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쫓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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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운석
작품등록일 :
2024.09.0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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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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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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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갈 일

DUMMY

 노먼은 어떻게 헤밀튼이 자신을 찾고 그 옆에 있었는지의 일련의 과정이 궁금했다. 또한 왜 그가 여기 있는지 그리고 왜 굳이 숲으로 갔는지도 궁금했다. 


 헤밀튼이 답했다. 


 “그냥 옆에서 있어서 나타난 거지 내가 찾은 게 아니야.”


 노먼은 이런 우연에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지암을 만난 것도 우연인데 어떻게 헤밀튼까지 만날 수 있을까. 너무나도 낮은 확률이 아닌가 싶었다. 


 “이해가 안 가는군. 어떻게 내가 공간이동 할 곳에 있던 거지···”


 헤밀튼은 굳이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일단 노먼을 만났으니 목표물을 찾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노먼이 원래 자신을 피해 공간이동 했던 것이 아닌가 기억이 떠올랐다. 


 “음···근데 내가 막말 한 건 감정이 풀린 건가?”


 헤밀튼이 조심스럽게 물었었고 그에 대한 노먼의 답변은 이러했다. 


 “감정이 상했다니. 그런 적은 없다. 그저 잠깐 생각하기 위해 혼자만 있을 곳을 간 것 뿐이야.”


 “그럼 이제 아무 일 없는 건가?”


 노먼은 끄덕였고 헤밀튼은 노먼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이제 목표물을 다시 찾아야겠네?”


 헤밀튼이 묻자 노먼이 답했다. 


 “아니.”


 “아니라고? 왜?”


 “찾았어.”


 “찾았다니···그럼 목표물을?”


 “그래. 이름은 지암이고 아시아계 사람이다. 내가 잠깐 네가 방을 비워둔 사이에 공간이동을 했는데 우연히 마주치게 됐군.”


 “어? 아시아계 사람이라면?” 


 “왜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


 “흠 내 방 키를 잡아준 사람이 아시아계 사람이었는데···”


 “이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겠군. 가서 확인해 보면 되겠네.”


 헤밀튼은 끄덕였다. 노먼은 헤밀튼의 어깨를 잡고 연기를 둘렀다. 


 연기는 노먼과 헤밀튼을 감싸 안았다. 달빛이 영롱한 밤 속 한없이 깊은 숲속에서 그 둘은 빛이 뚫어버리지도 못할 연기 속으로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그 후 연기 속에서 나오는 헤밀튼과 노먼을 본 지암 인사를 했다. 


 “그쪽이 헤밀···어? 내가 방 키를 잡아줬던 사람?”


 헤밀튼은 웃으며 답했다. 


 “우연이 참 반갑기도 맞이하는군. 그때 날 도와준 게 고맙게도 다시 한번 이런 만남을 주네. 반가워 지암.”


 지암은 마치 10년 만에 고향 친구를 만났다는 듯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이런 우연도 있기 마련이네. 이제 한명의 동료가 될 수순이네. 반가워 헤밀튼.”


 그 둘의 인사를 보며 노먼은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일었다. 


 “일단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지금은 밤이 늦은 거 같으니까 내일 다시 보자고. 우린 이 방을 더 쓸 순 없을 거 같으니까 새 숙소를 찾아야겠어.”


 노먼의 말대로 그 방은 만신창이였다. 발코니 창문의 한가운데는 유령의 집에 나올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방엔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 마냥 정돈되어 있던 물건들을 바닥에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론 거의 살인까지 갈뻔하긴 했으나 헤밀튼은 불필요한 피를 흘리는 것은 원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살인이 일어날 경우 어제의 일처럼 상황이 더 복잡해 질 수도 있었기에 헤밀튼은 그 두 남자를 죽이지 않았었다. 


 헤밀튼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거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참···”


 지암이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새 숙소 잡아놔 내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까.”


 “이거 어제부터 오늘까지 내가 도움을 받기만 하네. 미안하게 말이야.”


 “아니야. 걱정하지 말고 새 숙소 잡도록 해.”


