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먼치킨이 너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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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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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누구에게나 기억을 되짚어 보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절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풍부한 상상력을 마음껏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힘차게 뛰어놀던 그런 시절.


걱정이라고 해봐야 밀린 방학 숙제나 엄마의 잔소리가 가장 두려웠을 그런 시기가 말이다.


10년. 더 나아가 20년 후의 찬란하게 성공한 자신을.


그 어떤 근거도 없지만 그냥 그렇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절이 분명 나에게도 존재했다.



캉──!!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인생이란 타고난 극소수를 제외하면 결코 순탄할 수가 없다.




카앙──!!



바로 지금 내가 던전에서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




32살 나름대로 규모 있는 길드의 작업반A.

헌터의 길을 포기한 백우진의 현재 위치였다.


“후우.”


오랜 현장직 생활로 굵어질 대로 굵어진 팔뚝 크기의 마정석을 캐낸 백우진은 잠깐 괭이질을 멈추고 흘러내린 땀을 닦았다.


길드의 공략대가 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이온 음료처럼 맑은 하늘색 빛을 품은 크고 작은 마정석들이 벽에 박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이미 캐낸 마정석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벌써 5년째 바라보는 풍경은 익숙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다.


“짜식, 그러다 몸 상한다니까?”

“감사합니다.”


점심시간이 아직 남았음에도 음료를 가지고 다가온 작업반장에게 고개를 까딱이며 건네받은 음료를 냉큼 털어 마셨다.


“네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마는 우리 같은 사──”

“사람들은 몸이 곧 재산이라고요?”

“그래 임마.”

“암요. 알죠.”


누가 그걸 모르겠는가.


아마 이 작업반에서 그 사실을 뼈가 시릴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자신일 것이라고 백우진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야 오랜 슬픔을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그간 아끼고 아껴서 모은 재산을 전세 사기로 몽땅 날려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어 버렸으니까.


누군 좋아서 점심까지 대충 우겨 먹으며 남들 다 쉬는 시간에 괭이질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전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뿐이지.


“캬, 그나저나 우진에 내 솜씨는 언제 봐도 놀랍다니까.”

“다들 이 정도는 하잖습니까.”

“하려면 할 수야 있지.”


반장은 쭈그려 앉더니 방금 막 백우진이 캐낸 마정석을 통통 두드리며 웃었다.


“그런데 이 바닥에서 구르고 구른 놈들도 이렇게 캐려면 효율이 안 나온단 말이야. 효율.”


물론 백우진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정석을 상처 없이 깔끔하게 캐는 거야 몇 년 이 바닥에서 구른 이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반장의 말처럼 흠집하나 내지 않으면서도 일반 작업꾼이랑 비슷한 속도로 채취할 수 있는 작업꾼은 적어도 이 길드 내에선 자신이 유일하다는 것을.


‘그러면 뭐하냐.’


백우진은 자신이 힘겹게 옮겼단 마정석을 한 팔로 번쩍 드는 반장을 보며 쓰게 웃었다.


D랭크 각성자인 반장은 근력을 올려주는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저기 놓아둔 곡괭이는 가볍게 우그러트릴 수 있을 터.


반면 자신은 어떠한가.


‘아니, 아니지. 생각하지 말자.’


똑같이 각성했지만,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제 모습에 습관적으로 비관적 사고를 이어 나갈 뻔했으나 시간이 흐른 만큼 익숙해지진 못해도 감정이 닳고 닳아 이제는 회복이 빨랐다.


‘그런데 저 양반 아까부터 뭘 저렇게 보는 거지?’


백우진의 시선은 제가 캔 마정석을 들어 올리다가 멈칫하고는 마정석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보이는 반장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 맑은 색의 마정석 안에 웬 이물질 하나가 보였다.


‘반지?’


반장이 준 음료에 독이 들어서 눈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반장이 들어 올린 마정석 안에 보이는 이물질은 분명 반지였다.


“크흠!”


뒤늦게 백우진의 시선을 깨달았는지 반장은 들고 있던 마정석을 내려놓으며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우진아.”


한껏 내리깐 목소리.


점심시간이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음에도 반장은 혹여나 누가 오지는 않는지 입구 쪽을 강하게 주시하며 나직이 속삭였다.


