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천사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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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TAREH
작품등록일 :
2024.09.0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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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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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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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그대에게, 맥주(1)

DUMMY

시간은 조금 흘러, 5시가 되었다.

그리고 사타나엘은, 아자젤을 깨우고 있었다.

"아자젤, 일어나."

"으으음, 좀만 더 잘게요..."

"일어나, 비행기 타야지.

여기서 계속 누워있으면 어떡해."


"으으윽, 알겠어요..."

아자젤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어제 마신 스크루 드라이버가 아직도 입에 남아있던것처럼,

입 안은 오렌지 향으로 가득차 있었다.

"으으, 아직도 그 맛이 너무 생생해..."

계속해서 코 안으로 들어오는 시트러스 향기는,

그 이후 아자젤이 한동안 오렌지 주스를 마시지 않는 계기가 된다.


아자젤이 서서히 일어날 무렵,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사장니임~, 깨우러 왔어요~!"

그 소리를 듣고 사타나엘이 문을 열자,

한 메이드 복을 입은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길고 긴 푸른 머리에 초록빛이 도는 푸른 눈,

그리고 이그리스보다는 성숙해 보이지만,

조금은 앳돼 보이는 얼굴.

이런 험악한 설산에서는 나올수 없는,

상처 하나 없는 미인.

아자젤은 그 모습을 처음 보자마자,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이 사람... 아니, 이 호문클루스.

용아병이다.'


허나 아자젤은 못 알아챈 것처럼,

그 호문클루스에게 물었다.

"혹시... 아코님이신가요?"

그러자, 파란 머리의 여성은 말했다.

"어라? 절 알고 계시나요?"

"하하,

어제 이그리스가 너가 대신 올거라고 말해줬거든."

사타나엘은 서로 어리둥절해 하는 둘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요!

어서 가죠! 차를 대기시켜 뒀다고요~?"

아코는 빠르게 뛰어가며 말했다.

그리고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뭔가 되게 활기찬 분이네요."

"그렇지? 이그리스가 능청스러운 성격이라면,

아코는 강아지 같이 기운찬 성격이거든.

아무튼, 어서 가자.

7시 티켓이니까 지금 가서 공항 안이나 둘러보면 되겠네."

사타나엘은 말을 마친뒤,

아코를 따라갔다.

그리고 아자젤도, 그 둘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마주한 차는...

엄청나게 거대한 제설차였다.

어디에서나 눈에 띌거같은 주황색 제설기를 자랑하듯,

눈에 반사된 빛을 머금어 더욱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자젤은, 그 모습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이걸 타고 가요?"

"응.

롬스트는 눈이 많이 내려서,

조금만 안 치우면 바로 쌓여버리거든.

그래서, 제설차를 가진 주민들이 직접 조금씩 치우는거지."

"그래도 너무 눈에 띄지 않아요?"

"에이~, 여기선 이게 기본인걸요~?"

아코는 아무렇지 않은듯이 말하며,

차의 시동을 켰다.

제설차는 사타나엘과 아자젤에게 타라는 것처럼,

그 우렁찬 모습처럼이나 우렁찬 소리를 냈다.


그렇게 탄 제설차 안은,

....너무 좁았다.

큰 외형과는 다르게,

셋이 타기에는 조금 좁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타나엘이 들고온 캐리어 4개와 가방들,

그리고 아이스박스까지,

수없이 많은 짐들이 그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너무 좁은거 아닌가요?!

이러다가 압사할거 같아요..."

아자젤에게는 앞좌석에 안은 둘과는 다르게,

뒷자석에서 짐들과 함께 앉았다보니 더욱 그러했다.


"조금만 참아, 공항까지는 금방이니까.

저기봐, 벌써 보이잖아?"

확실히, 시간은 20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타나엘이 손짓한 곳에는 매우 큰 건물과 활주로가 연결되어 있었고,

이상하리만치 활주로 부분만 눈이 쌓여있지 않았다.


"그러네요!

그런데... 저기만 눈이 안오는 거에요?"

"아아~. 저건 보호막이 쳐져 있어서 그래요.

저 보호막은 비행기는 뚫고 갈 수 있지만,

눈은 그대로 보호막 위에서 녹아버리거든요.

거기다가 바람도 막아주고요~.

그래서~!

이렇게 추운 도시에서도 비행기가 다닐 수 있는거랍니다~!"

아코는 신난듯이 말했다.


아자젤이 보기에도,

저 공항은 존재 자체가 신기했으니까.

눈이 오더라도,

활주로와 그 일대에 있는 보호막 덕분에 바람이나 눈이 최소화 되어,

무리없이 이륙할수 있다는것은,

아자젤에게는 인상적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이야~, 그나저나 부럽네요~.

저도 만들어진지 얼마 안됬을때,

사장님을 보고 헤일로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곤 했었거든요~.

혹시 나중에 저도 헤일로를 가질 수 있으려나요~?"

"...그건 좀 무리지 않을까.

차라리 다음 생에 가지고 싶다고 빌어봐.

이뤄질지도 모르지."

"에이~. 제가 애도 아니고~.

그래도, 만약 다른 세계가 있다면, 그런 곳에서는 가져보고 싶네요... 랄까나? 아하하~."


"그나저나 아코,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메이드 복'은 왜 입고 있는거야?"

"네~? 이게 요즘 트렌드 라던데요?"

"넌 누구한테 속은거냐."

