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쫓는 자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새글

작은운석
작품등록일 :
2024.09.01 02:12
최근연재일 :
2024.09.22 03:4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70
추천수 :
0
글자수 :
89,407

작성
24.09.11 00:04
조회
7
추천
0
글자
12쪽

칼과 칼

DUMMY

 박사가 말했다.


 “이게 마지막 수신이다. 그리고 이 수신이 끝나는 즉시 전화기는 파괴하도록. 주술사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주술사가 쓰는 기술은 공간이동뿐이다. 직접 테스트를 보였고 딱히 더 다른 능력은 없는 것 같다. 물론 공간이동을 할 때 연기를 두르는데 그 연기를 직접 던질 수도 있다. 되도록 맞지 않는 걸 추천하지.


 “몸 부위 중 하나만 공간이동 돼서 절단이라도 되는 겁니까?” 


 “아니, 대신 좀 아플 거다. 그나저나 그 주술사는 검을 가지고 다닌다. 그 칼로 배 한척은 가볍게 벨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내게 준 장비는 그 둘은 가볍게 능가할 정도로 뛰어난 장비들이다. 그러니 내 기대를 저버리지 말도록.”


 오전 3시


 박사가 손가락으로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 검은 무조건 가져가야겠다는 건가?”


 필로는 끄덕이며 말했다.


 “제 분신이기도 한 검입니다. 가문에서 내려온 검인데 도대체 뭐로 만든 건지 400년 동안이나 부식이나 기스 하나도 나지 않았습니다. 가문이 내려준 임무인 검사로서의 의미를 보여야 합니다.”


 박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네가 고집하니 어쩔 수 없는 거지. 대신에 저 에너지 쉴드랑 부스트 제트팩은 가지고 가도록.”


 필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 위에 있던 팔목 보호대 같이 생긴 기계 밴드와 벽에 걸려 있던 제트팩을 가방에 넣어 밖으로 나왔다.


 오후 4시 


 노먼은 남자를 보았다. 오른손에 클레이모어와 비슷한 외형의 검이 있었다. 등엔 칼집과 왼팔엔 기계가 밴드처럼 붙어있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를 보며 헤밀튼은 허리줌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냈다. 남자는 입을 열었다.


 “덤비라고 네 칼을 박살 내주지.”


 헤밀튼은 즉시 총을 남자에게 발포했다.


 오후 4시 3분


헤밀튼은 계속 총을 쏴댔지만, 남자가 쓰고 있던 에너지 쉴드를 뚫을 순 없었다. 반투명의 하늘색 막은 마치 유리처럼 생겼으나 방어력의 측면에서는 강철보다도 강력했다. 


 필로는 헤밀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헤밀튼은 총 쏘는 걸을 멈추었다. 총알이 지나치게 낭비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필로는 총알 공세가 멈추자고 생각했다. 내가 저들에게 이 거리 그러니 10m는 넘는 거리에서 공격할 수단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검을 향해 던지는 것 하나는 부스트 제트팩을 활용해 다가가는 것. 필로는 전자를 선택했다. 어깨를 크게 돌려 회전의 힘을 최대한으로 받아 검을 일직선으로 향해 헤밀튼에게 던졌다. 수평을 가르는 검은 강궁에서 날아가는 화살만큼이나 빨랐다. 


 검의 날은 빠르게 수평선을 잘라냈다. 검은 빠르게 앞을 나아갔고 정확히 일직선으로 벽에 박혔다. 헤밀튼은 필로가 어깨를 돌리는 것을 보았기에 그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헤밀튼은 미끄러지듯 노먼쪽으로 몸을 던졌다. 그 와중에도 헤밀튼은 총을 쐈기에 필로는 총알을 막기 위해 에너지 쉴드를 전개해야만 했다. 


 헤밀튼은 말도 안 되는 기술로 만들어진 저 방패를 총알이 뚫릴 리 없는 것을 알기에,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답답한 마음을 느꼈다.


 “저 방패 좀 어떻게 해봐, 노먼”


 그 사이 필로는 여전히 방패를 전개 한 채 칼이 박힌 벽으로 다가갔다. 벽에 다가간 필로는 칼을 서랍 열듯 뽑아냈다. 그 사이 노먼은 손에 연기를 물렸다. 원래 자주 사용하지 않는 주술이고 훈련도 하지 않는 주술이지만 결국 써야만 하는 것이다. 노먼은 필로를 향해 팔을 뻗었다. 연기는 팔에서 나와 필로의 에너지 쉴드를 강타했다. 연기가 뻗어나가는 길로 하나 검은 선이 생겼다.


