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톱스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최근연재일 :
2024.09.18 22:3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7,820
추천수 :
201
글자수 :
88,858

작성
24.09.06 21:20
조회
361
추천
11
글자
11쪽

계란으로 바위치기 2

DUMMY

8. 계란으로 바위치기 2







“살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조선은 나를 얼음물 아래의 심연으로 밟고 짓눌러 버렸지.”


꼬았던 다리를 풀고 사무실을 마치 나의 무대처럼, 드라마에서 풀어야 할 장면으로 만들어버렸다.


“괜찮았어. 여전히 그대가 살아있으니까. 같은 공간이 아니면 어때? 서로 만져보지 못하면 어떠냐고. 내 사람이 아니어도 어느 곳에선가 그대가 편안히 숨을 쉬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 그거면 됐거든. 그런데. 도대체 어째서 왜 이런 곳에······.”


대사를 해야 하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얼음이 되는 시간 딱 3초.

자칫, 애송이 배우지망생이 작가 눈에 한 번 들어 보이려고 의상에 화장까지 곱게 하고는 밑천이 다 드러난 것처럼.

내 동공은 어디로 초점을 맞춰야 할지 방향을 잃었다.

벽에 붙은 시계의 바늘도 함께 멈춰버렸다.


오명운의 스무 살.

보육원에서 생활 지원금으로 받았던 돈을 군 전역 후 보이스 피싱으로 날렸을 때보다 더 극한의 고통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간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무너지는가 싶을 즈음.


움찔.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시계 바늘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입에선 베르체노프 박이 밀정의 함정에 빠진 여주인공 나여진에게 살기 위해 자신을 배신하라고 설득할 때의 대사가 또다시 홀린 듯 읊조려졌다.


가발을 벗어 던지고, 문가에 앉아 있던 여직원에게 사무실 문을 열어줬다.


“최대한 빠르게, 멀리 떠나요. 나도 오래 버티진 못할 겁니다.”


여직원은 내게 호응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가 줬다.

그리곤 나도 사무실 허공에 충혈된 눈으로 굿바이 키스를 선사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을 나왔다.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작가, 감독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긴 했지만, 심장은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내게 솟구치는 전율 덕에 그들의 기에 말려들지 않을 수 있었다.


‘아오. 끝났다.’


대략 3분 정도 되는 시간이었다.

이쪽 세계가 원래 그런가?


밖으로 나온 직원분은 내게 파이팅의 손동작으로 보답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나와 주셔서.”

“진짜 멋있었어요.”

“작가님 초면에 너무 정신 나간 놈처럼 보이지 않았을까요?”

“작가님도 감독님이랑 비슷하신 분이라, 비생산적인 일엔 절대 1초도 안 쓰시는 분이세요. 분명 작가님도 좋은 인상 받으셔서 끝까지 봐주신 거 같아요.”

“그럼 정말 다행이고요. 저, 화장실에서 옷 좀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잘 말씀드려 주세요.”

“그럴게요. 다녀오세요.”


직원분은 긍정적으로 반응해 줬다.

반면에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대표와 작가는 도통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바했나? 다 틀어진 건가?’


사무실 밖에 미리 준비해 둔 쇼핑백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부리나케 이동했다.


“여자 화장실은 맞은 편입니다.”


남자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는 분이 흠칫 놀라서 내게 여자 화장실을 안내해주었다.


“고맙습니다. 전 남잡니다.”

“네? 어후, 놀래라.”


빠르게 클렌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실망하지 말자. 실망하지 말자.’


원래 실패하고도 좌절하지 않는 게 내가 가진 유일한 매력이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남지 않았다.

기대를 안 한다면 거짓이겠지만, 아직 이런 기회를 무궁무진하기에 이런 경험만으로도 꽤 커다란 성과라고 생각했다.


똑똑.


[들어와요.]


“안녕하십니까. 배우지망생 최선준 인사드리겠습니다.”


사무실 안은 상당히 싸늘했다.

전장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좀 전에 그 아가씨?”

“예, 최선준입니다.”


대표는 뒤통수라도 한 대 맞은 양 나와 작가를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니까, 염 감독이 프로필 보내줬던 그 최선준?”

“예, 그렇습니다.”


작가는 최대한 태연한 척 내 쪽으로 몸을 숙였다.


“속눈썹.”

“네?”

“얼굴에 속눈썹 붙었네.”

“고맙습니다.”


