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쫓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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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운석
작품등록일 :
2024.09.01 02:12
최근연재일 :
2024.09.22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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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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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똑같은 장치 똑같은 위치에 노먼은 장치가 의미하는 바를 유추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또 다른 세력이 목표물을 노리고 있거나 조직에 배신이 있는 것이다. 


 “그거 어디서 주웠다고 했지?”


 “네가 이동하고 난 후에 있던데?”


 노먼은 헤밀튼의 말에 따라 전자보단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자신을 공격하려 했던 그들도 기관의 배신자일 수 있다.


 노먼은 다시 장치를 봤다. 이번엔 어떤 한 집에 위치가 정해져 있었다. 밤은 깊어졌고 헤밀튼과 노먼은 둘 다 지쳐 있었다. 심지어 노먼은 온몸이 땀범벅이었기에 내일 아침부터 다시 임무를 수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자고 내일 다시 찾으러 가자.”


 많은 일들에 둘은 깊은 밤 속으로 잠들었다.




 3시간 전.


 노먼은 연기를 뚫고 나오며 그의 앞에 있는 광경을 보았다. 우거진 풀들과 서로를 뻗고 있는 나뭇가지들 노먼은 함께 연기를 타고 왔던 자를 보았다. 여전히 눈빛은 태양을 잃지 않았고 긍지 높은 충성심은 자신의 것보다 훨씬 굳건했다. 노먼은 이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빨리 죽고 싶은 거면 말해라. 너를 위해 내가 대신 해주겠다.”


 남자는 고통 속에서도 웃었다. 


“죽여라··· 미련은 없다.”


 남자의 웃음은 한낱 쓴웃음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의 웃음은 진실하였고 어떤 이조차 그의 진실성에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노먼은 남자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러나 팔과 칼은 높이 치솟아 올랐고 이내 남자의 목을 끝으로 깊이 베었다. 더 이상 무엇이 주체인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남자라 보아야 할지 몸을 남자라 보아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머리의 목에서든 몸의 목에서든 피는 흘러나왔다. 


 노먼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전히 태양은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햇빛이 뇌리째는 날. 몸 쓰는 일은 한두 번 있을 것이 아니라고 노먼도 생각했다. 넓은 마체테 같이 생긴 칼을 바라보았다. 날카로우면서도 정밀한 칼날 아주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칼은 어떠한 상처도 없었다. 노먼은 그 칼을 땅에 꽂았다. 그러나 꽂은 칼은 직선적이지 못했고 비스듬히 꽂혔다. 그리고 그 칼을 다시 뽑았다. 땅을 이루는 흙은 꽂혔던 칼이 뽑히면 저 멀리 날아갔다. 끝 모를 곳으로 날아간 흙은 그 예리한 칼날에 이미 베이고도 남았을지 모른다. 노먼은 그렇게 자신의 칼로 땅을 팠다. 그것을 언제 까지 했는지는 시계조차 없는 그에겐 어떤 의미도 없었다. 


 파인 구덩이에 남자를 놓아주었다. 몸과 머리를 원래 그의 모습대로 놓아준다. 그 후 다시 흙을 그의 위에 덮어주었다. 흙이 덮이고 나선 어디에 남자를 묻어두었는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노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노먼은 근처에 있던 거대한 돌을 보며 그 돌을 자기 손에 있던 칼로 깎아 내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는 묘지 그저 하나의 돌일지 모를 그의 묘비를 흙 위에 꽂아주었다. 


 달이 그를 비추기 시작했을 때 노먼은 땅을 바라봤다. 아무런 힘도 들지 않고 있었다. 그는 연기를 둘러 칼을 집어넣었다. 근처에 있던 바위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마치 남자가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내 태양을 지켜줘서 고맙다.···”


 자신의 한낱 망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죽기 전엔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삶은 그것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니.




 오전 12 아침 


 헤밀튼과 노먼은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뜨거운 날씨에도 길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헤밀튼도 위치 정보 장치가 있기에 그는 어느 정도 왔는지 궁금해 주머니에서 꺼내 보았다. 


 턱없이 멀었다. 헤밀튼은 속으로 절망하며 다시 주머니 솓으로 장치를 넣었다. 노먼은 그런 헤밀튼을 보았다. 아마도 지금쯤 13번째 저러고 있을 것이다. 헤밀튼은 그런 노먼을 생각하면서도 공간이동을 제안하지는 않는다. 헤밀튼도 공간이동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당연하다. 결국 헤밀튼과 노먼이 목표지점까지 가는 데는 도보밖에 이용할 수 없었다. 


