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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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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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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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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요정 2

DUMMY

17. CF요정 2






모든 게 다 비밀스러웠다.

보통 피치스 정도의 회사가 이런 정도의 규모로 광고 진행을 할 정도면, 언론사에 홍보하고도 남음이었다.

그러나, 웅장한 분주한 촬영장에 비해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형,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데, 뭔가 으스스한데요?”

“광고 촬영 후에 아시아 전역으로 돌릴 거라고 들었는데 이 정도로 홍보를 안 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아침 일찍 창고를 개조해 만든 촬영장에 도착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외관만 봐서는 절대 CF 촬영하는 곳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곳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외곽의 폐 물류창고 느낌.

규모와 상관없이 스산하기까지 했다.


“최선준씨?”

“예, 맞습니다.”

“선준씨 메이크업을 맡은 고라라에요.”

“안녕하십니까, 최선준입니다.”

“호호호. 우리 구면이잖아요.”

“예? 청담동. 스튜디오 R.”

“아······.”


고라라는 처음 화보 촬영을 위해 방문한 샵의 원장이었다.

당시엔 날 담당하던 아티스트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우연히 마주치고는 다음번엔 반드시 자신이 직접 내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싶다고 농담처럼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어머, 오셨어요.”

“예.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 사람은 지난번에 만났던 자칭 GPS 팬카페 회원이라는 직원이었다.


“오늘 콘티 다시 한번 설명해 드릴게요. 처음엔 대학생이 콘서트장에 앉아 있다가, 피치스의 이어셋을 꽂는 장면이에요.”


설명을 듣고 보니, 내 앞쪽으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세트장이 보였다.


“앞쪽의 공연 모습이랑 뒤에서 감당하는 선준씨 모습을 따고 나서, 나중에 객석에 홀로 앉아 있는 모습까지 찍으면, 1차 컷. 그리고는 유년, 성인, 그리고 고흐 풍의 그림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예.”

“원장님, 저희 감독님께서 잠깐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세요.”

“그래요.”


준비해간 의상을 입고 보니,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런 메이킹 사진 몇 장 돌면 배우 홍보에 진짜 도움 될 텐데. 아쉽네요.”

“정책이라 하니 따라야죠. 저 같은 신인 써준 것도 감사한 일인데.”

“그건 선준씨가 모르는 이야 긴 게. 회사에 광고 문의가 최근에 쇄도했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선준씨 마스크가 깨끗하기도 하고, 다른 톱배우들에 비해 소모도 덜 됐기 때문에 광고 업계에선 동영상 사건 이후로 굉장한 관심을 모으고 있더라구요.”

“형 말씀만 들어도 그 광고 다 찍은 것처럼 배불러요.”


이미 우리 집에서도 나왔던 말이다.

연예계 대선배이신 엄마는 이번 광고가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다고까지 하셨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광고의 콘티 내용 자체는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이견이 없으셨다.

하지만, 유년 시절부터 성년 그리고 마지막 모습까지 찍게 될 노출이 상당한 모습에 대해서는 갑론을박 말이 많을 것이 분명하다는 거.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작품성 있는 CF는 어찌 보면 드라마 전에 최선준의 배우로서의 단면을 먼저 선보일 수 있는 적절한 기회라는 생각이 강했기에 번복하지 않고, 진행한 것이다.


엄마인 하미애를 의식해선지, Z 엔터에선 나를 대하는 태도가 비교적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기에 오늘 촬영은 조금 더 조심스러웠다.


“감독 주문이 최대한 본연의 느낌 그대로만 살리라고 해서, 톤 보정이랑 눈가만 손봤어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선준씬 오늘 나랑 약속하나 해 줘야겠어요.”

“예?”

“내년 드라마 끝나면, 꼭 나랑 작품 하나 하는 거로.”

“말씀 감사드립니다.”

“어머. 농담인 줄 아나 봐. 매니저님 들었죠? 회사에 정식으로 요청해놓긴 했는데, 매니저님도 나중에 다른 말하기 없기.”

“예, 당연하죠. 오늘 선준씨 잘 부탁드립니다. 원장님.”

“잘 부탁하고 말고 할 게 없어요. 진짜, 이렇게 프레임만 씌우면 지금이 바로 화본데 뭐.”


스튜디오 R 원장의 열렬한 응원과 찬사가 끝나고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자자자. 선준씨 주변에서 앞을 보고 소릴 지르고 환호합니다. 선준씬 공연에 집중이 안 돼요.”


감독의 싸인이 떨어지자, 준비된 보조출연자들이 먼저 들썩들썩 소릴 지르고 있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는 데 성공.

보조출연자들은 진짜 콘서트장에 와서 흥분이라도 한 소리를 질러대고, 나한테도 같이 소리 지르자 치대는 사람도 있었다.

컷 싸인 없이 카메라가 관람석을 계속 돌았고, 나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공연 소릴 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컷.”


나름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촬영만 열 번을 넘게 했다.

보조 출연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감독은 나를 제외한 출연자들의 위치를 바꾸고 음악을 틀었다 껐다 여러 방법을 썼다.


“컷.”

“고생하셨습니다.”


촬영 시작 세 시간 만에 겨우 한 컷이 마무리되었다.


“다음은 선준씨 단독 샷.”


이제 피치스의 이어셋을 착용하고, 나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컷이다.


“과한 표현하지 말고, 지금 감독님께서 선준씨 표정 좋다고 계속 칭찬하시거든요. 이대로 다른 세계에 빠져들어 몽환적인 느낌을 달라 하세요.”


과하지 말고, 편안한데, 공연에 흠뻑 빠져든 몽환의 소년.


