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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므스름
작품등록일 :
2024.09.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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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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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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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U-17 월드컵 05

DUMMY

카타르와의 8강전은 되는 집안은 어떻게 해도 된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경기였다.

전반전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중거리 슛 기회를 잡았고 슛을 쐈다. 대한민국의 경기 첫 슈팅이었고 경기 첫 득점이 그렇게 나왔다.

경기가 시작되고 3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선취골을 내준 카타르는 반격을 위해서 공격에 많은 수의 선수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만난 팀들 중에서 가장 빠르고 민첩성이 뛰어나 보였지만 중앙에서는 나와 훈동 선배를 따돌릴 수 있을 정도로 빠르지는 않았고, 민첩하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힘이 좋은 우리의 중앙 수비수 선배님들은 좋은 자리를 절대 내주지 않았다.


“막아! 막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야. 끈질기게 따라붙고 어디서든지 이야기해주는 것 잊지 마!”


주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면서 라인을 조율하고 수비를 진두지휘 했다. 오죽하면 감독님이 목에 좋다는 도라지 즙을 먹으라고 주셨을 정도다.

몇 분간 수비에 성공하고 우리의 역습 기회가 오자 카타르는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수비수와 미드필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칙으로 우리의 흐름을 끊었다. 내가 중거리 슛을 넣었던 자리에서 공을 잡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 유니폼을 잡아당겨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이 그거 하라고 하신다. 그거.”


어제 오후에 연습을 한 그거 하라구요?


“재석이 벽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고 칩은 동식이가 올려주는 것으로?”


“오케이 어제와 똑같이!”


몇 번 연습해보지는 않았지만 동식 선배의 공간 감각과 발끝이 만들어낼 수 있는 프리킥 전술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감독님은 기회가 오자마자 바로 시연해 보라고 사인을 내셨다.


‘삑!’


심판이 호각을 불자 나는 공 우측에서 뛰어들어가면서 공을 차는 척하고는 바로 카타르 선수들이 쌓아놓은 벽의 왼쪽을 돌아 들어갔다. 그리고 내가 상대방의 벽을 다 돌기도 전에 이미 동식 선배가 오른발로 공을 띄워서 벽 뒤로 떨어트려 주셨다. 이런 공은 한번 접으면 똥된다.


‘뻥!’


“으아아아! 미친놈들! 진짜 넣었어!”


경기 시작 25분만에 중거리 슛 이후에 그림과 같은 골이 들어가자 카타르 벤치까지 얼굴이 굳는 것이 보였다.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카타르 선수가 찬 중거리 슛은 우리 골대를 맞고 밖으로 튕겨 나가기까지 했다. 이때부터 슬슬 머리를 싸매는 카타르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 번째 골은 전반전이 끝나기 10분쯤 전에 나왔다. 내가 올린 코너킥을 카타르 골키퍼가 펀칭을 했는데 펀칭한 공이 카타르 미드필더의 손에 맞으면서 페널티 킥이 선언되었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나중에 해주시는 말을 들었는데 핸들링 파울을 불지 않았어도 항의하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하셨다. 분명 선수가 고개는 돌렸는데 몸을 못 돌리면서 공이 손에 맞은 것 같다고 하셨다.

평상시 볼 컨트롤과 슛이 좋은 호영 선배가 페널티 킥을 안전하게 성공시켰고 전반전이 끝나는 시점에서 카타르 선수들은 중 몇몇은 눈빛이 흐리멍텅 해졌다.


“하고 싶은 것들 다 해라. 오늘 같은 날은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는 날이야. 너희들도 축구를 오래 하면 이런 날이 아주 드물게 찾아오는데,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거야.”


감독님은 아예 작전판도 잡지 않으셨다. 그리고는 몇몇 선수들을 교체해 준다는 이야기만 하시고 체력만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삑!’


세 점이나 지고 있기에 카타르는 두 명의 선수를 교체했지만 감독님 말씀처럼 오늘은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는 날인 것 같다. 시작과 동시에 카타르는 우리의 좌측 싸이드 라인을 따라서 침투를 했고 반 박자 빠른 크로스가 올라와서 공격수의 머리에 맞았는데 가만히 있다가 손만 들어올린 두영 선배의 손에 걸려서 득점에 실패했다.

