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기사의 가족계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전차소년
작품등록일 :
2024.09.03 07:57
최근연재일 :
2024.09.05 11:4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91
추천수 :
0
글자수 :
38,454

작성
24.09.03 11:35
조회
24
추천
0
글자
13쪽

입양아의 계승

DUMMY

일생일대의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다.


명문은 아니지만 대대로 이어진 가문의 운명이 걸린 이벤트.


그것은 바로 입양이었다.


피가 섞이지 않은 인물을 후계로 들이기 위해 목욕재계하고, 게임의 신께 두 번 절했다.


한 번이 아니고 두 번.

한 번보다는 두 번이 나았다.

확률도 두 배일 테니까.


"신이시여. 자식 없는 에스테론 백작에게 양자 하나만 내어주십시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기원의 말도 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백작은 사정이 좋지 않았다.


실제로 백작은 사정하기 힘든 나이였다. 제때 서지도 않을 터였다.


시작연도에 나이가 이미 90이라서, 2년 안에 입양 이벤트가 뜨지 않는다면 높은 확률로 게임 오버였다.


"제발! 제발!"


세이브 로드가 불가능한 아이언 모드로 시작하고 운에 모든 걸 맡겼다.




시간이 흘렀다.


게임 내 시간으로 몇 달이 지나 어느덧 1년째 되는 날이었다.


후계자가 없거나 못 만들 때 뜨는 이벤트.

양자 입양의 확률은 극악했다.


"괜히 에스테론으로 했나..."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이언 모드로 플레이하겠다는 의지는 실시간으로 꺾여나갔다. 하지만 다시 시작할 수도 없었다.


판도 게임을 하다 보니 강박증이 왔다.

이제는 아이언 모드가 아니면 불편한 몸이 된 것이다.


"가자. 아직 일 년이 남았다."


일시 정지한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순식간에 반년이 더 지나갔다.


-타앙!


효과음이 울리며 입양 이벤트가 떴다. 2년을 두 달 앞둔 시기였다.


"신이시여어어!!"


신앙심 어린 괴성을 내질렀다. 화면에 보이는 입양아는 육체 특성 '괴력'과 '매력'이 동시에 붙어있었다.


"잘 생긴 놈이 힘도 세다고? 그래! 네가 바로 내 아들이다!"


[ 지구인 최지한을 입양하시겠습니까? ]


즉시 '예'를 눌렀다.

입양아의 별명이 지구인이고, 이름도 영 수상했지만 무시하고 말았다.


버프 특성이 이성을 앗아간 것이다.






그 대가로...


"아들아 뒤를 부탁한다."


"예. 아버지."


백작위가 계승되고 있었다.




***




장례가 끝났다.


조문객은 많지 않았다. 에스테론 백작은 살아생전 괴팍하기로 유명했다.


"백작. 수고가 많았소."


"감사합니다. 란디스 백작님."


"그리 깍듯하게 말하지 마시게. 내 딸도 어색해하지 않는가."


란디스 백작의 말에 지안이 시선을 옮겼다. 천천히 이동한 시선은 넋이 나간 란디스 백작 영애에게 닿았다.


지한이란 이름이 지안으로 변경되고, 얼굴도 훨씬 잘생겨졌다. 키도 커지고 체격도 남자답게 변했다.


당장 황태자 멱살을 잡고 북부대공 뺨을 후려쳐도 용서가 될 정도니, 그녀가 넋이 나간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배, 백작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저도 영광입니다. 란디스 영애."


"아... 가, 감사합니다."


란디스 영애가 얼굴을 못 드는 사이, 란디스 백작이 안쓰럽단 표정을 지었다.


"전대 백작님께 신세를 많이 졌다네. 그래서 백작님을 은인으로 생각했지."


"그러셨군요."


"왠지 자네가 남 같지가 않은데, 어떤가? 날 아버지로 생각해주겠나?"


순간, 지안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이계로 입양되기 전에 알았던 역사적 인물이 생각났다.


아버지가 셋인 여모 씨.


잘생기고 잘 싸웠다던데, 잘 생기고 잘 싸우기로는 지안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도 이미 둘이었다.


'여기서 아버지가 더 늘어나면 각이다.'


지안은 스스로 건전하다고 자부했다. 한 사람의 귀족으로서 후계자를 얻고, 영지를 지키는 것이 목표였다.


'남의 마누라나 탐하다가 배신당해 죽는 길은 사양이지.'


엉뚱한 생각에 빠졌지만 란디스 백작의 뜻을 모르진 않았다. 장례식에 예쁘게 꾸민 딸을 데려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란디스 백작은 결혼 동맹을 원했다. 하지만 지안은 여모 씨를 떠올리며 그 뜻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이제 부친의 장례가 끝났습니다."


"정말 효자로구만."


란디스 백작이 감격했다는 듯 눈물을 보였다. 꾸민 느낌이 강한 행동이었다.



[ 기만적인 비겁자 ]


▶란디스 백작은 거짓말과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인물입니다.



