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교주 살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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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망b
작품등록일 :
2024.09.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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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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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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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1431년 5월 30일, 루앙


“이단의 죄로 화형에 처한다.”


머리 위까지 올라와 있는 나무 기둥에 한 여자가 묶여있었다.


밧줄에 묶여있는 틈 사이로 드러나는 굴곡진 몸매, 핏자국이 묻어난 하얀 수의.


오똑한 코와 우수에 젖은 눈매를 가진 그녀는 힘없이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위에는 수많은 군중이 두 손을 모은 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장작을 채워라.”


성직자로 보이는 자가 말을 하자 주변의 병사들이 장작을 채워넣기 시작했다.


장작 사이로 군중들은 이따금 자신들의 나무 십자가를 넣는 자도 있었다.


기둥 주변으로 장작더미가 채워지고 화형이 시작되기 직전 묶여있는 여자가 바닥을 보던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나는 가톨릭의 신자로 태어나 주님의 말씀에 따라 전장에서 자랐으며 괴물, 마녀, 창녀, 탕녀로 불렸다.”


크지 않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목소리에 사형장에 있는 모두가 숨을 참은 채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주님을 등에 업고 민중 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에 의해 나는 종국에 마녀로 불리는구나.”


성직자는 병사들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마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마라! 병사들은 화형을 속히 집행하라!”


성직자의 말에 병사들은 웅성거릴 뿐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나를 화형대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용서하겠다.”


그녀가 선언하듯 내뱉는 말에 화형을 명령하던 성직자조차 몸을 움찔하며 떨었다.


“다만, 자신을 위해 신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자. 너희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마녀가 되어 내 육신은 사라져도 내 영혼이 너희들을 영원토록 저주할 것이다.”


사형장의 모두가 멍하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성직자는 서 있던 단상에서 내려와 병사들이 들고 있던 횃불을 뺏어 직접 장작에 불을 붙였다.


“앗! 뜨거워. 물···물!”


장작에 불을 붙이던 성직자의 옷에 불이 붙었다.


그럼에도 장작더미에는 성공적으로 불이 붙어 천천히 메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장작이 점차 타오름에 따라 메케한 연기가 그녀를 드리웠다. 퍼져가는 검은 연기로 인해 사형장 그 어디에서도 그녀의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타오르는 불길, 매캐한 연기, 장작이 타닥거리는 소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군중들에게 그녀의 눈빛이 보이는 듯했다.


몇 시간 뒤, 사형장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


“그동안 여러분 덕에 군 생활 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미숙한 탓에 프로젝트에도 여러분에게도 피해가 가게 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잠시 목이 멘 듯,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기침을 내뱉으며 다시 말했다.


"저는 이제 군을 떠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집 안 사정으로 인해 훈련에 더 이상 집중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몸은 떠나도 마음만은 언제나 군인입니다.”


“뒤로 돌아! 지휘관에 대하여 경례!”


“충성!”


전역식이 끝나자, 하나둘 사람들이 모인다.


“강 중사, 고생했어! 나가면 연락해”


“지웅아, 프로젝트 끝나면 연락할게. 밖에서 보자.”


강지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특수전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집안 사정 탓에 대학을 가진 않았지만, 동네에 한 두명 즘 있는 똑똑한 아이였다. 또한 육상으로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갈 뻔했던 뛰어난 신체 능력이 만나 훈련과 체력 측정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미군과 소부대 전투 훈련에서는 산을 올라 3일을 기어가 자리를 잡아 적 지휘관을 저격하는 성과를 내기도 하고, 북한 접경지역 훈련 중에 북한군 탈영병을 생포하기도 했다.


