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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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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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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딱 두 캔

DUMMY

1. 딱 두 캔






어제 딱 두 캔이었다.


***


보육원에 맡겨진 5살.

여름이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잊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변해 버린 날.

늘 한가하고 평화로웠다.

그러나, 5살 이후로 모든 것이 전쟁이었다.

어떻게든 절을 찾아가려 했지만, 허사였다.

내가 너무 어렸으니까.


내 법명은 명운(明雲).

태어나면서부터 동자승이었다고.


왜 태어나서 절에 맡겨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날 돌보시던 스님께서 선종하셨고, 그 바람에 보육원 신세가 되었다.


부모는 물론이고, 나에 대한 건, 생일이 1월 1일이라는 거 말고는 모른다.


공부를 그리 잘 하지도 않았고, 운동에도 소질이 없었다.

보육원에서 자라는 내내 모든 것이 애매했었다.


“넌 나가서 뭐 할 거냐?”


친구가 했던 말이다.


생각해 보니, 고아원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이제 고작 1년 반 정도 남았을 즈음.

모든 것이 어정쩡했던 내가 나가서 무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처음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때, 내가 지내던 고아원에 배우 서강민이 봉사활동을 왔었다.

소탈하지만, 고급스러운 재벌집 아들 역할 전문이었던 배우.


“저 형도 고아 출신인거 알아?”


친구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연예인에 대해서 관심이 없던 터라 처음으로 서강민에 대해서 검색해 봤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낸 최고의 국민 배우」


누가 봐도 부잣집 아들에 엘리트 교육을 받아 보였지만, 사실은 중학교 졸업이라는 기사에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았다.


그때부터였다.


“나도.”


나도 서강민처럼 되고 싶었다.

연기가 뭔지도 잘 몰랐으면서 무작정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솟구쳤다.


아마, 그때부터 내 오디션 인생이 시작됐을 거다.

서강민 배우가 나왔던 드라마를 따라하고, 인터넷으로 다운 받을 수 있는 대본을 닥치는 대로 읽고 또 읽었다.


고등학생 엑스트라 모집하는 곳이 있기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출연도 했다.


고작 몇 만원 안 주는 일이지만, 그래도 엑스트라라도 하게 되는 날이면 나도 국민 배우 대열에 한걸음 바짝 다가서는 기분이었다.


연기 에이전트사와 매니지먼트사 그리고 오디션이라면 발바닥에서 닭똥내가 나도록 다녔다.

당시 엑스트라로 번 돈을 모두 차비로 썼을 정도로.

고3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나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다.

그동안 다녔던 모든 오디션에서 깨끗하게 탈락하게 됐다는 거.

딱 두 번 2차까지 갔지만, 나머진 모두 탈락.

이러기도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꿈을 접지 않았다.


보육원에서 받은 지원금 오백.

새출발을 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금액이었다.

생일이 빨라, 고3 겨울방학 중에 신검까지 받았다.


‘일단 다녀오자.’


지원금 오백에 군월급까지 모으면 그래도 천만원가까이 될 수 있었다.


전역후에도 꿈은 명확했다.

그냥 배우도 아니었다.

‘국민배우.’


오백에 삼십짜리 방에 살면서 아르바이트와 연기학원 그리고 오디션을 위해 모든 시간을 바쳤다.


***


천 번 딱 떨어지고 죽자고 마신 게 맥주 두 캔이었다.

다른 배우들은 엑스트라를 하면서 쌓은 인맥으로 캐스팅되기도 한다는데.

내겐 그런 행운도 없었다.


맥주 치사량이 한 캔이지만, 두 캔을 샀을 때의 기분은 ......


“아이고 머리야.”


천 번 떨어진 배우 지망생 맥주를 두 캔이나 마시고, 죽지도 않고 살아났다.


그런데 낯선 냄새에 겨우 눈을 떠 보니, 내 방이 아니었다.

4평짜리 반지하 원룸이 아닌 널따랗고 아늑한 방이었다.

지금쯤이면 곰팡이때문에, 사방팔방에서 찌를듯한 곰팡내와 눅눅한 이브자리에서 뒹굴어야 정상이다.

세련된 라이트 블루로 정갈한 침구하며, 화장대, 펄감이 은은한 벽지.


