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소 탈출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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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민
작품등록일 :
2024.09.0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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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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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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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4화_두근거리는 사람들

DUMMY

**


“휴.”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적적하이.”


작은 자취방엔 냉기만 감돌았다.

뭔가 마음에 쌓였던 무거운 짐이 한 꺼풀 벗겨졌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간 잊고 있었던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후.”


일단 씻고 생각하자.

오이 비누로 구석구석 씻고 나니까 술기운이 조금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지.”


단순히 계약 제안이다.

내가 수락하지 않으면 그만인 일에, 500만 원을 태운다는 게 수상했다.

서칭을 하니, 웹소설 연재 갤러리라는 곳을 발견했다.

다른 커뮤니티도 있었지만, 여기가 남성향에 제일 근접한 곳이라서 이곳에서 정보를 얻어 보려고 했다.


“음. 여기는 반말이 예의인가 보네.”


커뮤니티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었지만, 유머 글 위주로 볼 뿐이지.

뭔가 작성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어차피 좆 오 좆에 관련한 게시물이 바다의 소금처럼 넘쳐나는데, 굳이 내가 물어서 찾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오. 주의해야 할 매니지 목록이 있네?”


몇몇은 고티어를 받았는데, 경력이 화려했다.

그럼 이런 곳만 제거하면···.


“제일 안전한 곳이 눈매랑 트릴로지 정식연재 정도인가?”


BR 매니지먼트에 관련한 정보는 없었다.

‘거의’가 아니고 아예 없었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아니고 구 선생님께 물어봤다.


“아, 여성향을 메인으로 하는 매니지먼트구나.”


여성향이라고 하면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

굳이 눈피아에서 작가를 찾으려고 할까?

거기도 작가님들이 많을 텐데 말이지.

단순한 의문이었다.

본디 똥개는 똥을 먹고 사람은 밥을 먹는다.

각자가 서로의 영역을 지키니까. 분란이 안 생기는 건데, 흠.


“그냥 남성향도 한 번 도전해보려고 하는 건가?”


BR 매니지먼트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콘텐츠를 살펴봤다.

이곳에서 다룬 작품이 제법 많았다.

많았는데.


“음. 도전하려는 이유를 알겠네.”


걸린 작품 모두가 19세였다.

여성향 시장을 잘 모르지만, 전체 관람가 작품에서 인기 있는 작가님들은 이미 고티어 매니지와 계약을 했을 테고.

그래서 남성향으로 눈길을 돌린 건가?


어쨌든 500만 원까지 받았는데, 남성향 매니지 아니라고 모르쇠하면 조금 그러려나···.

한 번의 계약으로 몇 년이 좌우되는데, 사회 생활로 따지면 분명 알빠노가 맞는데···.


대신 조심하기로 했다.

후원을 줬다고 정에 휘둘려 계약했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좆 오 좆에서 산전수전 공중전으로 데어봐서 부당 계약에 관해선 잘 알고 있었다.

태범이가 없었다면, 진짜 노예 계약했을 듯.

아무튼, 계약 제안란을 열었는데, 수십 개 매니지가 제안서를 보냈었다.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통 큰 후원을 박은 BR 매니지부터 확인했다.


-딸깍


“음.”


────────

[계약 제안] BR 매니지먼트-안녕하세요. 작가님.

─────

우선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3화였지만, 울림은 컸습니다.

그래서 바로 후원으로 작가님께 어필했던 것이고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저희 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배너를 모두 작가님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PC와 모바일 대배너, 모바일 선호작 배너 등 작가님이라면 익히 아실만한 배너를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계약 제안과 계약서 내용이 상이하다면 배상까지 하겠습니다.

공증이 필요하시다면 민간 변호인을 통해서 공증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작가님 작품을 진심으로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 내적인 것이 아니라 외적인 부분.

마케팅 영역에서 작가님의 상품을 최대한 키워드리겠습니다.


스포츠계에는 그런 일이 있다죠?

대형 구단에서 후보로 올라갈 바에는 자신을 온전히 기용해주고 발전시켜줄 곳을 찾아간다.

작가님이 아시기에 대형 매니지먼트와 함께하는 작가님들은 많으십니다.

많은 만큼 온전히 케어를 받지 못하실 텐데, 저희 BR에서는 작가님만 보고 들어가겠습니다. 작가님이 완결 치시는 날까지 작가님만 보겠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1:1 케어와 주 2회 타이 마사지.

이외에도 부수적인 관리가 들어갑니다.


이상 말을 줄이며 작가님의 무궁한 건승을 기원합니다.

