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천사의 속삭임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타래TAREH
작품등록일 :
2024.09.05 22:44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35
추천수 :
0
글자수 :
60,208

작성
24.09.17 00:26
조회
8
추천
0
글자
12쪽

기로의 그대에게, 맥주(2)

DUMMY

"여어, 오셨습니까! 사장 누님!"

복잡한 공항 밖에서,

어떤 정장을 입은 사람이 그 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거 조폭 아냐?!'

아자젤은 눈치를 보며 사타나엘 쪽을 봤다.

그리고 사타나엘도...

다소 당황한 모습이었다.


"뭐야 저거... 누구야?"

"사장님도 모르시면 어떡해요!"

둘은 혼란함을 감추지 못하고 어버버거리고 있었고,

그 사이, 정장을 입은 사람은 그 둘 앞에 다가왔다.


"뭐야, 왜 그러십니까? 못볼꺼라도 보셨습니까?"

정장이 잘 안맞는 꽉찬 근육과,

그 속이 보이지 않는 검은 선글라스,

그리고 검은 머리와 하얀 머리가 오묘하게 섞인 올벡머리 때문이었을까.

점점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두려운 마음은 커져만 갔다.


"아, 설마.

접니다 저, '바르바토스'."

...물론 선글라스를 벗으며 한 한마디 덕분에 바로 풀렸지만.

"...바르?!

뭐야, 못본 새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대체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하하하!

2년이면 강산도 오분의 일정도 바뀌지 않습니까?

저도 그정도 바뀌었다 치죠!"

"...강산이 5번 정도는 바뀌어야 되겠는데?

멸치였던 놈이 어쩌다가..."


사타나엘이 당황하며 말하는 사이,

아자젤도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바르바토스....선배?"

아자젤은 분명 그 이름을 들어봤다.

왜냐하면...

...같은 천계 도서관 죽돌이 출신이었으니까.

"오! 설마했더니 너였구나, 아자젤.

200년 만인거 같네. 잘 지냈어?"

아자젤은 그 인사를 받을 틈이 없었다.

그보다 더 궁금한게 떠올랐으니까.

"대체 뭔 일이 있어야 그렇게 몸이 변하는 거에요?!"

"아... 오늘 벌써 두번째네..."

바르는 어이가 없는듯 말했다.


하지만 그 둘에게는, 큰 충격일수 밖에 없었다.

아자젤의 기억 속 바르바토스는,

비쩍 마른 몸에,

머리는 더벅머리요,

눈에도 항상 다크서클이 사라지지 않는,

천사라 안 죽었지 인간이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였었다.

그나마 왠 머스킷을 목발처럼 짚고 다녔기에 걸을 수는 있었지만,

그거도 없으면 걷지도 못할 모습이었으니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이건, 사타나엘의 기억 속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 반대 아닌가.

올벡 머리에 생기 넘치는 노란 눈,

그리고 차에 부딪히면 차만 망가질거 같은 허벅지 까지.

곧 죽을거 같은 몇년 전의 모습이,

이제는 곧 죽일거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일단 가시죠! 어떻게 된건지는 설명해 드릴테니까."

그렇게 사타나엘과 아자젤은 캐리어를 한개씩 끌고,

바르는 캐리어를 하나씩 크고 우람한 두 어깨에 걸치고,

그 손에는 아이스 박스와 가방 하나씩을 들고 이동했다.

그들이 멈춰 선 곳은, 검은색 오프로더 차량이었다.

"짐은 뒤에다 놓으시고, 다들 타시죠!"

"이상하네, 원래는 작은 세단 아녔던가?"

"그게... 몸이 너무 커져서 자리가 안맞더라고요! 하하!"

바르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지만,

묘하게 사타나엘과 아자젤은 그럴거라고 수긍했다.


차는 제설차나 사타나엘의 차보다는 넓었지만,

어째 제설차 이상으로 차가 흔들리는것 같았다.

"우욱, 이거 너무 흔들리는거 아니에요? 우읍..."

아자젤은 그런 차 안에서,

뒤집혀 가는 속을 붙들고 있었다.

"뭐야, 아까 비행기에서는 괜찮더니,

차멀미는 하는거야?"

"그러게요, 아까 제설차에서도 안 그랬는.. 우읍..."

"뭐, 비행기랑 차는 또 다르니까!

우리는 원래 날수 있던 천사들 아닙니까!

뭐, 물론 날개는 뜯겼지만."

"...저는 날개 있는데요?"

"나도 있어."

"...불공평한 세상이네요 참."


"그보다,

제 몸이 왜 이렇게 됬는지가 궁금하신거죠? 다들."

"응. 그래도 보기는 좋아.