카타르 감독은 유럽에서 모시고 왔다고 했는데 이 시점에서 카타르 감독은 불같이 성질을 냈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던 물명을 찼는데 그 물병이 벤치를 맞고 경기장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카타르 감독은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이미 두 골이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의 퇴장은 너무나 뼈아픈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경기는 5:0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다.

후반전이 중반 정도 지났을 때 감독님은 두 명의 선수를 교체해 주셨고 교체해서 들어온 선수는 그라운드를 밟고 2분만에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수비에서 나는 공을 탈취했고 호영 선배와 패스를 몇 번 주고받고는 페널티 에리어를 지나서 바로 슛을 했는데 그 슛이 카타르 골키퍼의 손을 맞고 호영 선배의 발 아래에 얌전히 배달되었다.


“다들 얌전히 정렬하고 인사할 수 있도록!”


감독님도 다른 말씀을 하지 않을 정도의 경기였다.

이날 우리의 승리에 대해서 사우디의 해설진은 승리의 여신이 아예 카타르에게 등을 돌리고 대한민국을 바라보면서 축복을 해주는 경기라고 평했다.

완벽한 경기 해설이 아닐 수 없다.


“다들 아시아 레벨의 국제대회를 왔으면 무조건 기대하는 경기가 있지?”


“네?”


“다음 경기는 한일전이다.”


그리고 2025년 U-17 사우디 아시아 월드컵 4강전 한국의 상대가 일본으로 정해졌다. 예전부터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는 이야기가 대표팀에서 전해진다. 그리고 그 분위기와 이야기는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 비교적 수월한 경기로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었던 선수들의 눈빛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역시 한일전!


이틀 뒤의 4강전 상대가 일본으로 결정되고 한국에서는 급하게 중계가 잡혔다고 한다. 아무리 U-17 아시아 월드컵이 축구 애호가들의 관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표팀의 성적이 워낙 좋다. 현재 대회 득점랭킹 1위도 대한민국 선수이고 대한민국의 득점력은 타 팀을 압도할 정도다. 대회 최소실점 팀이기도 한데 최소실점 공동 1위가 일본이고 바로 이틀 뒤에 맞붙는다.

아무리 애들 경기라고 하더라도 한일전에 전망도 밝아서 케이블 TV에서 중계를 해준다고 들었다.


“네, 엄마. 일본전도 선발로 출전하라고 하셨어요. 재작년에 같이 뛰었던 훈동 선배하고 호흡이 좋아서 기회를 받고 있어요.”


이틀에 한번씩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린다. 중계 소식을 말씀드리려 했는데 이미 각종 포탈에서도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고 있었고 한일전을 케이블 TV로 중계까지 해준다는 것을 미리 알고 계셨다.


“네, TV에 잘 나오게 세수라도 열심히 하고 뛸께요.”


어머니는 다른 것보다는 아들이 TV에 나온다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기왕 TV에 나오는 것 잘 생기게 나올 수 있도록 신경을 쓰라고 하셨는데, 말은 이렇게 했지만 운동선수는 잘 생기게 나오는 것 보다는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어머니가 기대하고 계시니까 경기 시작하기 전에 얼굴이라도 깨끗하게 씻고 그라운드로 들어가면 되겠지?


“우와! TV중계가 잡혔어! 어떻게 해야 TV에 잘 나올까?”


“정신 못 차렸구나. 한일전 TV중계다. 만약 지면 사우디로 귀화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어.”


“아! 그렇지. 일단은 이겨야지.”


“솔직히 재석이 있어서 걱정이 없다. 저 녀석이 17세 팀에서 뛰는 것은 상대방에게 미안해야 할 일이지.”


“솔직히 나도 재석이보다 두 살이 위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같은 나이 애들은 대체 몇 년이나 시달리고 있는 걸까? 3년에 한 두 번 정도 만나는 것도 힘든데!”


“선배님, 저도 작년까지 중학교에서만 2년간 3번 만났습니다. 두 번 모두 개박살 났어요. 그런데 같은 편이 되니까 너무 좋아요.”


아니, 선배님들 왜 대화가 또 그렇게 흘러갑니까?


“재석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놀리고 그만 해라. 재석이 컨디션 난조면 한일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 않겠냐?”


“앗! 훈동이 말을 들어야지 솔직히 이번 대회는 훈동이하고 재석이가 미드필더에서 다 찍어 누르고 있어서 경기하기 엄청 편해.”