대표 석장미.

────────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대표가 있나 하고 말이다.

내가 겪었던 대표는 미자 시절 눈탱이를 쳤던 출판사 사장 새끼와 좆 오 좆의 사장이 전부.

물론 알바로 경험도 있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겪은 사장들은 모두 개새끼였다.

그런데 구구절절 정에 호소하지 않고 줄 게 뭐고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말까지.

부수적인 케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타이 마사지 2회는 못 참지.


“아냐.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자.”


BR 매니지를 읽었으니까. 다른 매니지의 제안도 차례대로 읽었다.


“음.”


어떤 매니지는 스토리 전개에 허점이 있다며 자신들과 함께하면 완벽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하고.


“아.”


어떤 매니지는 현재 작품 들고 캐캐오 페이지로 런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런 제안을 보기 전에 웹연갤을 한 번 훑어서 다행이었다.

지금 투베 1위 하는데, 갑자기 비공으로 돌리고 사라진다?

그럼 바로 눈피아에서 영구 차단당한다며 조심하라는 글을 봤었다.

글만 보면 안 되지만, 수백 개의 댓글이 공감한다는 의사를 밝혀서 신뢰할 만한 정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사장인데, 갑자기 에이스가 빠진다고 하고 다음 날에 다른 가게에서 보이면 빡치겠다.


“패스.”


그리고 다른 부류는 대충 예의로 포장했지. 그냥 전체 문자 돌린 수준이었다.

고티어 매니지가 많이 보였는데, 내가 아니라도 소속 작가들이 빵빵하니까.

그런가 보다 했다.

어차피 안 들어갈 건데, 괜히 열 내봤자 나만 손해니까.


“이야···.”


계약 제안을 보낸 모든 매니지를 확인했다.


“석장미 씨가 선녀였네.”


바로 계약 제안에 답장했다.


**


판교의 아침.

을씨년스럽게 안개가 자욱하게 낀 그곳.

석장미가 시크하게 커피를 들고 출근했다.

웹툰 관련해서 회의가 있어서 메이버를 들렀다가 오는 길이어서 걸어가는 중.


“하···. 진이 다 빠진다 진짜.”


석장미는 머리에 쓴 선글라스를 내렸다.

퀭한 눈가를 광고하기 싫은 모양.

그런 덕분에 석장미는 제법 모델 포스가 뿜어졌다.

부티도 나는 것이 있는 자식 포스였다.

적어도 금수저 이상.


“휴···. 아침부터 이렇게 진을 빼서 오전 업무 어떻게 보냐.”


석장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회사 문제가 생각났기 때문.


최근에 메인으로 밀던 작가 한 사람이 다른 작가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적했기 때문.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여성향에서 발을 붙일 수가 없게 됐다.

이적한 작가들이 SNS를 통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사실을 부풀려서 게시물을 올렸었다.


석장미는 삼인성호라는 말이 무서웠다.

요즘 피부로 실감 중이었기 때문.

그래서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아오. 진짜. 힘을 보여?”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집안 힘을 빌리자고 이태원 저택에 들어간다면 무슨 말을 들을지 뻔했다.


결혼해.


“내가 누구 좋으라고.”


석장미는 빨대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커피를 마셨다.

무거운 머리를 안고 사무실에 도착한 석장미가 일찍 나온 직원을 봤다.


“좋은 아침.”


웃을 정신은 아니었지만, 직원은 죄가 없으니까.

힘껏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축 처진 어깨와 눈 밑에 무저갱을 연상케 하는 다크서클.

똥머리한 직원이 고개를 내리자, 머리가 풀어질 지경이었다.


“아직이니?”


직원의 반응을 보니 머리가 다시 아찔했다.


“네···.”

“아오, 씨. 진짜. 내가 대신 사과할게.”

“대표님이 무슨 사과를···.”

“조금만 버텨줘. 로펌에서 곧 연락이 올 거니까.”

“네. 대표님···.”


석장미는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나쁜 일은 한 번에 온다더니, 진짜 뭔 개지랄이야.


속으로 욕을 삭인 석장미가 눈피아를 켰다.


“제발. 제발.”


손을 꼼지락대는 그녀는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렸다.


────────

[계약 제안][답변] 안녕하세요. 대표님. 작가 번민입니다.

────────


“헙!”


숨을 크게 들이켰다.


-두근두근!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이 떨렸다.

그렇게 고대하던 답신이 왔다.

하지만 제안 수락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

까보지도 않은 선물에 유난 떨 수 없으니, 조금만 참았다.