전에는 잘못 건들면 부러질까봐 조심히 대했으니까."

"...그래서 절 살포시 들고 다니셨던 겁니까?

역시 착하시다니까요? 사장님은! 하하하!"

어째 지금 모습으로는 상상이 안가지만,

아자젤은 적어도 과거의 모습으로는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진짜로 왜 그렇게까지 바뀐거에요?

바르바토스 선배."


"그게 말이지, 운동 '스승님'이 생겼거든.

처음에는 그분도 근육 하나 없어보이는 몸이라 의심을 했었지만,

그 혹독한 특훈 끝에, 드디어 이 몸을 가지기 시작한 뒤부터 완전히 신뢰하게 됬지!

그 덕에, 나도 완전히 달라졌고 말이야!

너도 한번 해볼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아, 저는 괜찮습니다.

진짜로요, 진짜로.

...그니까 운전하면서 제쪽 보지 마세요!

위험하잖아요우우욱!"

그렇게, 차는 잠시 멈춘뒤,

재정비를 하고 다시 출발했다.


그 뒤에 또 다시 잡담을 하며,

또 한편으로는 흔들이는 속을 참으며 도착한 곳은,

숲 한 가운데에 있는 낡은 집이었다.

"도착했습니다!

어서오세요! '헤븐즈 바, 페론 중앙점'에!"


그렇게 들어간 곳은, 상당히 특이했다.

와인이나 샴페인, 위스키 그 무엇도 없고,

오크통 여러개와 수도꼭지 여러개 밖에 없었으니까.

대신에,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자리가 굉장히 많고,

그 무엇보다, 깔끔히 정돈된 주방이 있었다.


세이든 본점에서도 안주같은 간단한 요리들은 그 자리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저렇게까지 큰 주방을 구비해놓지는 않았다.

"이건 뭐고... 저건 또 뭐에요?"

"아하하! 상당히 특이하지?

여긴 '맥주'를 전문으로 파는 바거든!

그리고, 맥주하면 뭐겠어!

딩연히 고기지!"


그 말을 들은 아자젤은,

문득 아코가 말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거기서 고기 많이 드시고 오세요~?'

'그게 이걸 이야기 하는거였구나.'

주방을 자세히 보니,

굉장히 큰 그릴이 3, 4개는 족히 있었고,

그 사이사이마다 고기로 가득 차있는 냉장고가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고기를 만드는 공장 같아보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바르,

'다른 애들'은?"

사타나엘은 바르바토스에게 물었다.

"그러게요?

아마도 산에서 쇠질이라도 하고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

"'비네'는 그렇다 쳐도,

'이포스'랑 '베리스'까지도 그런다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사타나엘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건장한 사람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저희 왔슴다! 사타나엘 사장님!"

아자젤은 분명 저 얼굴을 본적이 있었다.

온몸이 거대한 근육질인데다가,

완전히 민듯한 머리,

그리고 조금 깨진 헤일로.

거기에, 독사처럼 날카롭고,

보는 이들을 마비시키는것 같은 보라색 눈.


"...비네 선배님!"

"어라? 아하! 이번에 왔다는 천사가 아자젤이었슴까? 오랜만임다!"

...물론 외형과는 다르게,

자연을 너무 사랑하는 순한 타천사다.

애초에 이곳에 떨어진 이유도,

자연을 건든 사람에게 번개를 날린거 때문이었으니까.

거기에, 바르바토스도 그걸 말리다가 엮여버려서 같이 내려온 것이다.

아자젤은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바르바토스와 비네를 존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들어온건,

앞선 둘과는 다르게 조금은 작은 몸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건장해보였다.


"어라? 아자젤!"

"뭐야! 진짜 아자젤이다!"

"어째 너네들은 다 우리 신참이를 알고 있냐..."

"뭐, 그야 우리는 다 바르바토스 친구들이니까요!

내려올때 같이 내려온 사이라,

아자젤을 모를수가 없죠!"

한 하얀 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 뒤에 들어온,

붉은 빛이 도는 검은 머리를 가진 남자도 긍정했다.

"이포스 선배님! 베리스 선배님!"

다섯은 서로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뭐, 그래도 서로 통성명 할 필요는 없겠네.'

사타나엘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포스는, 헤일로도 온전하고,

머리도 하얗고 눈도 완전히 노란,

말그대로 순수한 천사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크게 뜬 눈에 생기가 없기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가 없는 타천사이다.

그래도, 역시 그 심성은 착하기에,

친구들이 위험에 처했을때 가장 먼저 나섰던,

용감한 천사였다.