내게 속눈썹을 다시 건네주고는, 직원 앞에 있는 내 프로필을 천천히 넘겨 보았다.


“연기는 진짜 처음이네?”

“예.”

“다른 연극이나 단역 경험도 전무하고?”

“학교에서 연극을 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흠······. 나이가 많이 어리네. 베르체노프 박은 서른이라······.”

“제가 보기보다 노안입니다.”

“푸훕.”


대표 옆에 있던 직원 둘은 터지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결정권은 작가가 쥐고 있었다.

절대 갑은 작가알 수밖에.

때문에 괜히 그들이 반응 한 번 잘못했다가 어려운 판이 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프로필을 뒤적뒤적 하는 사이 뒤늦게 감독이 뛰쳐 들어왔다.


“이거 미안합니다. 오다가 차가 퍼져서. 다들 오셨네.”

“염 감독님은 이참에 차 좀 바꾸세요. 그 이십 년 다 된 똥차를······.”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됐지. 그나저나 작가님. 우리 최선준이 연기 보셨나? 대표한테 미리 준비시키가 말은 해 놨는데.”

“봤어요.”

“그럼 이해하셨겠네. 나 한 번 믿고 선준이로 베르체노프 박 갑시다.”

“아니, 감독님은 들어오셔서 또 이렇게 다짜고짜 우기시면 어떻게 해요.”

“우기는 건 근거 없이 지랄할 때가 우기는 거고. 내가 어지간하면, 이렇게 길게 협상하자 아쉬운 소리 하는 사람이 아닌데···.”


감독은 목이 마른 지 대표 앞에 놓여 있는 에이드를 벌컥벌컥 마시고 말을 이었다.


“이번 작가님 작품은 길 가던 똥개가 주연을 맡아도 되는 작품이라고 내가 처음부터 안 그랬습디까.”

“그럼 예정대로 가시면 만사 편한 거 아니겠어요?”

“나도 이쪽 밥만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이십 년 가까이 되는 사람인데. 최선준이가 베르체노프 박이면 케이블 최초로 30프로 간다니까.”

“그렇게 해서 30프로 갈 거면 그냥도 가요. 서운후가 딱이라니까요. 운후씨한테 딱 맞춰서 쓴 걸 왜 자꾸 뒤집으려 하시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니까.”

“나도 최선준이 보기 전엔 서운후가 맞는 줄 알았지.”

“그런데요?”

“아직 데모 안 보셨구나.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김실장, 작가님께 패드에서 최선준이 오디션 동영상 찍은 것 좀 얼른 보여 드려 봐. 얼른.”

“됐어요. 안 봐도 돼요.”

“히야. 우리 작가님 진짜 내 말 못 믿으시네. 내 말이 아니지. 보시면 최선준이가 보조출연부터 주연까지 죄다 캐릭터 분석해서 오디션만 아홉 번 봤는데, 이거 봐요. 이거. 눈빛이 다 다르다니까.”

“아 글쎄, 그 눈빛인지 낯빛인지 안 봐도 된다고요.”


감독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마른세수를 했다.

그러더니, 또다시 나를 바라봤다.


“최선준이. 대사 준비해 온 것 좀 있어?”

“글쎄 안 봐도 되고요. 최선준씨?”

“예.”

“아까 사의 찬미 부를 때는 본인이 불렀던 거야? 아니면 요즘 아이돌 애들 쓰는 무슨 장치 이런 거 쓴 건가?”

“제가 부른 겁니다.”

“그래요? 음색이 독특하던데. 저런 울림통에서 그런 소리가 어떻게 나왔지?”

“우왑. 노래를 다 불렀어?”


갑자기 화색인 감독이 나서려 하자, 대표가 말렸다.


“우리 작품 ‘여명의 동쪽’ 주인공들은 시대 배경이 구한말이긴 해도, 춤, 노래, 말타기, 무술 등등해서 굉장히 할 것들이 많아요. 사실 서운후씨도 지금 그래서 트레이닝 중이고.”


작가는 상당히 내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어제 감독이 사무실을 나가면서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무조건 시켜달라고 해.’


“시켜만 주시면 지금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가 작가 생활 이십 년에 진짜 별일을 다 겪는다. 올해 아홉수라 그런가.”

“시켜주십시오. 작가님께서 원하시는 완벽한 베르체노프 박이 되겠습니다.”

“어머 어머 어머. 발성 좋은 것 좀 봐.”