군 기밀을 몰래 빼내려는 장교를 발견하여 사이버 안보국과 공조하여 검거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운이 좋게 얻는 기이한 경력과 훈련 성적 등을 인정받아 입대 2년 만에 중사로 진급하고 전 군 대상으로 차세대 특수임무를 수행할 인원을 뽑는 프로젝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눈에 띄는 인재였지만 아버지의 가출과 어머니의 자살 소동으로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료를 위험하게 할 뻔했다. 처음 겪는 통제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낌 강지웅 중사는 결국 전역을 선택한다.


[부재중 전화 : 어머니 21통]


‘하······.’


마지막으로 부대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핸드폰을 보니 걸려있는 어머니의 부재중 전화.


‘얼른 가자, 집으로 가면 어머니도 좀 낫겠지.’


강지웅은 부대 앞에 주차되어 있던 구형 스포티지에 올라타 집으로 가는 내비게이션을 조작했다. 그때 마침 부대에서 뛰쳐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강 중사!”


창문을 내리니 차 앞에 한 남자가 서서 말을 걸었다.


“강 중사···. 지웅이 고생 많았다. 나는 아직도 네가 전역까지는 안 했으면 좋겠다. 나 멀쩡하잖아."


한숨을 쉬더니 침을 삼키고 말을 잇는다.


"그때는 정말 실수였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데···. 그리고 지금까지 네가 내게 해준 게 얼만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때?”


“김 중사님 위로 받아주시면 한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지웅아···.”


“지금이 아니더라도 더 큰 사고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김 중사님이 안 다치셔서 다행이고 저도 지금 나가서 명예전역할 수 있는 겁니다.”


“이제까지 한 것만 생각하면 프로젝트에 더 어울리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넌데···.”


김 중사는 사고를 자기 탓처럼 생각하는지 고개를 떨궜다. 강지웅은 김 중사를 보며 손을 뻗는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저 대신 프로젝트 끝까지 완주하시면 됩니다. 김 중사님이 더 어울리시는 분입니다. 제 운명은 군보다 밖에 있나 봅니다. 저는 집안일도 그렇고 바깥일이 급해서···.”


“그래 지웅이 꼭 연락할게. 필요하거나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해”


김 중사는 말을 마치고 부대로 다시 들어가고, 강지웅은 차에 시동을 걸고 부대 밖으로 나갔다. 부대 지휘통제실 창문에서는 김 중사가 그 모습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퀴퀴한 냄새와 함께 거실에 어머니가 앉아계셨다.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던 눈은 강지웅이 들어오자, 생기가 돋았다.


“어머니 돌아왔습니다.”


강지웅이 말을 하자 고개를 홱 돌리며 그를 쳐다봤다.


“왜 이제 왔니? 왜 이제 왔어? 너라도 있었으면 너희 아버지 힘으로라도 말렸을 거 아니야. 군에서 배운 게 그건데. 네가 휴가라도 썼으면 도망은 안 갔을 거 아니야!”


당시에 자리에 있지도 않던 강지웅을 원망하며 소리를 질렀다.


“···.”


“그 개같은 년이 너희 아버지를 물어갔다니까? 할 말이 없니? 당장 너희 아버지 찾아와! 내가 너 키워놨으니까, 너도 너희 아버지 찾아오라고!”


강지웅은 군복을 입은 채로 현관에서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있다 들려온 축객령에 몸을 움츠렸다.


“어머니, 아버지에게 연락은 해보셨어요?”


“느그 아버지 핸드폰도 놓고 갔다. 다 내버려두고 가버렸다고, 집도 차도 통장도!”


어머니는 강지웅에게 아버지의 것으로 보이는 핸드폰을 던졌다. 놀라며 핸드폰을 받은 지웅은 천천히 핸드폰을 열어 살펴본다.


“너 특수부대 였다매. 북한군도 찾았었다매. 그럼 너희 아버지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거 아니니? 제발 아버지 좀 찾아봐라···.”


흐느끼며 비는 어머니를 보고 지웅은 방에 들어가 사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온다. 그 사이에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지웅을 마구 찾는다.


