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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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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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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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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돌발 인기 2

DUMMY

11. 돌발 인기 2






네가 나를 몰라도

내가 너를 못봐도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매일 너와 손을 잡고

매일 너를 품에 안고

살아가는 꿈을 꾼다.


다시 한번 너의 숨결

고스란히 내 가슴에 묻어두고.


인터넷 동영상에서만 봤던 인파의 물결이 무엇인지 처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처절한 음색의 곡이지만,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은 특히, 싱어들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높으면서도 중후한 맛과 애절함을 살려야 하는 정말 어려운 곡이다.


보컬 트레이닝 때 연습한 곡이 아니라, 힘들 때마다 흥얼거리던 곡이었기에 해보고 싶었던···.


풋내기 길거리 노래 도전자의 마지막 고음을 앞두고 사람들은 손으로 흔들어주던 갈대를 멈추고 조마조마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까지는 무난했지만, 여기서 무너질까 다들 발을 동동 구르기까지 하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트레이너들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노래는 좋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든다는 말.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두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뒤돌아선다

영원히 그댄 내 가슴에.


곡이 끝나자, 진행자는 길거리 관객들 사이로 숨어들었다.


빰빠바 빰빰빰 빰빠바바

100점


싱어의 무덤에서 살아남아 마치 승리라도 한 기분으로 나는 길거리 무대 한복판에 서 있었다.


어쩔 줄을 몰라 웃으며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그제야 환호성이 터졌다.


와아―

와아―

“가지 마.”

“가지 마.”

“앵콜.”

“앵콜.”


노래는 어렵지 않게 불렀지만, 뜻밖의 폭발적인 반응에 심장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그제야 진행자도 가려는 나를 붙잡았다.

나를 와락 껴안자, 거의 농성에 가까울 정도로 고함을 질러댔다.


“알았어요. 알았어. 히야, 내가 최선준씨 손이라도 잡았다간 테러당할 분위긴데. 아니···. 자기야. 가긴 어딜 가려고 그래.”

“가지 마.”

“가지 마.”

“이 곡으로 100점을 만든 역사가 없었는데, 이걸 어쩌면 좋니. 어쩌면 좋아.”

“기계한테 잘 보였나 봐요.”

“그렇지. 우리 기계도 얼굴 좀 타거든.”


진행자의 말에 아까 89점 받은 사람이 장난스럽게 난입하려 하자, 주변에서 말렸다.


“자, 룰은 룰이니까, 소정의 상품 받으시고. 우리 프로그램 인기 아시죠?”


대답을 하려는데, 매니저가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해서 나는 그저 웃어주었다.


“우리 선준이가 아직 모르는구나. 형이 알려줄게. 이제 선준이는 내일 즈음이면 SNS에서 난리가 날거야 난리가.”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학생이에요.”

“하아. 혹시 아이돌 준비하시고?”

“아니요.”


나는 손으로 엑스까지 그어가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또다시 환호하며 외쳤다.


“데뷔해.”

“데뷔해.”


매니저는 더는 안된다는 얼굴로 내게 시간을 가리키며 마무리 짓도록 사인을 보냈다.


“전국의 엔터테인먼트 대표님들은 이 얼굴을 잘 봐주십시오. 지금까지 스무 살 최선준이었습니다.”


겨우 인파를 빠져나와, 매니저와 나는 주변을 돌다가 주차장으로 갔다.


“그거 봐요. 내가 선준씨는 뭘 해도 될 사람인 걸 알아봤다니까. 오면서 눈가에 고인 이슬 다 털어냈네.”

“제가 실수한 건 없죠?”

“어느 학굔지도 말 안 했고, 우리 아이돌 준비하는 거 아닌 거 맞고. 아직 선준씨가 이쪽으로는 아예 인지도가 없어서 살짝 노이즈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괜찮을 거예요. 어린 사람이 깨톡 말고 SNS 하나도 안 하는 거 보면 신기하다니까.”

“남들처럼 올릴 게 많지 않아서요.”

“내가 선준씨였으면, SNS만으로도 한몫 단단히 챙겼겠다.”


고작 십여 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진정이 안 됐다.

학교 다니면서 프레젠테이션할 때 빼곤 서른 명 이상 앞에서 서 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물론, 한국 예술 대학교 수업에서야 실기 때문에 몇 번 서 보긴 했지만,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좋은 평가를 받긴 했지만, 수업 시간에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은 수업이라는 강제성을 가진 의무관객이지만, 조금 전엔 달랐다.

폭발적인 환호.

나중에 환호 소릴 듣고 합류한 사람들까지 하면 백여 명이 훌쩍 넘을 것 같은 관객의 눈은 물론이고 그들의 핸드폰 카메라가 모두 나를 향해 있었다.


‘이래서 아이돌 하려고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벅차올랐다.


***


[데뷔했더라?]

“내가?”

[좌선준. 인간적으로 너도 문명의 이기를 누릴 때가 되지 않았냐?]

“요점만 얘기하자. 나 지금 들어와서 이제 씻었다.”

[너 SNS 계정은 있지? 아니다, 너튜브 들어가 봐. 얼른.]

“잠깐만.”


꽤 늦은 시간인데 주혜성은 특유의 호들갑 섞인 목소리로 전활 걸어서는 내게 빨리 인터넷에 접속하도록 재촉했다.


“사람들이 너 이렇게 급한 성격인 거 알면, 배신감 들지 몰라.”

[너랑 우리 집 식구들 아니면 아무도 몰라. 인터넷 켰어?]

“들어왔어.”

[거기서 신촌 길거리 노래 제왕 검색해봐.]

