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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작품등록일 :
2024.09.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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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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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존재감 2

DUMMY

20. 미친존재감 2






“어제 작가님이랑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는데, 둘이 싸우고 어후 난리도 아니었어.”

“예?”


직원들의 축하를 받을 새도 없이, 납치되다시피 갑자기 대표한테 끌려가서는 처음 들은 소리다.


“저 때문에요?”

“그렇다니까. 진짜 또라이들이랑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선준인 모를 거야.”


상상 초월의 대박이 났는데 이렇게 되에서 까는 대표도 내 눈엔 같은 계열로 보였다.

입술에 굳은살이 베끼도록 칭찬을 해도 될까 말깐데.


‘그동안 맺힌 게 많은가?’


“배달입니다.”

“어. 여기. 자 망고 슬러시는 선주니까. 너는 아아지?”

“예?”

“예.”

“내가 사러 갈 시간은 없고, 지금 우리 비서도 외근 중이라 사람이 없어서 배달 어플을 다 써봤네. 배우야 그렇다 치고, 매니저 너 이름이······.”

“박광복입니다.”

“그래. 광복이. 너 일개 매니저 테이스트까지 신경 쓰는 대표 없다.”

“고맙습니다.”


정말 신경을 쓰는 건 맞다.

매니저는 아아를 절대 마시지 않는다고 무려 다섯 번이나 얘기했으니까.

나름 매니저와 아아를 연결시킨 성의는 인정.


“하여간 서로 지들 잘난 맛에 사는 인간들이라, 내가 아주 피곤해요. 아주.”

“혹시 드라마 때문인가요?”

“당연하지. 그리고 자네. 우리 선준이 때문이기도 하지.”


대놓고 나 때문에 작가와 감독이 싸웠다는데 나도 매니저도 적잖이 당황했다.


‘좋은 일로 부른 게 아니었어?’


그런 거 치곤 굳이 대표씩이나 돼서 사무실에 배달을 부를 일인가 싶기도 하고.


“감독은 바로 다음 작품 들어가자 그러시고, 작가는 글이 제멋대로 쓰자면 나오는 거냐고 기다리라 그러고.”

“아······. 하하. 좋은 일이네요.”

“그 또라이들이랑 대화하면 내가 십 년씩 늙는다니까.”


대표는 마치 동네 아줌마들 뒷담화 하는 것 마냥 입을 쉬지 않고 놀리면서도 손과 눈은 그사이 정리된 스케줄과 서류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제 방영 나가고 그때부터 오늘 아침까지 들어온 스케줄인데 말이지.”


나와 매니저에게 펼쳐 보여주는데, 진짜 뒤로 넘어갈 뻔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여기서 제대로 배웠다.


― 우리들의 달리기(체육 프로그램)

― 시골 청년

― 야외 음악회

― 너와 나의 힐링

― 전격 연예 작전

― 드라마 미팅 9개

― 라디오 6개

― 광고 제의 15개

― 인터뷰 12개

― 유튭 인기 채널 초대 7개

― 공익 광고 섭외 3개


“많이 깐 거야. 짜잘한 지방 방송이나, 듣보 언론사, 쪼그만한 공영방송, 홈쇼핑은 아예 모두 사절을 넣었을 정도라니까.”

“이게······. 다 어젯밤부터 들어온 건가요?”

“물론, 삼 분의 일 정도는 1회차 방송 나갔을 때부턴데, 나머진 오늘 들어온 거라고 봐야지.”

“직원분들 야근 하셨겠네요.”

“합숙이지.”


대표의 입꼬린 귀쪽에서 잡아당기는지, 시종일관 올라가서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


“드라마 초입에 합류할지 말지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했을 텐데. 이렇게 보상을 받네.”

“대표님 덕분입니다.”

“염 감독 덕이지. 그 형이 나랑 작가를 얼마나 구워삶았는지 몰라. 한 번 같이한 주연 배우랑은 절대 5년 이내에 다시 안 하는데, 조만간 선준씨 만난다고 하더라고.”