입양되면서 얻은 능력이 경고했다.

란디스 백작이 장인어른이 되었다간 끝장날 수도 있다고.


"그럼 안녕히 계시게."


기만자는 성과 없이 영지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떠난 조문객이었다.






여러 날이 지났다.


지안은 상인을 불러들였다. 전대 백작이 남긴 물건 중 팔 만한 것이 있었다.


"에스테론의 지배자, 산텐 협곡의 정당하신 주인께 인사 올립니다. 저는 프란토 시에서 상단을 운영하는 데일이라고 합니다."


"지안 에스테론이라고 한다."


"용모와 용기로 이름 높으신 분을 뵈니 실로 영광입니다. 전대 백작님의 젊은 시절이 떠오를 정도로군요."


말에 오류가 있었다.

상인은 이제 40대였다.


전대 백작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려면 40대 정도론 불가능했다. 그리고 용기라고 할만한 언행은 보여준 적도 없었다.


"기억해주니 고맙군."


지안은 오류를 문제 삼지 않았다. 입양이란 약점이 있는 그에게 전대 백작과 닮았다고 한 사람이었다.


"물건을 봐도 되겠습니까?"


"그리하도록 하라."


상인은 전대 백작이 전장에서 얻었다는 전리품을 살폈다. 바다 건너 들어온 양탄자와 황동으로 된 장식품은 고풍스러운 멋이 있었다.


"좋습니다. 오래되었지만 그래서 좋습니다." 모두 합해 금화 10개는 되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주는군."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서입니다. 제 상단은 가끔 산텐 협곡을 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잘 봐달라는 뜻인가?"


"솔직히 말해 그렇습니다."


"좋다. 거래 상대가 생겨 나쁠 것 없지."


"실로 감사드립니다."


상인 데일이 몸을 깊이 숙였다. 귀족에게 보이는 정중한 예였다.






에스테론 백작령을 떠나는 길.


데일은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전대 백작이 능력만 보고 데려왔다는 소문의 입양아는 말이 잘 통하는 귀족이었다.


"놀랍군."


"뭐가 말입니까?"


"에스테론 백작님 말이야."


뜬금없는 소리에 서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일의 한마디에서 기대가 묻어나왔다.


"입양되기 전에도 귀족이라고 들었는데, 날 경멸하지 않았어."


"...정말 놀랍군요."


"그래. 상인을 경멸하지 않는 귀족은 정말로 오랜만이지."


"옛날엔 조금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땐 그랬고."


"......"


서기는 하려던 말을 멈췄다. 하지만 곧 입 밖으로 내보냈다.


"그래서 시세보다 높게 드렸습니까?"


"나도 사람이니까."


"하긴, 그렇습니다. 욕먹으면서까지 실실거리는 사람은 잘 없죠."


서기가 느낀 바를 입에 담는 사이, 데일은 자신을 보던 지안의 눈을 떠올렸다.


마치 백성을 보는 군주의 눈 같았다. 그래서 물건값을 높이 매겼다.


"나쁘지 않군."


시대가 변하며 사람이 변했다. 농민과 상인, 용병, 그리고 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30년 넘게 황제가 없는 시대.


지금은 그런 시대였다.




***




영주성의 수련장.


지안은 대련을 위해 이곳에 왔다. 입양되고 나서 기사들과 가끔 대련했지만, 오늘의 대련은 이전과 달랐다.


영주로서 충성을 받아내리라.

그런 의미가 있는 대련이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련을 허락하자 로우드란 이름의 덩치 큰 기사가 나섰다. 도끼를 잘 쓰게 생긴 그는 정말로 도끼를 잘 쓰는 인물이었다.



[ 충성스러운 도전자 ]


▶로우드는 충직하지만, 대련에서는 누가 상대라도 진심입니다.



'안 봐주겠단 뜻이겠지. 뭐, 상관없지만.'


입양된 후로 지금까지 부지런히 무예를 수련했다. 이미 아는 것을 복습하는 듯 배움은 놀랍도록 빨랐다.


지안도 로우드처럼 도끼를 잡았다. 한손검은 검집에 둔 채였다.


"투신이시여!"


로우드가 이교의 신을 부르짖었다. 원래 북방 야만인 집단이 세운 에스테론 백작령은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제가 보면 난리를 피울지 모르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로우드 잘해라! 난 너한테 걸었다!"


정교의 사제 마르센 역시 북방 야만인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었다.



[ 세속적인 불신자 ]


▶마르센은 먹고 살기 위해 성직자가 되었습니다. 그에게 신은 개뼈다귀와 같습니다.



마르센은 이교에 대해 관대했다. 지안 역시 이교를 문제 삼지 않았다.


지안과 전투 사제인 마르센을 포함해도 영지의 기사가 4명뿐인 현실이었다. 정교든 이교든, 사이비만 아니면 다 안고 가야 했다.


"와라!"


"옙! 갑니다!"


