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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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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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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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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용과 마법이 존재하며, 각 왕국들은 끊임없이 전쟁과 음모 속에 있는 시대에서....



노덴은 북부 제국과의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에는 거대한 산맥이 에워싸고 있다. 이 산맥은 천연의 방어선을 이루며, 도시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산맥은 노덴을 외부와 고립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산맥 사이로 이어진 좁은 길이 유일한 진입로로, 이 길은 북부 제국으로 연결되지만, 그 험난한 지형과 불안정한 날씨 탓에 교통의 요지로 활용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길은 겨울이면 눈사태나 빙설로 인해 자주 막혔고, 여름에도 산사태나 폭우로 인해 위험했다. 이로 인해 상인들과 여행자들은 노덴을 지나가는 대신, 더 안전하고 넓은 다른 경로를 선택했다.


이런 고립 덕분에 세상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고, 그 덕에 켈린 카뮈에게는 이상적인 은신처가 되었다. 도시가 발전하지 못하고,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은 카뮈에게는 오히려 축복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작은 비리를 감추고, 조용히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


카뮈는 이곳에서 작은 안락함을 누리며, 뼈를 묻고 싶을 정도로 노덴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외부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지금의 평온함이 계속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노덴의 주민들에게는 이 고립된 도시가 답답하고 무기력한 곳일지도 모른다. 발전 가능성 없이 정체된 이 도시는 그들에게 희망보다는 지루함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뮈에게는 그런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작은 왕국을 지키며 조용히 살아가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겼다. 노덴은 그에게 완벽한 은신처였고, 이곳에서 모든 것이 변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법.


"큰일 났어요."


그의 부관 케일런은 급하게 달려오며 숨을 몰아쉬고 있다.

카뮈, 그는 여전히 창밖의 평온한 풍경을 바라보며, 마치 그 소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노덴에서 큰일 날 일이 뭐가 있던감? 혹시 알베크가 기르는 염소가 단체로 산으로 도망치기라도 한 거야?"


이 작은 도시에서의 큰일이라 불릴 만한 사건은 대개 그런 것이었으니까.


"아뇨, 셰리브. 이번엔 정말 심각한 일이에요. 이곳에서 8km 떨어진 곳에서 100여 명의 군사가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카뮈는 의아한 눈을 했다.

실제로 카뮈는 병사들에게 척후 같은 임무를 주지 않았으니까.


"그걸 누가 발견했는데?"

"그, 그게 중요한가요?!"


"또 몰래 사슴이라도 잡으러 간 모양이네."


카뮈는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북쪽? 남쪽?"

"남쪽이에요."


카뮈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뭐라고? 깃발은?"


"청록색의 초승달입니다."


"아... 그런가, 역시 그런가... 그렇겠지."


"네?"


케일런은 그 말에 약간 당황하며, 머리를 갸우뚱했다.


카뮈는 얼굴을 찌푸리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으아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신음은 구역질로 이어졌다.

케일런은 깜짝 놀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셰리브, 괜찮아요?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아니, 불편한 게 아니라... 이제 큰일이 났다는 게 실감이 나서 말이지..."


"예?"


카뮈는 생각했다.


남쪽에서 온다면, 그것은 분명, 틀림없이 왕국의 감찰관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왕국에서 노덴으로 군을 움직일 이유가 있단 말인가?


그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면, 자신이 저질러온 비리가 곧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카뮈는 보는 눈만 없었더라면 머리를 쥐어뜯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카뮈는 침착하게 눈을 굴린다.


그의 시선은 곧 자신이 저지른 비리의 온상이 숨겨져 있는 서랍으로 향했다.

그 서랍 안에는 감찰관이 오기 전까지 절대 들켜서는 안 될 장부와 문서들이 가득하다.


'태워버릴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모든 게 끝이다.'


무역 투자 증명서, 은행의 입금 내역, 그리고 돈의 흐름을 관리하던 기록들까지.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 분명했다.


'있다. 방법이.'


카뮈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두드리며 불경한 생각에 다다랐다.


'이곳에 온 사실을 없던 걸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감찰관이 노덴에 온 사실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 당장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하면 그의 비리도, 무능함도, 그 어떤 것도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사나이 가는 길 앞에 웃음만이 있을소냐.

결심하고 가는 길 가로막는 폭풍이 어이없으랴.

아랫입술을 살짝 비틀며 깨문 카뮈는 단호하게 말했다.


"군사들을 소집해. 전원."

"알겠습니다."


부관 케일런이 십 수분 후에 전 병력 모집이 끝났다고 보고하자, 카뮈는 단호한 걸음으로 단상으로 향했다.


모인 병사들은 40여 명 남짓.