 헤밀튼과 노먼은 닫혀 있던 문을 열어 숙소에서 나왔다. 그들은 서로의 과거를 알지 못하지만 종말을 막기 위해 모였다. 그들은 임무를 완수시킬 것이다. 




 박사는 터벅터벅 연구소 밖 뒤뜰의 정원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연구소는 광대했고 연구소의 건물도 하나가 아닌 6개의 건물로 분화돼 있었다. 연구소는 하늘 위로 6개의 별을 담은 듯 건물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또 각 건물은 제멋대로 자기 빛을 발광하고 있었디. 


 박사는 그런 건물들을 보고 있었다. 그의 시야 안엔 6개의 건물이 모두 보였으나 두 개의 눈으로는 하나의 건물 밖에 제대로 담지 못했다. 박사는 천천히 굳게 남들에게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알고 있겠지만 데번 넌 그들을 막아야 한다. 그들은 임무를 완수시키기 직전이야. 더불어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셋이다. 그들의 임무는 목표물을 데려오는 것이고 그 목적은 동료로 삼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진전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박사는 잠깐 숨을 골랐다. 


 “그들보다 먼저 마나석을 찾아야 한다.”


 박사는 데번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들은 특이하게도 박사의 개인 사무실이 아닌 연구소의 정원에서 대화하고 있었다. 


 데번은 박사의 말에서 의문을 느꼈다. 마나석? 처음 듣는 단어였다. 데번은 호기심 보다, 더 마나석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느꼈다. 그러기에 그는 거리낌 없이 질문했다. 설사 박사가 답하지 아니하더라도 물어야만 했다. 


 “마나석이라는게 뭐니 박사?”


 그때 박사는 자신이 데번에게 마나석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단 것을 깨달았다. 박사는 아차 하며 답해주었다. 


 “마나석은 지구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함축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는 돌이다. 그 돌 하나만 있다면 나의 기술을 비약적인 성장을 끌어낼 수 있다. 


 “근데 그게 어디 있지?”


 박사는 머리채를 잡으며 말했다. 


 “그 돌의 위치에 대한 단서는 모두 비석에 쓰여 있다.”


 데번은 박사의 말을 귀 기울이며 들었다. 비석이라면 가문이 지켜왔던 비석일 것이다. 데번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사건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만 같았다. 자신은 비석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박사가 무슨 일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일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덮어버릴 정도로 거대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무관심과 자신의 목적 간의 관계성과 모순을 느낄 수 밖에 없어 심각한 표정으로 땅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그 생각을 모조리 백지로 만들어 버릴 궁금증이 떠올랐다. 데번은 곧바로 물어봤다. 


 “박사 그런데 그 마나석의 단서가 뭐니?”


 박사는 봤던 그대로 말해주었다. 데번은 무언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자신이 답답했다. 황량한 사막을 홀로 방황하며 오아시스를 찾으려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태양만큼은 무언가 자신의 심상 속에서 홀로 빛나고 있는 걸 느꼈다. 


 “박사. 난 네 태양을 져버리지 않았으면 좋겠군.”


 데번은 자신이 자신도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 태양을 져버린다니. 말도 안 되는 말이다. 태양은 지구 반대편에서 빛나고 있을 텐데. 그러나 그 말은 데번의 마음 한구석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누가 그것을 심연 속에 담갔는지 데번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박사는 갑자기 엉뚱한 밀을 한 데번을 뻔히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본다고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바라보던 얼굴을 다시 건물로 향하게 했다. 


 “오늘 필로가 돌아올 건데. 필로는 복부에 상처를 입었으니 네가 옆에서 돌봐줘야 한다.”


 데번은 필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복부의 부상이 당했는지 그리고 부상의 깊이가 어떠한지 궁금하여 질문했다. 


 “박사 필로가 상처를 입은 이유가 뭐니? 그리고 부상이 얼마나 깊은 거야? 그리고 필로는 무슨 일을 한 거지? 무슨 일을 했길래 복부에 상처를 입지?”


 박사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 


 “데번 넌 그저 용병이다. 용병이면 용병한테 허용할만한 정보만 줄 수 있다.”


