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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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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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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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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 치기 3

DUMMY

9. 계란으로 바위 치기 3






닷새째 연락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최선준으로의 삶을 살기 불과 몇 달 전에 비하면 그깟 오디션 하나 떨어진 게 대수냐 싶었으니까.


가끔 꿈을 꾸기도 한다.

눈을 떴는데 내 앞에 날개 달린 커다란 바퀴벌레가 힘찬 날갯짓으로 퀴퀴한 원룸으로 돌아온 걸 환영하질 않나.

사흘에 한 번은 마지막으로 전화 받았던 편의점에서 여전히 라면을 고르고 있질 않나.


그러다 꿈에서 깨면, 꿈속이 진짠지, 아니면 깨어난 그때가 진짠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지금, 누가 뭐래도 나는 최선준이다.’


“일찍 일찍 좀 다녀.”

“아우 깜짝이야. 아까 학교서 별말 없더니, 무슨 일이야?”

“오늘 댄스 레슨이었나?”

“넌, 배우보단 내 매니저가 어울린다니까. 형님이 잘되면 반드시 고용해 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저녁은?”

“간단히 선식. 근데 진짜 무슨 일이야?”

“나야 어려서부터 오디션 떨어지는 게 일도 아니지만, 완벽주의자 최선준은 이런 일이 처음일 거 아냐? 처음엔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겠지만, 자주 떨어지다 보면 그것도 별일 아니게 되니까 힘내라고 친구.”


톱스타 주혜성이 아무리 오디션 떨어진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천 번의 기록을 넘길 어려울 것이다.


“고맙다. 그냥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 중이야.”

“이거.”


주혜성의 가방에서 나온 건 맥주와 간단한 마른안주였다.


“오늘 먹고 죽자.”

“너 내 치사량 알고 말하는 거냐?”


그렇게 말해놓고 보니, 나는 최선준의 주량을 모른다.


“그냥 기분만 내자는 거지. 그나마 너는 한 캔이라도 마실 수나 있지. 나는 어후, 냄새만 맡아도 취하잖냐.”


처음 안 사실이다.

나도 주혜성도 취약한 점이 있다는 거.

심지어, 나보다 더한 놈이 있다니, 웃음만 났다.


“쌀쌀한 가을엔 한강 변이 최곤데.”

“나갈까?”

“안돼.”

“......?”

“연예계는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를 피울 수 있는 세계가 연예계라고 대표님께서 매일 문자 보내신다.”

“맞는 말이긴 하지······.”

“오죽하면 사훈(社訓)이 술 조심, 남자조심, 여자조심, 찌라시조심이잖냐.”

“아하.”

“아쉽지만, 너희 집에서라도 한강이 보이니 요것으로 만족.”

“대배우 주혜성. 야···. 야···. 야···. 너 그렇게 마시다 죽어.”

“마시고 죽는다니까.”


알코올 냄새만 맡아도 죽는다는 녀석이 한 캔을 원샷하기에 뭔가 싶어 뺏어 보니, 논알콜 음료였다.


“그럼 그렇지.”

“말했잖아. 술 조심.”

“나도 모르겠다. 잠깐 있어 봐. 주방 다녀올게. 안주할 만한 거 있나 보고 올게.”


지이이―

지이이―


“잠깐만. 흐흠. 흠. 여보세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경직된 모습으로 전활 받으니, 주혜성이 입 모양만 씰룩거리며 묻는다.


‘어디길래? 어디야?’


“예. 예? 예! 예. 예. 예! 예? 예. 예. 예에.”


태어나 이런 벅찬 순간은 처음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눈앞에 있는 주혜성을 끌어안았다.


“야, 뭔데 이렇게 애가 정신을 못차려? 이것 좀 놓고. 어후 야 숨막힌다.”


주혜성을 놓아준 나는 바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잠깐. 아빠. 엄마. 아니지. 하아···. 왜 하필 오늘따라 두 분 다 모임이신 거냐고.”