 너무 무료하게 길을 걷는 것이 지친 헤밀튼은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다. 노먼이 해주었던 태양을 져버리지 말라는 말. 이 말은 헤밀튼도 모르게 가슴 깊이 다가왔었다. 헤밀튼은 이 말에 관해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먼, 태양을 져버리지 않는 것이 뭐지?”


 노먼의 안색은 좋지 못했고 표정은 심각하게 굳었다. 순간 헤밀튼은 어제 들었던 말이 환각임을 깨달았다. 노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태양을 어떻게 알지?”


 노먼의 진지한 말투에 헤밀튼은 적잖이 당황했기에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 리가 없었다. 노먼은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내가 언젠간 네게 할 말이었는데, 그래 태양을 져버리지 말아라.”


 헤밀튼은 노먼의 태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여전히 헤밀튼이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본 노먼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태양이 무엇인지는 알려줄 수 없어.”


 노먼은 헤밀튼이 태양에 도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그 태양이 헤밀튼을 지탱시켜줄 기둥만이라도 되었으면 했다. 노먼은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이 태양에 홀로 도달한 대가로 다른 이의 태양을 져버렸던 것을. 노먼은 씁쓸한 마음밖에 남지 않았다. 과거의 대가. 기억이 떠오른 것은 절대 기쁜 일이 아니었다.


 헤밀튼은 멍한 표정으로 노먼이 걷는 길을 따라갈 뿐이었다. 그러나 헤밀튼의 귀에 어느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획은 도대체 언제 시작되는 거지?”


 헤밀튼은 그 말을 무시해 버렸다.


 헤밀튼과 노먼은 잠깐 몸을 식힐 겸 카페이 들르기로 했다.  그들은 각자 마실 음료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카페의 실내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기에 시원했다. 그들이 앉은 테이블의 옆엔 유리 벽이 있었고 그들의 눈으로 길가를 넘어선 바다가 보였다. 헤밀튼이 물었다.


 “그런데 궁금하군, 그 비석이란 게 도대체 뭐야?”


 노먼은 담담히 말했다.


 “너도 알잖아, 그 비석은 종말에 관한 거라고.”


 “그러니까, 그 종말에 관한 게 뭐냐고. 우리가 지금 하는 임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노먼은 굳이 할 필요 없는 설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헤밀튼의 표정은 불만으로 가득해 보였기에 그리고 같은 요원이기도 하기에 결국 설명해주기로 했다. 


 “좋아, 그럼 지금까지 해석된 비석의 내용이라도 알려주지. 첫 번째 우리가 지금 하는 임무는 비석에 쓰인 특정한 인물을 데리고 오는 거야. 그리고 그 인물이 장차 종말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사람인 거지.”


 “좋아, 두 번째는?”


 “두 번째는 세 개의 씨앗에 관한 거야.”


 “세 개의 씨앗?” 


 “그래, 세 개의 씨앗은 종말자를 불러일으킬 종말 자의 종자들이지 그들이 모여 어떤 특정한 곳으로 가면 종말 자가 재림한다더군.”


 “그 특정한 곳이 어딘데?”


 “그건 아직 안 알려졌어. 대신 세 개의 씨앗에 관해서 첫 번째 씨앗은 관찰자이고 두 번째 씨앗은 기록자이고 마지막 씨앗은 징벌자라더군.”


 헤밀튼은 그 세 개의 씨앗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래서, 씨앗이 모이는 걸 막아야 하는 건가?”


 “글쎄 거기까지도 아직 비석이 해석이 다 된 게 아니라서 알 수 없지. 우린 비석의 말을 따라야 해.”


