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천사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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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TAREH
작품등록일 :
2024.09.05 22:44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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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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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그대에게, 스크루드라이버(2)

DUMMY

"...갑옷?"

아자젤은 말을 잃었다.

몹시 추운 산에서 처음만난 사람이,

갑옷을 입고있는데,

그마저도 목이 돌아가 있다니.

머리속이 점점 혼란함으로 가득차던 그때였다.


".....드르렁....크헙?!"

갑옷은 코를 골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으흠, 분명 사람 소리를 들었는데."

"저...저기?"

아자젤은 조심히 갑옷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갑옷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깐만, 어디지?"


그 말을 마친뒤, 갑옷은...

...그대로 헬멧을 뽑았다.

말그대로, 뽑았다.

머리는 없었고,

헬멧과 몸체가 분리된 모습으로 다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것이다.

"으, 으갸아아아악?!

가, 갑옷이 말도 하고 목도 분리한다아악?!"

"아, 거기였군요."

헬멧은 또렷하게 아자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자젤은, 너무 놀라서 넘어졌다.


"아자젤, 무슨일이야!"

뒤늦게 캐리어 4개와 함께 들어온 사타나엘은,

아자젤의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 소리쳤다.

그러고는...

"...이그리스? 왜 그러고 있는거야?"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갑옷에게 물었다.


이그리스라는 이름의 갑옷은 헬멧를 다시 몸에 알맞은 방향으로 꽂은 뒤,

사타나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하하, 오랜만에 뵙네요 사장님.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돌아가 있어서,

착오가 좀 생겼었나 봅니다."

갑옷은 멋쩍은 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런 갑옷에게,

사타나엘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보다... 그 갑옷은 왜 입고 있는건데?

그건 거의 몇 백년된 갑옷이잖아."


"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이게 요즘 돌고 도는 트렌드라던데.

사장님은 트렌드를 잘 모르시나 봅니다."

그 말을 듣자, 사타나엘은 한숨을 지으며 갑옷에게 말했다.

"...그거 누가 그랬냐."

"음? 아코가 그랬습니다만?"

"넌... 아코를 믿니?"

갑옷은 그말을 듣자마자,

헬멧을 쥐어짜내며 절규했다.

"설마...설마..!

속인거냐 아코!!!"


그런 그 둘을 보며, 아자젤은 가만히 있었다.

아직도 갑옷에서 헬멧이 뽑혀 나오는걸 직관한게 잔상으로 남은건지,

정신이 매우 혼미해서 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렇게 절규가 끝나고, 갑옷은 한숨을 쉬며 무언가를 말했다.

"...룬터."

그러자, 갑옷은 점점 압축되더니,

팔찌의 모양으로 바뀌었고,

그 안에서는 붉은 머리를 한 남자가 나왔다.

수염 달린 아저씨일거 같은 목소리와는 대조되게 매우 앳된 모습이었고,

그 붉은 머리는 붉은 눈과 함께 타오르듯 빛났다.

그리고 그런 붉은 눈을 크게 찡그리고 있었다.


"젠장, 역시 동생놈 말을 믿는게 아니었는데!"

"어라? 머리가 있었어요?"

아자젤은 놀라서 물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갑옷안에는 머리는 커녕 사람도 없었으니까.


그걸 들은 이그리스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하하! 머리가 생기는 마술이랍니다?"

사타나엘은 그걸 듣자마자 바로 이그리스를 한대 쳤다.

"악! 왜 때리세요?!"

"어짜피 안아프잖아."

"뭐, 그렇긴 하죠."

"....?"

아자젤은 그 둘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둘은 개그 콤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이녀석, 호문클루스거든."

"호문클루스요?"

호문클루스.

인간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인조인간이자,

전쟁을 위해 개발되었던 전쟁병기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뒤로,

모든 호문클루스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런데 그런 호문클루스가,

아자젤의 눈앞에 있었다.


"그러면,

이미 마력고갈로 사라져야되는거 아니에요?"

아자젤은 이그리스에게 궁금하다는듯이 물었다.

"어라?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오신거 아니였나요?"

"...? 여기 롬스트 아니었어요?"

아자젤은 이그리스와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의문만 늘어갔다.

그리고 그런 의문을,

이그리스는 단 한마디로 없애버렸다.

"여기, '드래곤 레어'거든요."


"....드래곤 레어?! 잠깐만, 저 잠깐 어디좀 가야..."

아자젤은 이그리스의 말을 듣자마자 도망칠 준비를 했다.

이제서야 모든 상황 판단이 됬으니까.

첫째, 크라드가 '마력을 쓰지 마라'라고 한것은,

필시 마력을 쓰면 드래곤의 수하들이 그걸 눈치채고 공격하러 올것이기 때문이었고,

둘째, 여기가 드래곤 레어라는건, 이그리스가 바로...


...광기의 호문클루스 전사였던 '용아병'이었을테니까.

용아병은 드래곤의 마력과 신체 일부로 만들어진,

계약에 죽고 계약에 사는 미친 전사들이다.

계약이 달성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전쟁에 뛰어드는 자들이니까.

그들을 앞에 둔 아자젤은,

이미 이성의 끈을 놓고 도망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도망가던 아자젤 앞에는,

캐리어 4개로 벽을 만들어 놓은 사타나엘이 있었다.

"사장님?! 이게 무슨!"

"들어올땐 마음대로지만, 나갈땐 아니란다."

