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기사의 가족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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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소년
작품등록일 :
2024.09.0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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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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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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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의 야망은?

DUMMY

강도기사는 유료로 보내준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원칙은 산텐 협곡과 세상 모든 길의 불문율이었다. 대개는 잘 지켜졌지만, 예외도 분명 있었다.


강도기사나 손님 중 한쪽, 또는 양쪽 모두가 불문율을 어길 때였다.


"실로 자비로우십니다. 사랑―"


"거기까지."


불문율이 깨질 뻔했다.

간신히 참은 지안은 위신을 위해 행상인을 보내주었다.


이미 받았는데 칼질로 보답하는 것은 위신이 깎이는 짓이었다.


"어렵군."


"어렵기는요. 잘 벌려서 좋은데요? 마르센 녀석이 좋아할 겁니다."


"마르센은 이야기는 하지도 마라."


지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랑백이란 해괴망측한 소식을 전한 마르센은 불경한 가신이 되어 있었다.


'언젠가 세금 때려버리고 만다!'


훗날의 정책 또한 다짐했다. 목적은 종교세를 통한 재정 확충과 물류의 건전화, 교회의 타락 방지였다.


절대로 복수가 아니었다.


지안은 관용과 담대, 그리고 위신의 소중함을 아는 영주였다.


"영주님! 손님이 왔습니다!"


병사가 새로운 손님을 알렸다. 그러자 지안이 목책 앞에 섰다.


"어서 오너라!"


"누구냐!"


"이 산텐 협곡의 주인! 내가 바로 에스테론 백작이다!"


"사랑백?!"


"좀 닥쳐라!"


분노를 드러내며 도끼로 땅을 찍었다. 이러면 돈주머니가 건네져 왔다.


"드디어 만났구나! 난 도르신 백작가의 사남! 레알 도르신이다!"


돈주머니는 없고 사슬갑옷을 걸친 기사만 나왔다. 사슬갑옷을 벗어줄 테니 팔아먹으란 소린 아닐 것이다.


"묻겠다! 네놈이 사랑백인가!"


"......"


"왜 말이 없는가!"


"너는 부모님을 원망해라."


끝내 사랑백임은 말하지 않았다. 그저 도르신 백작가의 사남을 불쌍히 여겼다.


한편, 손님 일행의 두 사람은 일어날 싸움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성녀 루네아와 그녀의 시녀였다.


"한 번 지켜볼까요?"


"네. 그런데 백작님 얼굴이 안 보여요."


"투구를 썼으니까요."


"성녀님... 너무 무관심하세요."


루네아가 무슨 소리냐는 듯 시녀를 보았다. 사랑백이니 뭐니 해도 애초에 소문만 무성한 사람이었다.


"진짜 관심은 그 사랑백이란 사람을 알아본 뒤에도 늦지 않아요."


지안에 맞서는 기사는 실력이 괜찮은 인물이었다. 필요 없다는 데도 호위를 자처한 인간이기도 했고.


-휘이이잉!


협곡에 바람이 불었다.

세찬 바람이 땀방울을 쓸고 지나가며 가을의 서늘함을 알려주었다.


지안은 서늘함을 신호로 삼았다. 덤비라는 듯 왼손을 펴 까닥거렸다.


"이 자식! 감히?!"


기사가 달려들었다. 바로 세운 양손검으로 내려치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공격이 성공하기도 전에 도끼자루가 검을 막았다.


신속히 접근한 지안이 양손검의 날이 없는 부분을 공략한 것이다.


"안다리라고 들어봤나?"


"뭐?"


-쿠당탕!


기사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안다리 걸기가 성공하며 다리 한쪽이 허공에 뜬 결과였다.


"흐으음?"


루네아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무예에 뛰어난 그녀의 시선으로도 지안의 한 수는 교묘한 데가 있었다.


"다시 해보자! 방심했을 뿐이다!"


기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양손검을 버리고 한손검을 뽑더니 기습하듯 몸을 날렸다.


-카앙!


도끼날과 검날이 맞부딪히며 검날의 이가 나갔다. 지안은 또다시 안다리를 걸고 기사를 넘어뜨렸다.


"재미있는 수네요."


"뭐가요?"


"그런 게 있어요."


아무것도 못 본 시녀와 달리 루네아는 안다리 걸기를 정확히 봤다. 졸라서라도 배우고 싶은 훌륭한 체술이었다.


"다, 다시 하자. 내가 갑옷을 입어서 몸이 무거웠을 뿐이다."