“알았다.”


왠지 녀석의 호들갑에 감이 오긴 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라이브이기도 하고.

요즘 워낙 각자 동영상 플레이 채널이나 계정들이 있는 편이니까.


[봤어?]

“어? 어······.”

[짧은 영상은 거의 도배 급이야. 너 이 자식 신촌을 아예 들었다 놨던데? 이거 사전에 허락받은 거야?]

“그···. 렇긴 한데. 아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매니저와 인파를 뚫고 나와 바로 골목골목 사이로 돌았기 때문에 나는 주변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까지는 미처 몰랐었다.


[너는 내가 사고 한 번 낼 줄은 알고 있었다. 이거 이거 대본 연습도 하기 전에 아이돌 제안 오는 거 아냐?]

“그 정돈 아니였어. 하여간 과대포장은.”

[아닐 걸. 라이브 영상 여러 개 올라왔어 몇 개 들어봐봐. 요즘은 장비가 좋아서 음향 잡는 게 거의 방송국 수준이라.]

“알았어. 혹시 모르니까 학교에선 다른 말 하지 말고.”

[그건 내가 당부할 말이네, 친구. 특히, 예전에 모일중 선배가 예능 하면서 당부해 주시더라구.]

“우리 보다 다섯 기수 선배?”

[어. 우리 학교 애들 다들 영화판이나 드라마 쪽 생각하고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서 경쟁이 장난이 아니잖아. 서로 조심해서 나쁠 거 없다 이거지.]

“오케이. 우리 대배우 주혜성님의 당부라면 당연히 따라야지. 가슴팍에 포인트 백 정도로 해서 새겨두겠습니다.”

[자세가 되었느니라. 나 그럼 내일 과제 못한 거 하느라 이만.]

“수고.”

[아 참, 친구.]

“말씀하시게 대배우 주혜성군.”

[우리 어렸을 때 약속한 거 잊지 말게나.]


별말 아니었지만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최선준은 스무 살 이후. 최선준이 곳곳에 남긴 흔적이 전부였다.


어렸을 때의 약속이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면 별 것 아닌데도 괜히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기분이었다.


[이거 봐. 이거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까맣게 잊고 있었구만.]

“그게······.”

[우리 서른 전에 할리우드 진출하기로 했잖아.]


주혜성의 말을 들으니, 왜 그렇게 최선준의 주변이 깨끗한지 알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다른 길로 새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해 온 친구 같았다.

출중한 외모와 스펙, 그리고 천재적 감각에 안주하지 않는 순수 노력파.


“잊지 않았어. 꼭 같이 가야지.”

[오케이. 잘 자게 친구.]


주혜성의 말을 들으니 새삼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 복받쳐 솟구치는 것 같았다.


— 헬 고음의 베이비가 나타났다.

— 듣는 내내 조마조마했음.

└ 나만 그런 줄. 장난처럼 부르는 줄.

└ 처음에 음치가 장난하려고 나온 줄

└ 친구가 얼굴 보자고 동영상 찍었다가 노래에 빠져듦


— 소름

— 이 사람 뒤로 줄줄이 떨어서 다 망침

└ 실제 참가잡니다. 떨려서 정말 노래가 안 나왔어요.


— 그 정도면 아이돌 지망생 아님?

└ 이름 말고 아무것도 말 안 했던데?

└ 한국 예술대 학생 같은데···.

└ 정말임?

└ 연기과에서 본 거 같은데 확실치 않음.


— 얼굴이 예술인데, 목소린 소름



온통 댓글에 칭찬 일색이었는데도 눈물이 나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고맙습니다.’


***



오늘은 트레이닝 스케줄이 야간에만 있었기 때문에 오전 오후 수업 모두를 참석할 수 있었다.


강의실로 들어가는데, 착석하는 순간까지도 주변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의식하지 말자. 의식하지 말자.’


일부러 점심도 김민구와 허석만처럼 연기보다 연출 쪽에 관심 있는 녀석들과 어울리며 무덤덤 하려 애썼다.

이 친구들이 좋은 게, 인사치레 한 번 한 거 말고는 사람을 편하게 해 준다는 거.


인터넷과 SNS의 힘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오명운으로 살던 시절엔 SNS에 목을 매고 살았다.

알바와 취업 준비로 찌들어 있는 내 인생에 작은 소통창구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봐야 보통 내가 팔로우를 하지, 누가 내 팔로우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반응이 오니까, 최선준으로 깨어난 당일처럼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이야, 선준씨. 대체 간밤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컨셉전략과 앞으로 있을 대본 리딩 관련해서 Z 엔터 사무실을 가자, 오실장이 들뜬 표정으로 나를 맞아줬다.


“아침에 대표님께서 최선준 터졌다고 문자 주셔서 무슨 일인가 해서 깜짝 놀랐잖아. 이렇게 대형 사고를 칠 줄이야······.”


오실장의 들뜬 상태를 가라앉히기라도 하듯,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예. 오늘 명단 넘기라구요? 예. 알겠습니다. 지금 옆에 와 있어요. 그럴게요. 진정시킬게요. 예. 그럼 오후에 바로 넘기겠습니다.”


진정은 내가 아니라, 오실장과 대표가 해야 할 거 같은데······.

둘이 오가는 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을 보아 어젯밤 길거리 노래 제왕에 출연한 게 나쁜 지표 같지는 않았다.


“실장님, 여기 연예 지수 데이터 나왔어요.”


Z 엔터의 연기 파트 팀장이 패드를 건네자 오실장의 입꼬리가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승천했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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