“너, 돈 좋아하지?”

“세상에 돈 싫어하는 인간이 어딨습니까. 싫다고 하면 그 새끼들은 분명 사기꾼일 겁니다.”

“암, 그렇지. 돈 밝히는 인간보다 돈을 마다하는 놈들이 더 위함한 족속이지. 짜식이 역시 뭘 좀 알아.”


태연하게 대꾸했으나 백우진의 머릿속은 상당히 복잡스러웠다.


‘하, 진짜 개 같네.’


늘 호쾌하게 작업꾼에게 지시를 내리던 반장이 목소리를 줄인 이유?


목 위에 달린 게 장식이 아니라면 반장이 지금 저 마정석 안에 박혀 있는 반지를 몰래 빼돌리려 한다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목격자는 단둘.


반장과 자기 자신.


목격자들이 담합 한다면 오늘 이 자리에 있던 일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당분간은 말이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괜히 도파민에 중독되는 게 아니다.

한 번 자극적인 맛을 보면 두 번 다신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장담컨대 지금 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이런 기회가 생길 때마다 반장은 저를 엮으려 들 것이다. 반장은 눈앞에 떨어진 동전이 아니라 그걸 어떻게 굴리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부류였으니까.


쉽게 말해서 당장 본인의 몫이 줄어드는 것보다는 짊어진 죄를 계속 나누어 자신을 완벽한 공범으로 만드는 쪽이 장기적으로 득이 된다는 걸 어렵지 않게 판가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뭐든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넌 똑똑한 놈이니까 내가 뭘 제안하려는 굳이 말 안 해도 알지?”


역시나.


이제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


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공범이 되느냐.

아니면 반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이 바닥에서 완전히 떠나느냐.


물론 세 번째 길도 있긴 했다.

바로 내부고발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든 내부고발자는 환영받지 못하는 게 이 각박한 세상의 순리다.


“우진아.”


고민이 길어지자 반장은 백우진의 이름을 불러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반장님.”

“그래. 할 거지?”


이미 모든 걸 확정 지어 놓은 듯 반장은 허리를 숙이고는 내려놓았던 마정석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 순간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굉장히 느릿하게 다가왔다.


지금껏 온갖 인간군상을 만나왔고 여러 사건 속에서 악으로 버텨오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


“저는 오늘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생에는 마가 껴도 단단히 꼈는지,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가늘고 긴 인생을 살자고.


“이 일도 오늘을 마지막으로 그만두겠습니다.”

“······.”


반장의 손은 마정석에 얹어진 그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나.


바라던 대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라고.

부양할 가족도 없고 빈털터리에 가진 거라고는 정말 몸뚱어리 하나뿐인 인생.


막대한 빚이라도 있었으면 생각이 조금 달라졌을진 몰라도 빚도 없으니 이대로 한적한 시골로가서 그냥 농사나 짓고 살아야지.


“다시 생각해 봐.”

“반장님.”

“너도 알잖냐? 아무리 하찮은 유물이라도 우리 같은 놈들 인생에 진 주름살 하나는 거뜬히 펼 수 있다는 거.”

“제 인생에 주름이 너무 많아서 하나로는 티도 안 날 겁니다.”

“하아.”


확고함이 느껴지는 대답에 반장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마정석을 챙겼다.


“오늘치 일당은 두둑이 챙겨주마.”

“그것까지 거절하진 않겠습니다.”

“그래. 끝나고 보자.”


반장은 다른 작업반이 돌아오기 전에 마정석에 박힌 반지를 빼내기 위함인지 구석진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생에 나라라도 거하게 하나 팔아먹은 죄인인가.’


끝내 백우진의 입에서 짙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




아침부터 시작해서 늦은 오후.


“자자,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아직 작업이 남았으니까 내일 일정에 지장 없게 적당히들 집으로 싸게싸게 돌아가!!”


““수고하셨습니다!!””


작업반들이 하나둘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가는 길.


백우진은 팔짱을 낀 채로 저를 바라보는 반장의 시선에 슬그머니 걸음을 늦추어 뒤따라오던 작업반들을 모두 내보냈다.


“잠깐 좀 더 안으로 드가자.”

“예.”


