먼은 잠깐 헤밀튼을 돌아보곤 그늘로 들어갔다. 그늘은 따라 들어온 노먼도 함께 품어주었다.


 하나의 직선 같은 거리는 그 끝을 볼 수가 없다.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는 그들이 환상을 보고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느끼게 하였다. 


 “얼마나 남은 거야?”


 또 헤밀튼 이었고 노먼은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산으로 가면 시원해져.”


 노먼은 절망했다. 이 더운 날씨에 서 있는 것만 해도 힘든데 산을 타야 한다니. 그가 아무리 훈련받았다 한들 이런 상황을 대처할만한 훈련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들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헤밀튼은 뭐라도 금방 나올 것 같은 골목을 산을 가야 하는 마당에 왜 오게 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헤밀튼은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노먼 도대체 우린 어딜 가는 거야?”


 헤밀튼은 말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헤밀튼은 잠깐 한 건물의 옥상을 유심히 보더니 몸을 던져 노먼과 함께 쓰러졌다. 그들의 뒤에 있던 나무 상자는 구멍 하나와 지나치게 빠른 속도에 쪼개지지도 못한 소리를 만들었다. 헤밀튼은 넘어진 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노먼을 일으켜 세워 골목의 모서리에서 돌아 벽에 기댔다. 


 남자는 저격수다. 정확히는 로마의 갱 소속이다. 그는 위에서 전해진 임무를 수행한다. 그것이 바로 목표물인 헤밀튼과 노먼을 죽이는 것이다. 그는 잠깐 마주친 시선만으로 자신이 저격수임을 판단하고 즉각 몸을 던진 헤밀튼에게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와 헤밀튼 사이의 거리는 어림잡아도 100미터는 넘는 말 그대로 사람의 시력으론 저격수임을 확인하기란 상당히 힘들다. 그는 총알이 빈 저격용 총에 다시 탄약 한 발을 넣었다. 조준경에 눈을 대고 남들이 보기 힘들어할 거리를 10배나 확대된 시야로 벽 뒤에 숨은 그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헤밀튼은 자신이 한 실수를 금방 깨달았다. 그들은 제 발로 독에 들어가고 만 격이었다. 헤밀튼은 총격이 일어나고 최대한 빠르게 몸을 숨기기 위해 앞을 보지도 않고 벽 뒤에 숨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는 자기 자신을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말았다. 노먼은 헤밀튼이 덮치면서 넘어진 후 정신을 차리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노먼은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헤밀튼에게 어떤 저항도 하지 못 했고 땅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노먼은 혼미해진 머리를 뒤로 하고 그는 헤밀튼에게 말을 걸었다. 


 “머리야···일단 뭐 총격이겠군 어디 있는지는 알아?”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노먼을 본 헤밀튼은 얼이 빠졌다. 


 “뭐가 이렇게 느긋한 거야?”


 노먼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박이긴 하지만 모르면 무조건 당하겠지.”


 노먼은 헤밀튼의 옆으로 갔다. 그 바로 옆이 벽의 끝이었고 조금만 나가도 저격수에게 머리가 뚫릴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노먼은 손을 뻗었다. 총격의 소리가 들려왔고 헤밀튼은 자그마한 구멍이 뚫리게 될 노먼의 손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노먼의 손엔 연기가 물려 있었고. 총격 소리는 총알의 실체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노먼은 손에 있던 연기를 풀고 벽에서 나왔다. 그는 전신이 저격수의 시야에 노출을 시킨후 그 전신을 연기로 덮었다. 


 저격수는 곤혹스러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연기는 총알을 먹었고 그 실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남자가 몸 전체를 벽으로부터 나왔을 때 그의 손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거기까지는 납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그는 탄창이 한 발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저격용 총을 장전해야만 했다. 그는 그 총을 장전하고 있었고 잠깐 머리를 들어 다시 그 장소를 보았을 때 그의 눈엔 남자가 연기에 덮이다가 사라져버린 상황만이 보였다.


 그는 믿을 수가 없어 자신이 잘못 보는 건가 하고 조준경에 눈을 댔다. 그러나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상대에게 자신의 위치라는 정보를 아주 미련 없이 넘겨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이마엔 땀이 맺혔고 그는 한 남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 있었군.”


 노먼은 칼을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 그의 손에 연기를 물렸다.


 남자의 숨은 멎을 것 같았다. 방금까지 100미터쯤은 넘을 거리에 있던 남자가 단숨에 자신의 눈앞까지 와 있다. 방금까지 그는 엎드리는 자세를 하고 있었고 이 자세는 그가 도망칠 수 없게 만드는 족쇄와도 같았다. 노먼은 남자를 잠깐 보며 생각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너, 어디 소속이지?”


 남자는 뺨을 뻘뻘 흘리며 떠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ㅈㅡ 전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노먼은 남자가 어떠한 정보도 넘겨주지 않을 것을 말 걸기 전부터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벌벌 떠는 형식의 경우엔 어느 정도의 협박이면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이탈리아에 온 목적에 부합하지 않음으로 그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들이 이탈리아엔 온 목적은 다른 이유에서이니. 그런데도 노먼은 쓸데없는 시도를 한 자신과 이 남자를 보며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노먼은 아주 약간 남자를 두들겨 주고 다시 연기를 덮어 헤밀튼에게 갔다. 


 헤밀튼은 연기에서 나오는 노먼을 보며 말했다.


 “해결한 거야?”


 “어, 아주 잘.”


 헤밀튼은 무언가 부족한 게 있지 않냐는 표정을 지었고 노먼은 다시 한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협박 안 한다고. 그리고 그 남자는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았어.”


 헤밀튼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까닥 끄덕이곤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밀튼이 물었다. 


 “안 쉬고 계속 갈 작정이야?”


 “당연하지.”


 노먼은 헤밀튼을 뒤로 하고 혼자 걸어가는 와중 헤밀튼이 말했다.


 “잠시, 잠시, 우리 여길 왜 온 거지? 목적이 뭐야? 난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어.”


“좋아, 말해주지. 우린 목표물을 데려오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목표물?”


 “그래 비석에 쓰여있는 인물이다. 그의 특이사항을 아직 만날 일은 없어서 말하진 않겠지만 그에게 직접 다가가면 알 수 있을 거다.”


 헤밀튼은 노먼의 의문점만 남기는 말이 싫었다. 그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자신의 표정을 어떻게든 보이려고 애썼다. 그러나 노먼은 가만히 있는 헤밀튼을 뒤로 하고 다시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쩔 수 없이 헤밀튼은 한숨을 쉬곤 노먼을 따라갔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습격이 있었다면 그 습격이 한 번만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이 걷고 있던 골목의 끝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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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운명의 라이터 NEW 4시간 전 1 0 11쪽
16 끝나갈 일 24.09.18 5 0 11쪽
15 두 태양 24.09.15 4 0 11쪽
14 만남 24.09.14 5 0 11쪽
13 분열 24.09.13 6 0 11쪽
12 무너지는 것 24.09.11 7 0 11쪽
11 칼과 칼 24.09.11 8 0 12쪽
10 24.09.08 9 0 11쪽
9 여정(2) 24.09.07 10 0 11쪽
» 여정 24.09.06 10 0 12쪽
7 안개속 빛(2) 24.09.06 9 0 12쪽
6 안개속 빛 24.09.05 10 0 12쪽
5 박사 그리고 지암 24.09.03 12 0 12쪽
4 단 한번의 침몰 24.09.03 16 0 12쪽
3 두 계획 24.09.01 15 0 12쪽
2 도달한 자 24.09.01 19 0 12쪽
1 태양을 쫓는 자 24.09.01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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