 필로는 연기를 막는 것에 압박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필러는 방금전 헤밀튼의 날렵한 움직임을 파악했고 되도록 검을 던지지 말아야 함을 느꼈다. 헤밀튼의 움직임은 확실히 자신보다 더 빨라기에 칼을 던지고 난 후 맞추지 못한다면 칼을 다시 집는데 목매달아야 할 수도 있다.필로는 부스트 제트팩을 켰다. 


 지금 상황에서 상대방을 공격할 수단은 직접 다가가는 것만이 남게 되었다. 부스트 제트팩은 필로가 검을 던질 때 처처럼 움직임이 크지 않다. 오히려 앞에서 볼 경우엔 변화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필로는 단숨에 헤밀튼에게 날아가 칼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헤밀튼은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필로에 움찔하며 겨우 무릎을 꿇은 채 공격을 피했다.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헤밀튼은 자신이 한 실수를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움직이기엔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무릎을 꿇었기에 움직이려면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러니 이 동작마저도 다가오는 필로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헤밀튼의 심장이 덜컥 가라앉은 가운데 쓰러졌던 필로가 다시 일어서며 헤밀튼 향해 곰처럼 일직선으로 칼을 내렸다. 그 순간 검은 멈췄고, 그들의 힘겨루기는 시작됐다.


 아무리 훈련받았다 한들 결국 헤밀튼이 받은 훈련기간은 6개월이다. 반면에 상대는 전문 용병이니 그를 상대로 힘을 이긴다는 것은 있기란 힘든 일이다. 필로와 헤밀튼은 서로 손잡이를 움켜쥐며 검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칼은 점점 헤밀튼의 목으로 다가오고 있었기에 헤밀튼은 악을 쓰며 온 힘을 다해야 했다.


 칼은 흔들리고 있었음에도 필로의 힘이 헤밀튼을 능가하기에 칼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었다. 


 헤밀튼의 얼굴은 빨개지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반면에 필로의 얼굴은 냉정함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헤밀튼은 악을 질렀다. 노먼은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자신이 싸우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노먼...!”


 노먼은 손에 연기를 쥐고 있었다. 원래라면 방금처럼 필로를 향해 계속 연기를 쏴대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헤밀튼과 경합 중이라 연기를 던질 수 없게 됐다. 노먼은 침을 한번 삼켰다. 


 칼은 목에 닿았고 나무 벽을 뚫을 만큼 날카로운 검은 목에 닿자마자 살을 깎고 피를 뽑아냈다. 헤밀튼은 점점 칼이 목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필로는 미소를 지었다. 필로는 이자의 목에 칼을 박는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칼이 목에 박히기도 전에 필로는 무언의 힘으로 뒤로 젖혀졌다. 필로는 자기 목이 조이는 것을 느끼며 갑작스러운 충격에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죽을 고비에서 순간에서 순간까지 힘을 뽑아냈던 헤밀튼은 칼을 놓으며 쓰러졌다. 탈진 전까지 간 그는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들이쉬었다.


 필로는 조르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몸을 뒹굴며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는 가공할만한 힘으로 노먼의 앞으로 당기고 있던 무게중심을 뒤로 젖히며 일어난 후 뒤로 벽을 향해 부딪혔다. 노먼은 필로의 목을 조르며 그의 뒤에서 매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필로가 벽에 부딪히며 오게 된 충격은 고스란히 노먼에게 옮겨졌다.


 노먼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조르던 팔을 놓으며 벽에 스르르 쓰러지고 말았다. 필로 노먼을 벽에 박은 후 뒤돌아 쓰러져 있던 노먼를 발로 찼다. 발에 치인 노먼은 옆으로 날아갔다. 필로는 기절한 노먼을 뒤로 한 채 주위를 둘러 뵜으나 어디에도 자신의 칼이 보이지 않자 뒤를 돌아봤다. 필로는 기습적으로 칼을 내리치는 헤밀튼을 보았고 그에 맞서 에너지 쉴드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에너지 쉴드는 붕괴가 되며 필로는 그 충격으로 뒷걸음질 쳤다. 동시에 헤밀튼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필로의 얼굴은 뒤틀렸다. 전투가 계속되는 와중에서도 냉정함을 잊지 않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험악만이 얼굴에 남게 되었다. 그런 얼굴을 보고도 헤밀튼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고 헤밀튼은 옆에 있던 총을 주웠다.


 필로는 감히 자신 가문의 칼을 빼앗아 쓰는 저자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오랜 세월의 노력을 통해 받은 칼을 저자는 그저 바닥에서 주워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어떤 이도 자신의 칼을 집을 수 없다. 필로 자신만을 제외하고.


 필로는 괴성을 지르며 부스트 제트팩을 켰다. 헤밀튼을 향해 돌진했고 헤밀튼은 그런 필로를 향해 총을 쏴댔다. 그러나 필로에겐 여전히 에너지 쉴드가 있었고 한 번쯤 붕괴한다 하더라도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헤밀튼은 총으론 돌진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옆으로 미끄러지며 공격을 피했다.


