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소 탈출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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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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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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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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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화_일 매출 4억

DUMMY

**


플렉스에 마지막 꽃은 만찬이 아닐까.

동대구 이세계 백화점에 가전을 산 다음 집으로 가는 길에, 맛집으로 유명한 곳을 들러서 뭉티기와 오드레기를 샀다.

가게에서 먹고 가면 좋았겠지만, 아버지가 볼일을 보고 계셔서 사서 집으로 들어가면 딱 맞겠다 싶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까.

마침 아버지가 공동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치고 계셨다.


“아버지!”

“······!”


아버지는 굉장히 피곤한 얼굴이셨다.

그래도 어머니와 나를 보셔서 그런지 미소를 띠셨다.


“어디 갔다 오는 거니?”

“동대구 가서 새집에 들어갈 가전 사고 오면서 아버지랑 같이 먹을 뭉티기랑 오드레기 사 왔습니다.”

“그래. 들어가자.”


아버지의 목소리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목소리인 듯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손을 깨끗이 씻은 다음 우리 세 가족은 자리를 만들었다.

어머니는 담금주를 꺼내셨는데, 꽤 의외였다.


“어머니, 이거 술이죠?”

“응. 이런 날은 마셔야 하지 않겠니?”


그러면서 술을 석 잔 따른 다음 다시 뚜껑을 닫으셨다.

소주잔보다 작은 잔.

딱 부모님의 주량이었다.


“아들은 더 필요해?”

“아뇨. 저도 그냥 분위기만 내면 되죠.”


사실 나는 주량이 3병 정도인데, 딱히 찾아서 마시진 않았다.

윗사람들 술친구 한다고 주량이 늘었는데, 이제는 술잔을 채워야 할 상사가 없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다시 글쓰기 잘 한 것 같은데?


-짠!


우리는 건배한 다음 술을 축였다.

그다음 싱싱한 뭉티기 한점을 양념장에 찍어서!


“크으!”

“하하.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구나.”

“저도요.”


이후 우리는 얼마간은 조용히 뭉티기를 즐겼다.

오랜만에 맛보는 평화라서 그런 걸까.

아버지와 어머니는 드시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으셨다.


“아들 비빔면 해줄까?”

“네!”


어머니가 침묵을 깼다.

시판용 비빔면이 아니고 소면을 말아서 해주실 모양.

그러는 사이, 아버지는 젓가락을 식탁에 올려두시고는 나를 봤다.


“아들아.”

“네. 아버지.”

“고맙다.”

“······”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까.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이란 상상은 했었지만, 대답할 거리는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든 천천히 갚아가마.”

“아니에요. 아버지.”


이제까지 등 떠밀려서 살던 아버지셨다.

그간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을 혼자셔 온전히 감당하셨을 텐데.


“아버지, 제가 오늘 유료화라는 걸 갔거든요.”

“유료화?”

“제 작품을 독자에게 판매하는 첫날이라는 말이에요.”

“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젓가락에 묻은 양념장을 한 번 빨고 식탁에 내려놨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눈피아 어플을 켰다.

나도 내 성적을 확인 안 했었는데, 태범이가 캐톡으로 연락을 줘서 알았다.

진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

오늘 번, 아니 아직 24시간이 안 지난 나의 매출이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여기 보시면 25화부터 유료 판매가 되는 게 보이시죠?”

“그래. 옆에 있는 숫자가 판매수인가 보구나.”

“네.”

“9만이면 9만 원을 벌었다는 거니? 아니면 90만 원?”


아버지는 너튜브처럼 생각하시는 모양.

일반적으로 너튜브 조회수가 2~10원 한다고 알고 계실 테니까.


“음···. 웹소설은 한 편에 100원이거든요. 아버지.”

“응.”

“방금 말씀하신 숫자는 판매수고요.”

“어?”

“9만 원도 아니고 90만 원도 아니에요.”

“구, 구백만 원이라고?!”

“네.”

“허.”


─────다달그락!


어머니도 대화를 듣고 계셨던 것일까.

아버지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는데, 엄청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셨다.


“그런데 제가 오늘 40화를 한 번에 올렸거든요.”

“······!”

“다행히도 독자들이 제 글을 좋아해 줘서 앞자리는 안 바뀌고 뒤에만 살짝 떨어졌는데.”