“둘이 호흡 맞추는 것 봤지? 중국 애들 아주 갈려 나가 더구만. 다른 나라 애들도 중앙으로 들어오면 갈려 나가던가 찢겨 나갔어. 나중에는 죽어라 싸이드만 파는데 저 두 놈 중에서 하나는 언제나 도움수비를 들어오니까 애들 경기 일으킬 것 같더라.”


한일전에 대한 긴장감을 미드필더에 대한 칭찬으로 풀 수 있다면 이 한 몸 얼마든지 받칠 수 있겠습니다.



#


요코는 올해 28살의 전업주부다. 남편은 한국인으로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 여행을 왔다가 만난 한국인과 서로 사랑에 빠져서 2년 전에 결혼을 했다. 다행히 남편은 자상한 사람이고 일본어를 무척 잘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설득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아버지와 취미가 같았다. 그 취미가 낚시인 것만 빼면 참 좋았는데!

반면 요코는 축구 매니아다. 덕분에 평상시에는 남편과 사이가 좋다가 축구 한일전만 하면 승자가 패자를 놀리기 바쁘다. 남편은 축구보다는 야구를 더 좋아해서 크게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U-17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는 것이 얼마만인지!”


TV를 켜고 함께 축구를 보려고 하는데 남편은 애들 경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다. 그래도 함께 TV앞에 앉아주는 자상한 남편이다. 아마도 축구 보다는 한국이 골을 넣으면 나를 놀리려고 옆에 있는 것 같기는 하다. 2년이나 함께 살아서 남편의 성향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고등학생 정도 경기인데 볼 게 있겠어?”


“이 애들이 자라서 성인 대표팀이 되겠지! 나는 원래 울트라 니폰 이였다고.”


“네네네! 우리 여왕님 오늘은 축구 보면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에 치킨이 배달되어 왔다. 지난번 한일전에서 일본이 이겨서 오늘 치킨은 남편이 사기로 했다. 한국이 이겼다면 직접 가라아게를 만들어 줘야 한다. 친구들 중에서 한국 남자의 이런 알콩달콩한 면을 부러워하는 애들이 많다.


“아악! 저건 또 왠 괴물이야?”


일본의 공격수가 용감하게 한국 진영 한 복판으로 전진하다가 한국 70번 선수의 어깨빵에 날아갔다. 비유적인 예시로 날려진 것이 아니다 진짜로 양 발이 떠서 넘어졌다. 당연히 심판은 정당한 어깨싸움으로 보고 휘슬을 불지 않았고 한국의 70번은 전진패스를 날리고 뛰어간다.


“아니! 17세 경기 아니야? 저기 저 애가 17살 맞아?”


내가 소란을 피우자 남편도 슬그머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 선수를 넘어트리고 공을 빼앗은 뒤 패스를 했던 70번 선수가 어느새 페널티 에리어 근처까지 와서 중거리 슛으로 골까지 넣었다.


“저런 덩치에 저런 스킬까지! 정말 17살 선수 맞아?”


투덜거리고 있는데 TV자막에 선수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왔다.


-강재석(15) 한강 중학교 3학년


“15살이라고 나오는데?”


요코는 남편과 함께 TV를 보면서도 불신의 눈빛이 가득하다. 키도 크고 어깨도 넓다. 한국 유니폼은 자연스럽게 선수의 몸매를 드러나게 해줘서 선수들의 체형을 알아보기도 쉬운데 지금 저 70번 선수는 운동장에 있는 누구보다도 단단해 보인다.


“오! 대한민국에도 신성이 하나 뜨나? 17살 대회에서 15살짜리가 아주 대회를 독식하고 있구만.”


캐스터가 선수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대회 득점왕이라고 한다. 벌써 두 자리 숫자의 득점을 넘어서고 있다. 수비가 더 돋보이는 선수다. 칭찬 일색이다.


“아! 일한전에서 완전히 죽을 쑤는구나. 저 선수는 반칙이야. 반칙!”


“아니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래? 15살일 뿐이야. 그냥 형들 사이에서 혼자 돋보이는 것뿐이라고.”


꼭 이럴 때만 남편은 얄미운 소리를 한다.

진짜 치킨하고 맥주 없었으면 크게 화를 낼 뻔했다.

오늘 요코에게 수확은 치킨과 맥주가 전부다. 경기는 일본이 1:3으로 졌다. 후반전에 70번이 교체되어 나간 이후에 간신히 일본은 한 골을 만회했다. 그래! 그래도 무기력하게 끝나지 않고 득점을 했으니 다음에는 조금 더 잘 하겠지!



