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쫓는 자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새글

작은운석
작품등록일 :
2024.09.01 02:12
최근연재일 :
2024.09.22 03:4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67
추천수 :
0
글자수 :
89,407

작성
24.09.13 00:56
조회
5
추천
0
글자
11쪽

분열

DUMMY

 헤밀튼은 답답한 심정을 뒤로했다. 아직 그에게 이성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이다.


 “임무가 불확실하더라도 그자는 충분히 위험한 자야. 넌 그자가 죽지도 않았는데 언제 돌아올지도 몰라. 그런데 왜 넌 위험을 즐기듯 그자를 내버려 둔 채 떠난 거지? 그저 방아쇠 한번 당기면 됐다고.”


 헤밀튼은 말하는 사이에 감정이 점점 커졌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노먼의 가슴에 콕 찌르며 다시 말했다.


 “넌 왜 자꾸 도망치는 거지? 그게 네 일인가?”


 노먼의 주위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내 연기가 노먼을 덮은 뒤 사라져버린 연기와 노먼이 있던 장소는 허공이 됐고 헤밀튼은 얼빠진 얼굴로 그 허공을 바라봤다. 헤밀튼이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받아드리다 떠나버린 노먼에 대해서 헤밀튼은 더 이상 어떤 화도 낼 수 없었다. 그저 담담한 얼굴과 말투를 남기며 떠나버린 노먼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박사의 인상은 썩 좋아 보이지 못했다. 조수가 전한 소식에 대해 별로 좋은 평가 내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까 필로가 부상을 당하고 놓치기까지 했다는 건가?”


 조수가 답했다.


 “네, 복부에 부상을 당했답니다.”


 “하, 더 이상 보낼 용병도 없군. 일단 필로를 연구실로 데려와라. 아직 용병 계약은 안 끝났다.”


 박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은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미 보내진 용병이 아직 이탈리아에 남아있으니 최대한 그들을 이용해서 노먼과 헤밀튼을 저지해야 한다. 그들이 태양에 도달한 자를 찾아낸 후 다음 임무는 분명 마나석을 찾는 일이 될 것이다. 다행이라는 점은 그들이 해석했던 해석본은 마나석에 대한 언급은 되어있지만, 위치에 대한 부분이 쓰인 비석은 해석하지 못했다. 즉 박사만이 마나석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마나석을 찾는것에 한다. 그런데 그 마나석의 위치가 제대로 특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 수수께끼로 되어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박사님? 박사님?”


 박사는 혼자만의 생각에 깊이 빠져 있었기에 조수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 그래 이만 가봐”


 박사의 말에 조수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박사님 방금 제가 한 말들을 못 들으셨나 보군요. 노먼의 칼이 부서졌답니다. 그러면서 상부의 말로는 박사님이 노먼의 부서진 칼의 재료들로 새로운 칼을 만들길 원합니다.”


 “알았다. 이만 가봐.”


 “네.”


 조수는 뒤돌라 박사의 방에서 나갔다. 


 박사는 아직 남아 있는 용병무리를 출격시켜야겠다고 느꼈다. 박사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신의 기록보관소에 들어갔다. 자신이 여태 발명했던 무기와 장비 그리고··· 비석의 해석본이 담겨 있다. 박사는 기록이 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석의 해석본을 인쇄물로 남겨뒀고 그전에 있던 디지털 자료를 모조리 삭제했었다. 박사가 지키는 비밀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 마나석을 발견하고 찾아내 정부와 딜을 하면 충분히 일을 덮을 수가 있다.


 박사는 비석의 해석본이 담긴 파일을 열었다. 그중 마나석의 위치가 담긴 종이를 꺼냈다. 마나석의 위치와 관련된 언급은 이 수수께끼 단 하나밖에 없다. 박사는 그 언급을 읽었다. 


 ‘모든 것의 근원인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것이 우리의 소망대로 그분께서 바라시는 대로 위치가 정해져 끝없이 불 싸지르면서도. 우리를 끝까지 인도해주는 것. 그것이 있는 곳에 마나석이 있으리.’


 박사는 이 글을 읽을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물론 고대의 비석이고 마나석은 굉장히 귀중한 물건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마나석의 위치를 쉽게 알려주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글은 미로보다 더 복잡한 선인장 보다 더욱 거칠게 느껴졌다. 다가가면 갈수록 미궁에 빠지고 손대는 것조차 꺼려지는 것 같았다. 


