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먼치킨이 너무 강하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비상유
작품등록일 :
2024.09.04 21:19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7,505
추천수 :
330
글자수 :
84,137

작성
24.09.05 06:00
조회
1,656
추천
21
글자
10쪽

2

DUMMY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저울은 완벽한 수평이 아니었나 싶다.



남들처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는 집 자식 역시 아니었다. 은수저까진 아니더라도 제대로 밥을 퍼먹을 수 있는 수저는 가지고 태어났으니까.


물론 그 수저는 삼 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세 살 터울의 여동생과 나누게 되었다.


남들의, 그러니까 욕심이 조금 있는 인간들의 기준에선 우리 가정은 절대 풍족한 가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제 3자의 시선일 뿐.


언제나 묵묵히 믿어주시는 아버지와 너무나도 자상한 어머니. 그리고 조금은 철딱서니 없긴 해도 중요한 순간엔 늘 편을 들어주는 여동생의 존재는 물질의 부족함을 잊게 만들기에는 차고 넘치는······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과분했던 가족이다.


가진 것에 만족했더라면 늙어 죽을 때까지 우리 가족은 언제나 행복했을 것이다.


그런데 주제도 모르고 뭐라도 되어 보이겠다고 눈이 돌아간 내 욕망이 모든 걸 망쳤다.


성인이 되는 스무 살 바로 그날.

그날 꾸었던 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각성자들이 꾼다는 그 꿈을 꾸었던 나는 가족들을 놀라게 해줄 생각으로 혼자 각성자 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리고 가장 낮은 F랭크를 받았다.


F랭크.


무늬만 각성자일 뿐이지 사실상 마력을 사용할 줄 아는, 일반인보다 조금 더 건강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F랭크조차 다룰 줄 아는 마력을 나는 다룰 수가 없었다.


가진 마력 수치가 너무나도 하찮아서 느끼는 것조차 불가능했기에.


이건 가망이 없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는 논할 가치도 없고 그 외 각성자만이 종사할 수 있는 특수 직군에조차 지원할 수 없으니 각성자의 꿈은 그대로 고이 접는 게 맞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각성자는 꿈을 통해 각성하면서 하나, 운이 좋으면 최대 세 개의 스킬을 개화한다. 그리고 나 역시 하나의 스킬을 꿈을 통해 넘겨받았다.


이름도 사용법도 불명인 하나의 스킬을.


그리고 이게 두 번째 불씨가 되었다.


스킬의 존재는 머릿속에 인지하고 있으나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스킬을 사회에선 각성 스킬이라고 부른다.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비로소 봄날에 피어나는 꽃처럼 개화하는 스킬.


일반 스킬이 은수저라면 이 각성 스킬은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 수저.


헛바람이 들기에는 충분했다.


비록 시작은 F랭크 나부랭이지만 스킬만 어떻게 개화시킨다면 인생을 역전할 수 있다고 당시의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병신이 따로 없네.’


세 살 꼬마도 아니고 도대체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던 건지.


눈에 보인다고 해서 그걸 모두 붙잡을 수는 없다. 그게 바로 인생이니까. 하지만 그때의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잡을 수 없는 허상을 잡기 위해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그래서 눈이 돌아간 나는 집으로부터 독립했다.

흔히 말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말이다.


각성자 중에서 전투 관련 스킬을 얻고 던전에 드나드는 이들을 헌터라고 부른다. 그리고 버스는 랭크가 높은 헌터가 몬스터를 먹기 좋게 잘 요리한 것을 낮은 랭크의 각성자가 막타치는 행위를 의미한다.


나는 이 버스를 타기 위해 대학 등록금에 사채까지 끌어다 썼다. 담보는 어디서 났냐고? 금융권을 두 단계 정도 넘어가면 그때부턴 담보를 굳이 요구하지 않더라고.


그렇게 아득바득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아 버스를 내리 타면서 능력치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F랭크 밑바닥에서 F랭크 머리까지 올라왔다.


그래. 능력치가 올랐지만 그래봤자 F랭크 나부랭이에서 벗어나질 못한 것이다.


그야 랭크업을 위해선 반년에 한 번씩 열리는 특수 던전을 클리어해야 했으니까.


일 년을 내리 버스만 탄 놈이 혼자서 던전을 깰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때가 슬슬 붙잡지 못할 허상에서 벗어나 뼈가 시릴 정도로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을 직시하게 된 시점으로 기억한다. 왜냐면 돈을 받지 못한 사채꾼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때이니까.


빚은 늘어가고 사채꾼들이 들쑤시니 자연스럽게 그간의 내가 만들어 놓은 거짓들이 모두 드러나며 가족들에게 알려졌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최악의 순간.


도대체 자식이 뭐라고.


부모님은 하나뿐인 집을 팔았다.


아버지는 차를 파셨고, 어머니는 그토록 소중히 간직한 결혼반지조차 내어놓으셨다.


멍청한 백혜영.

평소에는 바락바락 대들던 녀석이 자취하려고 모은 돈을 탈탈 털긴 왜 탈탈 털어서는.


한순간에 모든 걸 내어놓은 가족 덕분에 빚은 갚을 수 있었다.


대신, 모든 걸 내어놓은 우리 가족은 그 흔한 편의점조차 없어서 30분을 걸어 겨우 동네 슈퍼가 나오는 외지로 이사해야 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새벽 알바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여동생으로부터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절대로 집에 오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였다.


퇴근한 그날 아침.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군대와 헌터. 그리고 여러 방송사에서 나온 기자들로 꽉 막혀 있었다.