“야. 야. 야. 최선준. 무슨 전화를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내더니, 이렇게 흥분을 해? 잠깐. 너 설마. 드라마제작사구나. 그치?”

“어? 어······.”

“됐네. 됐어.”

“어···. 어떻게 알았어?”

“나 초등학교 때 처음 주연 발탁됐을 때, 울 엄마 표정이 딱 이랬거든. 근데 뭐야 정말 된 거야?”

“어. 그렇다나 봐.”

“그런 거면 그런 거지 그렇다나 봐는. 야 축하해.”

“실감이 안 난다.”

“괜찮아. 이런 건 좀 천천히 실감해도 되니까.”


***


밤새 우리 집은 파티 분위기였다.

부모님은 늦게 들어오셨지만, 나보다도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하셨다.


배우로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마치셨을 엄마는 마치 자신이 첫 주연을 맡은 것 마냥 눈물을 흘리셨다.


아빠 역시 할아버지의 반대만 아니셨어도, 미국서 의대 다니실 때, 브로드웨이에서 승부를 보셨을지 모른 다시며 아빠의 못 이룬 꿈을 아들이 대신 이뤄줬다고 나와 춤까지 추셨다.


어쩐지.

아빠 외모나 평소 술 한잔 걸치시면 노래하는 모습이 일반인 수준은 넘는다 싶었다.


“대작을 하는데, 당분간 작품을 위한 트레이닝도 해야 하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여명의 동쪽이면 제작비 투자가 장난 아닐 텐데······.”

“아빠 생각도 그렇다. 혼자는 감당하기 힘들 거야.”

“신생이긴 해도 드라마제작사 Z 자체가 든든한 라인을 고루 갖추고 시작하는 회사인 데다 거기 대표가 당분간 엔터까지 총괄한다고 하니까 일단 그쪽으로 계약해 봐.”

“그럴게요.”

“단, 절대 엄마에 대해서 외부 노출은 안 된다. 이건 반드시 지켜야 해.”

“그렇지. 아마 네가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까진 엄마 후광이라는 꼬리표를 항상 달고 다녀야 할 거야.”

“맞아. 엄마야 잘생긴 우리 아들 자랑스럽기만 하지만, 자칫 네 커리어에 오점이 될 수도 있으니, 이건 회사와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예.”


새벽까지 배우이자 연기 대선배인 하미애로부터 나는 지금부터 신인으로서 어떤 스탠스를 가져야 할지 특별 과외를 받았다.


“누구 핑계도 댈 수 없어. 배우는 잘되면 팬 덕분. 못되면 네 탓임을 명심해.”


대선배 하미애의 말씀 중 가장 와닿는 구절이다.


그렇지. 결국, 나의 일이다.

흥분으로 건들거렸다간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고작 두 시간 정도였지만, 생각 외로 잠도 푹 자고 아침도 평소와 같이 여유 있게 식사도 했다.


***


“오······. 최선준.”


대표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작가와 감독, 그리고 Z 엔터테인먼트 오실장과 새로운 매니저까지 앉아 있었다.


“제가 늦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아니야. 우리가 먼저 회의하고 있던 참이니까.”


대표는 마치 자신의 조카를 사람들에게 소개라도 하는 양 나를 친히 데리고 갔다.


“작가님께서 이렇게 주연배우 번복하는 일이 단 한 번도 없는 분이셔.”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 이러면 약속이 틀리지.”

“예?”

“완벽하게 한다며?”

“예. 완벽하게 하겠습니다.”

“좋다.”


작가는 다시 한번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진짜 다시 보니까 얼굴에 느낌이 있다.”

“그렇다니까. 내가 그냥 작가님이랑 대표님한테 긴급 제안을 넣은 게 아니라고.”

“아후, 알겠어요. 알겠어. 아까 걸어들어오는데, 나는 그 짧은 순간 런웨인줄 착각이 들더라니까.”

“고맙습니다.”