“매출로만 따졌을 때 4억이네요. 지금 이 시각까지 판매한 금액이.”

“······!”

“그래도 여기서 플랫폼 수수료를 30% 빼고 지방세를 빼야 하긴 하는데, 눈피아 플랫폼에서 제가 받는 퍼센트는 63%니까. 대충 계산하면 2억5천만 원이네요.”

“······”


아버지는 할 말을 잊으셨다.

당연한 반응이겠지.

아버지 시대의 글쟁이들은 배가 고픈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소설가가 밥을 사야 할 사람은 시인뿐이라고.

하지만 이제 인터넷 시대로 규모의 경제에 웹소설이 적용됐다.

백 원이라는 적은 돈이지만, 그게 많은 사람에게 팔리면 큰돈이 된다.


“조금 돌아서 도착했지만, 글 쓰는 게 원래 제가 해야 할 일인 거 같아요. 아버지.”


아버지가 고개를 떨구셨다.

옆모습에서 미안함이 흘러넘쳤다.

내가 글 쓰는 것을 안 좋아했던 아버지셨으니까.


“아버지. 그런 날이 아마 제 소설의 밑거름이 됐을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고맙구나.”


어느새 비빔면을 완성하셨는지, 놋쇠 그릇에 담아오셨다.


“아들 부족하면 더 먹어. 한 다라이해놨으니까.”

“네.”


다시 앉은 어머니께서 나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셨다.


“그동안 적성에 안 맞는 일 한다고 일 봤다.”

“그런 경험 덕분에 글이 풍성해졌으니까. 잘 됐다고 생각해요. 어머니.”

“아들아.”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가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집은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는 것만 집중하거라. 알겠지?”

“네.”

“남들이 받을 효도를 우리는 다 당겨 받았다고 생각하니까. 이제는 더 신경 안 써줘도 된다. 아들한테 짐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아버지의 말씀이 무슨 말인지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버는데, 나 혼자 어떻게 다 쓰라고 그러시는지.

나는 아버지의 앞접시에 뭉티기 한 점을 올리면서 말했다.


“각자 능력껏 효도하는 거잖아요. 생활비 걱정은 하지 마세요. 태범이한테 절세 코칭을 받아서 그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음···.”

“아버지가 정 받기 싫으시다면 어머니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아니다. 고맙구나.”

“네.”

“아빠가 일해서 버는 돈은 너에게 빌린 돈을 갚는데, 최대한 쓸 테니.”

“에이, 그것도 조금씩 흔적만 남기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

“남들도 다하는 건데, 이제까지 아버지는 국가를 위해서 걷는 거라면서 안 그러셨잖아요. 이제는 제 말을 들어주셨으면 해요.”

“그래.”

“저는 두 분의 안녕이 걱정이지. 다른 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 알겠다. 고맙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아들아.”


아버지가 내 손을 잡았다.

투박한 손에 거친 피부가 느껴졌다.

세월의 흔적이었고 가장이라는 증거였다.


“이제 우리 조금 편하게 살아요.”

“그래요. 승찬이 아빠. 아들, 많이 먹어.”

“네.”


그렇게 우리 가족의 밤이 지났다.

이부자리에 누워서 천장을 보는데,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이사는 아는 형님한테 견적 봐 달라고 했으니까.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거고···.


내일 올라간다고 했을 때. 어머니께서 아쉬워하셨지만, 당장 웹툰 미팅을 빨리 끝내야 했으니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급하게 내려와서 빨리 올라가야 하기도 했고.


“빨리 자자.”


다음 날 아침.

아버지와 어머니가 배웅해 주셨다.

지하철 타고 가는 것이 빨라서 집에 계시라고 했다.


“그럼 다음에 시간이 나면 한 번 내려올게요. 이사는 아는 형님한테 말해뒀으니까. 알아서 잘 해주실 겁니다.”

“그래. 조심히 다녀와.”


어머니가 나를 안아주셨다.

아버지도 말없이 나를 안아주셨다.


“다녀올게요. 어머니, 아버지.”


곧장 동대구역으로 갔다.

20분 여유 있게 역에 도착했다.

적당히 마실 것을 사고 플랫폼에서 기다렸다.


벤치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봤다.

예전이라면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서 스마트폰만 봤는데, 이제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너무 뚫어지라, 보지는 않고.


이게 여유인가?