자세를 잡고 로우드의 일격에 대응했다. 사선으로 내려치는 도끼를 힘으로 막았다.


-콰앙!


전력을 기울인 공격에도 지안이 받은 충격은 크지 않았다.


"오오! 역시 로우드 경!"


"영주님! 힘내십시오!"


병사들은 로우드의 힘에 감탄하고, 지안을 응원하느라 바빴다.


-후웅!


로우드가 도끼를 내려치자, 지안이 자루의 중간으로 공격을 막았다. 동시에 자루를 꺾듯이 돌려 로우드가 도끼를 놓치게 했다.


"하하! 졌습니다."


손이 빈 로우드가 패배를 선언했다. 밝은 웃음을 보니 깔끔히 인정한 모양이었다.


"로우드! 이 망할 자식아!"


"뭐야, 갑자기?"


"난 너한테 걸었단 말이다!"


"누가 나한테 돈 걸라고 협박했냐."


로우드와 마르센이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 주군이 앞에 있는데도 가신들이 보이는 모습은 불경, 그 자체였다.


'역시 이래야 내 가신이지.'


지안은 오히려 만족했다. 화를 내도 영주에게 내지 않고, 돈을 걸 정도로 동료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예의 바르고 서로 단합도 잘 되는 좋은 가신들이었다. 그래도 위신 때문에 못 본 척할 순 없었다.


"그만!"


"죄송합니다."


"...저도 너무 무례했습니다."


사죄하는 로우드와 마르센. 지안은 그중에서 마르센을 돌아보았다.


"마르센, 다음부턴 나한테 걸도록. 그럼 오늘의 손해도 해결될 것이다."


"영주님께 걸면 수익이 적습니다. 다들 영주님께 걸어서요."


"뭐?"


사제답지 않은 모습에 말을 잃자, 로우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마르센 이 자식은 원래 그렇습니다. 영주님께서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그러지. 다 내 가신들이니까."


"감사합니다. 사실 저 녀석, 영주님을 엄청 존경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지?"


"세금을 안 내니까요."


"아... 그렇겠군."


마르센의 교회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교가 난무하던 에스테론 영지를 정교로 개종시킨 공으로 전대 백작이 내린 혜택이었다.


"크흠! 어,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마르센이 로우드와 화해했다.

지안에게 감사하는 형식이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입양이라 쓰고 빙의라 불리는 일은 당한 뒤, 둘의 티격태격을 늘 봐왔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럼 다음 대련을 시작할까?"


"저는 패배를 인정합니다."


"알겠다.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



[ 분석적인 전술가 ]


▶제론은 지는 싸움을 자청하지 않습니다.



구경하고 있던 또 다른 기사 제론은 순순히 수족이 되었다.




***




좋은 날이었다.


산들바람에 들꽃이 흔들리고, 햇볕이 따뜻한 오후의 하루.


-따각따각.


말을 몰아 한적한 길을 지나갔다.

영주가 되었으니 영지에 속한 마을에 눈도장 찍으러 가는 것이다.


이미 3개의 마을을 지났고, 마지막 마을을 남겨두고 있었다. 전대 백작 시절 새로 개척한 마을이었다.


"영주님 납신다! 길을 비켜라!"


"모두 예를 표해라!"


"지배자께서 오셨도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병사들이 지안의 존재를 알렸다. 그 외침에 촌장과 마을 주민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오오! 나의 영주님! 어리석은 백성이 정당한 지배자를 뵙사옵니다!"


"일어나라."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촌장은 일행을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공용으로 쓰는 마을 회관이었다. 다들 고만고만하게 사는 처지라 지금까지 본 마을 회관과 비슷한 규모였다.


"환대에 감사한다. 그대들의 성의에 나 역시 주는 게 있어야겠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바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옵니다!"


"내 관용을 거부하지 말라."


"여, 영주님!"


촌장은 선물을 거부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사실, 거부하는 척에 불과했다.


받은 것이 있다면 돌려주는 것도 있는 법.

받기만 하는 영주는 은근슬쩍 칼침 맞거나 대놓고 칼침 맞곤 했다.


지안은 촌장이 바친 공물보다 더 값어치 있는 하사품을 내렸다. 전대 백작의 전리품을 팔아 얻은 금화는 지금을 위해 쓰였다.


각각의 마을마다 금화 2개가 돌아갔다.

대가 없는 충성은 변명 있는 배신만큼이나 가치가 없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촌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 모두가 지안을 환영하는 눈치였다.


그러던 중.


"영주님! 주술사를 고발하겠습니다!"


민원이 발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도기사의 가족계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작별과 재회 24.09.05 6 0 12쪽
6 원혼의 숲 24.09.04 10 0 13쪽
5 일주일의 여정 24.09.03 12 0 13쪽
4 바람과 호수 24.09.03 14 0 11쪽
3 성녀님의 야망은? 24.09.03 13 0 11쪽
2 불명예와 별명 24.09.03 12 0 12쪽
» 입양아의 계승 24.09.03 25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