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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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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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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인기 1

DUMMY

10. 돌발 인기 1






“느낌 좋은데?”


화보와 프로필 촬영을 위해 방문한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하나의 군단이었다.


사진 작가가 있으면 주변에 보조들이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조명과 부대시설을 담당하는 자들도 따로 있었다.


고작 삼십 분 정도 촬영하면서 오가는 사람마다 저 말을 들릴 듯 말 듯 자기들끼리 끊임없이 주고받았다.

그러면서 내가 누군지 묻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자 옆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커트. 귀찮아, 성가셔 고개를 약간 도리도리 커트. 이번엔 의자에 기대어 조금 조는 듯한 어린아이 해맑게 웃자, 커트. 좋아 최선준씨 거기서 45도 정도 좀 더 기대보자.”


작가는 거의 에너지가 터질듯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원하는 포즈와 표정도 많은데 그걸 표현하는 어휘 구사력이 장난 아니었다.


“셔츠를 입으로 물어볼까?”

“예?”

“아니 아니. 소매가 아니라. 잠깐만. 잠깐 셔츠를 위로 롤 업 해 봐.”


뜬금없이 셔츠를 들어 올리라는 말에 나는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항상 아랫배가 봉긋하게 나와 있던 오명운 때와 달리 매일 집에 있는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한 덕에 배에는 예쁘게 조각난 근육이 풋풋함과 짐승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운동 많이 하나 봐?”

“조금 합니다.”

“좋다. 그럼 조금 한 운동 자랑 좀 해 봅시다.”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아예 내 쪽으로 달려와서 셔츠 단을 내 입에 살짝 물려 주었다.


“요즘은 이런 천진한 표정에 손바닥만 한 노출이 살짝살짝 들어가 줘야 환장하거든. 보기도 좋고.”


저런 말을 노골적으로 할 수 있음에 깜짝 놀랐다.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말도 굉장히 포장하고 그러지 않나?

심지어 나 살던 원룸 방앞 사는 친구는 대놓고 야동 보면서도 주둥아리로는 ‘이건 예술이다.’ ‘인간의 몸이야말로 신이 주신 최고의 예술작품이다.’ 등등 개소리를 문학처럼 내뱉곤 했다.


그런데 사진작가는 노골적일지언정, 예술로 과대 포장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잠깐 모니터링.”


쉴 새 없이 몰아붙이더니, 나와 매니저에게 찍은 사진에 대해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아예 메이크업 자체를 하나도 안했어도 더 좋을 뻔했네.”

“감사합니다.”

“헤어도···. 좀 더 내츄럴해도 괜찮겠고.”


갑자기 사진작가는 사진을 보다 말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뭐가 잘못됐나요?”

“내가 사진 찍으면서 이런 마스크를 딱 세 번째 만나는데.”

“......?”

“렌즈가 선준씨 얼굴을 다 담지를 못하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작가님께서 선준씨 잘 생겼다 하시는 거예요.”


옆에 있던 어시스턴트들이 웃으며 말했다.


“아···.”

“Z 엔터라고 그랬나?”

“예.”

“대표님이 배우 마스크에 거의 사활을 거셨네.”

“감사합니다.”

“감사는. 이런 아우라에 지금까지 발탁되지 않고 숨어 지내느라 선준씨가 고생했지.”


첫 화보 촬영은 사진작가와 직원분들의 호들갑 속에서 무사히 끝냈다.


***


Z 엔터와 계약하기 전, 거의 모든 동선은 강남과 서초 내에서 이루어졌었다.


학교 가는 것 외엔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회사와 드라마 작가의 작업실이 모두 일산이다 보니, 일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촌과 여의도 정도로 많은 동선이 변화되었다.


“트레이닝 어떤 분께 받았는지 물어도 될까요?”

“로하드 황 선생님께요.”

“그분께요?”

“......왜요?”

“사실 고음 파트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부르기가 쉽지 않은데 선준씨는 그냥 대화할 때만큼만 힘을 주고 불러서 정말 독특하다 싶었거든요.”

“그게 문제가 되나요?”

“그런 건 아닌데, 진짜 신기해서요. 그런데 트레이닝을 로하드 황 선생님께 받았다니까 더 놀라운데요?”

“선생님께도 실은 선생님과 같은 평을 듣곤 했어요.”


오명운이던 시절.

나는 노래 부를 일이 거의 없었다.

코인노래방 한 번 못 갈 정도로 돈이 없어서는 아니다.

노래를 부르면 있던 흥도 깨버리는 마성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중저음과 고음이 자유롭지만, 예전엔 노래할 때마다 염소 삶아 먹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변성기를 잘못 보내서 그런지 늘 대화할 때도 남들보다 한 옥타브 높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 무슨 조화 속인 지 최선준의 성대를 갖고부터는 내가 들어도 내 목소리가 편안하다.

고음으로 유명한 노래들을 불러도 억지스럽지 않다고 해야 하나?


“걱정돼요.”

“제가 1900년대 초반 가요 발성을 배워서 그런가요? 정확하게 어떤 부분인지 말씀해 주세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보통 노래할 때, 클라이맥스 부분이 다가오면 노래 부르는 사람들 특유의 스텝이 있는데 선준 씨는 그런 거 없이 너무 편안하게 올라가니까, 이걸···. 뭐라 해야 하지? 다음에 멈출 건가? 하는 걱정이라고 해야 맞는 거 같아요.”


보컬 트레이너의 말을 듣자니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억지로 힘을 주라는 건가?

하긴 예전엔 클라이맥스가 아니었어도 안 나오는 목청을 터져라 힘을 주긴 했던 것 같다.


