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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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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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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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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1

DUMMY

3. 오디션 1







지금은 철저하게 거지였다.

흡사, 내몸에 빙의가 된 것처럼.

택시를 타고 올때 느꼈던 소름의 정체를 알았다.


전율.


한 번도 온몸으로 이런 경험을 해 본 바가 없었다.

감독의 ‘시작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의식이 명확해 졌다.

더 이상의 나는 오명운도 최선준도 아닌 오로지 대본 속 거지였다.


S#48 움막, 낮


부모를 잃은 거지 꼬맹이들에게 거지1이 주접을 떤다.


거지1] 헤헤헤헤. 내가 어젯밤에 일본 경찰의 총을 빼앗아 코를 팠더니, 이렇게 주먹만 한 코딱지가 나왔지 뭐이냐.

꼬마1] 또 그 소리.

거지1] 그리고 내가 놈들 탄창에 뭘 넣은 줄이나 알아?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놈들 총 탄창에 말이야. 헤헤헤헤. 요거지 요거.

꼬마2] 이 새끼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아이들이 우르르 거지 주변에서 떠나버리면, 거지는 쓸쓸하게 아이들을 바라본다.


거지1] (정색하며 주먹을 움켜쥐다 돌아서서) 헤헤헤헤헤.


마지막에 대본과 상관없이 나는 책상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마치 그 안에 갇혀 있는 듯.

그리고 또 다시 시원하게 웃었다.


“컷.”

“고맙습니다.”

“하아 ···. 방금 책상 아래엔 왜 들어 간 겁니까?”

“거지, 개똥풀이는 조만간 스스로 폭약이 되어 스러질 걸 알고 있습니다.”

“계속 하세요.”

“지금 당장 스러질 바람 속 촛불과 같은 자신의 마음을 움막에 들어가 표출한 것입니다.”

“왜죠?”

“...... 제 마음이 그래서요.”

“좋은데...... 좋은데···. 하아···. 그래요. 자, 다음.”


내 연기를 보고 있던 감독은 내내 무표정했다.

내 상대를 리딩해 준 스태프의 표정은 ‘괜찮은데?’하는 정도.

최종 결정자는 감독이었기에 스태프들 백 명이 와서 놀란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은 없다.

그래도 이 몸으로 눈뜬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 이렇게 오디션을 보니,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고작 1-2분 남짓한 연기였지만, 내 나름의 전율을 느낄 정도로 해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와 핸드폰을 확인했다.

도대체 이 상황이 빙의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세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최대한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

최선준이는 굉장히 시간을 정돈해서 쓰는 타입이다.

핸드폰에 일일이 일주일치 일정이 시간대별로 메모되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도 사는 구나.’


최선준의 다음 스케줄은 학교 수업이다.


“한국 예술대요.”


바로 택시를 잡아 타고, 최선준의 학교로 향했다.

바깥 활동이 빼곡해서 얼마나 감사한지.

솔직히 집으로 들어갈 것이 아직은 몹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미 오명운의 핸드폰에 전화를 해 봤지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오명운은 어쩌면 이제 세상에 없는 존재일 수도.


탑승하자마자, 메신저 단톡방 진동음이 줄기차게 울렸다.


[끝남?]

[학굔?]

[될 거 같음?]

[우찬이도 빠지고 심심]

[오후 수업에 배역 정함]

[간만에 학식 어때?]


단톡방엔 네 명이 있었다.

이중 익숙한 이름도 있었다.


‘주혜성?’


내가 아는 주혜성이 있긴 하다.

인기 청소년 스타.

설마 하는 생각에 갤러리를 열어보니, 진짜 내가 아는 주혜성이 맞았다.

연예인 지망생들은 친구들도 죄다 연예인인가 싶었다.


[1시간이면 도착할 듯]


이라고 메시지를 보내려는데,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익숙한 전화 번호 빼고는 모두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거나 바로 차단을 했을 테지만, 오늘은 마성에 끌린 듯 전화를 받았다.

이 전화에서, ‘이제 당신은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라고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듣게 된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반나절이라도 이런 부류의 사람으로도 살아봤으니, 꿈이라고 해도 어엿한 길몽이다.


[안녕하세요. 최선준씨?]

“네. 어디십니까?”


일단 꿈에서 깰 일은 없어 보였다.


[조금 전에 오디션 보셨죠?]

“예.”

[감독님께서 따로 선준 씨와 드라마 관련해서 대화를 나누셨으면 하세요.]

“예?”


하마터면, 달리는 택시 안에서 소리라도 지를 뻔했다.


[멀리 가시지 않으셨으면, 이쪽으로 다시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나 싶었다.

그것도 내로라하는 대한민국의 드라마 대가라 손꼽히는 작가와 명장이라 불리는 감독으로부터 콜을 받다니......


***


안내를 받아 사무실로 들어가 보니, 제작사에서 나온 직원이 둘 있었다.


“최선준씨?”

“예.”