폐가에 숨겨져 있던 E랭크 던전이 아웃브레이크를 일으킨 것이다.


새벽, 모두가 잠들 시간에 벌어진 재앙이었다.



그 이후의 일은 별거 없다.


몇 달 폐인처럼 살다가 정신을 차리고 이일 저일 가리지 않으며 돈을 모았다. 그리고 네가 그런 행복을 누릴 자격이나 있냐는 하늘의 꾸지람인지 전세 사기로 모든 돈을 잃었고 최후에는 빌어먹을 쾌락 살인마에 의해 가슴에 머리통만 한 구멍이 뚫려 죽었다.


그래. 죽었다.

그런데 어째서 생각을 이어 할 수 있는 걸까.


몽롱했던 정신이 점차 또렷해지면서 굉장히 중대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점을 백우진이 인지한 바로 그 순간.


“이런, 너무 집중했구먼.”


귓가로 연륜이 느껴지는 중후한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공허하던 속내가 꽉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잃어버린 육체를 되찾으면 이러한 기분일까.


가슴을 시작으로 화끈거리는 통증이 퍼져나갔고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차게 식은 손발에까지 닿았다.


“끄으응···.”


몸을 살짝 움직이려고 하니 입 밖으로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통증이다. 불에 제대로 지져진 적은 없지만 지져지면 이런 느낌이겠지.


“허허, 몸은 허약한데 정신력은 좋구먼.”


또다시 들려온 노인의 목소리에 겨우 몸을 일으킨 백우진은 찌푸려진 미간에 힘을 주어 닫혀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반갑네.”


기품이 느껴지는 소파에 앉은 백발의 노인이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해왔다.


“···예.”


인사를 받으며 백우진은 주변을 살폈다.


옅은 갈색으로 이루어진 벽지와 천장.

태어나 처음 보는 형태의 조명.


고개를 살짝 돌린 곳에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 너머에는 작은 창이 하나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얇아 보이는 유리 너머에는 거친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짐작이 안 되네.’


지옥이라고 하기에는 앉아 있는 이 장소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따스했다. 그리고 조금 무디지만 제대로 느껴지는 감각까지.


하지만 지옥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누가 가봤어야 알지.’


실제로 최근 드라마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들은 깔끔한 정장에 스마트폰까지 사용하지 않았던가.


백우진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실례지만 상황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혼자서 머리를 굴려봤자 제대로 된 대답을 돌출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노인에게 답을 구하기로 했다.


“끌끌,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새하얀 수염을 쓸어내리며 노인이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자넨 아직 내게 질문할 자격이 없다네.”


노인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 자격은 어떻게 얻을 수 있습니까?”

“거래는 언제나 공정해야 하는 법이지.”


깨어나고 처음으로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너무나도 맑고 투명한 푸른 눈동자는 세월의 흔적이 물씬 느껴지는 노인에게서 유일하게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자네는 이곳에 대해 알고 싶어 하니, 자네가 어떤 인간인지 내게 알려주게나.”


이는 과연 공정한 거래일까.


아니.


백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노인이 제안한 거래는 전혀 공정하지 못했다.


후회로 점철된 삶이 누군가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건 원치 않았다.

특히나 이러한 상황에서 더더욱.


백우진은 느긋하게 대답을 기다리는 노인을 잠깐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뻥 뚫린 가슴과 피 칠갑이 되어 엉망인 옷.


이 꼴을 하고도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는 건 분명 눈앞에 앉아 있는 노인의 작품일 터.


‘이건 글렀지.’


제 몸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처음 몸을 일으킬 때까지만 하더라도 선명하게 느껴지던 감각이 점차 무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몸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 역시.


어차피 죽을 거 그냥 죽고 말지.


궁금증 하나 풀자고 입을 놀린다? 논할 가치가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구먼.”

“예.”

“끌끌, 그럴 수 있지.”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노인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럴 시간도 없었다네.”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백우진은 노인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원래도 엉망이었던 육체가 모래 알갱이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하더니 왼손 검지에 끼워진 반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고통스럽거나 그러진 않았다.


“반지 잘 간수 하게나. 빼고 싶다고 해서 뺄 수도 없겠지만 손가락이 잘리면 이야기가 다르니 말일세.”


“무──”


볼일이 끝났다는 듯 책상으로 향하는 노인에게 무어라 말을 하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방금 막 입이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책상 앞에 앉은 노인은 책을 펼치더니, 눈만 덩그러니 남은 백우진을 향해 말했다.


“다음에는 통성명이나 하세. 젊은 청년.”


노인의 말을 끝으로 백우진의 시야는 다시 암전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먼치킨이 너무 강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는 아침 9시에 진행됩니다. 24.09.05 547 0 -
17 17 NEW 19시간 전 300 13 11쪽
16 16 24.09.18 459 12 13쪽
15 15 24.09.17 510 16 9쪽
14 14 24.09.16 614 18 11쪽
13 13 24.09.15 650 14 10쪽
12 12 24.09.14 724 15 10쪽
11 11 24.09.13 793 19 11쪽
10 10 +1 24.09.12 874 20 13쪽
9 9 +1 24.09.11 955 21 10쪽
8 8 24.09.10 1,054 21 12쪽
7 7 24.09.09 1,171 28 14쪽
6 6 +1 24.09.08 1,282 24 10쪽
5 5 24.09.07 1,309 21 10쪽
4 4 +2 24.09.06 1,482 21 10쪽
3 3 24.09.05 1,523 22 10쪽
» 2 24.09.05 1,657 21 10쪽
1 1 24.09.04 2,145 2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