벌떡 일어나 작가 앞으로 구십도 이상을 꺾어서 인사를 했다.


“우리 작품 어려울 거야. 그리고 들어서 알겠지만, 내가 워낙 인지도 있는 배우들 쓰는 거 좋아하니까, 앞으로 대표님께 말씀드린 대로 이미지 관리 철저히 하고.”

“예. 작가님.”

“그럼 대표님, 우린 다음 회의 때 작업실에서 봬요. 감독님도요.”

“예, 우리 여 작가님.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집필에 전념하시면 됩니다.”

“그러게요. 그럼.”

“그럼 오늘은 나도 이만.”

“안녕히 가십시오.”


작가와 감독은 며칠 전만 해도 그렇게 으르렁거리더니, 오늘은 굉장히 절친인 양 함께 나갔다.


“그럼 우린 이제 좌 배우와 본격적인 이야길 좀 해야겠지?”

“예. 말씀하신 서류 가져왔습니다.”

“오 실장.”

“예.”


서류를 받아든 오 실장은 갑자기 나와 서류를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왜 그래? 설마, 최선준씨 범죄 이력이라도 있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선준씨? 어머니가 배우 하미애씨랑 그냥 동명이인이신 거죠?”

“같은 분이세요.”

“뭐?”


오 실장의 말을 듣던 대표는 갑자기 내가 가져온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그 하미애······. 씨?”

“예.”

“아버님께서 그 KBIC ‘명의의 장수 만세’ 최유식 박사님?”

“예.”

“우리 선준씨 엘리트 금수저 출신이었네. 어쩐지 사람이 처음부터 귀태가 나더라니까.”

“대표님. 그런데 부모님께선 제가 부모님과 엮이질 않길 바라세요. 특히, 어머니께서 계약 조건으로 반드시 명시했으면 좋겠다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아마, 어머니 후광 때문에 그러신 것 같은데 우리도 그러는 편이 나을 것 같긴 하네. 그렇지 오 실장?”

“예. 아마 작가님께서도 부모님께서 유명한 분들인 거 아시면 결정을 더 쉽게 안 해 주셨을 거예요.”

“아후, 그렇지. 워낙 앞뒤 깨끗하게 작품과 배우로만 승부를 보는 분이시니까. 오 실장은 내부 단속 잘하고. 특히, 언론에서 냄새 맡으면 골치 아프니까.”

“예, 대표님.”

“그리고 오늘부터 선준씨랑 함께 할 매니저 박광복 씨.”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


Z 엔터와의 첫 행보는 화보 촬영이었다.

앞으로 여기저기 프로필도 돌려야 하고.

무엇보다 방송사에 인물 목록이 들어가는데, 나에 대한 건 내가 임의로 찍었던 사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표님께서 진짜 기대가 크세요. 제가 업계에 오래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거의 톱배우에 준하는 대우거든요.”


이쪽 동네 분위기가 그런가?

매니저라는 박광복도 상당히 세련된 멋스러움이 있었다.


“자 다 왔습니다.”

“여긴······?”


차에서 내린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청담의 연예인 전문 샵이었다.


“Z 엔터?”

“예.”

“이쪽으로 오세요.”


철저하게 개인 룸으로 이루어진 곳이었기에 다른 연예인들은 보기 힘들었다.


“Z 엔터 오 실장님께서 아주 신신당부를 하시더라고요. 최고로 부탁한다고.”

“잘 부탁드립니다.”

“근데. 진짜 특A급이라고 하시더니, 그렇네.”


연예인 전문 샵의 부원장이라는 사람은 내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작품이다. 작품. 이런 마스크엔 메이크업도 별로 할 것도 없는데···. 살짝 터치만 하고, 헤어만 임팩트 있게 갈게요.”


살짝 터치만 하는데 무려 두 시간이나 걸렸다.

말이 터치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은 죄다 신경을 써주는 것 같았다.


완성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래서 메이크업을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나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어 있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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