‘여기가 누구네 집이었지?’


밤사이 다 토했는지 내 몸엔 실오라기 하나 걸쳐있지 않았다.

이런 맨몸뚱아리로 남의 침구에 함부로 들어와 있다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민재방인가? 승철이네?’


끼리끼리 논다고, 가봤던 친구들 방중에서도 이렇게 으리으리한 집은 통 기억에 없었다.


똑똑똑.


“아직 자니?”


대충 들어도 포근함과 교양으로 중무장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마도 방 주인을 찾는 것 같았다.

이 몰골로 숨으러 가기에도 늦었다.

어쩌자고 침대는 이렇게 방 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건지.


하는 수 없이 이불 속에 최대한 밀착했다.

숨도 쉬지 않았다.

괜히 이불이 들썩였다간 쉽게 들킬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조용히 손이 이불속으로 들어왔고, 익숙한 듯 단번에 제쳐버렸다.

순식간에 드러난 알몸을 가릴 수 없어 나는 가장 큰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이불에 엎드렸다.


“자...잘못했습니다. 빨리 나갈게요.”

“아는 녀석이 지금까지 누워있어? 오늘 중요한 오디션이라며?”


아까 들었던 중년의 여인이었다.


“선준아, 늦었으니까 오늘은 일단 내추럴하게. 알았지?”


‘선준? 명운이 아니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일단은 여인을 방에서 나가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기 때문에 대충 얼버무렸다.


“간단하게 디톡스 쥬스 해 놨으니까, 얼른 나와.”

“예.”


딸깍 문소리를 듣고 나서야,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무슨 방 하나에 문이 세 개나 있었다.

하마터면 이 몰골로 방 밖으로 나갈 뻔 했다.


욕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저 웃음만 났다.


내 네 평짜리 반지하 원룸보다 넓고 쾌적했다.

막말로 여기다 침대 하나 가져다 놓고 살라고 해도 한살림 충분히 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곳에 사는 선준이란 놈은 대체 뭐 하는 놈이지?’


씻고 나간다 해도 아래층 거실에서 디톡스 쥬스와 함께 내가 아닌 선준을 기다리고 있을 중년 여성을 어떻게 피할지가 숙제였다.


“허헙.”


지금까지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울이 뿌얘서 그런가?’


김서린 거울을 박박 닦고 다시 봤다.

죽자고 마신 맥주 때문에 눈이 잘못됐나 해서 눈을 비벼도 봤다.


“하압.”


나는 있는데, 거울 속엔 내가 없었다.


간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설마?’



***


[지난밤]


마지막 천 번째 불합격 소식을 들었던 곳은 편의점이었다.


[......수험번호 XXXXXX번 오명운님은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집어 들었던 라면을 내려 놓고, 끊었던 담배 한 갑과 맥주 두 캔을 구입했다.


‘마시고 죽자.’


몇 년간의 수험 생활을 모두 잊고 진탕 마시고, 눅눅하고 퀘퀘하긴 하지만 변함없이 나를 반겨준 좁디 좁은 원룸에서 원 없이 나뒹굴고 싶었다.

돈도 시간에도 구애받지않고.


그동안 봐 왔던 오디션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원래도 사고가 많은 가파른 교차로 언덕.

일명, 야간 폐지 리어카의 죽음의 골.

거칠게 운전하는 트럭에 리어카를 모는 노인들이 부딪히는 사고가 잦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저 멀리서부터 트럭의 클락션 소리가 요란했다.

도로 복판에서 리어카의 바퀴가 빠진 것이다.

하필 그 시간에 사람도 없었기에 리어카의 주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귀가 어두운 탓에 클락션 소리를 잘 못들은 것인지, 리어카에서 나올 기미가 없었다.


“어...어...어...어... 안돼!”


이성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달려나갔다.

앞뒤 가리지 않고 폐지 리어카를 향해 돌진했다.


“할머니, 여기서 나가서야.”


이것저것 설명할 틈이 없었다.

한줌밖에 안 될 것 같은 마른 할머니를 리어카에서 들어 트럭 반대 방향으로 밀어 드렸다.


“안 돼!! 젊은이!”


.

.

.


어제 난, 맥주에 취해 뒹굴었던 게 아니었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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