"...토로 이자식, 오늘 밤에 죽이겠다."

...그렇게,

아자젤은 그 토로라는 사람에게 명복을 빌어주었다.


그사이, 셋은 공항에 도착했다.

추워서 아무도 없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람이 공항을 거의 다 메울 정도로 매우 많았다.

"으엑...! 이렇게 사람이 많다고요?"

"그럼요~ 그덕에 저희가 여기서 장사하는거 아니겠어요~?"


아자젤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동안,

사타나엘은 아자젤에게 퀴즈를 냈다.

"롬스트가 왜 추운데 사람이 많은지 알아?"

"으음...... 모르겠... 어라?"

아자젤은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린 곳에서 그 답을 찾아냈다.

'카이나 쥬얼리, 언제 어디서나 화려하게'

"여기 설마, 보석이 나오는 곳이에요?"

"하하, 반쯤 맞췄네.

여기는 보석 세공사들이 많은 도시거든.

그래서, 돈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장신구들을 사러오는거야.

여기서 사면 더 많은 종류를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 카이나 쥬얼리,

우리 주인님 회사에요~."

"주인님...? 그럼 저건 설마!"

"응. 드래곤이 운영하는 가게야.

베르는 원래 보석 세공을 취미로 하는 드래곤이었거든."


세이든 최고 인기 카페를 운영하는 남편에,

거대한 보석 회사를 운영하는 부인.

아자젤은 속으로 인생 참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거기서 고기 많이 드시고 오세요~?"

아코는 이 말을 남긴채, 다시 차로 돌아갔다.


그리고 남은 둘은, 예약한 티켓을 확인하고,

짐 수속을 끝낸뒤,

남은 1시간 동안 공항 안 가게들을 둘러보았다.

"우와! 완전 반짝반짝거려요!

이게 보석이구나...!"

아자젤은 신기한듯 보석을 쳐다봤다.

거기다가, 그런 보석들이 올려진 장신구들을 보고있자니,

아자젤도 탐이 나기 시작했다.

"저기...! 이건 얼마쯤 하나요?"

아자젤은 가게 점원에게 물었다.

"아, 이건 19000크론입니다, 손님."


19000크론.

아마도 아자젤이 2년간 쉬지않고 일하고,

매일 밤마다 사먹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아예 안 먹어야지 간신히 하나를 살 수 있는 그런 가격.

아자젤은 그 말을 듣고,

곧바로 사타나엘의 등 뒤에 숨었다.

"사장님...! 저게 제 월급을 위협하고 있어요!"

"하하하, 어짜피 1년만 더 일하면 끝인데 뭘."

"아, 어짜피 못사는구나."

아자젤은 안심한듯 보였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을 품고 다음으로 간 곳은,

술을 파는 가게였다.

'보드카, 80도의 기적!'

"아자젤, 저것봐. 저걸 마시면 나도 취하겠는걸?"

"그러면 저는 마시면 죽는거 아니에요?"

"그래도 스크루 드라이버랑,

위스키로 단련되서 괜찮지 않을까?"

"....도수가 두배 차이인데도요?"

아자젤은 사타나엘을 째려봤다.

하지만 사타나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들을 보고 있었다.

"음, 확실히 여기가 더 싸네."

사타나엘이 보고 있는 술은 분명,

바 앞 편의점에서도 파는 술이었다.

그런데, 가격은 60프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어라? 그렇네요.

그러면 여기서 사가도 되는거에요?"

"으음, 되긴 하는데,

5리터 이상은 못 들고가.

그리고 저 80도 보드카는 도수가 너무 높아서 못들고 가고."

사타나엘은 아쉬운듯 말했다.

...물론 아자젤은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포탈로 넘어갔던 세계 있지?"

"네, 왜요?"

"거긴 나라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여서,

쓰는 화폐도 다 다르고 세율도 달라.

그래서 거긴 다른 나라에서 면세를 해줘서,

물건을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럼 여긴 왜 술이 싼거에요?"

"그러게? 그냥 우리 가게 앞 편의점이 비싼거 아닐까?"

아자젤은 묘하게 납득했다.

과자도 바 앞 편의점이 더 비싸서,

조금 더 멀리 있는 가게에서 사오니까 말이다.

물론 그 때문에, 그저께 죽을 뻔 했던거지만.


그렇게 그 둘은 술만 조금 사고,

그대로 비행기에 탔다.

"아자젤, 창가 자리에 앉을래?"

"네! 그럴게요!"

아자젤은 창가 자리,

사타나엘은 중간 자리에 앉았다.

아마도 이는,

사타나엘이 아자젤에게 하늘을 보는걸로 날개를 피는 것 대신 위안을 얻으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인간을 별로 안 좋아하는 아자젤을 배려하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아자젤은 어느정도 이를 느끼고 있었고,

속으로 사타나엘에게 고마워 하고 있었다.


앉은 자리는 조금 좁았다.

하지만, 앞에 있는 작은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

시간이 되자 나오는 기내식을 먹다보니,

좁았다는건 느끼지도 못한채 6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렇게, 그들은 페론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한 사람은,

하얀머리와 검은머리가 오묘하게 섞인 근육질의 타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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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3) 24.09.07 23 0 16쪽
3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2) 24.09.06 14 0 9쪽
2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1) 24.09.05 15 0 12쪽
1 고생한 그대에게, 버번 위스키 24.09.05 16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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