"나가게 해줘요! 저 사람이 용아병이면,

이미 우린 죽은 목숨인거 아니에요?!"

"일단 진정해.

저녀석, 그리 위협적이진 않으니까."

"잠깐만, 그건 조금 상처인데요."

이그리스는 슬픈듯이 말했다.

"그리고,

제가 당신을 죽이려했다면 이미 죽였답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제 600년 인생을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말이 쉽죠 그게."

아자젤은 약속이란 말을 듣고 조금은 나아진건지,

투덜대면서 그대로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나저나 의외네? 월요일인데 너가 나와있다니."

사타나엘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사장님이 연락하셨을때,

마침 루미 누님이 휴가를 가버려서요.

저희 형제가 하루씩 앞당겨서 일하기로 한거죠.

그래서, 오늘은 제가 담당할 예정입니다. 기쁘시죠?"

이그리스의 말에, 아자젤은 궁금한듯 물었다.

"그러면... 여기에는 용아병이 7명이나 있는거에요?"

"뭐, 그런셈이죠."


아자젤은 잠시 흠칫하다가,

이미 어깨에 사타나엘의 손이 올려져 있는걸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매일마다 직원이 바뀌는 거에요?"

"그렇죠! 원래 화요일에는 제가, 월요일에는 루미 누님이, 수요일에는 아코가...

이렇게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만 일한답니다."

아자젤은 부러운듯이 바라봤고,

사타나엘은 그런 아자젤의 눈빛을 피했다.


"아참, 그러고보니, 크라드가 이걸 건네주라던데?"

사타나엘은 크라드에게 받은 큰 보온병을 건네줬다.

"아!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커피가 없으면 밤에 일하기 힘들거든요."

"...이럴때 보면 참 인간 같다니까.

호문클루스한테 미각이 있다는건 들어본적도 없어서 말이지."

"저희가 또 특별한 호문클루스 아니겠습니까.

뭐, 물론 이것또한 베르님의 은혜겠지만 말입니다."


아자젤은 둘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그리스에게 물었다.

"베르님? 혹시 베르님이 이 산의 드래곤이에요?"

"그렇답니다.

베르님은 저희를 만드시고,

이 산에 올라오는 다른 인간들을 막으라고 명하셨었죠."

"네? 하지만 여긴 바랑 숙박시설이 있잖아요?"

아자젤의 질문에, 이그리스는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옛날에나 그랬다는거죠.

지금은 결혼하시더니 많이 관대해 지셨거든요.

그래도, 저 위에까지는 아직도 오지 못하게 하신답니다."


그 말을 들은 아자젤은, 뭔가 떠오른 듯이 말했다.

"결혼?

....설마. 그 결혼 상대가...?"

"바하무트님이시죠."

아자젤은 놀랐다.

설마 카페 점장님의 부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드래곤일줄이야.

"점장님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거야...?"


"바트가 좀 대단하긴 하지.

그녀석도 나랑 같은 마족 군단장 출신이거든."

사타나엘은 둘의 말에 끼어들며 말했다.

"네?! 진짜요? 그렇게 안보였는데..."

확실히 아자젤은,

세이든 중앙에 있는 4명의 용사 동상을 본적이 있다.

그런데도 역시 얼굴을 왜곡해서 만든것인지,

그게 바하무트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다.


"하하, 그러고보니,

바하무트 선생님이 이곳에 처음 오셨을때,

맨손으로 절벽을 타고 올라오셨더랬죠.

저희도 탐지하지 못하는 곳으로 결국 정상까지 오시더니 하는 말이,

'...커피콩만 가져가면 안되겠나?'

였다는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어지간히 미친분이시구나, 점장님도..."

"아무튼, 그 말 한마디에 베르님이 반하셔서 바로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랍니다. 재밌죠?"

"...뭔가 중간이 많이 비지 않아요?"

"기분탓입니다. 기분탓."

아자젤은 이그리스를 노려봤지만,

결국 중간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오두막 밖에서 점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라? 저 소리는 뭐에요?"

"아, 이제 슬슬 야생동물들이 이동할 시간이라,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소리일겁니다.

그나저나, 여러분은 안 가시나요?"

이그리스는 문득 그 둘에게 물었다.

"글쎄,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려고.

비행기 표는 내일 새벽으로 잡아놔서."


아자젤은 그 이야기를 듣곤, 사타나엘에게 말했다.

"저희 비행기 타요?

...어디까지 가길래?"

"허스트까지. 한 6시간이면 도착할거야."

"으음, 허스트라... 그러면 페론 바로 위겠네요?"

"맞아. 거기서 엘프들이랑 드워프들을 만날수도 있겠네."

아자젤은 저번에 만난 리리아라는 엘프 경찰 외에는,

단 한명의 엘프나 드워프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드디어 한번 만나 볼 수 있겠네요!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거든요!"

여전히 아자젤은 인간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것을 보기 좋아하는 아자젤이었기에,

그들과의 만남은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 잘됬네 그럼."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점점 밖에서는 더 큰 소리가 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야생동물이 저런 소리를 내나?"

아자젤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확실히 이상하네요, 어디한번....?!"

이그리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그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그야...

...예티가 지붕을 들어 올린뒤,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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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추억하는 그대에게, 하이볼 24.09.09 16 0 14쪽
4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3) 24.09.07 23 0 16쪽
3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2) 24.09.06 15 0 9쪽
2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1) 24.09.05 15 0 12쪽
1 고생한 그대에게, 버번 위스키 24.09.05 1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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