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소 탈출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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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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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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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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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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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9화_인심은 곳간에서 난다

DUMMY

**


─────띠리리!


“아···으.”


석장미가 신음하며 일어났다.

눈을 뜬 석장미가 기계처럼 움직였다.

냉수를 마시고 정신을 차린 뒤 곧장 화장실로 갔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나온 그녀가 TV를 틀었다.

화면에는 4분할로 뉴스가 나왔다.


“하, 다이어트 하기 싫다.”


-으이잉!


디톡스 재료를 넣어서 만든 음료를 들이켰다.

시선은 TV를 향했다.


“물을 좀 탈까?”


한 채널에서 주식 시장 경기에 관련한 소식이 나왔다.

석장미는 자연스럽게 정수기로 물을 받았다.

컵을 돌리면서 정수물로 컵 면에 붙은 디톡스 음료를 씻었다.

그녀가 손을 멈추자, 회오리가 선명해졌다.

그대로 입으로 가져다 대는 석장미.


“윽···. 진짜 맛없어.”


곧장 컵을 씻은 석장미가 옷방으로 갔다.

조금 뒤 석장미가 나왔다.

풀메에 캐쥬얼하면서 트렌디한 옷을 입은 그녀는 출근 준비를 마쳤다.


“빨리 나가자.”


그녀의 시선이 벽에 붙은 전자시계에서 떨어졌다.

새벽 04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기 전.

어스름한 시간.

석장미의 하루가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석장미는 택시를 탔다.


“오늘은 30분 일찍 출발하시네요?”

“네. 오늘 큰 이벤트가 있거든요.”

“오!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콜을 잡다가 몇 번 같은 택시를 탔고 그 인연으로 택시 기사는 마지막 콜을 석장미 콜로 받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기사님 죄송한데, 잔잔한 노래 들을 수 있을까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하.”


중년 기사는 룸미러로 석장미를 봤다.

태블릿에 시선이 꽂힌 그녀가 어여쁘기만 했다.

아빠 미소를 지은 택시 기사가 천천히 엑셀을 밟았다.


석장미가 택시에서 하는 일은 여러 업무가 있었는데, 승찬과 계약한 뒤로는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의 조회수 파악이었다.

조회수 흐름을 알아야 시기에 맞춰서 이벤트를 넣어 효과를 보거나 유료화 각을 계산할 수 있었다.


“오늘은 우리 왕자님이 얼마나 성장하셨을까?”


석장미의 왕자님은 은영기였다.


“어?”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석장미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확인했다.


“이, 이게 뭐야?”


그녀의 목소리가 콘솔 박스를 넘어갔는지, 택시 기사가 반응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 아뇨. 죄송해요.”


택시 기사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금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40만? 1화 유입이 40만이라고? 20만이었잖아. 어제까지?

이게 맞는 건가?


석장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거 수치 오류인 거겠지?


그녀가 봤을 때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분하게 다시 조회수를 봤다.


어제 캡처한 거랑 비교해 보면 되지.


석장미는 캡처 사진을 옆에 띄웠다.

추천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댓글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 보였다.


“어제 댓글이 799인데···. 지금은···. 하.”


현재 은영기 1화 댓글이 2천 개가 넘었다.

물론 시장 파이가 큰 메이버 트릴로지나 캐캐오 페이지에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수치였다.

하지만 눈피아에서 말도 안 됐다.

눈피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전지적 동자 시점도 70만 조회수에 댓글은 7백여 개가 전부였으니까.


석장미가 댓글을 눌렀다.

긴장감이 역력했던 그녀의 얼굴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하.”


이게 뭐야? 겨우리? 겨우리가 누구야?


석장미는 댓글을 쭉 살폈다.


겨우리가 아이스파 그 겨울이를 말하는 거야?!


놀란 그녀에게 택시 기사가 말을 걸었다.


“어디 안 좋으세요?”

“아, 아뇨. 그냥.”

“일하시는 데 계속 말을 걸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대표님 분위기가 오늘은 조금 많이 다른 거 같아서요.”

“아.”


석장미가 앞을 봤다.

잠시 고민했다.

업무에 관련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다 금세 생각을 정리한 그녀가 입을 뗐다.


“최근에 계약한 작가님 있어요.”