 “박사 하지만 당신은 나한테 마나석에 대해 알려줬잖아?”


 “그게 중요한지는 아나 보군. 내가 네게 마나석의 정보를 알려준 이유는 네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물론 필로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네가 특별한 것과는 무관하지.”


 데번은  자신에게 특별하단 말을 한 박사가 달리 보였다. 이상했다. 특별하단 말이. 아버지가 과거에 말한 이후로 처음 듣는 것 같았다. 그는 그런 모호한 감정 속에서 침묵했다. 그러기에 데번은 박사에게 질문 하는 것을 그만뒀다. 


 박사와 데번은 소리도 없이 연구실로 돌아가 제 갈 길을 갔다. 그리고 데번이 문을 열었을 때 배에 붕대를 감은 필로가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던 필로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거대한 석상을 일으켜 세우듯 필로가 힘들어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데번 내 배를 좀 봐봐”


 데번은 필로의 말대로 배를 힐긋 바라봤다. 다친 이에게 예를 보이기 위해 뻔히 바라볼 수는 없었다. 붕대로 여러 번 감은 배에는 그 상처의 깊이를 정확히 알 수 없도록 막고 있었다. 데번은 자신의 몰골과 데번의 행동을 보며 비통한 자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하하 난 내 검에 내 배를 찔렀어. 그 과정이 어찌 되었건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아. 만나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


 데번은 말없이 2층 침대로 올라갔다. 이제 필로와 데번은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데번의 동의는 없었다. 그러나 필로는 말을 시작했다. 


 “네가 임무 중에서 적을 만날 때 ‘꼭 태양은 져야 한다‘라고 말하라 했지. 난 네가 한 말의 이유가 궁금하다.”


 “나도 깊게 생각해봐야겠군.”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만 필로는 웃지 않았다. 어이없어하지도 않았다. 위아래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정적이나 마찬가지였었다. 어떠한 감정도 서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필로가 말했다. 


 “데번 내 검은 피를 머금은 검이다. 난 한 평생, 이 검을 위해 살아왔어. 검을 쥐기 위해 검을 쥐었고. 그 검으로 상대였던 형제와 자매들을 모두 베었다. 난 그 사실이 이제 와서 후회된다. 난 이번의 임무에서 검사로서의 명예를 모두 잃었다···수치스럽게도 난 내 가족들의 분노가 돌아오듯 내 검에 배를 내어줬어. 더 이상 이 검도 나도 아무 의미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데번은 이 상황 속에서 필로에게 해줄 말이 하나뿐임을 느꼈다. 더 이상 자신처럼 남이 파괴당하는 걸 볼 수 없었다. 우거진 숲속에서 자신이 필로의 랜턴이 되어줘야 함을 느꼈다. 어둡고 추운 숲속에서.


 “필로···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군. 네 태양을 져버리지 말아다오···”


 필로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들어내 봐야 아무 의미 없음을 느꼈다. 더 이상 이 세상을 메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충동에도 그는 잠이 들고 말았다. 깊은 상처가 그의 잠을 부른 것이다. 필로에겐 이 보단 거센 폭풍우가 몰아칠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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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운명의 라이터 NEW 4시간 전 1 0 11쪽
» 끝나갈 일 24.09.18 5 0 11쪽
15 두 태양 24.09.15 4 0 11쪽
14 만남 24.09.14 5 0 11쪽
13 분열 24.09.13 6 0 11쪽
12 무너지는 것 24.09.11 7 0 11쪽
11 칼과 칼 24.09.11 8 0 12쪽
10 24.09.08 9 0 11쪽
9 여정(2) 24.09.07 10 0 11쪽
8 여정 24.09.06 9 0 12쪽
7 안개속 빛(2) 24.09.06 9 0 12쪽
6 안개속 빛 24.09.05 10 0 12쪽
5 박사 그리고 지암 24.09.03 12 0 12쪽
4 단 한번의 침몰 24.09.03 16 0 12쪽
3 두 계획 24.09.01 15 0 12쪽
2 도달한 자 24.09.01 19 0 12쪽
1 태양을 쫓는 자 24.09.01 2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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