 박사는 점점 지체되는 시간 속에서 헤밀튼과 노먼이 도착하기 전까지도 비석의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게 될 경우의 상황을 구상해 보았다.


 박사와 상부는 서로 알 수 없는 마나석의 위치를 찾는 경주를 해야 한다. 그러다 완전히 앞선 것이 아니거나 또는 늦기라도 한다면 박사는 마나석이 상부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한다. 아니면, 박사가 직접 마나석을 강탈하는 경우도 생각해봤지만, 그 상황은 앞뒤를 가리지 못하는 무모한 행동처럼 보였다. 


 결국 박사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마나석을 찾아야 한다.’




 노먼이 떠나고 헤밀튼은 혼자 방에 남게 됐다. 한숨을 쉬며 위치 정보 장치를 보았다. 이번엔 또 산이었다. 그는 반복적으로 바뀌는 위치를 보며 노먼의 말을 되새겼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회의감이 헤밀튼에게 몰려왔다.


 창밖을 보는데 이미 밤이 되고 말았다. 벌써 곧 있으면 임무는 3일째가 된다. 원래 임무의 계획은 하루 만에 목표물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무는 마치 자신을 가둬놓으려는 것만 같았다.


 헤밀튼은 불을 껐다. 그리고 침대에 몸을 맡겼다. 침대에 누워있었음에도 창문을 통해 밖이 보였고 하늘에는 별들이 검은 캔버스 위에 박혀있었다. 별들을 보며 헤밀튼은 자기도 모르게 잠에 빠지고 말았다.


 한적한 산속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노먼은 연기 속에서 발을 뻗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큰 돌덩어리를 찾았다. 돌의 모양은 검은 돌판 위에 원 형태로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돌은 땅 위에 선 채로 박혀있었다. 자신의 영역임을 알리듯이 서 있는 돌덩어리를 노먼은 보았다. 그리고 풀이 있어야 할 자리엔 그저 흙이 마치 그림을 그린 것처럼 네모난 모양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땅도 보았다. 바깥은 풀이지만 안쪽은 풀도 없는 흙이었다. 그 땅이 척박할 수도 있겠지만 노먼은 땅에게 부담스러운 것을 물려준 게 아닌가 느꼈다.


 노먼은 무릎을 꿇고 눈을 감았다.


 “이자의 태양을 거두어 간 것을 용서하소서.”


 노먼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슬퍼 보였다. 앞에 광대 한명이 서 있더라도 웃을 수 없고 그가 복권에 당첨된다 해도 전혀 기쁠 수 없을 표정이었다. 슬픔과 피로가 공존하는 표정은 자신이 행하는 일에 대한 번민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자신이 겪을 일에 대한 걱정일 수도 있다. 덧없이 바라보는 짐승들 사이에서 노먼은 산에 있었다.


 그가 무릎을 꿇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풀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노먼은 별 상관을 쓰지 않았기에 그것이 무엇에 의해 난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기껏 해봐야 짐승일 것이다.


 노먼은 헤밀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임무에 충실한 모습과 열정적인 모습 모두 보기 좋았지만 헤밀튼의그 열정과 용기가 어디서 생긴 것이지 문뜩 의문이 들었다. 그 생각과 함께 모든 것이 이상했음을 느꼈다. 헤밀튼은 애초에 요원에 응하지 않더라도 침묵시키기만 한다면 모든 일은 아무런 문제 없이 풀릴 것인데 아무런 경험도 없는 일반인인 헤밀튼이 요원 참가에 응했다.

 

 노먼은 이 모든 일을 헤밀튼이 꾸민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전투에서 헤밀튼과 상대방 모두 필사적이었으며 심지어 상대방은 헤밀튼은 죽이기 전까지 몰아붙였다. 그렇다면 왜 헤밀튼은 이 조직에 들어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미궁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일이 무의미함을 느꼈다. 노먼은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은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지 동료를 의심하는 게 아니다.