“무조건 감사합니다.”


잠시 후, 드라마 제작사와 엔터 직원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그냥 앉아 있어요.”

“피곤해 보이시는데 제가 커피라도 사 올게요.”

“아니에요. 제가 매니전데 제가 사오겠습니다.”


갑자기 오 실장이 속 거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다들, 밤새 커피를 한 드럼통씩들 마셨어.”

“맞아요. 저희들에게 필요한 건 커피가 아니라 잠이에요.”

“하여간, 요즘 사람들은. 나 매니저하고 처음 이쪽 일 할 땐 말이지, 잠자는 시간이 다 뭐야, 그냥 베게 가지고 다니면서 식사하다 쪽잠 자고······.”

“대표님, 저 라떼만 다섯 잔 마셨어요.”

“알았어. 알았어. 고마워서 그러지 고마워서.”

“지금 다들 핸드폰 무음 처리하고 딱 삼십 분만 회의하려고 작정했으니까, 안건만 말씀드릴게요.”

“그러지.”

“아까 제가 보고 드린 거에 오전 중으로 새로 들어온 게······.”


‘선점.’


지금 회사로 들어온 섭외 연락들의 성격을 보자면, 어떻게든 소모가 덜 된 핵폭탄급 신인인 나를 서로 먼저 데려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소위 말하는 ‘최초’ 타이틀을 달기 위해선 같은 성격의 타방송, 타방송사보다 먼저 데려가는 게 수니까.


“주혜성이가 아역에서 청소년물 점프하고 바로 성인 역으로 갔던 게 3년 전이죠?”

“맞아요. 그때, 윤성천 작가님 드라마에서 국민 남동생 하면서 초대박으로 떴다가 2년도 못 갔잖아요.”


이 사람들 입에서 주혜성의 말이 오르내리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좋은 사례로 지목된 게 아니라, 연예인이 최악으로 이렇게까지 소모가 될 수 있나의 예였기 때문이다.


“너무 돌렸지.”

“그러게요. 광고에서 틀면 나오고, 그때 인터넷에서도 거의 도배를 하다시피 했잖아요?”

“연기력이 아니라, 드라마 때문에 덩달아 뜬 건데, 그렇게 되니까 차기작에서 완전히 가라앉았지.”

“선준씨도 갑자기 이렇게 들어오는 거 다하다간······.”


갑자기 어수선하던 회의실이 고요해졌다.

당사자인 내가 있었기에 더더욱.


“내가 누구야.”


대표는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선준이?”

“예.”

“사고만 치지마.”

“예.”

“지난번에 계약서에도 썼지만, 당분간, 술, 여자, 모임, 사전 논의되지 않은 SNS 금지 조항 잊지 말고.”

“명심하겠습니다.”


삼십 분만 한다던 회의는 거의 세 시간에 걸쳐서 진행이 되었다

같은 문제를 가지고 거의 난상 토론이 벌어진 가운데, 담당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으니, 부하직원들이 대신 전화를 받고, 가지고 오고.

그럼에도 회의를 멈출 수가 없는 게,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워낙 굵직굵직한 것들 위주로 잡아도 줄줄이다 보니.


***


“어후, 깜짝이야.”

“덥다.”

“가을이 가을 같지가 않아.”

“조금 있으면 패딩 입을 시기 아닌가?”

“낮엔 한여름인데, 밤되면, 으슬으슬해. 근데······.”

“어.”


카메라가 돌고 있는 가운데, 나와 주혜성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쭈뼛쭈뼛 서로를 보기만 했다.


“이러다, 신문에 나오는 거 아냐? 동갑내기 배우들의 불꽃 튀는 신경전.”

“야, 우리 프로 편집 거의 없다. 있어도 악마의 편집만 할걸?”

“그래?”


그렇다.

