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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즉일
작품등록일 :
2024.09.0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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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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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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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UMMY

"왕성이야."


카뮈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 듯한 어색함이 배어 있었다.


"알아요."


케일런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왕성이라니까?"


카뮈는 다시 한 번 되뇌었다.

그는 여전히 믿기 힘든 듯했다.


"맞아요, 왕성이네요."


케일런은 다시 한 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렇게 담담하냐? 저 대리석처럼 하얀 성벽과 하늘을 찌를 듯한 탑들을 보고도?"


"...."


케일런은 그저 담담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칸토 후작이 말했다.


"셰리브 카뮈, 들뜬 건 이해하네만 좀 더 흥분을 가라앉히시게."


칸토 후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다정하지만 약간의 충고가 담겨 있다.


"영웅이란 자고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모든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할 줄 알아야 하네. 특히, 왕성이라는 무대에서는 말일세."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주목받게 될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따를 걸세. 자네의 위엄과 품격을 보여줄 시간이야."


후작은 카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덧붙였다.


"혹시 궁정의 예절은 알고 있나?"


"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만."


케일런의 대답이었다.

카뮈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케일런이 눈치 빠르게 나서서 대답한 것이다.

약간은 신중한 케일런의 목소리에, 카뮈는 순간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그는 케일런의 옆구리를 살짝 치며 속삭였다.


"나도 모르는 걸 네가 왜 알고 있냐?"


혼자만의 배신감이다.


케일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고, 후작은 카뮈와 케일런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자네가 셰리브 카뮈를 잘 보좌해주게."


마차는 곧 멈추고, 주변에서 그들을 맞이하러 온 궁정 관리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자리를 잡았다. 마차의 문이 열리자, 궁정의 화려한 복장을 입은 수행원들이 나란히 서서 그들을 환영했다.


"어서 오십시오, 셰리브 카뮈."


궁정의 고위 관리 중 한 명이 나서며 정중히 인사했다.

그의 표정에는 궁정의 품격과 예의가 가득 담겨 있었고, 카뮈를 대하는 태도에는 경외심마저 엿보였다.


카뮈는 이런 분위기에 압도되어 잠시 말을 잃었다.

노덴에서는 지나가는 동네 꼬마 녀석들에게도 무시당하던 자가 아니었나.


"셰리브 카뮈, 여왕님께서 직접 내일 아침 자네를 알현하실 예정이네."


"아? 예."


"자네는 오늘 밤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내일은 왕국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순간이 될 테니 말일세."


카뮈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백작이 먼저 자리를 비켰고, 곧 두 사람은 그들을 안내하는 수행원을 따라 궁정 내부로 안내되었다.


내부는 바깥에서 보던 것과 달리 더 하얗다,라는 게 카뮈의 첫 감상이었다.


왕성의 외부는 웅장함과 위엄그리고 깔끔함으로 가득했지만, 내부는 결벽에 가까울 정도다. 복도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고, 천장에는 과잉된 장식들이 가득했다. 마치 꿈틀거릴 것만 같은 세밀한 조각과 금박으로 덮인 장식물들이 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양 옆의 벽에는 그림들이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곳에 걸려있었고, 그 그림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떤 이는 엄숙하게, 어떤 이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또 어떤 이는 일그러뜨린 얼굴로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왕가의 권위였다.


수행원들은 마치 의도한 것처럼 길을 복잡하게 헤맸다.


그들은 한 번 가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가 하면,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 다른 복도로 들어섰다. 카뮈는 그들을 따라가며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그의 머릿속에는 지나온 길을 되짚으려는 노력이 계속됐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되었을 때였다.


멈춰선 수행원이 말했다.


"이곳에 머무시면 됩니다."


정중한 몸가짐으로 문을 열며 덧붙였다.


수행원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방을 나섰고,

카뮈와 케일런은 그 자리에 남겨졌다.


방 안에는 은은한 불빛이 비추고 있었고, 고급스러운 가구와 섬세한 장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발밑에는 부드러운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방 안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와, 이 매트리스 엄청 푹신해."


케일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카뮈를 쳐다보며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왜?"


"지금 그게 중요해요?"


"그럼?"


"상황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네요."


"백작으로 임명하고 2000에이커의 영지도 하사하신다는데?"


케일런의 얼굴에는 깊은 걱정이 스쳐갔다.

그는 카뮈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백작이 된다는 건 단지 높은 지위를 얻는 것이 아니에요. 그건 더 큰 책임과 위험을 떠안게 된다는 뜻이죠. 단순히 노덴에서처럼 지역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고요."


"아, 알고 있어."


"정말 알고 있어요!?"


케일런의 목소리가 조금 더 높아졌다.


그는 카뮈가 이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카뮈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왕국이 전쟁 중이라는 상황에서 백작이라는 지위는 더 위험한 임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크죠. 전장에서 더 큰 역할을 요구받을지도 모르고요."


"걱정마, 어떻게든 잘 될 거야."


카뮈는 케일런의 불안한 눈빛을 보며 무심히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케일런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카뮈의 태도가 너무나도 가벼워 보였고, 그가 지금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일런은 속에서 불안감이 커져가는 것을 느끼며, 마침내 참을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케일런은 결단을 내린 듯 단호하게 말했다.


"하아, 여기 앉아보세요."


"왜?"