그리 떳떳한 거래는 아니었기에 백우진 역시 출구에서 멀어지는 건 찬성이었기에 반장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반장을 따라간 자리에서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남자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예에······.”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악수를 청하는 손길에 백우진은 일단 남자의 손을 잡았다.


지금 작업 중인 던전의 핵심 공략 대원 중 한 명인 B랭크 각성자 김태민. 지금 악수를 중인 남자의 정체였다.


“제가 왜 이 자리에 나왔나 궁금하시겠죠?”

“······.”


분위기만 보아선 그리 나쁜 상황으론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위험을 알리는 본능에 백우진은 대답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그러한 백우진의 선택을 이해한다는 듯 김태민은 악수한 손으로 백우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반장에세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반장은 두터워 보이는 봉투 하나와 눈에 익은 반지를 김태민의 손 위에 올려놨다.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길드 소속이라고 길드장님께서 우리를 모두 통제하지 못하시는 것처럼. 우리 공략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길드는 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인성이 밝고 선한 이들을 원하는 거죠.”


김태인은 봉투를 백우진의 손에 쥐여주었다.


안을 열어보지 않더라도 느껴지는 묵직함에서 그 금액이 상당하다는 걸 어렵지 않게 추측이 가능했다.


반장과의 거래였다면 본래 여기서 끝이 나야했다. 그러나 김태인은 더 나아가 마정석에서 꺼낸 반지를 굳어 있는 백우진의 손을 붙잡아 직접 그의 검지에 끼워주더니.


“분명 참기 힘든 유혹이었을 텐데 그 유혹을 뿌리친 점. 저는 우진 씨의 그 점을 높게 사서 새로운 작업반의 반장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예?”


위기 신호를 알리는 본능에도 절로 입이 열릴 수밖에 없는 김태민의 제안에 백우진은 결국 침묵을 깰 수밖에 없었다.


“혹시 소문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처럼 규모가 조금 있는 길드는 믿을 만한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 이런 시험을 종종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우진 씨는 그 시험을 완벽히 통과하셨고요.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하겠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그러면 제안은 어떻게?”

“···시켜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 제가 오히려 부탁드려야죠. 그 반지와 돈은 일종의 계약금 같은 거라 생각하시고 가져가시면 됩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그 손길에 백우진은 손에 들린 봉투와 검지에 끼워진 어색한 반지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새로운 반을 꾸리려면 반장님과 따로 나눌 말이 있어서. 우진 씨는 내일까지 푹 쉬고 이틀 후에 출근하시면 될 겁니다.”

“예에··· 그럼,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저를 향해 손까지 흔들어주는 김태민의 행동에 백우진은 짧게 고개를 숙이며 몸을 돌렸다.


‘하, 드디어······!!’


평소였다면 꿈이 아닌지를 확인부터 하려 했을 테지만, 머릿속을 어지럽힐 정도로 쿵쿵뛰는 심장 소리가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도파민에 중독되는 건가?


드디어 도마핀 중독자들의 심정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몇 걸음 내디딘 바로 그 순간.



푸욱──!!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몸이 잠깐 흔들리더니 가슴 중앙이 화끈거려왔다.


“쿨럭···?”


토해낸 기침에 비릿하고 끈적한 게 한 움큼 섞여 나왔다.


‘시발.’


의지와 상관없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몸뚱어리에 절로 욕이 나왔다.


그럼 그렇지.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음에도 그저 얼얼한 감각만이 타고 올라올 뿐이었다.


“아~ 역시 인간은 나락으로 떨어질 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니까.”


설마하니 평판이 좋던 놈의 정체가 미친 쾌락 살인마였을 줄이야.


“목을 꺾어 죽이기로 하지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시체는 몰라도 피를 치우는 건 번거롭단 말입니다.”

“하하, 죄송합니다. 그런데 너무 참기가 힘들어서.”

“에잉······.”


조금씩 감겨오는 눈꺼풀로 좁아지는 시야에 빌어먹게 익숙한 발이 들어왔다. 그리고 쭈그려 앉는 발의 주인.


“아이고 우진아. 그러게 왜 내 제안을 거절해서 날 귀찮게 해?”


할 수만 있다면 저 발목이라도 물어뜯고 싶었으나 유감스럽게도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어후, 반지는 왜 안······.”


흐려지는 말소리를 끝으로 백우진은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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