 그들이 말하는 사이에 음료가 도착했다. 밖의 바람은 쌀쌀했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햇빛은 강렬했고 땅 위로 솟아오르는 아지랑이가 그 강렬함을 대변해주었다. 그리고 태양은 여전히 자신을 불 싸지르고 있었다. 헤밀튼은 다시 밖으로 나가게 될 경우 올 더위에 한숨을 쉬었다. 미련을 남기고 싶은 시원함은 얼마 안 가 버려야만 했다. 헤밀튼과 노먼은 다시 그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헤밀튼은 잠에서 깨어났다. 어둡게 짝이 없는 밤이었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 어둠도 쓸모없도록 실명시켰다. 그런데도 헤밀튼은 소리에 유혹이 되었다. 헤밀튼은 문을 열었다. 거실의 불은 꺼져 있었다. 전등은 누군가 고장을 낸 것인지 불똥이 튀고 있었다고 바닥으로는 유리 조각이 흩뿌려져 있었다. 헤밀튼은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부엌에서 헤밀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광경을 보고 말았다. 이미 쓰러져 있는 아빠의 시체에서 그 주위로 멈출 줄 모르는 피는 폭포처럼 솟아 나오고 있었다. 헤밀튼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누군가, 마치 머리가 없는 것 같은 이가 자신 어머니의 배에 칼을 꽂아 넣었다. 헤밀튼은 그 순간을 보며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어머니는 죽기 직전까지 한 이가 집어넣고 있는 칼을 붙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고개를 돌렸다. 


 “도···망쳐···헤밀튼···”


 단말마의 부탁은 헤밀튼의 뇌리에 꽂혔다. 그 순간 헤밀튼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오로지 어머니의 부탁만이 남게 되었고 헤밀튼은 그 자리에서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시골 속의 한 채의 집에서 빠져나온 헤밀튼은 숲속으로 달렸다. 몸집이 작은 한 아이는 수풀 사이를 헤집으며 몸을 숨기려 했고, 피로 온몸을 물들인 남자는 아이를 향해 칼을 들이밀며 달리고 있었다. 헤밀튼이 벌벌 떨며 수풀에 숨어 있을 때 누군가 쓰러진 소리가 들려왔다. 헤밀튼은 천천히 수풀 속에서 머리를 뺐을 때 남자는 쓰러져 있었다. 


 남자의 머리는 돌부리 위에 놓여 있었다. 돌부리엔 피가 흥건했다. 남자는 쓰러진 채로 놓친 칼을 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돌부리에 직접 머리가 박힌 남자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수풀 속에서 나온 헤밀튼은 남자와 칼을 번갈아 보았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헤밀튼은 어머니의 단말마가 비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헤밀튼은 이를 갈며 남자가 놓친 칼을 들어 올렸다. 광분에 빠진 한 어린 소년은 그 칼을 남자의 머릿속에 수십번 찔러 넣었다. 




 헤밀튼은 눈을 떴다. 헤밀튼은 자신이 걷는 동안 졸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 그 순간에 태양은 어느샌가 지평선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헤밀튼은 한번 그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헤밀튼에게 기운을 주었고 한번 기지개를 킨 헤밀튼은 노먼을 따라 계속 걸었다. 


 헤밀튼과 노먼은 이제 건물과 건물에 둘러싸인 미로에 도착했고, 위치 정보 장치로 길을 알고 있는 그들은 능숙하게 그 미로를 넘었다.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건물은 약간 낡아 보였고 그들은 삐걱거리는 계단을 차례차례 밟아 나갔다. 3층 그들은 계단에서 나왔다. 계단을 나온 복도의 끝엔 소파와 한 남자가 그 소파 위에 앉아 있었다. 마치 헤밀튼과 노먼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이 계단을 나오는 순간 일어섰다. 오후 4시였다.


 오전 10시


 “박사? 팔로 입니다. 이탈리아에 도착했어요. 목표지점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주술사가 있다고 하더군요. 주술이 정확히 무슨 기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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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운명의 라이터 NEW 4시간 전 1 0 11쪽
16 끝나갈 일 24.09.18 4 0 11쪽
15 두 태양 24.09.15 4 0 11쪽
14 만남 24.09.14 5 0 11쪽
13 분열 24.09.13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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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여정(2) 24.09.07 9 0 11쪽
8 여정 24.09.06 9 0 12쪽
7 안개속 빛(2) 24.09.06 9 0 12쪽
6 안개속 빛 24.09.05 10 0 12쪽
5 박사 그리고 지암 24.09.03 12 0 12쪽
4 단 한번의 침몰 24.09.03 16 0 12쪽
3 두 계획 24.09.01 15 0 12쪽
2 도달한 자 24.09.01 19 0 12쪽
1 태양을 쫓는 자 24.09.01 2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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