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깅을 하고 성공시대 시작됐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즉일
작품등록일 :
2024.09.02 07:24
최근연재일 :
2024.09.09 17:1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54
추천수 :
0
글자수 :
38,441

작성
24.09.08 17:13
조회
4
추천
0
글자
12쪽

6

DUMMY

코스모의 동쪽에는 산맥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 앞에는 발목까지 겨우 잠길 정도의 얕은 강이 흐르고 있었고, 강을 건너면 광활한 평야가 펼쳐졌다. 그곳은 수만 명의 병사들이 뒤엉켜 싸운다 해도, 그들의 함성과 고통을 묵묵히 담아낼 만큼 넓고 고요한 공간이었다. 사람들의 외침이 아무리 거세도, 그 평야는 모든 것을 담아내며 침묵 속에 그들을 삼킬 것만 같았다.


강을 중심으로 서로 약 1.5km 거리를 두고 청록색 깃발과 백색 깃발을 든 병사들이 마주 서 있었다. 얕은 강 너머로 서로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 곧 벌어질 격돌을 예고하고 있었다.


전쟁의 소용돌이는 누구도 비켜가지 않았다.


전장에서 눈에 띄지 않던 이들조차도 자신만의 역할을 맡게 되었고, 왕국군의 지휘관 리델 후작도 그중 하나였다. 리델 후작은 언제나 신중했다. 그의 소심한 성격은 그를 주목받을 기회에서 멀어지게 했고, 명망을 쌓는 일도 없었다. 그는 나서는 일이 드물었으며, 전장에서도 그를 눈여겨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쟁은 그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를 주었다. 제국과의 전쟁 속에서 리델은 크고 작은 공을 세우며 점차 자신만의 위치를 찾아갔다.


그는 대단한 전략가로 기억되지 않았다. 큰소리를 내며 전장을 휘젓는 무모한 돌격은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리델은 언제나 침착했고, 패배 속에서도 병력을 최소한으로 잃으며 재편성할 수 있었다. 그는 항상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며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영웅이 될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병사들은 그를 믿었다.


반면, 제국군의 발터 백작은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대화하고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전장에서나 일상에서나 그는 항상 밝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했으며, 병사들과 귀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발터는 그 쾌활함으로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그 주위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강점은 그 이면에 숨겨진 전략적 통찰력에 있었다. 발터의 결단력과 정확한 판단은 종종 전투의 흐름을 바꾸었다. 그의 병사들은 그를 단순히 인기 있는 지휘관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그가 영웅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처음 만난 두 지휘관은 당황했다.


리델 후작은 발터 백작이 지리적 이점이 큰 코스모 영토를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내려온 것에 당황했다. 그의 성향으로 이런 결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코스모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였기에, 그곳을 버리고 내려오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발터 백작 역시 리델 후작의 행동에 당황했다.


발터 백작은 눈앞의 지휘관이 적은 병력으로 막연히 평야에 당당히 나타난 것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전장은 수적 우위가 기본이다. 상대가 적은 병력으로 여기서 맞서려는 의도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코스모 앞의 평야에서 두 군대는 서로를 마주한 채 그저 대기하고 있었다. 특별한 움직임도, 명확한 전략도 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양측의 병사들은 단단히 무장한 채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누구도 선뜻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시간은 점차 조바심을 불러일으켰고, 그 조바심은 결국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 리델 후작은 주위를 둘러보며 침묵 속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감지했다. 그의 병사들 역시 오랫동안 대기하며 지쳐가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침착함을 유지하라 다짐했지만, 멈춰있는 상황이 계속되자 마음은 서서히 조바심으로 뒤덮였다.


그때, 로랍 남작이 천천히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


"먼저 강을 건너봅시다."


리델 후작은 잠깐 망설였지만, 거절했다.


"강을 건너는 것은 무모한 선택입니다, 남작."


그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강을 등 뒤에 둔다는 것은 우리에게 완벽히 퇴로가 없다는 뜻입니다. 한 번의 전투로 모든 것을 걸어야 하죠. 만일 패배한다면, 우리는 뒤로 물러설 여지 없이 전멸할 겁니다. 2선, 3선 전투로 전력을 재편성할 기회도 사라지고 말겁니다."


"뒤는 평야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제 솔직한 심정으론 군을 물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발터 백작 역시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발터에게는 서둘러야 할 이유가 있었다. 라발에서 합류해 공격을 개시하기로 한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만약 이곳에서 시간을 허비하면, 계획된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리델과의 대치가 길어질수록 발터는 라발 공격에 필요한 중요한 기회를 잃을 수 있었다.


그는 안타깝게도, 상황이 더 지연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델 후작이 강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발터는 고지대에서 내려와 병력을 재배치했고, 기병 200기를 좌우 양측으로 크게 진격시켜 리델의 측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중심부에는 2,500명의 보병을 배치해 강을 건너려는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리델의 부대에는 기병이 없었다.


화살도 닿지 않는 거리로 제국의 기병이 강을 크게 돌아서 오는 것에 대응할 방법은 전열에 세웠던 파이크 병들을 후방에 재배치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로랍 남작! 배너렛 기사들을 시켜 후방에 파이크 병을 배치하고 창벽을 세우도록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로랍 남작은 리델 후작의 명령을 받자마자 신속하게 배너렛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기사들은 휘하의 서전트들에게 다시 명령했고, 파이크 병들은 빠르게 후방으로 이동하여 열을 정비하고 창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방어선을 구축했다.


