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먼치킨이 너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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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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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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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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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최악에 상황을 상정하며 내달린 끝에 도착한 장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장면은 리빙 우드이게 둘러싸여 벌벌 떨고 있는 세 얼간이었다.


몸에 걸치고 있는 장비의 수준으로 보아 충분히 상대해 볼법한 수였음에도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비명이나 질러대는 꼴이라니.


조금만 더 일찍 저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진즉에 몸을 돌렸을 테지만 추진력을 심하게 받은 몸은 이미 수풀 너머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발이 땅에 닿는 순간 곧장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저런 부류는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 부정적인 변수를 창출해내는 부류였으니.



장지수!!



하지만 옆에서 들려온 여성의 다급한 외침이 백우진의 그러한 생각을 다시 한번 뒤집었다.


주변에 즐비해 있는 리빙 우드의 사체와 아직도 적잖게 남은 녀석들의 틈에 갇혀있는 커다란 방패에 망치를 든 여성의 존재가 아래로 곤두박질치던 백우진의 희망에 반등의 불씨를 지폈다.


‘최소 D랭크다!!’


겁에 질린 한심한 세 머저리를 신경 쓰는 와중에도 리빙 우드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걸 넘어 반격까지 가하는 실력은 결코 E랭크가 보여줄 수 없는 노련함이 담겨 있었다.


빠르게 머릿속에서 계산을 끝낸 백우진은 수풀을 뛰어넘은 두 다리가 질척한 늪지에 닿은 순간, 종아리와 허벅지의 근육이 한 번 더 팽창하며 리빙 우드에게 둘러싸인 세 머저리를 향해 도약했다.


보스가 깨어난 영향으로 한층 더 흉악해진 녀석들의 움직임은 이전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빨라 보였다.


‘그래봤자 대가리에 뿔 달린 토끼보단 느리지.’


단숨에 거리를 좁힌 백우진은 손에 쥔 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무언가를 베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가벼운 손맛.


그러나 휘두른 검은 선명한 궤적을 그리며 밑동에 그려진 붉은 선을 정확하게 베어냈다.


‘할 수 있다.’


약점이 보임에도 노리지 못했던 고블린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밑동이 잘린 녀석들의 텅 빈 상반신이 기우뚱 쓰러진다.


‘저쪽은······ 도와줄 필요는 없겠네.’


애초에 걸치고 있는 방어구 부터가 심상치 않던 여성은 몸을 뀌뚫기 위해 찌르고 들어오는 리빙 우드의 뿌리를 방패로 내려찍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녀석에게 망치를 휘둘렀는데 그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망치에 가격당한 리빙 우드는 그 부위뿐만 아니라 상체 전부가 뜯겨져 나가버렸다.


생존 확률이 절로 올라가는 위력이었다.


백우진은 올라간 그 확률을 더욱 공고히 만들기 위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세 얼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녀석의 뺨을 냅다 후렸다.


“······??”


그대로 바닥에 굴러 진흙으로 몸이 더러워진 녀석이 벙찐 표정을 지으며 고갤 들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땐 먼저 기절시켜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와 같은 이유로 던전에서 패닉에 빠진 헌터와 마주하면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일단 충격을 가하는 게 우선이다. 기절해 준다면 더욱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신은 차릴 테니 말이다.


백우진은 정신을 차린 남자의 멱살을 붙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패닉에서는 빠져나왔으나 여전히 혼란스러운 듯 동공을 잘게 떨고 있는 남자에게 힘주어 말했다.


“마석 가진 거 있으면 당장 내놔라.”


말을 내뱉은 지금에도 사실 그다지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


장비 수준에 비해 처참한 정신력만 보더라도 눈앞에 있는 셋은 저기서 열심히 전투 중인 여성이 운전하는 버스에 올라탄 승객이라는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마, 석?”

“마석··· 마, 아, 아아! 그, 그거!!”


인생은 좀처럼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하던가.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그 방향이 꽤 유쾌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 여, 여기 있습니다!!”


멱살을 붙잡힌 녀석이 아니라 그 옆에 있던 안경 낀 녀석이 허벅지에 차고 있던 간이 가방에 손을 찔러넣고 내빼더니 그 손바닥엔 새카만 돌멩이 세 덩이가 올려져 있었다.


‘제발 가득 차라 제발······.’


백우진은 반지 낀 오른손을 마석 위에 얹었고 세 덩이의 마석은 곧바로 가루처럼 녹아내려 반지로 흡수당했다.


가격을 떠나서 남들 열 번 보기도 힘들다는 마석을 그리도 먹어 치웠으면 배가 부르지 않더라도 양심상 배가 부르다고 해주는 게 예의라는 거다.


‘찼──’


하지만 그 사실을 확인해 보기도 전에 백우진은 의식을 잃었다.




**




“허억?!”


스위치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간 전등처럼 의식이 연결된 백우진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깨어났다.


빠르게 굴러가는 눈동자가 주변을 살핀다. 그리고 잊으려 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따스한 색감의 풍경에 바짝 조였던 긴장이 조금 느슨하게 풀어졌다.


“끌끌, 저번과 다르게 이번엔 아주 기운차구먼.”

“아.”


안도하는 것도 잠깐.


백우진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갤 돌리며 소파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기억 속 모습 그대인 백발노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백우진이라고 합니다.”

“기억하고 있었구먼그래.”

“예, 뭐······. 그땐 경황이 너무 없다 보······?”


노인의 말에 머쓱함을 느낀 백우진이 고갤 들며 뺨을 긁적이려다가 무언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이건 또 왜 이래?’


바로 제 몸이 푸른색 불꽃으로 일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꼭 육체에서 빠져나온 영혼처럼.