괜히 마음이 설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


수서역.

판교에서 올라온 석장미가 승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도착하겠네.


석장미는 조금 긴장한 얼굴이었다.

아직 24시간이 안 지난 승찬의 유료 전환 때문이었다.


진짜 역사를 쓰는 작가님과 함께할 줄은 몰랐는데···.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사람과 만나는 터라, 긴장했다.


“아, 두 번째 만나는 건데···. 나 왜 이렇게 떠는 거야. 석장미. 네가 애냐?”


석장미가 혼자 중얼댔다.


“대표님?”

“으악!”

“악!”


그녀가 기겁하자, 승찬도 덩달아 기겁했다.


“아···. 작가님이셨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거예요? 왜 이렇게 놀라세요?”

“아, 아니. 그게 아니고. 그냥 왠지 모르게 긴장이 돼서요.”

“응?”

“하하.”

“일단 가시죠.”


승찬이 말했다.

석장미가 해야 할 말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처지가 바뀌었다.

주차장으로 가서 석장미의 차를 탔다.


“와, 좋은 차 타시네요.”

“음. 그냥 업무용으로 데일리 카인데요?”

“데일리 카요?”

“네. 출근용 하나, 기분전환용 스포츠카 하나. 이렇게 있죠.”

“와.”


승찬이 작게 탄성하자, 석장미가 웃었다.


“작가님도 이제 테마에 맞게 차 굴리실 수 있잖아요?”


석장미가 찡긋했다.


“어. 그렇긴 하겠지만, 제가 차에는 취미가 없어서요.”

“네?!”

“운전은 전에 회사 다니면서 용달을 끌어서 할 줄 아는데, 굳이 제가 살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그럼 여자친구는?”

“네? 차랑 여자친구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아.”


석장미가 작게 탄식했다.


“저 모쏠은 아닙니다. 대학교 때 시시로 2년 넘게 사귀었어요.”


승찬은 지금 왜 변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말은 해야 할 것 같았다.


“크크크. 그 뒤로는 없으셨고요?”

“크흠. 사는 게 바쁘다 보니까.”

“네에~ 작가님. 그럼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뭐야···.”


승찬이 구시렁댔다.

석장미는 어째서인지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


판교에 도착한 두 사람은 메이버 웹툰 회사로 향했다.

13층에 있는 메이버 웹툰 본사의 복도에는 인기작 캐릭터가 두 사람을 반겼다.


“와, 저 여기 있는 작품 다 봤어요.”


승찬이 주변을 훑었다.

그의 옆에 있던 석장미가 한마디 보탰다.


“이제 작가님 작품도 여기에 걸릴 일만 남았네요.”

“그···렇겠죠?”

“당연하죠! 작가님! 오늘 미팅도 김 대표님이 직접 나오시니까. 그렇게 되실 겁니다.”

“후···. 그런 말 들으니까. 괜히 긴장되네요.”

“하하하. 긴장할 필요 없으세요. 다 작가님 작품으로 매출을 올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니까. 다 작가님 편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웃으며 말하던 석장미가 승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니까. 마음이 놓이네요. 그런데 대표님.”

“네?”

“어깨에 손.”

“앗! 죄송해요.”

“아니에요. 저도 여사친 중에 웃으면 때리는 애가 있어서 오해하지 않습니다.”

“······!”


석장미의 얼굴이 붉어졌다.

승찬의 시선을 피해서 고개를 사선으로 내리는 그녀.

하지만 승찬은 그녀보다 벽에 붙은 캐릭터들에 눈이 갔다.


“진짜 내 작품도 여기에 걸렸으면!”


사무실 입구에 도착하자, 누군가 마중 나왔다.


“어! 석 대표님! 안녕하세요. 옆에 분은 번민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회의실에 들어가자, 여러 웹툰에 등장했던 남자가 상석에 앉아 있었다.

안경을 낀 지략캐 같은 분위기.

그가 일어나서 승찬에게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작가님. 메이버 웹툰 대표 김구준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은퇴한 영웅은 기둥서방의 작가 번민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승찬이 그와 악수했다.


“자, 앉으시죠.”


모두가 자리에 앉자, 석장미가 준비해온 PPT를 시작했다.


“우선 1권 분량 스케치를 해왔습니다.”


PPT를 본 승찬은 가슴이 벅찼다.


작가의말

행복하고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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