"지금 왕국과 제국 간의 사건의 일련을 기본적으로는 알아두셔야 할 거 같으니까요."


카뮈가 얌전히 앉자 케일런이 말했다.


"셰리브, 제가 지금부터 설명드릴 내용은 중요한 거니 집중해 주세요."


"노력할게."


"우선, 이 모든 갈등은 레그나르 왕국의 왕위 계승 문제로 시작된 거예요. 레그나르 왕국의 전임 왕, 알데릭 3세가 후계자를 명확히 지정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사망해서 왕국 내에서는 왕위 계승 문제로 혼란이 발생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엘라니아 여왕이 왕위를 계승했을 때 시작된 거죠. 알데릭 3세와 아르케온 제국의 황녀 이사벨 사이에서 태어난 엘라니아 여왕은 레그나르 왕국에서 태어났고 자랐지만, 그녀의 오빠인 세바스티안이 제국에서 자라났기 때문이죠."


"그 정도는 나도 들어본 적 있어."


케일런은 대꾸하지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세바스티안은 장남이었으니, 당연히 자신에게 혈통적으로 더 큰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국에서 자란 그는 자신이 레그나르 왕국의 왕위를 계승할 자격이 있다고 믿었죠. 게다가 제국 내에서 입지가 불안한 세바스티안에게 레그나르 왕국의 왕위는 더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겠죠."


"그래서?"


"그래서, 세바스티안의 주장에 제국이 힘을 실어주면서 상황이 복잡해진 거죠. 제국은 세바스티안을 왕국의 왕위에 앉히려고 하고 있어요."


카뮈는 미간에 힘을 주었다.


"그를 통해 레그나르 왕국을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거야?"


"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


카뮈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케일런은 웃었다.


"저는 이 과정은 사실 엘라니아 여왕을 길들이려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보고 있어요. 제국의 차남과 엘라니아 여왕의 약혼도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여왕이 두고 보지 않았죠."


"두고 보지 않았다면?"


"양모를 전면 수출 금지령을 내렸죠."


카뮈는 놀란 표정으로 케일런을 바라보았다.


"양모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고?"


케일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요. 엘라니아 여왕은 제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제국으로의 양모 수출을 완전히 차단했어요. 벨라사르 같은 제국의 남부 도시는 이 조치로 큰 타격을 입었죠. 그곳의 경제는 모직산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모 수입이 끊기자 그들의 경제는 곧바로 흔들리기 시작했죠."


카뮈는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벨라사르의 영주가 그래서 귀의한 거야?"


"뭐야, 아시네요? 그렇다면 벨라사르 영주가 죽었다는 건요?"


"뭐? 왜 죽었는데?"


"상인들이 용병들을 고용해 벨라사르에서 농성하는 영주를 죽였죠."


"허?"


"벨라사르가 왕국의 통제 아래 들어가면, 상인들이 제국과 안정적으로 거래를 이어나가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죠"


카뮈는 여전히 궁금한 듯 물었다.


"하지만 왕국에 귀의하면 결국 양모는 수월하게 다시 공급될테고, 모직업도 결국 제국에서 발전한 것이니까 벨라사르가 왕국에 귀의하더라도, 제국과의 거래는 계속해야 할 건데."


"맞아요. 벨라사르는 제국의 모직업의 중심지였고, 왕국으로 귀의한 후에도 제국과의 거래가 필수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상인들이 제국과의 거래를 독점적으로 장악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이 기존에 누리던 특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겠죠."


카뮈는이해했다.


"과연, 친 왕국 출신 상인들이 그들 자리를 차지할 지도 모르고."


"그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벨라사르의 영주를 제거하기로 한 거겠죠. 제국이 공식적으로 지원한 것은 아니지만, 상인들이 벨라사르를 점령할 수 있을 만큼의 용병을 고용할 수 있었던 것은 제국의 암묵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카뮈는 케일런의 설명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게 전쟁의 시발점이겠지? 왜 거기서 안 끝낸거야? 결국 각자 돌아갈 위치로 돌아간 거잖냐...."


"영토가 제국으로 돌아갔고, 상황이 원래대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긴 하네요.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이죠. 벨라사르 영주의 죽음과 그 영토의 강탈은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었어요. 왕국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영주가 죽임을 당한 것과 그 영토가 다시 제국의 손에 들어간 것은 단순히 무시할 수 없는 도발이거든요."


"하지만, 과하게 반응하는 게 아니냐."


"아뇨, 전혀요?"


"전혀?"


"네, 전혀 과한 반응이 아니에요. 제국이 왕국의 여왕에게 보여준 무례함을 생각해보세요. 제국은 엘라니아 여왕의 권위를 깎아내리려는 여러 시도를 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벨라사르 사건입니다. 벨라사르 영주의 죽음은 단지 영토의 문제가 아니었고, 왕국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었죠."


카뮈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벽난로로 향했다.

불빛이 아른 거리는 그의 눈에 일렁이는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속담을 알아?"


케일런은 카뮈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뭐, 알 것 같기도 하네요."


"칸토 후작님이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뭐라고 말했는 줄 알아?"


"기억나네요. 계속 패배하다가 유일하게 이겼다고요."


"유일하다는 말은 안했는데."


"왕국의 영웅이라고 떠드는 거 보니까 유일할 거 같은데요."


카뮈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설마."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라는 속담을 아세요?"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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