기사는 뒤로 물러나 갑옷을 벗고, 종자가 가져온 물주머니를 입에 댔다. 불어오는 바람에 술 냄새가 따라왔다.


"술은 왜 마시지?"


"싸움은 술기운으로 하는 거다!"


"그래 알아서 해라. 안 말릴 테니까."


지안은 기사가 술기운이 돌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기사란 족속 중 일부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곤 했다.


그렇게 싸움이 길어졌다.

긴 싸움에 지친 자도 나왔다.


술은 마셨어도 음주 전투는 안 한 기사 레알 도르신이 헐떡이고 있었다.


"허억! 헉! 무식한 자식!"


"그만 포기하시지."


"기사는 포기하지 않는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기사 레알 도르신의 기사도는 이상한 쪽으로 틀려있었다.


기사도는 죽었는가!

아니면 원래 없던 것인가!


강도기사 지안은 기사도가 농담거리가 된 시대에 한탄했다.


그때.


진한 노린내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




-쿠웨에에엑!!


괴성이 울려 퍼졌다.

곰의 몸체에 올빼미의 머리를 한 아울베어가 괴성의 주인이었다.


-꾸엑?


아울베어는 깜짝 놀랐다. 사람 냄새를 맡고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 덩치 큰 괴물은 잠깐 도망을 생각했다.


"어, 음... 양보하겠습니다."


기사가 전투를 양보했다.

포기를 모를 정도로 고집 있는 기사가 양보란 것을 했다.


그 모습에 아울베어가 용기를 얻었다. 인간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쿠아아아아!!


"좆됐다."


탄식한 기사가 종자를 불렀다. 술을 더 가져오라는 말이 있었다.


"술기운으로 싸우려는가?"


"아니, 술에 취하면 덜 고통스러울 테니까."


"형편없군."


"크흑! 마음대로 생각해라..."


술 주머니가 비워지는 사이, 지안이 앞으로 나섰다. 충성스러운 기사 로우드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영주님! 돕겠습니다!"


"내가 하겠다."


"영주님?"


"좋은 기회다."


지안이 손을 들었다.

등을 보인 채로, 손등을 보인 채로 로우드의 발걸음을 막았다.


남자는 등과 손등으로 말한다.

남자라면 뜻을 알아보리라.


"알겠습니다. 대신 위험하면 나설 겁니다."


로우드는 긴장을 놓지 않았다.

언제든지 뛰어들 준비를 했다.


"진짜 싫은 모양이구만."


지난 며칠간 지안이 사랑백이란 별명을 싫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쿠웅!


공터로 선 아울베어가 몸을 한껏 부풀렸다. 위용을 과시하는 모습이었다.


"오라! 나의 위신이여!"


지안이 검을 들었다. 계속 쓰던 도끼는 놓아버린 후였다.


손잡이가 긴 한손검을 잡고 기운을 일으켰다. 특별한 무인이 낸다는 기운이었다.


"전혼?!"


루네아가 비명 같은 소릴 냈다.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막대한 세력을 가진 군주나, 국경의 변경백령에나 가야 몇 명 있는 실력자를 두 눈으로 본 까닭이었다.


"이 정도였다고요?"


아울베어를 상대로 혼자 나설 때는 지안이 무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혼을 목격했으니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지켜봤다.


"마치 산들바람 같아..."


지안의 전혼은 산들바람이었다.

검신을 중심으로 뿜어져 나오는 산들바람이 나선으로 회전했다.


회전하는 산들바람은 어느새 폭풍이 되었다. 동시에 발을 박찼다. 있는 힘껏 뛰자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후우우웅!!


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전혼 덕분에 아울베어의 행동반경을 뜻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일격이라도 적중한다면?

새빨간 피를 불 수 있겠지.


그리 여기며 아울베어를 협곡의 한쪽 벽까지 밀어붙였다. 위신은 물론이고 애꿎은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끝내고자 했다.


-쿠에에엑!


아울베어가 반격했다.

몰릴 대로 몰린 괴물의 일격.


지안은 몸을 숙여 발톱을 피했다.

순간, 아울베어의 목이 드러났다.


가죽이 얇은 곳이었다.

검신이 햇빛을 반사한다.


-서걱!


빛살 같은 궤적이 유려한 반월을 그렸다.


가죽을 베고.

근육을 베고.


목뼈마저 베어버렸다.



< 조르데스의 무형검기 >


나선의 전혼(戰魂)이 옛 기사, 마스터 조르데스의 전합(戰合)을 세상에 선보였다.