“오? 그러세요.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하하. 감사합니다. 계약한 뒤로는 쭉 성장세를 살피는 게 제가 기사님 차를 타면 하는 루틴이거든요.”

“아.”

“오늘도 평소처럼 성장세를 확인하려고 딱 켰는데.”

“왜? 잘못됐나요?”

“아뇨. 말도 안 되는 수치가 찍혀서 디도스 공격이라도 받았나 싶었거든요.”

“아.”

“그런데 알고 보니까. 아이돌 친구가 우리 작가님을 샤라웃 했던 거였어요.”

“사랴웃이요? 그, 닥치라는?”

“풉!”


석장미가 웃었다.

긴장한 채로 계속 있다가 실상을 확인한 뒤로는 계속 긴장이 풀린 상태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오니 웃을 수밖에.


“아. 죄송합니다. 기사님. 지금 긴장이 풀려서 그냥 모든 일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져서요.”

“하하. 샤라웃이 다른 말이었군요. 괜찮습니다. 대표님. 저도 이렇게 젊은 사람들 단어 알아가면 좋지요.”

“그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샤라웃이라는 게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존경하거나 감사함을 표시하는 문화인데, 90년대 힙합 문화를 요즘에 많이 쓰더라고요.”

“오.”

“뭐, 아무튼, 정말 유명한 아이돌이 우리 작가님 글을 보고 있다며 최근에 라방에서 언급한 덕분에.”

“오! 라방은 압니다. 라디오 방송 맞지요? 허허.”

“아, 하하하.”

“아닌가 보네요. 하하하.”


웃음꽃이 피는 택시 안이었다.

예의상 웃으면서 석장미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우리 작가님 진짜 눈피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시겠다.


“하하하!”


생각을 정리한 석장미는 진심으로 기뻤다.


**


짹짹이들이 울어대는 아침.

푸르스름한 빛이 창을 넘어서 들어왔다.

원래라면 지금 자고 있어야 했지만, 아버지가 나가시기 전에 말씀드리려야 해서 억지로 일어났다.

문이 열린 틈으로 부엌에서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아침 준비하시나 보네.


나는 조금 뒤에 나갔다.

인기척을 내면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저도 아침 먹을게요.”

“그래?”

“네.”


어차피 이렇게 말해도 반찬 덜어놓고 밥 푸고 국 푸는 것은 내 몫.


“일어났구나.”


아버지였다.

조금 쳐진 입꼬리와 어딘가 슬퍼 보이는 눈매가 먼저 보였다.


“얼른 씻고 나오세요. 준비해 놓을게요.”

“그래.”


식사 준비가 끝나자 아버지가 씻고 나오셨다.


“잘 먹을게요.”

“많이 드세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존댓말을 쓰셨다.

가끔 반존대를 쓰시긴 하는데, 어딘가 보기 좋았다.

그렇게 조용한 식사가 시작됐다.

원래도 밥 먹을 때는 밥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라서 말을 아꼈다.


“아버지. 잠깐 괜찮으시죠?”

“그래.”


아버지의 표정이 무거웠다.

어제 어머니께 말씀드렸지만, 아직 통장을 공개하지 않아서 잘못된 일에 얽혔는지 걱정하시는 모양이다.


“저 회사 그만뒀습니다.”

“들었다. 어머니가 그러시더구나.”

“그리고 다시 글을 씁니다.”

“음.”


나는 은행 어플을 켜서 식탁에 올려뒀다.


“3억은 제가 고등학교 때 쓴 글을 정산받은 돈이고요.”

“······”

“5억은 이번에 들어간 작품 선인세로 받은 돈입니다.”

“······”

“전에 출판사 사장이 배임한 정황을 뒤늦게 알게 돼서 태범이 선임해서 정리했어요. 못 믿으시겠으면.”

“아니다. 믿는다. 누구 아들인데, 못 믿겠니.”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얼굴은 여전히 무거워 보였다.


왜지?


“표정이 무거워 보이시네요.”

“음.”


아버지가 입술을 꾹 다무셨다.

뭔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저도 처음 알았는데, 글 써서 배고픈 시대는 지났더라고요. 웹소설로 웹툰도 만들고 드라마랑 영화도 만든다고 해요. 지금 계약한 출판사 대표가 저를 엄청.”

“아들아.”