하지만 그 수는 결코 적지 않았다.


노덴은 국경 지역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였기에, 이 작은 마을에 비해 상당히 많은 병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 인구 대비 이곳에 주둔한 병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카뮈는 단상에 서서 병사들의 눈을 마주했다.

그들의 눈빛 속에서 그는 불안과 의구심을 읽을 수 있었다.


남부에서 군대가 올라온다는 소문은 이미 퍼졌고, 그들은 이 상황에서 자신들이 왜 전원 무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카뮈는 그들의 의구심을 잠재우고, 충성심을 확고히 해야 했다.


"나는 며칠 전 제국군의 척후가 산맥을 따라 남부로 이동하여 다시 노덴으로 향한다는 첩보를 수집했다. 현재 우리가 맞서야 하는 것은 왕국군이... 아니다!"


병사들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웅성거렸다.

남부에서 올라오는 군대가 아군이라고 믿었던 그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듯했다.


"그들은 우리가 아군이라고 믿도록 위장할 가능성이 높겠지. 우리는 먼저 매복해 적을 기다릴 것이다."


케일런이 우려를 표하며 말했다.


"왕국군일 수도 있잖아요? 그들은 성 인근까지 접근하게 한 다음 식별을 끝낸 후 싸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케일런, 북쪽의 성벽은 높이가 4m 가까이 되지만, 남쪽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냐. 주민들이 성벽을 집을 짓는 데 가져다 쓰기도 했고, 현재는 1m도 안 되는 높이야."


"그건 지휘관 님이...."

"크흠!"


카뮈가 케일런의 말을 가로막으며 크게 기침을 했다.


"성벽 앞에서 제국군이라는 걸 식별하는 순간 전투의 양상은 힘들어져. 적은 분명 인근 지점에서 재정비한 후 성으로 접근할 것이니 재정비할 말한 지점을 먼저 점거하고 기습하는 게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군요, 이견은 없습니다."


카뮈는 일단 병사들의 동의를 얻었고, 이제는 그들에게 신속한 준비와 행동을 지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의 침입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그는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전을 실행할 필요가 있었다.


"서전트들은 회의실로, 공석이면 상급병이 참석하도록 해. 기본적인 작계를 설명할 테니까."


회의실 내부에서 카뮈는 먼저 지도를 펼친 후 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잠시 후 서전트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주위를 둘러싸자, 카뮈는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재정비를 한다면 노덴 성의 남쪽, 약 2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라고 생각해."


"노덴과 너무 가까운데요."


"아니, 이곳이야. 면적이 좁은 숲이지만 100여 명은 충분히 모습을 숨길 수 있고, 개울이 흐르고 있으니까."


"재정비를 한다는 보장은 있습니까?"


"왕국군으로 변장한 제국군이라면 반드시 재정비를 할 것이고, 정말 왕국군이라면 바로 노덴으로 향하겠지."


"이유가?"


"제국군이라면 진짜 임무는 기습 공격 또는 노덴의 점령일 가능성이 크니까. 따라서, 물이 있는 곳에서 전투 준비와 재정비는 필수적이야. 정말 왕국군이라면 바로 노덴으로 향해서 보충하면 되니까."


"기존에 알려진 왕국의 식별 절차는 쓰지 않을 거야. 내가 하는 손짓을 잘 봐둬."


"처음 보는 식별 절차입니다."


카뮈는 쓰게 웃었다.


'당연하지, 내가 방금 만든 가짜니까.'


카뮈는 재빠르게 주제를 돌렸다.


"케일런, 가용 가능한 기병의 수는?"


"다섯 기입니다."


"서전트 랄프, 칼은 각각 10여 명의 중보병을, 켈라, 톨은 각각 8여 명의 경보병을 현장에서 지휘해."


"알겠습니다."


"이번 작전의 지침을 말하겠어."


카뮈는 켈라, 톨를 보았다.


"식별이 통하지 않는다면, 내가 화약을 터뜨릴 거야. 켈라, 톨이 먼저 석궁으로 사격 임무를 수행해. 사격 임무가 끝났으면 적의 반응을 관찰하고 효시 화살을 쏴."


케일런에게 고개를 돌린다.


"케일런은 효시가 울리면 5기의 기병과 적 진영으로 들어가. 주요 타격 지점을 찾지 못한다면 굳이 적과 맞서 싸울 필요는 없어. 신속히 철수하여 재정비하고, 상황을 다시 평가해."


카뮈는 랄프, 칼에 손을 올렸다.


"경보병에게 다시 석궁 사격 명령을 내릴지에 대한 판단은 켈라와 톨에게 맞길게, 하지만 적이 응사하거나 이동을 서두르면 중보병의 대열 뒤로 물러가야 해."