-딸깍!


“우와아아아아!”

“······!”


석장미가 소리치자, 똥머리 직원이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봤다.


“대, 대표님?”

“민지영 씨!”

“네?”

“됐어!”

“뭐, 뭐가요?”

“번민 작가!”

“네에?!”


가물던 석장미의 마음속에 폭우가 쏟아졌다.


“우와아아아!”


힘껏 소리치던 석장미가 정신을 차리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작가님, 어디세요! 제가 달려가겠습니다!”


똥머리 직원은 석장미가 이해됐지만, 한편으로 걱정이었다.


대표님, 미친 같아요···.


**


오전 8시 40분.

석장미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번호를 남겼긴 한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안녕하세요. 작가 번민입니다.”

-네, 작가님! 안녕하세요! BR 매니지먼트 대표 석장밉니다!


와우.

여장부라고 해도 될 수준의 목청.

이미지가 그려졌지만, 이건 직업적인 습관이고.


“다른 곳도 제안을 주셨는데, BR이 가장 진정성이 있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작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어···. 아직 계약서에 사인도 안 했는데.”

-아.

“계약서는 전자 계약서로 하실 건가요?”

-아뇨. 제가 작가님 계신 곳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지역이 어디이실까요? 부산? 광주? 대구?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주소만 보내주시면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어, 서울인데요.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네? 작가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마케팅도 순간의 싸움이란 걸요.

“어.”


배너 때문인 거 같은데, 웹소설은 처음이라서 잘 몰랐다.

그래도 아예 모른 척하면 괜히 눈탱이 맞을 수도 있을 테니까.

견물생심.

내가 상대방을 볼 때 생각하는 단어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물어 뜯겼던 지난날이라서 그런가···.

이런 생각이 드니까. 왠지 내 인생이 서글프네.

얼마나 사람을 못 믿었으면.


-지금 1위에 안정적으로 안착하셨지만, 네임드 작가가 치고 올라가는 상황인 데다가 그쪽 매니지에서 배너 사용 때문에 저희 쪽에 조율하자는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아.”

-올라오는 싹을 아주 밟으려면 지금부터는 홍보 싸움이라서.

“그럼 강남에서 뵙죠. 회사 위치를 보니까. 판교던데.”

-어, 저는 괜찮습니다. 작가님이 편하실 곳이 중요하니까요.

“아뇨. 이 핑계로 한 번 밖에 나가는 거죠.”

-아아. 넵! 그럼 시간은 언제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10시 30분에 보실래요?”

-네? 아.

“곤란하시면.”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그때 뵙죠.”

-네에! 다시 한번 제안 수락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님!

“저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환대해주셔서.”


전화를 끊었다.


“반응을 보니까. 어지간히 급한 게 아닌 거 같네.”


상대방의 사정을 이용하려는 생각은 아니다.


“이번엔 정신 똑바로 차리자.”


나갈 준비하는 동안, 태범이에게 연락했다.


-지이잉!


[주태범 : 어, 검토 비용 든다.]


계약서에 독소조항이 있다면 내가 못 볼 수도 있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태범이에게 헬프를 쳤었다.


새끼.

칼 같네.


그래서 태범이와 오랫동안 우정을 이어왔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녀석이라서.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강남에 도착했다.

약속 시각보다 20분 일찍 도착했는데, 회사 다닐 때 습관이었다.

물론 정식 출근이 9시였고 비공식 출근이 8시라서 7시 40분에 도착했었지만.


-두근두근


그런데 어째 이상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어딘가 마음이 허했다.

군중 속의 고독처럼.


나는 혼자 있는 게 쥐약이었구나.


한동안 혼자서 두문불출하면서 글을 썼었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태범이와 술자리를 갖고 난 뒤로는 외로움이 이따금 떠올랐었다.


카페에서 글 쓸 건 아닌데···.


잠시 고민하는데, 전화가 걸렸다.

석장미 대표였다.


“네. 번민입니다.”

“작가님!”


석장미 대표가 나를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어?”


찾았다.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존재를.

석장미 대표가 아니다.

그녀의 배경으로 보이는 광고판의 내용.


찌리릭에서 1인 방송을 쉽고 편하게 시작하세요!


그래. 인방!


“아, 작가님도 사람 볼 줄 아시네요? 하하. 제가 이쁘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서.”


그게 무슨?


“어···.”

“······”


작가의말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이름, 인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건물, 제품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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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9화_인심은 곳간에서 난다 +4 24.09.14 593 22 12쪽
8 08화_이거 보신 분! 24.09.14 603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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