 노먼은 일어나 근처에 있던 돌덩이 위에 앉았다. 하늘은 별들과 달로 채워져 있었다. 노먼은 문뜩 궁금해졌다. 왜 태양은 있지만 달은 없는가? 그가 어릴 적 태양을 바라보기 전 그는 태양에 대해 깊은 고심을 하며 삶을 살아왔다.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고 자기 모습이 해바라기와 미묘히 닮았다는 것을 보며 그 순간 의미가 곧 태양이었다는걸 깨달았다. 그런데 왜 그 반대는 없는가? 달은 왜 아무것도 없는가? 저 허전한 흑백 텔레비전 속 황야를 보는 것 같은 달은 왜 태양의 빛에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일까?


 달빛 아래에서 노먼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과연 종말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인지 의심이 들었다. 자신의 힘으로 자기 손으로 어떤 이의 목숨조차 가져가는 것을 꺼리는 자신이 미웠다. 그러나 미운 자신에게 목숨을 가져가는 것이 문제인지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지 구분하라고 할 수 없었다. 그 둘 다 미웠으니. 태양에 도달하는 것이 저주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먼에게 채워진 목줄이 매여져 가는 것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노먼은 그저 고개를 들어 하염없이 달을 바라봤다.


 밤의 불은 꺼져있었기 때문에 어디가 밖인지 어디가 안인지 구분할 순 없다. 하지만 이건 야외와 방의 관계일뿐이다. 복도와 방의 관계를 묻는다면 누구라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실내인 것은 맞지만 하나는 빛이 있다는 것 하나는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어두울수록 잠이 찾아온다. 달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좀 다른 관점으로 보면 달 아래에 있다는 것은 태양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이들의 일생의 반은 태양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헤밀튼은 더욱 그렇지 못했다. 


 방의 불은 꺼져 있었고 헤밀튼은 침대 위에서 누워 고이 잠들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의 빛이 문틈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을 뿐이었다. 헤밀튼은 눈을 떴다. 


 침대에서 일어나 전등을 켰다. 그리고 서랍과 옷장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서랍에서는 총을 옷장에서는 제트팩과 한쪽 구멍이 뚫린 기계 포를 꺼냈다. 제트팩을 등에 메고 기계 포를 팔목에 부착했다. 밖에서 들려오는 연약한 소리를 듣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헤밀튼은 현관문에 머리를 붙여 밖에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발걸음이 반복되는 개수는 두 개였다. 그리고 그 둘이 하는 대화가 들려왔다. 


 “잘 들어 네가 먼저 들어가는 거다. 난 네 뒤에서 충분히 궁지에 몰아넣었을 때 공격할 거다.”


 “알았다. 문을 열도록 하지.”


 헤밀튼은 다시 전등의 불을 끄고 침대에 앉아 기다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젖혔다. 헤밀튼은 문이 열리기 전에 일어섰고 방에 들어오는 자들에게 틈을 줄 생각은 없었다. 헤밀튼은 방에 들어온 침입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방문을 열어젖힌 자는 방패를 들고 있었기에 헤밀튼이 쏜 총알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방패를 든 남자 뒤론 도끼를 들고 있는 남자가 한명 더 있었다. 헤밀튼은 도끼를 든 남자를 향해 총알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에 위치를 바꿔가며 총을 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방패 또한 각도를 바꿔가며 막았기에 별다른 득을 볼 순 없었다. 게다가 방패를 든 침입자는 점점 헤밀튼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단순히 방패를 든 남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 뒤에 있는 도끼는 절대 무시할 수 없을 무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태양을 쫓는 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운명의 라이터 NEW 4시간 전 1 0 11쪽
16 끝나갈 일 24.09.18 4 0 11쪽
15 두 태양 24.09.15 4 0 11쪽
14 만남 24.09.14 5 0 11쪽
» 분열 24.09.13 6 0 11쪽
12 무너지는 것 24.09.11 7 0 11쪽
11 칼과 칼 24.09.11 7 0 12쪽
10 24.09.08 8 0 11쪽
9 여정(2) 24.09.07 9 0 11쪽
8 여정 24.09.06 9 0 12쪽
7 안개속 빛(2) 24.09.06 9 0 12쪽
6 안개속 빛 24.09.05 10 0 12쪽
5 박사 그리고 지암 24.09.03 12 0 12쪽
4 단 한번의 침몰 24.09.03 16 0 12쪽
3 두 계획 24.09.01 15 0 12쪽
2 도달한 자 24.09.01 19 0 12쪽
1 태양을 쫓는 자 24.09.01 2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