카뮈는 서전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맞이하러 가자."


* * *


"재정비하기 좋은 위치입니다."


배너렛 바란드의 말에, 지휘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말대로였다. 1m 폭의 개울이 흐르는 지역은 주변 지형과 잘 어울려, 그들이 재정비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개울의 흐름이 소음을 덮어주고, 나무들이 자연적인 방어벽을 형성하여 노덴과 가까우면서도 적의 시선을 피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좋아,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어두워지면 바로 노덴으로 향하겠다."


"목책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괜히 왕국 영내에서 소란 피울 필요는 없겠지."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자, 장교는 즉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주변의 나무들 사이에서 검은 실루엣이 드러났고, 그는 신속하게 손짓을 시작했다.

가슴을 두 번 두드리고, 손바닥을 펼쳤다가 닫으며 일정한 패턴을 반복했다.


"저자가 무얼 하는 거냐?"


지휘관은 손짓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손짓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았다.


"저도 잘...."


그는 손짓을 마친 후, 신속하게 천에 감싼 화약을 터뜨리며 자리를 떠났다.

화약이 터지며 큰 소리가 나고, 그와 동시에 석궁의 볼트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기습이다!"


배너렛 바란드는 상황의 긴박함을 느끼며 급하게 명령했다.


"중보병은 앞으로 전진해서 방어선을 구축해!"


중보병들은 즉시 방패를 앞세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방패가 일제히 들어올려지며 하나의 견고한 방어선을 형성했다.

적의 화살이 날아오는 가운데, 그들은 자신들의 몸을 최대한 보호하며 방어를 강화했다.


"궁병들은 당장 숨을 수 있는 곳으로 숨고 응사해!"


카뮈는 적이 이미 방어선을 구축하고 궁수들이 나무나 돌 뒤로 숨어 응사할 준비를 마친 것을 깨달았다.

적의 통솔은 빠르고 명확했고, 기습의 이득은 미미했다.


그는 멀리서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삐이이이이---!


효시가 울리자, 전장엔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모든 이들이 일제히 그 소리를 듣고 반응했다.


카뮈는 예상보다 효시가 늦었다는 걸 느꼈지만, 멈출 순 없었다.

케일런을 선두로 한 기병이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일런이 이끄는 기병들은 돌격을 멈추고 적의 측면으로 돌아갔고 반원을 그려 적과 교전을 피하며 본대와 합류했다.


카뮈는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해졌음을 직감했다.

적의 방어는 철저했고, 그들의 방비는 완벽했다.


이미 시작된 공격을 멈출 수는 없었다.

카뮈는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비리를 숨기기 위해 아군을 공격하다니, 대체 어느 미친놈이 그런 짓을 저지르냐?'


그의 손은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시발, 나네... 내가 미친 거지...."


이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숨길 곳도 없었다.


카뮈는 자신의 비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걸 걸어야 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제는 단순히 전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카뮈는 곧장 랄프, 칼에게 달려갔다.

그들의 어깨를 두드린 카뮈는 말했다.


"양옆으로 군을 펼치고 포위 섬멸해."


카뮈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랄프와 칼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예?"


랄프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40명의 병사로 100여 명의 적군을 포위 섬멸하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명령이었다. 랄프와 칼의 눈에는 불안과 의문이 스쳐갔다. 적의 병력이 두 배가 넘는 상황에서 포위 작전이라니, 카뮈가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명령이었다.


"기습의 효과가 미미했어. 우리가 이 전투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들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해. 적을 한 지점에 묶어두고, 우리가 그들을 포위해 끝내는 수밖에 없어."


그는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이 명령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가 없다.

적을 포위하지 않으면 이 전투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것이다.


카뮈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한번 말을 이었다.


"당장 해! 그리고, 케일런은?


카뮈는 주위를 둘러보며 케일런을 찾으려 했지만, 긴장감에 휩싸인 그의 시야는 흐려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들 바로 뒤에 위치한 기병대조차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뒤에 있습니다!"


케일런이 외치자, 카뮈는 그제야 숨을 고르며, 부르르 떨던 자신의 몸을 진정시켰다.


"내가 지휘하겠어! 따라와!"


카뮈는 결연한 목소리로 외쳤다.

한편, 배너렛 바란드 중보병으로 대열을 유지했지만, 아직 궁병이 뒤쪽에서 합류하지 않았다.


"당장 전장의 중심에 밀집해야 해! 모여!"


"배너렛, 적들이 포위망을 구축했습니다!"


"뭐!?"


바란드는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노덴의 병력 수는 40~50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파악된 정보였다.


그렇게 적은 병력으로 우리를 포위한다고?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졌다.