“몸이 이상하지? 하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네.”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책상 앞에 앉아 그때와 똑같이 독서를 하고 있던 노인은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는 자네의 육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별도의 제약 없이 온전히 넘어올 수 있었던 걸 테지.”


수명과 제약.


노인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소파에 앉았고 완벽하진 않지만 노인이 말하려 한 것이 무엇인지 대충 알 것도 같았기에 백우진 역시 도로 소파에 앉았다.


“그래. 청년의 이름이 백우진이라고?”

“그렇습니다.”

“혹,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가?”


노인의 물음에 백우진은 잠깐 멈칫했다.


분명 중학생 시절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기억은 있으나 정작 중요한 알맹이가 전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뜻은 담겨 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요.”

“흘흘.”


이번에도다.


노인은 의미 모를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말을 이었다.


“이름을 소중히 하시게.”

“다음에 올 때는 뜻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허허, 굳이 알려 줄 필요는 없다네. 자네 부모님이 어련히 알아서 좋은 의미를 담아 지어주었을 터.”


그 대답으로 백우진은 왜 눈앞에 있는 노인이 껄끄럽게 느껴지는지 알 것 같았다.


‘저 눈······.’


분명 똑같이 대화를 주고받지만, 같은 한 마디임에도 노인의 시선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속내까지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머리칼처럼 새하얗게 샌 수염을 부드럽게 쓸어내린 노인이 살며시 다리를 꼬고 앉으며 물었다.


“이번엔 그때 들려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려줄 텐가?”

“그러죠.”


회귀 전 기억은 여전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치부였다. 하지만 그 치부를 남에게 드러내서 현재를 지킬 수만 있다면야 그깟 치부 따위 얼마든지 내보일 수 있었다.


“그런데 호칭은 어떻게 부르면 되겠습니까?”

“슐로딘이라 부르게.”

“슐로딘님.”

“듣고 있네.”


마치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알고 있다는 노인의 시선에 백우진은 짧게 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저번에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사실 제 상황이 조금······ 아니,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흘흘, 화들짝 놀라며 깨어난 모습만으로도 그 점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네.”

“예. 그래서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도움이라.”


노인, 슐로딘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백우진을 지그시 바라보며 수염을 쓸어내렸다.


“내 말하지 않았던가? 거래는 공평해야 한다고 말일세.”

“기억합니다. 그러니 묻겠습니다. 제가 슐로딘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직접 말씀해주십시오.”

“늙은이가 젊은 청년에게 뭘 많은 걸 바라겠는가? 그저 가끔 들러 말동무나 해주면 그걸로 족하다네. 물론 자네의 이야기가 이 늙은이의 흥미를 얼마나 끄냐에 따라 이야기 값이 달라지겠지만 말일세.”

“이해했습니다.”

“납득하는 겐가?”


슐로딘의 물음에 백우진은 고개를 한 번 주억거렸다.


“입 좀 놀린 걸로 슐로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저로서는 납득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와의 입장에 차이를 고려한다면 그래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였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다름 아닌 바로 나였으니.


“시간은 넉넉합니까?”

“저번보다는 넉넉하네만.”


수염을 쓸어내리던 슐로딘이 그 손을 살며시 뻗으며 말했다.


“나중의 즐거움을 위해 이번엔 특별히 조금 예외를 두도록 함세.”

“그 말씀은.”

“어디 바라는 것을 말해보게나.”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풀려가는 문제에도 백우진은 쉽사리 남아 있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마력을 다룰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흘흘, 그렇군. 마력······ 음?”


허허로이 웃던 슐로딘이 눈을 큼지막하게 뜨더니 크게 뜬 눈을 끔뻑이며 백우진을 바라봤다.


“마력을 이미 품고 있는데 그걸 다룰 수 있게 도와달라?”


백우진은 느꼈다.


저를 향하는 슐로딘의 시선에서 ‘내가 사람을 잘 못 봤나?’라는 의미가 담긴 것을.


“외부의 마력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체내에 있는 제 마력을 느낄 수가 없더군요.”

“그럼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겠지.”

“······.”


그리 말하면 이쪽에선 할 말이 없어진다.


“허음. 뭐, 조금 당황하기는 했네만 그런 거라면야.”


슐로딘은 예의 수염을 쓸어내리던 손을 살짝 들더니, 그의 인생이 담겨 있는 굵직한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미친.’


백우진은 코앞에서 뭉쳐지는 거대한 황금빛 기운에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마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재능을 타고나야 하느니 떠들지만 그건 다 제놈들 가치를 올리기 위한 헛소리라네. 갓난아기가 부모 없이 걸음마를 배울 수 있겠는가? 글은? 말 하는 법은? 없지. 없네. 마법도 똑같다네.”


어느새 백우진의 키를 훌쩍 뛰어넘은 구체가 된 황금빛 기운, 슐로딘의 마력이 얇은 실처럼 흘러나왔다.


“못하면 할 수 있을 때까지 알려 주면 그만일세. 재능이 없어서 배우지 못한다? 흘흘, 지나가던 기사가 고블린에게 두들겨 맞는 소리지.”


주먹 쥔 노인의 손에서 검지가 우두커니 올라와 천장을 가리켰다.


“다 가르치는 놈이 재능이 없을 뿐이야. 진짜 재능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배우지 못할 녀석들은 알아서 걸러냈어야지. 안 그런가?”


그리고 우두커니 선 검지는 다시 까닥 움직이더니 그대로 백우진을 가리켰고.


“컥?!”


얇게 흘러나온 슐로딘의 마력 가닥이 백우진에게 달라붙어 스멀스멀 백우진의 영혼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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