#


한일전을 이겼다. 그리고 경기 수훈선수로 뽑혀서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겼다.


“강재석 선수. 1분 뒤에 인터뷰 시작합니다. 헤드셋에서 질문을 하면 질문이 끝나고 1~2초 후에 대답을 해주시면 됩니다.”


솔직히 시합보다 이게 더 떨린다.

이번 경기는 지연 생방송으로 한국에 송출되었다고 한다. 실제 경기와는 약 2분 정도 차이가 나는 화면으로 TV에 중계된 것이다. 캐스터와 해설을 하시는 분들도 송출된 화면으로 중계를 해 주셨다고 한다. 그래도 TV앞에 앉은 분들에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경기를 이겨서 대한민국이 10월에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5년 U-17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결승 상대는 바로 다음에 경기를 치른다. 우리는 이라크와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승자와 결승을 치른다. 솔직히 다음 경기의 중요도는 4강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인터뷰 시작합니다. 셋, 둘, 하나!”


[안녕하세요. 강재석 선수. 우선 한일전 승리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신 여러분도 감사합니다.”


[4강전이 한일전이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합에 임하셨나요?]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목표가 결승진출 이었습니다. 결승에 올라가면 10월에 열리는 U-17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결승 코앞에서 만난 상대가 일본이었습니다. 선수들 모두가 절대로 질 수 없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들도 한일전은 부담이 될까요?]


“코치님이나 선배님들이 언제나 하시는 말씀이 있으십니다. 한일전은···.”


[그렇죠, 뒤는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전 국민이 다 압니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죠. 강재석 선수는 이제 15살입니다. 17세 대회에 나와서 뛰는 것이 힘들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팀 내에서 막내라서 선배님들이 너무 잘 챙겨 주십니다. 경기 내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지금 대회 득점 1,2 위가 모두 한국 선수인데 이번 경기로 2위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득점왕을 할 것 같은데 기분이 어때요?]


“여러가지 약속된 작전을 수행하면서 성공률이 좋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말로 운이 좋아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을 것 같으니 그냥 즐기고 싶습니다.”


이후 감독님도 인터뷰를 하셨다. 감독님의 인터뷰 주요 내용은 한일전을 잘 치르고 목표를 달성해서 기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3일 뒤의 경기는 선수들의 회복여부에 따라서 우승을 노릴지 아니면 컨디션 위주의 선수 선발을 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대한민국의 목표는 10월 대회이지 이번 대회에서는 이미 목표를 이루었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한일전 승리는 대한민국 운동 선수에게는 최고의 성과 중 하나다. 특히 축구나 야구 선수들 같이 양국에서 모두 인기가 있는 스포츠 선수에게 한일전 승리는 올림픽 메달 정도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 승리는 선수를 미치게 만든다.


“우와아아! 너희들 다 봤어? 내가 골 넣는 것 봤어?”


“너만 넣었냐? 재석이도 넣었고 도현이도 넣었지. 솔직히 재석이 중거리 슛이 들어갔을 때 경기 쉽게 풀리겠다 싶었다.”


“졸라 미친놈. 예쁜놈! 재석이 이리 좀 와라 이 형아가 뽀뽀해주께!”


몇몇 선수들이 맛이 갔다. 그리고 도망가야 해서 질문 못 받는다.


저녁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버지도 집에 계셨고 재은이도 바로 옆에 있었다.


[아들! 아빠는 아들이 자랑스럽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한일전에서 골을 넣은 축구선수가 내 아들이라니!]


[재석아. 밥이 입에 안 맞아? 왜 이렇게 말랐어?]


“아, 엄마. 추구 선수가 살이 피둥피둥 찌면 뛰지도 못해요. 딱 뛰기 좋게 조절하고 있어요.”


[오빠! 이번에 득점왕 먹으면 상금도 나온데! 재은이 선물!]


너는 한국에 가자마자 뽀뽀 1000번 확정이다. 볼따구가 사라지게 해주마!


어머니 말로는 포탈 사이트에서도 우리의 소식을 자세히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TV로 중계가 끝나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아서 포탈 사이트에 U-17축구선수단 소식이 올라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다들 인터넷을 켜보니 진짜 네*버 축구 코너에서도 우리의 승리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재석이가 대회 MVP유력 후보라고 한다. 3일 뒤에 있을 결승전 결과에 따라서는 재석이가 대회 MVP를 탈 거라고 하더라.”