묵직한 아버지의 음성.

하지만 나를 타박하려고 부른 것이 아니었다.


“어제 어머니께 그랬다지? 지금 당장 놓인 문제를 네가 해결해주겠다고.”

“네. 아버지. 제가 해드릴게요.”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한단다. 그냥 이 돈은 네가 네 미래를 위해서 사용하는 게 어떤가 하고.”

“······”

“네가 어떻게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의 반짝임이 오래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란다. 그러니 너를 위해서.”


아버지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잘 안다.

처음 글을 썼을 때. 아버지는 크게 혼내셨다.

괜한 생각 말고 공부하라고.

그때는 공부가 다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하기 어렵던 어린 나이여서, 나는 더욱 반발심에 글을 썼고 동화수선전을 만들었었다.

내가 출판사 사장에게 고배를 마셨을 때.

그때의 아버지가 가진 친분이었다면 아마 진실을 알아내기 쉬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러지 않으셨다.

내가 학업에 매진하길 바라셨었겠지.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가 지나왔던 젊은 시절을 나도 비슷하게 겪어왔다.

왜 그러셨는지 이해하고 공감됐다.

어떨 때는 아버지가 위대하기도 했다.

그래서.


“별이 반짝인다고 해서 찰나의 순간만 그럴까요.”


아버지를 용서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의 자랑이 되는 아들이 되고 싶었다.


“제가 별이라면 인간 사회가 사라질 때까지 빛날 테니까요. 그러니.”

“······”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들아.”


아버지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그런데 고개를 떨구셨다.

왤까?


“원래 그렇게 말했었냐.”


응?

아.

아아아아아아!


요즘 판타지를 써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일반적으로 안 쓰이는 말들을 뱉어버렸다!


어머니는 아예 고개를 돌리시고 큭큭 대셨다.

아버지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셨다.


“내 머릿속에 담긴 세계관에 잡아 먹히지 않았으면 한다.”

“아.”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


그렇게 집안 문제를 해결했다.

당장 전세금 대출부터 정리하기 위해 태범이가 말한 대로 차용증을 썼다.

아버지는 곧장 은행으로 가셨다.

그러는 사이, 나는 어머니와 함께 부동산을 찾았다.


“아유! 어서 오세요.”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서울과 달리 대구는 내가 가진 돈으로 새 아파트에 들어가고 남을 정도로 쌌다.

지금 남은 돈은 5억.

현재 우리가 사는 단지 옆 블록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생활권이 비슷해서 좋아 보였다.

건설사도 1등급을 받은 곳인데, 잡설도 없어서 괜찮을 듯싶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도 봤었는데, 주변 인프라가 여기보다 많이 떨어졌다.

하기야, 지금 동네가 옛날 섬유 산업이 흥할 때 여기에 아파트가 지어졌었다.

그런 덕분에 대형 마트도 있고 조용히 살기는 좋다.


“집 보러 왔습니다.”

“생각하신 데는 있으시고?”

“저기 옆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를 보고 싶은데요.”

“하하. 마침 좋은 매물이 많아서 잘 오셨네요.”


중개인을 따라서 이동했다.

거리가 가까워서 가볍게 도보로 이동했다.

차를 타면 주차하는 시간이 더 걸려서.


“그런데 아버님은 안 오시고?”

“아, 제가 효도를 좀 하려고요.”

“네?”


중개인이 나를 위아래로 스캔했다.

좆 오브 좆에 다니던, 이전의 나였다면 상당히 불쾌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고 했던가.

저 시선이 부러움의 시선으로 느껴졌다.


신기하겠지.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사주는 일이 있어도 자식이 부모에게 좋은 집을 사주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을 테니까.


“부모님 집 사 드리려고요.”

“아!”

“신기하시죠?”

“어···. 네.”


나도 신기할 따름이다.

한 달도 안 돼서 내 인생이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으니까.


-지이잉!


뭐지?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석 대표님?


걷는 중이라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전화 아이콘을 밀다가 두 번 눌렸는지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작가님! 오늘 조회수 확인하셨어요!?


석장미 대표의 유난스러운 목소리에, 나도 놀라고.

어머니와 중개인도 놀랐다.


-아이스파 겨울이가 샤라웃했다구요오오옷!

“네에?!”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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