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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즉일
작품등록일 :
2024.09.0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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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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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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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UMMY

켈린 카뮈는 승전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가 계획했던 대로 전투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모든 적을 전장에서 제거하지 못한 채 일부가 살아남아 도망쳤다는 사실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이 왕국군으로 복귀하여 내가 그들을 공격했다는 소문을 퍼뜨린다면?'


이 생각이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그의 비리와 무능함이 드러날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를 사로잡았다. 그가 전투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쁨을 느낄 수 없는 이유기도 하고.


"끄아아아아...."


그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불안감과 공포를 억누르기 위해 하루 종일 신음하고 있었다. 자신이 승리한 전투가, 결국은 그의 몰락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그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케일런은 의아했다.


매일 밤, 죽을 것처럼 지친 모습으로 침실로 향하는 켈린 카뮈를 지켜보며 말이다. 전장에서 승리를 거둔 지휘관이 이렇게까지 지쳐 있는 모습은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아침과 점심을 호밀 죽으로 때우며, 거의 음식을 먹지 않는 그 모습은 육식을 즐기던 켈린 카뮈가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케일런은 켈린 카뮈의 기묘한 모습이 왜 그런지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로부터 3일 후, 그는 마침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씨발, 셰리브? 혹시...?"


카뮈는 고개를 끄덕인다.


케일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뻐끔인다.

하고 싶었던 말은 가슴속에서 맴돌며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진짜 왕국군이었어요?'


서로의 눈을 마주한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카뮈의 불안과 꿍한 표정의 이유가, 바로 그들이 공격한 병사들이 왕국군일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케일런은 카뮈의 멱살을 잡았다.

당장 자신도 죽을 마당에, 멱살 잡는 게 무엇이 어렵단 말인가?


카뮈는 케일런의 눈을 피했다.


그는 이미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고 절망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멱살을 잡힌 채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미안."


"미안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잖아요!"


"셰리브? 칸토 후작께서 오셨습니다"


밖에서 들려온 소리는 카뮈와 케일런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카뮈는 멱살을 잡힌 채 케일런을 바라보았고, 케일런은 당장 생긴 궁금증을 묻는다.


"저어... 칸토 후작이라면?"


"세네샬을 맡고 있는 그분 맞아."


칸토 후작, 왕국의 세네샬이 이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이 상황이 단순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죽일까?"


카뮈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그 말이 주는 무게는 가벼울 수 없었다.


케일런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미쳤어요?"


"그런 게 아니라면 검정 수의 좀 준비해 줄래...."


그의 목소리에는 포기와 체념이 섞여 있었다.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직감한 듯,

카뮈는 마지막 남은 희망조차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케일런은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다.


"...들어오시라고 해."


칸토 후작이 방에 들어서자, 방 안의 공기는 순간적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진정하세요."


케일런은 검을 찬 옆구리로 가는 팔을 붙잡았다.


"셰리브 카뮈!"


그의 표정은 활기차고, 환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후작은 큰 눈을 반짝이며, 격식도 잊은 듯 팔을 벌리며 카뮈에게 다가가는 게 아닌가.


"최근 연이어 패전 소식만 들려오는 와중에, 이렇게 반가운 승전보를 전해주다니, 셰리브 카뮈, 당신은 정말 왕국의 영웅이오!"


"... 허?"


카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을 되뇌었다.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게 전개되어, 누군가 머릿속의 기름 등을 꺼버린 기분이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왜 승전 보고서를 올리지 않은 거요?"


"보고서를... 올릴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발 뭐지.'


카뮈는 생각했다.


"겸양도 그 정도로 떨면 독이라네! 그대의 뛰어난 통찰로 왕국군으로 위장한 제국군을 간파하고 다섯 기의 기병으로 300여명의 적을 물리친 게 보고서에 올릴 일이 아니라니!"


칸토 후작은 그런 카뮈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해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케일런도 잠시 멈칫했지만, 후작의 말을 듣고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음을 깨달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카뮈의 옆구리에 손을 얹어 검을 뽑으려던 팔을 막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셰리브 카뮈, 서두르게."


칸토 후작은 기쁜 목소리로 말하며 카뮈를 재촉했다.


"예?"


카뮈는 당황한 듯 되물었다.


상황이 너무 빠르게 전개되어 그의 머릿속은 아직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수도로 떠나서 도착하는대로 당장 여왕님을 알현할 것이네."


웃고 있지만, 선택권은 없다.

명령인 것이다.


"여왕님께서 그대에게 2000에이커의 봉토와 백작 작위를 하사하시기로 결정하셨네."


후작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카뮈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 어...."


비리를 숨기기 위해 전투를 치렀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왕국의 영웅으로 칭송받고, 막대한 보상까지 약속받은 상황이 되었다.


카뮈는 정신을 차리려 애썼지만, 그의 생각은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했다.


단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했던 선택이, 이제는 왕국의 운명을 바꿀 영웅적 행동으로 포장되고 있다니.


"카뮈,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되네. 왕국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순간이 바로 지금이네."


카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음을 깨달았다.


"서... 서두르겠습니다."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후작은 여전히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자네가 입고 있는 복장으로 여왕님을 알현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으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궁정에서 따로 준비해 놓을 거라네."


"가...감사합니다."


후작이 방을 나서자, 카뮈는 마치 모든 힘이 빠져나간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게... 뭐야?"


카뮈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케일런을 쳐다보았고,


"저를 왜 보시는 거예요."


"나를 잡으려고, 일부로 속이는 건 아니겠지?"


"아닌 것 같은데요."


카뮈는 당황한 얼굴로 케일런을 바라본다.


"설명해 줘, 전쟁이라니? 그건 또 뭐야?"


"전쟁이 난 걸 모르고 계셨어요?"


케일런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가 어떻게 전쟁 소식을 모를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듯했다.


카뮈가 정말로 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케일런에게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하하, 농담도..."


카뮈의 표정은 틀림없다.


"...정말?"


케일런은 질린 듯한 얼굴을 했다.


노덴이 아무리 변두리라 하더라도, 여전히 제국과 맞닿아 있는 최전방 지역이었다. 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


케일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카뮈는 지금까지 케일런이 충성심을 바쳐온 상관이었다.

그의 결단력과 능력을 눈앞에서 보아 왔다.


이번 전투도 마찬가지였다.

카뮈는 예상 밖의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이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 케일런의 흔들리는 눈동자처럼 신뢰 흔들리고 있었다.


카뮈가 전쟁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케일런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상황을 아무리 곱씹어 봐도, 상관이 이토록 중요한 정보를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를 혼자 궁정에 보내면 뭔가 여러모로 위험할 것 같다는 직감이 머리를 때렸다.


카뮈의 즉흥적이고 가벼운 태도가, 궁정의 복잡한 정치 속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었고, 그의 교양이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케일런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저도 따라가도 되나요?"


카뮈의 눈에 서운함이 스쳐 지나갔다.


"당연히 가는 거 아니었어? 안 갈 거냐?"


"그럴 리가요, 카뮈 백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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