“네*버도 축알못이네. 유력 후보라니. 내가 보기에는 확정이야.”


선배님들? 한일전 이기게 해 드렸는데 이러시기 있습니까? 제가 오늘 경기에서 커트한 공이 몇 개인데! 거기에 골도 넣었어요.


“야! 사우디까지 와서 우승 트로피 한 번 들고 가야지 않겠냐? 재석이 적당히 놀려라.”


코치님도 입가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선배님을 말리고 계신다. 코치님? 그거 저 위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재석이 저 놈은 그라운드 안에서는 독사 같은 플레이를 하는데 그라운드만 나오면 순둥순둥 해져. 얼굴 표정에서 모든 것을 다 느낄 수 있어.”


감독님까지!


“아, 감독님 그 맛에 놀리는 겁니다.”


훈동 선배?

아, 학교에 있었을 때는 이런 놀림이 없었는데, 이래서 사회에 나오면 쓰디 쓴 사회의 맛을 본다고 하시는 걸까? 학교가 그립다.


“결승전 상대는 개최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다. 조별 예선에서 단 한 차례만 비겼다.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이 좋은 팀이다.”


“침대 축구 하고 있습니까?”


“음, 너희들이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 중동팀은 침대축구가 필수다. 이 날씨에서 리그를 치르거나 하려면 전후반을 모두 뛰면 선수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어. 그래서 축구를 그렇게 하는 버릇이 드는 것이다.”


“아! 그게 이유가 있었네요.”


“침대축구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어떤 것인지 아냐? 재석이!”


“선취점에 이은 리드를 계속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렇지.”


중동의 침대축구는 한 때 대한민국 축구의 천적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극복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비록 쉽지는 않지만 침대축구를 상대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는 개최국의 이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그리고 중동 축구의 특징을 잘 가지고 있다. 초반에 매섭게 공격을 할 거다.”


아직 사우디의 시합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중계가 된 경기다 보니까 비디오 자료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사우디와 이라크의 4강전은 전형적인 중동 팀들의 경기라고 한다.

양팀 모두 선제골을 넣겠다는 무서운 의지가 화면 밖으로도 느껴질 정도다.

전반 10분경 사우디가 선제골을 넣었다. 그리고 사우디 특유의 지키는 축구가 시작되었다. 경기를 보고 있으니 선제골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전반전을 1:0으로 이긴 사우디는 후반전에도 지키는 축구를 하다가 상대 최종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의 공간을 노리는 패스가 작열하였고 한 골을 더 달아났다. 그리고 이어진 이라크의 공격에서 사우디는 후반 5분을 남기고 페널티 킥을 내주었다. 하지만 이라크는 한 골을 만회하는 것으로 경기가 끝났다.


“사우디 애들 수비 좋네요. 선제골 먹히면 우리도 어려운 경기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사우디 축구는 원래부터 수비가 단단한 축구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선제골에 집착한다.”


“그래도 우리 수비진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여기는 사우디 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결승전에서는 선제골을 먹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승부로만 끌고 가도 우리에게는 승부차기에 무척 강한 골키퍼가 있으니까 할 만하다.”


감독님의 이야기에 부산 B고교에서 온 정병 선배에게 시선이 모였다.


“아! 무승부만 해. 내가 다 막는다고!”


작년에 승부차기 15개 중에서 무려 6개를 막아낸 골키퍼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든든하다.


“아! 나도 자신 있는데 정병이 앞에서는 어깨를 못 펴겠네. 저거 승부차기 들어가면 괴물이야. 괴물. 재석이도 정병이 앞에 두고 몇 번 차보면 표정 좀 무너질 거다.”


“어휴, 선배님 진작 차봤습니다. 페널티 킥 성공률이 반 토막 나던데요.”


“너만 그런 게 아니다. 여기 대부분은 정병이랑 다 붙어봤어. 생긴 것은 곱상하게 생겨서 한 번 막으면 세리머니는 또 왜 그렇게 얄밉게 하는지!”


오오! 새로운 타겟인가?


“재석아 그렇게 날 봐도. 타겟 변경하기는 힘들다.”


이 선배도 작두를 타셨네!