어떻게 그들이 이 상황에서 포위망을 구축할 수 있단 말인가?


'기만.'


번뜩 그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바란드의 눈이 급격히 좁아지며, 상황의 본질을 깨달았다.

그리고 당장 눈에 보이는 적들을 헤아린다.


"우리의 대열을 무너뜨리려는 속임수일 뿐이야! 진형을 넓히지 말고 계속 좁혀!"


그러나 그의 지휘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무슨 소리냐! 진형을 넓혀라! 적이 우리를 포위하기 전에 대열을 넓혀 대응해야 한다!"


상관은 흥분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말에 병사들은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지만, 누구도 즉각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상황이 혼란스럽고, 배너렛 바란드의 명령이 이미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휘관은 병사들의 머뭇거림을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명령이 무시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곳의 지휘관은 나야! 당장 실행해!"


상관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상대방의 대열에 맞추어 넓어지기 시작한 그 순간, 갑작스럽게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우---웅 바---아아앙-"


지휘관과 배너렛 바란드는 그 소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100여 명 이상의 대규모 군대가 지원을 왔다는 신호, 왕국군의 뿔피리 소리였다.

병사들은 그 소리를 듣고 순간적으로 긴장했고,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넓어진 대열은 갈팡질팡하며 혼란에 빠졌다.


"뭐? 지원이 있다는 거냐?"


병사들은 이해하지 못한 채 동요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배너렛 바란드는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곧 이 뿔피리 소리가 적의 기만전술임을 직감했다.

전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기 위해 사용된 속임수일 뿐.


"뒤에서 연기가 일지 않습니다! 당장 앞에 있는 중보병에 대응하십시오!"


바란드는 냉정하게 지시하며 병사들을 다시 전투로 집중시키려 했지만, 상관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처음부터 기습해두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


지휘관은 여전히 지원군이 도착한 것으로 믿고 있었다.

배너렛 바란드는 분노를 토하며 외쳤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100여 명의 군을 움직였겠지!"


배너렛 바란드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적이 처음부터 대규모 기습을 계획했다면, 지금처럼 병력을 나누어 석궁을 발사하고, 다섯 기의 기병으로 측면을 돌파하려는 전술을 펼칠 리가 없었다.


"적이 처음부터 기습을 계획했다면, 그들은 100여 명의 병력을 한꺼번에 움직여서 압도적인 힘으로 공격했을 거다! 석궁을 발사하고, 다섯 기의 기병으로 측면을 돌파할 생각을 하며, 20여 명 남짓한 중보병을 포위 대형으로 펼칠 멍청이는 없지 않은가!"


그의 말은 옳았다.


적이 진정으로 기습을 계획했다면, 이처럼 병력을 분산시키는 어리석은 전술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의 병력 배치와 전술은 단지 혼란을 일으키기 위한 기만전술에 불과했다.


바란드는 분노하며 칼을 바닥에 내리쳤다.

패배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돌겨어어어억-!"


카뮈의 외침이 전장의 소음 속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병사들에게 명확한 신호를 전달했고, 혼란에 빠져 있던 적군의 귀에도 뚜렷하게 들렸다.


적진의 혼란을 정확히 파악한 카뮈는, 이제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고 판단했다.

카뮈의 외침과 함께 그의 기병대는 즉각 돌격을 감행했다.


측면에서 생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적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려는 그의 전술이 이제 실현되고 있었다.


카뮈의 기병들은 빠르게 측면으로 돌진하며, 적군의 대열을 망가뜨린다.

이미 대열이 넓어지며 혼란에 빠진 적군은, 카뮈의 기병 돌격을 저지할 수 없었다.


배너렛 바란드는 이를 지켜보며 절망감을 느꼈다.

그는 카뮈의 의도를 간파했지만, 상관의 잘못된 명령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카뮈의 기병이 사라지자 그의 중보병이 거리를 더 줄여왔고,

거리를 좁히는 보병 겁에 질려 와해된다.


더 이상 전투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노덴의 지휘관 켈린 카뮈... 비겁하고, 무능하며, 부패한 관리라고 보고받았는데... 전혀... 맞지 않잖나."


그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과, 분명 이길 수 있었다는 아쉬움에 실망이 밀려왔다.


이전의 평가는 단지 소문에 불과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전장을 뒤집을 만한 방법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혼란에 빠진 병사들은 흩어지고 있었고, 전투의 흐름은 완전히 기울었다.

그는 더 이상의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등을 돌려 전장을 떠났다.


켈린 카뮈라는 이름이 앞으로 어떻게 기억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늘의 전투로 인해 그의 이름이 단순한 악명으로만 남지 않을 것임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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