 필로는 저자를 잡으려면 분명 근접해야 하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미꾸라지처럼 도망치는 저자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느꼈다. 자신의 칼을 음해하는 저자를 가만둘 수 없다. 


 헤밀은 필로와의 거리를 벌리며 총을 쐈다. 헤밀튼은 다시 필로가 자신에게 돌진해주기를 바랐다. 그의 돌진은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못한 채 시간을 끌다 보면 쓰러졌던 노먼이 다시 일어날 것이다. 헤밀튼은 이 상황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헤밀튼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필로는 갑자기 옆에 있던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헤밀튼은 당황스러웠다. 이자가 자신의 노림수를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노림수를 던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헤밀튼은 천천히 발걸음을 그 방 쪽으로 옮겼다.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총을 쏠 각도를 바꾼 가운데 방 안에서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밀튼은 필로가 아마도 자신에게 던질만한 것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다시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필로는 옆방에서 부서진 나무 벽 틈을 통해 돌진 해왔다. 부스트 제트팩이 켜져 있었고 헤밀튼은 또다시 옆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이번엔 너무나도 늦어버리고 말았다.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헤밀튼은 뒷걸음질 쳤고 필로는 헤밀튼에게 다가갔다. 헤밀튼이 총알을 모두 소진했을 때 자신이 벽에 닿았음을 느꼈다. 헤밀튼은 최후의 수단으로 칼을 내리쳤다. 그러나 필로는 옆으로 간단히 피했고 에너지 쉴드로 헤밀튼을 가격했다. 그 후 필로는 헤밀튼의 손에서 떨어진 칼을 집어 들어 올렸다.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 칼은 일직선으로 벽에 기대어 쓰러진 헤밀튼을 향해 나아갔다. 칼은 벽에 박혔다.


 그러나 칼이 헤밀튼을 뚫지는 못했고 칼은 무언가와 부딪히며 궤도가 틀어지고 말았다. 칼을 튕겨낸 것은 노먼의 칼이었고 필로가 노먼을 주시하기도 전에 노먼은 앞발로 필로를 찼다. 필로는 뒷걸음질 쳤다. 


 박사가 말한 주술사. 방금까지 안 꺼내던 칼을 드디어 꺼냈다. 필로는 미소를 한번 지었다. 칼과 칼이 맞대는 싸움 필로는 져선 안 된다. 그리고 질 생각도 없다.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자존심이다. 


 필로와 노먼은 서로의 칼을 부딪치며 싸웠다. 칼들은 서로의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오랜 역사를 지닌 두 칼은 서로를 존경을 보이며 싸웠다. 


 노먼은 계속 이렇게 싸워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밖에서는 군중이 떠들썩한 소리가 건물 안까지 들려왔다. 시간을 끌면 임무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노먼은 주위에 연기를 둘러 사라졌다. 박사의 말을 귀담아들었던 필로는 저것이 공간이동임을 알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칼을 든 자가 사라진 곳을 찾으려던 찰나에 위를 돌려다 봤다. 


위에서는 노먼이 칼을 들어 올린 채로 떨어지고 있었다. 필로는 공격하기엔 늦고 말았다. 그래서 필로는 대신 다가오는 칼을 향해 어깨를 돌리며 온 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다. 


 칼과 함께 노먼은 벽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노먼은 다시 일어서며 칼을 보았다.


 비석에 오랫동안 박혀 있으며 어떠한 흠집도 부식도 나아 있지 않던 모습으로 처음 노먼은 그 칼을 보았었고 그 상태는 자신이 방금까지 필로와 싸울 때까지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칼이 부서져 버렸다. 칼의 날은 반쪽이나 채로, 부서져 버린 반쪽은 조각된 채로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태양을 쫓는 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운명의 라이터 NEW 4시간 전 1 0 11쪽
16 끝나갈 일 24.09.18 4 0 11쪽
15 두 태양 24.09.15 4 0 11쪽
14 만남 24.09.14 5 0 11쪽
13 분열 24.09.13 6 0 11쪽
12 무너지는 것 24.09.11 7 0 11쪽
» 칼과 칼 24.09.11 8 0 12쪽
10 24.09.08 9 0 11쪽
9 여정(2) 24.09.07 10 0 11쪽
8 여정 24.09.06 9 0 12쪽
7 안개속 빛(2) 24.09.06 9 0 12쪽
6 안개속 빛 24.09.05 10 0 12쪽
5 박사 그리고 지암 24.09.03 12 0 12쪽
4 단 한번의 침몰 24.09.03 16 0 12쪽
3 두 계획 24.09.01 15 0 12쪽
2 도달한 자 24.09.01 19 0 12쪽
1 태양을 쫓는 자 24.09.01 2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