지금 나는 시골 청년이라는 프로에 나와 있었다.

나와 소속사, 그리고 주혜성의 소속사와 매니저까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주혜성만 몰랐던 것이다.


“이거 몰래 카메란가?”

“그렇지.”

“몰카를 해도 내가 너를 해야 하는 게 정상아냐?”

“내가 게스튼데. 이렇게 가는 게 맞지.”


나와 주혜성은 밋밋하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사전에 받은 대본이라고는, ‘오프닝, 점심식사준비, 마을 수리 다니기, 저녁식사준비, 휴식’ 정도가 스케줄 방식으로 적힌 것 정도가 전부였다.


“원래 이렇게 대본이 없냐?”

“진행자 몰카 한 네가 할 말이냐?”

“그런가? 받긴 했어.”


나는 주머니에 꼬깃꼬깃 있던 진행표를 보여주었다.


“되게 자세한데?”

“아······.”


시골 청년이라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즌 5까지 진행이 됐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극적인 게 아예 없었다.


배우들이나 유명인이 나와서 밥해 먹고, 동네 돌아다니다 잡히면 일 좀 해드리고. 필요하면 홍보하고.


“네가 이래서 이 프로를 포기 못 하는구나.”

“왜?”

“그냥 놀다 가는데 시즌 5까지 온 거 보면, 그냥 편해서?”

“그치.”


평소엔 주혜성과 내가 만나면 오디오가 빠지는 타이밍을 찾기 힘들 정도로 나도 그렇지만 말이 정말 많은 녀석이다.

그런데 시골 청년에서의 주혜성 컨셉은 만사 귀찮은 스물한 살 청년.

살짝 츤데레의 냄새를 풍기면서 매사 적극적인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누귀여?”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최선준이라고 합니다.”

“뭐시가?”


갑자기 주혜성이 달려와 할머니 귀에서 빠진 보청기를 채워 드렸다.


“제 친구예요.”

“허이구. 잘 생겼네.”

“저 닮았죠?”

“솔직히 혜성이 니보다 자가 쪼금 더 괜찮게 생깄네.”

“우리 할머니 돋보길 댁에 두고 나오셔서 그런가 봐요.”

“그런가?”


할머니가 주혜성의 귀에 익숙한 듯 뭐라 속삭이자, 주혜성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내게 격하게 손짓을 하더니, 아예 내 팔을 잡아끌고, 할머니의 손을 잡게 하면서 오늘 가장 적극적인 진행을 시작했다.


“왜?”

“할머니께서 빨리 같이 가자고 하시잖아.”

“나를?”

“얼른 다녀와.”

“그냥 가면 돼?”

“원래 잘생긴 청년들이랑 댁까지 마실 가는 거 좋아하시니까, 잘 모셔다드려.”

“아하.”


할머닌 익숙하신 듯 카메라맨들이 쫓아와도 신경도 쓰지 않으셨다.


“여기다.”

“그럼 전 이만 갈게요.”

“가니 어딜 가노?”

“예?”

“아까, 혜성이가 말 안 하더나?”

“마실 좋아하신다고······.”

“우리집 밴소에 돋보기가 빠졌다고 건지 달라 안 했나 내가.”

“아. 돋보기를···. 밴소면? 화장실이요?”


우리가 묵고 있는 시골집만 생각하고 나는 흔쾌히 말씀드렸다.

까짓거 좌변기에서 안경 건져드리고 손 씻으면 되는 거니까.


“제가 건져드릴게요.”


5분도 되지 않아서, 나는 베르체노프 박의 복수자 모드로 돌변할 수밖에 없었다.


여명의 동쪽 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고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다려라. 기다려!”


오지 시골 마을의 조용하고 게으른 매력이 있는 잔잔한 프로그램에서 나는 사상 초유의 복수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소모고 뭐고 그냥 인터뷰랑 다른 점잖은 예능 나갈걸......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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