2일간격의 시합보다는 하루 늘어난 휴식이 다들 반갑다. 아무리 어린 육체라고 하지만 예선 3경기를 치르고 16강, 8강, 4강을 치르면서 피로들이 쌓였다. 나도 체력적으로는 자신이 있는데 일본전에서 후반에 교체를 해 주시는데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덕분에 후반전을 절반만 뛰었고 하루 더 휴식일이 생겨서 결승전 아침부터 컨디션은 최상이다.


“재석이 몸 가볍다. 다행이다!”


“훈동아 재석이 컨디션이 좋은 것이 왜 네가 다행이냐? 내가 다행이지.”


아무래도 우리 주장님은 축구선수 말고 코미디를 하시는 것이···.

하루를 더 쉬었다고 아침부터 선수들의 몸이 가벼워 보인다. 오늘은 낮잠만 조금 잘 자고 밥만 잘 먹으면 결승전을 치르는데 걱정이 없을 것 같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도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아 보이니 얼굴에 주름이 조금 펴지셨다. 조금이다.


“어느 대회라도 쉽게 우승하는 팀은 없다. 우리도 4강에서 일본을 만나서 초반에는 쉽지 않은 싸움을 했고, 8강에서 만났던 카타르도 행운의 여신이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으면 쉽지 않은 경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정병!”


“네!”


“카타르와 할 때 골키퍼로 나와서 진땀 좀 흘렸지?”


“상대방이 골대만 3번 맞추고 3번이 다 밖으로 나갔습니다. 숨만 3번 멎는 줄 알았습니다.”


“들었지? 우리도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감독님의 말씀에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복기했다. 그런데···,


“감독님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 이번 대회 공짜로 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석이가 저 실력으로 U-17대회에 나오는 것이 반칙 같아요. 그냥 우리만 와일드 카드로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한 명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음, 주장 합격! 안목이 뛰어나구나.”


그리고 다들 빵 터졌다. 나 빼고! 아 왜들 이러세요!


“너희들은 재석이 보면 어떤 선수가 생각나냐?”


“예전 캉테요.”


“데클런 라이스!”


“멘시티 로드리요!”


“우와, 이제 나도 늙었나? 김 코치, 오 코치 자네들은 누가 생각나?”


“저는 제라드가 강림한 줄 알았습니다.”


“저는 키 큰 마케렐레라고 생각 했습니다.”


“나는 재석이만 보면 발락이나 비에이라가 떠올라. 그런데 막상 플레이는 마테우스야.”


음, 레전드 총집합이네!


“재석이 너는 어떤 미드필더가 되고 싶냐?”


“저요? 저는 네드베드처럼 뛰는 마테우스가 되고 싶습니다!”


“얘 2010년생 맞냐? 무슨 내 윗대가 좋아할만한 선수들 조합이 나오냐?”


그럴 사정이 있습니다.


“네드베드면 우리 하는 게임에서 체력 가장 높은 선수지?”


“맞아 박지성과 함께 가장 체력이 좋은 선수지. 마테우스는 독일 미드필더인가?”


!!! 마테우스를 잘 모르는 축구선수가 있다니! 감독님도 마테우스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는 선수들 때문에 충격을 받으셨다. 저기, 저희 이따가 결승전 치러야 하는데요?

감독님은 이제까지 축구를 하면서 몇 번 결승에 올라와 봤지만 이렇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결승전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중동팀을 맞아서 선제골을 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만약 상대에게 선제골을 먹어도 질 것 같지가 않다고 하셨다.


“재석아, 오늘도 상대방이 거칠게 나오면 그대로 돌려줄 예정이냐?”


“네, 당연하죠. 딱 심판이 보이는 위치에서 같은 강도로 플레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감독님, 당연한 것을 물어보고 그러세요. 상대가 거칠게 한다고 해서 봐주고 하면 애들이 우리 만만하게 생각하고 더 더럽게 플레이 한다구요!


오늘 결승전은 이곳 시간으로 저녁 7시에 시작한다. 대한민국은 새벽 1시일 것이다. 지난 한일전이 일방적인 경기로 끝나서인지 새벽에 하는 청소년 경기임에도 중계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캐스터와 해설자가 급하게 리야드로 넘어왔다고 들었다.


“갑자기 애들 응원하겠다고 중계를 하는 게 아니지. 지금 월드컵 대표팀이 한 경기만 지만 몇 십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게 생겼으니 여론 달래기용으로 중계를 하는 거지.”