***


“저는 좋았어요.”

“예?”

“한때 아이돌 연습생이었거든요.”

“네? 그럼 선배님이세요?”

“선배는 무슨. 데뷔를 못 했는데.”

“그래도······. 그럼 아이돌 준비하시면서 매니저 하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 어려서부터 연습생 한다고 내가 연예인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살긴 했는데, 안되더라고요. 번번이 탈락하고. 되는 사람은 되는 판이거든요.”

“그래도 오랜 시간 연습하다 데뷔하는 분들도 계시니까······.”

“어후, 됐어요. 나는 연예인 되는 건 물 건너간 거 같고. 그동안 봐온 게 있어서 연예인이랑 성장하는 거 해 보려고요. 선준씨 보면 진짜 ‘아, 이래서 연예인이구나 싶다니까요.’”

“감사합니다. 형이랑 정말 동반 상승하고 싶어요.”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구요.”


신촌 한복판에 보컬 레슨실이 있어서 매니저와 주차장까지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 방송 ‘재밌는 시간’의 ‘길거리 노래 제왕’ 작간데요.”

“저희 바빠요.”

“아까 카라카 보컬 레슨실에서 나오셨죠?”

“......?”

“저희 한 번만 살려주세요. 오늘 너무 다들 꽝만 걸려서···. 저 오늘 메인 꼭지 못 따면 정말 큰 일이거든요.”

“저희는······.”

“형. 이런 건 논란거리 안되는 거 아니에요?”

“예?”

“어차피 저는 인지도도 제론데. 노래하나만 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잠시만요.”


매니저는 길거리 노래 제왕 작가와 멀찍이 떨어져서 오 실장과 통화를 하러 갔다.


“실은 아까 레슨실 들어가실 때부터 제가 주목하고 있었어요.”


나는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미소로 일관했다.


“혹시, 가수 지망생이세요?”

“아니에요.”

“저희 프로에 은근 가수 지망생분들 우연 가장해서 많이들 접근 하시거든요.”


사실, 설명이 필요 없는 프로그램이긴 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돌로 데뷔한 사례도 있었고.

그런데 내가 출연하고 싶은 건, 일종의 확인 같은 거다.

아직까지 트레이너 두 사람 말고는 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사람이 없다.

드라마 작가와 미팅 때 한 소절 불러보긴 했지만, 대중들이 내 노래를 들을 때의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진짜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있었다.

나에 대한 확신 같은 거.


통화를 마쳤는지, 매니저는 헐레벌떡 달려왔다.


“뭐라 세요?”

“잠시만.”


프로그램 작가와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를 데려가자 작가는 걱정스럽게 우릴 바라봤다


“허락 받았어요.”

“정말요?”

“대신 조건.”

“예.”

“이름이랑 노래만. 내가 작가한테도 말해 둘 건데. 다른 질문 하지 않고. 혹시 돌발 질문 나와도 절대 신분 노출 많이 될 건 하지 말고. 제작 발표회 때 시너지 효과 조금 주려고 하시는 거 같았거든.”

“예. 썰.”


매니저의 신신당부와 함께 나는 ‘길거리 노래 제왕’이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점수는···. 아. 아쉽게도 89점. 하고 싶은 말씀 한 번 하시면?”

“다음에 꼭 다시 불러주세요.”

“기회가 되면 꼭 함께하겠습니다.”


와아―

와아―


“다음이 누구길래 이렇게 정리도 안 됐는데, 난리들이실까요?”


준비하는 곳에서 기다리는 날 본 길거리 관객들이 갑자기 소릴 지르기 시작했다.


“시작 도부터 기선제압을 완벽하게 하셨는데. 자 나와 주세요.”


무대랄 것도 없는 길거리 한복판에 겨우 다섯 걸음 정도 나아가는 동안 거짓말 같은 환호성이 쏟아졌다.


“에이. 이런다고? 자기야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스무 살이고요, 최선준입니다.”


캬아아―

와아―


“어후, 이러다 상가번영회에서 쫓겨나요. 쉿. 쉿.”


진행자가 진정을 시키려 해도 특히, 내 앞쪽에 자리 잡은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러가며 소릴 질렀다.


“어디. 나도 좀 정면에서 봅시다. 흠···.”

“가리지 마요. 가리지 마.”

“뒤쪽으로도 봐주세요.”


무대 매너를 위해 진행자는 나를 데리고 사방으로 인사를 한 번씩 시켰다.


“진짜 잘생기긴 했다. 어우, 기럭지 하며. 근데 여러분 이분이 수줍음이 많대요. 그만 뚝. 뚝. 노래를 들어야 할 거 아니에요. 이렇게 소리 지르면 우리 진짜 쫓겨난다니까요.”


진행자의 수차례 당부로 겨우 진정이 됐다.


“내가 길 가던 후배 아이돌 난입한 이후로 이런 적은 진짜 처음입니다. 좋습니다. 과연 비주얼만큼이나 노래는 얼마나 좋을지. 무슨 노래 불러주실 건가요?”

“슬픈 가면이요.”

“네? 그 어려운 곡을?”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진행자에게 웃어주었다.


와아―


“알았어요. 알았어. 최선준씨? 미소 금지. 여러분도 그만. 박수로 청해 듣겠습니다. 슬픈 가면.”


노래방 반주기에서 반주가 흘러나오자, 길거리 관객들은 일제히 핸드폰으로 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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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돌발 인기 3 24.09.10 306 8 11쪽
11 돌발 인기 2 24.09.09 317 7 10쪽
» 돌발 인기 1 24.09.08 34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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