“그렇다니까요! 작가님. 글쎄 내 눈을 속일 수가 없어요.”

“일단 차 대표님 우리 따로 얘기 좀 하자구요. 감독님도요.”

“그냥 여기서 시원하게 오케이 하면 되겠구만.”

“어머. 이쪽 일 한두 번 해 보시는 것도 아니고. 저 아직 결정한 거 아니에요.”


훈훈하던 분위기가 또다시 살벌해지려 하자, 차 대표가 감독과 작가 사이에 서서 둘을 일으켜 세웠다.


“자자. 일단 나가서 식사라도 하면서 말씀 다시 나눕시다.”

“지금 몇 신데 벌써 식사를 해요.”

“에헤이 우리네 정이 또 그런 게 아니니까요. 가시죠. 작가님. 감독님도.”


대표가 작가와 감독을 사무실에서 데리고 나가자, 그제야 사무실에 남은 세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생하셨어요, 선준씨.”

“아닙니다. 지켜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까 작가님께서 하셨던 말씀 기억해요?”

“어떤······. 제가 너무 긴장을 하고 있어서 지금 머리가 하얘진 거 같거든요.”

“그게, 실은 저희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마스크랑 기럭지가 있거든요.”

“김 대리님도 뭘 그렇게 돌려 말씀하세요. 실은 저희 드라마 제작사에서 만든 신생 Z 엔터테인먼트에서 공격적으로 신입 엔터테이너를 영입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굉장히 욕심내고 있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저희는 드라마 소속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알고 있는 거고, 괜찮으시면, 14층에 있는 엔터테인먼트사에 들러서 오 실장님과 대화 나눠 보고 가셔도 좋을 거 같아요.”

“제가 아직 연예 쪽으로 완전히 경험이 전무한데 괜찮을까요?”

“저희도 명확히는 모르겠는데, 일단 오 실장님께서 괜찮으시면 꼭 들렀다 가면 좋겠다고 전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예. 고맙습니다.”


***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대뜸 하겠다고 한 거야? 아니면 계약서에 도장이라도 찍었어? 이런 건 너희 집에 계신 대배우님과 대화를 해 보는 게 맞지 않아?]

“약속 지켰다.”

[뜬금없이?]

“내가 말했잖아. 끝나고 제일 먼저 연락한다고.”

[뭐야 이렇게 쓸데없이 감동적이야? 화장까지 해 주신 어머니껜 말씀 안 드리고?]

“촬영 중이시라 매니저 형이랑만 연락돼서 이따 오시면 말씀드리려고.”

[그럼 그렇지. 거기 평이 나쁘진 않은 거 같아. 그래도 첫 계약이니까 잘 따져보고.]

“땡큐.”


닷새동안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감독이 내정된 주인공까지 밀어내고 날 쓰고 싶어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오명운 시절 다녀보지 못한 대학생활에 흠뻑 빠져 지낼 즈음.


제작사 김실장한테 전화가 왔다.


“선준씨 어디에요?”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작부터 톱스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시작부터 톱스타] 24.09.11 39 0 -
공지 제목 변경 합니다. 24.09.09 127 0 -
20 미친존재감 2 NEW 15시간 전 106 5 10쪽
19 미친 존재감 1 24.09.17 217 7 10쪽
18 CF요정 3 24.09.16 247 5 10쪽
17 CF요정 2 24.09.15 281 6 10쪽
16 CF요정 1 +1 24.09.14 302 9 10쪽
15 처음이라고? 2 24.09.13 289 6 10쪽
14 처음이라고? 1 24.09.12 291 8 11쪽
13 돌발 인기 4 24.09.11 300 10 10쪽
12 돌발 인기 3 24.09.10 307 8 11쪽
11 돌발 인기 2 24.09.09 317 7 10쪽
10 돌발 인기 1 24.09.08 345 7 10쪽
9 계란으로 바위 치기 3 24.09.07 352 10 11쪽
» 계란으로 바위치기 2 24.09.06 362 11 11쪽
7 계란으로 바위치기 1 24.09.05 381 12 10쪽
6 오디션 4 24.09.04 415 11 11쪽
5 오디션 3 24.09.03 452 13 9쪽
4 오디션 2 +1 24.09.02 532 15 8쪽
3 오디션 1 +1 24.09.02 614 18 9쪽
2 스물? +2 24.09.01 772 17 10쪽
1 딱 두 캔 +2 24.09.01 920 1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