"아울베어의 목을 베었단 말인가?!"


뒤로 기사의 경악성을 들었다.



"영주님 대단하십니다!"


로우드의 경탄도 들었다.



"오오오! 괴물이 쓰러졌다!"


"세상에 신이시여!"


"용사다! 우리 영주님이 바로 용사다!"


여러 환호성도 들었다.



"백작님, 그거 전합이죠?! 전합 맞죠?"


갑자기 튀어나온 여인의 질문도 들었다.


그녀는 수녀복을 입고 있었다.




***




모닥불이 타오르는 밤.


귀환길에 오른 지안은 병사들과 야영하고 있었다. 야영지에는 수녀의 베일을 쓴 루네아도 함께였다.


그녀는 자신을 성녀라고 밝히며 교회가 내준 증명서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쓰셨어요?"


"무엇을 말인가."


"전합 말이에요. 저도 전혼까지는 가능한데 전합은 무리란 말이에요."


"...조금 피곤하군."


"앗, 죄송해요. 너무 말이 많았어요."


성녀는 호기심이 과했다.

물론, 지안이 느낌만 그랬다.


"극도의 수련을 거쳐 한계를 넘은 자, 전혼을 깨우치리라."


"전혼은 깨달음, 전합은 깨달음의 형식. 조르데스는 그리 말했죠."


"잘 알고 있군."


"하지만 거기까지란 말이에요."


과거에 명성 높았던 기사 조르데스의 발언이 튀어나왔다. 그는 형식이 없던 무예에 형식을 알려준 스승이었다.


"조르데스의 교본을 보도록. 나도 그걸 보고 깨우쳤다."


"왠지 재수 없는 말이에요."


"하지만 진실이다."


그랬다.

지안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육체특성 괴력은 무예와 관련된 재능마저 제공하는 특성.


다시 말해 교과서 보고 벼락치기 좀 했더니 지금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나저나 혼자서 행동해도 괜찮은가?"


"네. 다 허락받고 하는 일이거든요."


"대주교구의 일은 알 수가 없군."


시골 백작이란 티가 확실히 나는 지안.

루네아가 그를 보며 살포시 미소지었다. 어떻게든 가르침을 받고 싶었다.


"대주교구는 말이에요. 총대주교구 밑에 있는 교구예요. 하는 일을 말해보자면..."


관심을 끄는 방법이 잘못되었지만, 설명은 열정적이었다.


[ 열정 어린 순결한 야심가 ]


▶근면, 성실, 열정, 야망, 집착, 매력, 순결.

▶성녀 루네아는 노력하는 처녀입니다. 그녀는 선택받았습니다.


눈을 감고 본 루네아는 과연 성녀였다. 어떤 면에서 성녀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인정할 뿐이었다.


"왜 눈을 감으시나요?"


"잠 온다."


"미안해요. 그럼 주무세요."


루네아가 인사하고 멀어지는 사이, 지안은 침낭으로 들어갔다. 사실 잠은 아직이지만 뱉은 말이 있었다.


"영주님 말이야. 성녀님한테 냉정하지?"


"너도 그리 느꼈냐?"


"응. 너도?"


"어. 나도."


병사들의 속닥거림이 울려 퍼졌다. 크지 않은 소리라 잠들기에 무리는 없었다.


'야망이라...'


지안은 성녀의 야망이 신경 쓰였다.






아침을 맞이한 야영지.


지안은 구수한 냄새에 잠에서 깼다. 어딘가 그리운 느낌의 냄새였다.


"일어나셨네요?"


목소리의 주인은 루네아.

그녀는 수녀의 베일을 쓴 채로 스튜를 끓이고 있었다.


"한 그릇."


"네. 맛있게 드세요."


그녀가 준 스튜는 맛있었다. 넣은 건 없지만 풍족한 맛이었다.


스튜가 담긴 그릇은 주석 그릇이었다. 여행자들이 주로 쓰는 주석 그릇은 그녀가 편한 삶과 거리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바라는 건?"


"없어요."


"정말인가."


"대주교구는 백작님께 바라는 게 없어요."


루네아는 모종의 임무를 위해 에스테론 백작령으로 가던 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일행과 헤어졌지만, 어차피 그리될 예정이었다.


"다만, 저는 바라는 게 있다고 할까? 여관에서 따뜻한 물을 쓸 수 있다든지, 개인실을 쓸 수 있다든지 하는 것들요."


"아쉽게도 내 영지에 그런 여관은 없다."


"네?"


"없다고."


"......"


루네아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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