“실은 저희 드라마 제작사 Z에서 항상 배우님들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전화로는 감독님께서 만나고 싶다 하셨다 들었습니다.”

“맞아요. 감독님도 저희 Z와 거의 전속으로 움직이고 계신 분인데, 아까 선준 씨 보시고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고맙습니다.”

“굉장히 비주얼이랑 오디오가 좋으세요.”

“과찬이십니다.”


대화가 쉽지 않았다.

최선준이는 스무 살이지만, 그래도 나는 서른 넘는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는가.

삼십 년을 살아 봤으면 뭘 하나.

이런 자리를 한 번이라도 가졌어야 말이지.

다 떠나서 태어나 이런 종류의 칭찬을 처음 들어봤다.


연기가 좋다, 나쁘다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평가다.

나처럼 오디션 참가의 수만 많은 사람들은 아예 그런 평가 조차 들을 기회가 없었다.


여전히 꿈속에서 못 나오고 있는 기분이다.


“이건 저희들이 감독님이랑 워낙 오래 일하다 보니 알 수 있는 건데요.”

“......예?”


귀가 쫙-- 열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된 건가?’


“아마 이번 드라마에서 같이 출발하시긴 힘드실 거 같아요.”

“아······.”

“보통 스무 번 넘게 오디션을 보시는 편인데, 이번엔 주요 배역이 이미 다 찼어요.”

“제가 본 건 단역 거지1, 개똥풀이 역할이었습니다.”


직원들은 허리를 뒤로 빼더니 나를 좀 더 멀찍이서 여러 각도로 보려 했다.


“거지를 하시기엔 비주얼이 너무 훌륭하셔서······.”


한 마디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굳이 그런 이야길 왜 불러서 해야 하는 거지?


제작사 직원은 내게 좋은 말은 죄다 갖다 붙이면서 말했다.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감독님께서 따로 2차 미팅을 부르신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아......”

“화이팅.”

“예? 예.”

“저희 제작사 Z랑 이미 계약된 드라마만 두 편이 더 있으세요.”


직원들의 영양가 없는 이야길 무려 삼십 분이나 더 듣고 있으니, 감독이 들어왔다.


“오.”


아까 시큰둥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이름이 뭐였지?”

“최선준입니다.”


어디 가서 기죽고 끌려가는 스타일은 아닌데, 지금은 감독에게 홀린 듯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이돌 관심 있나?”

“아닙니다.”

“그래? 지원서를 보니, 끼가 상당히 많은 거 같던데?”

“연기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 본 것뿐입니다.”


오디션 천 번의 짬이랄까.

이런 돌발 질문에 대해선 상당히 강한 편이다.


아직 최선준에 대해선 감독이 지원서에서 본 것 외에 나 역시 더 아는 게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어른들이나 담당자들이 좋아하는 질문의 종류에 대해서 충분히 단련 되어 왔다.

몸이 인터뷰를 잘 안다고 해야 할까......


인터뷰 내내 감독은 옆집 삼촌 같은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자리가 지금 당장 내게 큰 상관이 있는 건 아니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 마당에.


“일주일 뒤에 다시 만날 수 있겠나?”


감독은 내게 아까 지원서에서 준비했던 드라마의 대본 책 한 권을 내밀었다.


“하아... 아무리 봐도 거지1 깜은 아니야.”

“아······.”

“그중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배역을 연습해서 다시 만나자고.”

“제가 골라서 말씀이십니까?”


감독은 눈썹을 이마 위로 들썩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자네가 잘만 하면 까짓거.”


이렇게까지 쿨하게 배역에 대한 제안도 없이 대본 책만 달랑 하나 주고?

이러는 게 도대체 이 세계에서 맞는 건가?


“그럼 일주일 뒤에 여기서 다시 보자고. 수고.”

“고맙습니다.”

“고맙긴. 정해진 것도 없는데.”


감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을 나갔다.


“원래 이런 식으로 오디션이 진행되기도 하나요?”

“저희 감독님 오디션만 보통 육 개월에서 일 년 보세요.”

“그렇군요······.”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언젠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배역 주인공도 그런 식으로 뽑혔다는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에 심장이 터질 듯 두방망이질했다.


***


오디션 후 학교로 가는 동안 나는 최선준의 핸드폰으로 최대한 최선준에 대해 분석하려 노력했다.


이 녀석의 일상은 내겐 드라마에서나 보던 지극히 남의 이야기였다.


학교 수업, 보컬 트레이닝, 연기 트레이닝, 어학, 악기 레슨, 운동까지.


‘완전히 초월급 인생이로구나.’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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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처음이라고? 2 24.09.13 290 6 10쪽
14 처음이라고? 1 24.09.12 291 8 11쪽
13 돌발 인기 4 24.09.11 300 10 10쪽
12 돌발 인기 3 24.09.10 307 8 11쪽
11 돌발 인기 2 24.09.09 318 7 10쪽
10 돌발 인기 1 24.09.08 34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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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디션 3 24.09.03 452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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