“어머니 혹시 정상이 아저씨한테는 물어보셨어요?”


“그 자식도 아주 입을 꾹 다물고 있어. 네가 한번 물어보던지.”


“제가 한번 찾아볼게요.”


어머니가 던졌던 아버지의 핸드폰을 방에 두고 집을 나선다. 지웅은 김정상이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발을 옮긴다. 김정상은 지웅의 아버지는 물론 주변 친구들까지 아는 발이 넓은 사람이다.


편의점에 도착하자 지웅은 손님 없이 혼자 앉아있는 지웅을 발견한다.


“아저씨 저 왔어요.”


“어? 지웅이 왔니?”


“네 저 오늘 전역했어요.”


가운데가 넓게 벗겨진 머리, 그리고 옆머리로 위를 가린 전형적인 탈모가 진행 중인 대머리. 그에 반해 큰 코와 구레나룻부터 턱까지 서양인처럼 내려오는 수염. 거기에 살짝 나온 술배를 보면 호감이라 느끼기는 어려운 얼굴이다.


그에 반해 호탕한 목소리와 품성 탓에 주변에 사람이 많고 지웅을 어릴 적부터 잘 챙겨줘 지웅은 정상을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저씨, 머리는 여전하시네요?”


“이 녀석이, 허허!”


얄궂게 묻는 지웅의 말에 정상은 시원하게 웃는다.


“아버지 얘기 여쭤보려고 왔어요.”


“아···. 제수씨는 좀 어떠셔?”


“많이 힘들어하시죠. 저한테 아버지 좀 찾아달라고 하셔서 그래도 아저씨가 아버지를 자주 보셨으니까 알고 계신게 있을까 해서요.”


“안 그래도 얘기해주려던 게 있다.”


김정상은 긴장되는 듯 침을 삼켰다.


“너희 아버지가 사라지기 전에는 항상 우리 편의점에 들리셨단다. 원래는 바로 집에 갔었는데 최근에는 다른 곳을 가는 것 같더라고.”


“어디로요?”


“그건 잘 모르겠다. 물어도 잘 대답하지 않으려 하고, 따라갈 수도 없잖냐. 그리고 평소와 다른 메신저를 쓰는 것 같더라고.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제 보니 그것도 이상하게 느껴지네.”


정상은 없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톡톡 건드리며 뭔가를 생각했다


“더는 생각나는 게 없구나. 아버지 찾아보는 건 좋다만 왠지 내가 느끼기에 너희 아버지가 그동안 답답해 보이기도 해서 돌아오는 것까지는 강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네···. 아저씨 우선 아버지부터 만나보고 생각해 볼게요.”


“아마 내가 알고 있어도 말릴 수 없었을 거야. 요즘에 되게 행복해 보였다. 너희 아버지.”


김정상을 뒤로하고 지웅은 편의점을 나왔다. 띠링 하고 울리는 초인종 소리가 지웅을 배웅했다. 유리로 된 편의점의 문 뒤에서 김정상의 시선이 지웅이 가는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지웅이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방에 들어가 주무시고 계셨다. 지웅은 방에 있는 어머니를 확인하고 자신의 방에 들어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김 중위님 혹시 바쁘십니까?”


사이버 안보국에서 복무하는 김 중위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신원 조회를 받는 기간에 친해진 장교 중 한 명이었다.


본인 말로는 해커대회 수상해서 그 경력으로 대학을 가려다 보니 남은 게 군사학과밖에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왔다고 한다.


“어? 강 중사님 웬 일이십니까? 안 그래도 국인체에 이름 사라지셨던데, 전역하신 겁니까?”


“네 바로 또 찾아보셨습니까?”


“캬···부럽습니다. 제 꿈인데, 어쩌다 전역하신 겁니까? 프로젝트 재밌어 보였는데.”


“프로젝트 하차했습니다. 집안일 때문에···. 연락드린 것도 집안일 때문입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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