어른들의 사정이야 어쨌든 케이블 채널에서 생중계를 하기로 했고 현지에 해설진까지 도착했다. 캐스터와 해설자님들이 부지런히 대표팀 연습장을 찾아와서 선수들 인터뷰도 했고 국민들에게 해줄 이야기거리도 수집하셨다고 한다.


“조사를 조금 하고 왔는데 완전 대박인 선수더군요. 강재석 선수 오늘 경기 잘 하시고, 꼭 대한민국을 빛내는 선수가 되어주세요.”


2002년 국가대표 선수였던 선배님이 해설을 하시기로 하셨다. 선수들을 찾아와서 응원을 해 주셨는데 그냥 감사드릴 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오늘은 꼭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다른 선수들에게서 내 이야기를 많이 듣고 가시던데,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는다.


가볍게 간식을 먹고 과일과 탄산음료, 스포츠 드링크 등을 챙겨서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결승전 딱 한 경기만을 치르기 때문에 경기시작 한 시간 전부터 메인 스타디움에서 몸을 풀 수 있다. 경기장에 도착하고 선수들이 개인의 루틴에 따라서 몸을 풀기 시작한다.

여기서는 이동시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도 대략 경기시작 45분 정도부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처음에는 어슬렁 어슬렁 걸어서 벤치 주변을 서성인다. 그러다가 축구화에 발바닥에 딱 붙는 느낌이 나면 축구화를 조금 조이고 가볍게 뛰기 시작한다.


“재석이 이제 슬슬 뛰냐?”


“훈동 선배님. 같이 뛰십니까?”


“오케이, 같이 몸 좀 풀면서 애들 좀 관찰하자.”


사우디 선수들도 슬슬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선이 나에게 모였다. 나는 이번 대회 최고의 아웃풋으로 불린다. 연령 제한보다 2살이나 어린데 미드필더가 현재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두 자릿수 득점을 성공한 두 명의 선수 중 하나다. 물론 다른 한 명이 수덕 선배다. 한국은 결승까지 오면서 단 두 점을 내주고 경기당 3골 이상의 점수를 냈다. 그리고 그 팀의 득점 선두가 나다. 그래서인지 나와 훈동 선배가 달리면 사우디 선수들의 시선이 따라서 움직인다.


“오늘도 거칠게 나오겠죠?”


“쟤들도 안방에서 하는 결승전이야. 무조건 이기고 싶지 않겠냐?”


“오늘은 관중도 제법 많이 들어왔네요.”


“대부분 사우디를 응원하실 것 같은데 저기 한쪽에 태극기 몇 개도 보인다.”


“우리가 이기면 ‘대~한민국’챈트 들을 수 있을까요?”


“모르지, 그래도 분명한 것 하나는 우리가 이기면 여기 사우디 사람들 도서관처럼 변하기는 할 거다.”


“오!”


예전부터 느낀 점이지만 훈동 선배는 머리가 좋다. 아마 축구를 하지 않고 공부를 했어도 대성했을 것 같다. 물론 훈동 선배가 공부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너는 언제부터 터프하게 풀어갈 거냐?”


“일단 수비 한 번 성공하고 공격을 하면 사우디 애들이 수비하는 강도 보고 딱 그 만큼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 만큼만?”


“설마요. 심판 눈에 딱 그만큼만 하는 것으로 보이면 되죠. 축구 선수가 한 경기 뛰다 보면 여기저기 꼬집히고 멍드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내가 너랑 같은 편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 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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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25년 U-17 월드컵 01 24.09.10 33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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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한강 중학교 08 24.09.06 37 0 28쪽
13 한강 중학교 07 24.09.05 36 1 28쪽
12 한강 중학교 06 24.09.04 36 0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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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강 중학교 04 24.09.02 51 0 28쪽
9 한강 중학교 03 24.09.02 47 0 28쪽
8 한강 중학교 02 24.09.02 45 0 30쪽
7 한강 중학교 01 24.09.02 50 0 29쪽
6 운곡 초등학교 05 24.09.02 53 0 32쪽
5 운곡 초등학교 04 24.09.02 40 0 29쪽
4 운곡 초등학교 03 24.09.02 45 2 33쪽
3 운곡 초등학교 02 24.09.02 55 2 30쪽
2 운곡 초등학교 01 24.09.02 62 3 28쪽
1 전생(?) 비슷한 것이 떠올랐다. +2 24.09.02 94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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