제국의 기병들이 강을 건넌 뒤 재정비하는 동안, 로랍은 후방에 600여 명의 파이크 병들로 이루어진 견고한 방어선을 완성시켰다. 길게 뻗은 창들이 일렬로 들려져, 기병 돌격을 막아낼 준비를 마쳤다.


리델이 외쳤다.


"궁병은 앞으로!"


화살은 쉬지 않고 쏟아졌고, 귓가에는 공기를 터뜨리는 팽배한 활시위 소리가 들려왔다.


눈 먼 화살에 간혹 쓰러지는 자들이 있었으나, 발터 백작의 중보병들은 꾸준히 전진했다. 그들의 방패와 갑옷은 화살의 위력을 무력화시켰고, 궁병들의 사격만으로는 그들의 진격을 멈출 수 없었다.


리델은 적의 기병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었다.

리델 후작은 전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했다.


제국 기병들은 리델의 파이크 병력의 배치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파이크 병력이 전면에 배치되는 순간, 발터의 기병들은 즉시 움직여 돌파구를 만들려 할 것이다. 그렇다고 후방에만 집중시킨다면 보병이 전열을 뚫고 들어올 위험이 컸다.


리델은 신속하게 결단을 내렸다. 그는 전령을 불러 로랍 남작에게 지시를 내렸다. 전련은 곧바로 빠르게 뛰어가 로랍 남작에게 전했다.


"파이크 병 일부를 전면으로 이동하는 척하며, 적의 기병을 유인하라는 명령이십니다!"


로랍 남작은 즉시 명령을 받아들이고, 파이크 병 일부를 전면으로 움직이게 했다. 그들은 기병을 도발하기 위한 가짜 이동이었다. 파이크 병이 창벽을 거두고 진을 흐트리자, 기병은 예상대로 움직였다.


멀리서 전장을 지켜보던 발터 백작은 리델 후작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파이크 병력 일부가 전면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자, 그는 단숨에 그것이 기만 전술임을 눈치챘다. 기병을 유인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을 간파한 그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핸드캐넌을 발사해, 기병들에게 움직이지 말 것을 알려라."


둔하지만 강렬한, 포성이 전장을 울렸다.


움직이지 말라는 발터의 명령은 분명히 전달되었지만, 기병 지휘관들이 그만큼의 관찰안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적의 파이크 병력이 전면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들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돌격을 통해 적의 방어선을 빠르게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 기병 지휘관들은 발터의 명령을 무시하고 돌파를 감행했다.


"저... 멍청한...놈들이!"


발터는 기병대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당황했지만, 그들의 결정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어 있었다.


"나팔을 불어라!"


그는 크게 외쳤다.


"보병들을 독전해! 적 진열을 무너뜨리는 수 밖에 없다!"


보병들은 신속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기병들의 무리한 돌격을 지원하기 위해 보병들도 함께 몰아붙이며, 발터는 이번 전투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리델의 의도는 통했다.


적의 기병대는 그의 유인 전략에 걸려들어 돌격을 감행했고, 파이크 병력은 재빨리 창벽을 유지하며 첫 번째 돌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기병들은 창벽에 막혀 돌파하지 못하고 물러섰고, 잠시나마 기세가 꺾인 듯 보였다.


그러나 전황은 곧 불리하게 돌아섰다.


왕국군의 전방은 무너지고 있었다. 병력의 열세 속에서 적의 보병들이 강을 건너 몰려들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압박에 왕국군의 전방 방어선은 점차 무너져 내렸다. 기병을 막아냈으나, 발터의 대규모 보병 공격에 맞서기에는 남은 병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로랍 남작! 리델 후작님께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파이크 병 일부만 후방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방으로 합류하라고 하십니다!"


전령이 다급하게 달려가며 외쳤다.


전황이 어렵다는 것을 로랍 남작은 이해했다.

전방의 방어선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더 이상 후방만을 고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뒤는 평야다."


리델 후작에게는 후퇴할 고지대도, 지형적 이점도 없다.

더구나 기병도 없는 그의 군대는 적의 기동력을 상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적이 강을 완전히 건너면, 리델의 특기인 신중한 재편성이나 방어전을 펼칠 기회도 없을 것이다.


파이크 병력이 전방으로 이동하며, 급한 불은 일단 꺼졌다.


전열이 다시 정비되면서 적의 보병 진격을 일시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창벽이 다시 세워지자, 적의 보병들이 파이크병의 견고한 방어에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리델 후작은 이 방어선이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국의 기병은 후방의 좌측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남은 파이크병들이 재빨리 창벽을 세우려 했으나, 이미 기병의 속도와 압박에 그들의 진형은 와해되었다. 남은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몸을 붙이며 입을 벌리는 새끼 새마냥 저항하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병사들이 아무리 노련해도, 제풀에 지쳐버린다면 지휘관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리고 후방이 적 기병에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왕국군 전체에 알려지자, 병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급격히 증가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두려움이 서려 있었고, 전선에서 싸우던 이들마저도 뒤에서 몰려오는 위험을 의식하며 집중력을 잃어갔다.


제국군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리델은 그들이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느꼈다. 병사들은 지쳐갔고, 그들의 노련함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웠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지휘관의 명령과 전략도 무력해지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리델은 자신을 다잡고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프레깅을 하고 성공시대 시작됐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7 24.09.09 2 0 9쪽
» 6 24.09.08 5 0 12쪽
5 5. 24.09.07 5 0 12쪽
4 4 24.09.04 9 0 13쪽
3 3 24.09.03 9 0 12쪽
2 2 24.09.02 10 0 9쪽
1 1 24.09.02 15 0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