앞에서 쉽기 쉽게 찍을 수 있는 들썩이는 씬만 세 시간을 찍은 감독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각적인 표현을 찍는 씬이 감독 마음에 들려면 그 배로 시간을 쓰겠다 싶어, 마음속으로 아예 각오하고 촬영에 임했다.


‘피치스의 이어셋을 착용한 나는 편안하다. 소음에 시달리지 않고 공연하는 가수와 마주한 것 같다. 너무나 갈망하던 가수의 공연을 이렇게 맨 앞에서 듣게 된다니......이런 게 소확행인가 싶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촬영하면서 대본에 없는 나만의 세계를 꿈꿨다.

나 스스로 지금의 나를 볼 수 없지만, 이런 기분이 든다면, 나를 보는 시청자와 같은 생각과 같은 호흡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컷. 오케이. 다음. 내추럴리즘 준비해주세요.”


이렇게 쉽게?


촬영장에 있던 사람들은 뜻하지 않은 감독의 오케이 사인에 깜짝 놀라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생하셨어요. 다음 씬 의상이랑 메이크업 바로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CF 베테랑도 저 감독님이랑 촬영해서 조용히 넘어간 적이 없다고 소문이 자자하거든요.”

“저도 긴장 많이 했습니다.”

“긴장을 했다구요?”

“어후, 지금까지 심장이 벌렁벌렁하는데요?”

“아까 미국인 감독이 그러시더라고요. 선준씨 너무 뻔뻔하시다고.”

“예?”

“아무것도 안 나오는 이어셋 착용하고 저렇게 표정이 달라지냐고.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오후 촬영도 부탁해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의상팀과 함께 나타난 스튜디오 R 원장은 그저 감탄스런 얼굴로 날 바라봤다.


“누가 신인이라고 믿겠어요?”

“칭찬 감사합니다.”

“이게 그냥 얼굴만 반반하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전에 박동석이랑 김바다 촬영 때도 같이 했는데, 그때랑은 느낌이 완전 다르다니까.”


스튜디오 R의 원장의 빠른 손놀림처럼 입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때 촬영팀 담당자가 달려왔다.


“원장님, 선준씨 처음 콘티랑 다르게, 일단 본인 헤어에서 콘티처럼 컬링만 살짝 넣어달라고 수정 주문입니다.”

“컬러는요?”

“그대로 가자고 하세요.”


아시아 특집이긴 하지만, 반응 좋으면 광고 자체를 너튜브와 각종 SNS에 단기적으로 뿌리겠다고 헤어는 밝은 갈색으로 단발 정도의 다소 긴 헤어를 하기로 했었다.


요즘 아이들 말로 하자면, 약간 남신의 느낌 정도로?

그런데 1단계 촬영을 마친 감독은 내 본연의 헤어칼라와 기장 그대로를 활용하겠다고 수정한 것이다.


“그래요. 15분 정도만 더 주세요.”


스튜디오 R 원장은 콘티의 헤어 느낌과 나의 두상을 요리조리 살피더니, 헤어아티스트에게 작업을 지시했다.


“5번 컬을 오른쪽에 둘, 왼쪽에 하나. 그리고, 나머진 롤링으로.”

“예, 원장님.”


2단계 유년의 느낌을 주는 메이크업에선 눈 라인도 조금 더 가늘게 느낌만 줄 뿐이었고, 얼굴의 기본 톤만 정리하는 선에서 끝났다.

그 흔한 음영 화장이나 볼 터치조차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상의를 탈의하고, 하의의 경우엔 한쪽 다리의 옆 라인 근육만 잡기로 했다.

말이 근육이지, 2단계 유년 촬영에선 최대한 부드러운 가운데 마지막 힘줄 하나.


개인 누드 화보도 아니고, 감독은 얼굴 톤부터 내 몸의 근육 움직임 하나하나까지도 세밀하게 신경을 써서 촬영에 임했다.


노출 씬이 있기 때문에 매니저와 함께 뒤늦게 도착한 Z 엔터 화보 담당 직원과의 모니터링 시간이 주어졌다.


“이게······. 방송 출연이 가능한 최대한 벗기셨네요.”

“악마의 편집이라는 걸 광고에서도 경험하게 되는 날입니다.”

“그러게요. 입을 걸 다 입혀 놓고도 이렇게 전라의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저만 느끼는 건가요?”

“무얼 말씀이신지······.”

“선준씨 영상이 생각보다 안 야해요.”

“오!”

“왜요?”

“저도 그렇게 느꼈거든요. 분명 콘티 대로 움직인 게 맞는데, 안 야해요.”


매니저와 Z 엔터 화보 담당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래서 거장이라는 말이 나오는구나 싶을 정도로 내 스스로도 만들어놓은 그림에 상당히 만족스웠으니까.


2단계 촬영도 감독의 호평 속에서 끝이 났다.


이쯤 되니, 이제는 내가 감독에게 뭔가 기대하는 게 아니라, 감독이 내게 자유로운 표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촬영팀입니다.”

“예, 말씀하세요.”

“감독님께서 급하게 중간 회의를 하자고 하세요.”

“갑자기요?”

“예.”


원 스케줄로는 모니터링이 끝나고, 바로 다음 촬영을 위한 분장과 무대 세팅 준비였다.


심상치 않은 촬영팀의 호출로 나와 매니저, 그리고 Z 엔터 화보 담당자는 두 사람의 감독과 긴급 회의를 하게 됐다.


“예? 콘티에 없는 부분을 추가 촬영하고 싶으시다구요?”


느닷없는 본사 직원과 감독의 요청에 한국인 감독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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