그와 다르게 베리스는,

헤일로도 없고, 눈도 보라색이지만,

다른 타천사와는 다르게 조금은 붉은 빛이 도는 검은 머리, 그리고 짧은 턱수염을 가졌다.

그리고, 천사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왼쪽 눈을 가르는 상처와,

언제 생긴것인지 모를 코를 가르는 상처 때문에,

약간은 무서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인상과는 다르게 매우 착하고,

머리가 좋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 지식들을 나눠주는 착한 타천사이다.

물론, 장난삼아 거짓말을 많이 하지만.


그런 다섯이 모이니, 가게 안은 매우 화목해졌다.

...사타나엘은 조금 버림받았지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점점 해가 서쪽으로 사라지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사장님,

오신김에 맥주나 한잔 하시겠슴까?

이번에 좋은게 들어왔거든요."

외로운 사타나엘에게 말을 먼저 건 것은,

비네였다.

"응, 한잔 부탁할게.

그리고 여기서 하루만 자고가도 될까?"

사타나엘은 약간 삐진듯이 비네를 쳐다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말을 걸어 준 건 고마운듯, 살짝 웃고 있었다.


"당연하죠. 근데 괜찮겠습니까?

여기는 곧 '전쟁터'가 될텐데요."

사타나엘의 물음에 답을 한건, 베리스였다.

하지만,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있었다.

"베리스 선배, 전쟁이라뇨...?"

"아, 너는 모르겠구나.

우리가 매일 치루는 거대한 전쟁을..."

베리스는 어째서인지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십년 전이었지..."

베리스는 앉아서 한숨을 쉬며,

그 빛나는 보라색 눈을 그윽히 뜨며 말했다.

"여기는 페론의 중앙이라,

서쪽의 엘프와 동쪽의 드워프들,

그리고 북쪽 거대 마물의 숲을 가르는 경계가 되어주지.

하지만, 그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기류는,

십년전 '한 사건'을 기점으로 완전히 부서져 버렸지...

그렇게 여기는 매일 매일 전쟁터가 된다...

우리는 그걸 막기 위해 근육을 키운거고."

"그..그런...! 그럼 '그 사건'은 설마...!"

아자젤은 점점 베리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래... 그 사건은 바로.... 크헵!"

베리스가 말을 하려는 순간,

이포스는 베리스의 머리를 한대 쳤다.


"얌마, 왜 때려?!"

"아하하~... 넌 그렇게까지 애를 속이고 싶냐."

"으윽, 곧 다 넘어온 참이었는데..."

"네? 그럼... '그 사건'은 뭔데요?"

아자젤은 궁금한듯 물었고,

이포스는 그냥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가게가 십년전에 개업했거든.

그리고 그때부터,

여기는 두 종족의 회식터가 되버렸어."

"그래서, 우리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루고 있지...

매일같이 고기를 100인분 가까이 구워야 하는 미친 전쟁을...!"

베리스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듯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포스는, 그런 베리스를 계속 때렸다.

"아야, 아야! 아프다고!"

"맞아야 정신 차리지. 어디 한번 계속 해봐."


그렇게 둘이 투닥거리고, 아자젤이 말리고 있던 그 시각,

비네는 사타나엘에게 맥주를 내어줬다.

"이게 이번에 새로 들어온 맥주임다.

람빅... 아니, 와일드 에일임다."

"오호, 구하기 힘든건데, 어디서 구했데?

...그리고 이거 원액은 아니지?"

사타나엘은 받은 뒤 신기해 보면서도,

조금은 미심쩍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야, 색의 변화도 거의 없어 노란 빛을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하하, 다 방법이 있죠.

그리고, 설마 원액을 주겠슴까...

원액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드립니다만,

사장님 처럼 안좋아 하시면,

저희 쪽에서 레몬을 넣은 시트롱으로 바꿔 드림다."


와일드 에일.

...정확히 말하자면, 람빅.

요즘처럼 인공적인 효모로 만드는 맥주가 아닌,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연의 효모를 얻어 만드는,

말하자면 자연 맥주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인지,

만들려고 하는 회사나 가게 수도 매우 적기에,

쉽게 들일 수 없는 맥주였다.


사타나엘은 한번 맛을 보았다.

레몬을 넣어 담근 와일드 에일,

시트롱은 일반 맥주 처럼 노란 빛을 띄지만,

조금은 더 화사하고, 구수한 맛의 맥주였다.

한 모금마다,

그 쌉싸름한 맛은 목을 타고 넘어왔고,

그 끝에는 깔끔하게 사라져갔다.

"음, 맛있네! 조금 씁쓸한 느낌이지만."

"그쵸? 그게 묘미 아니겠슴까!"


그렇게 서로가 화목하고 오손도손하게 놀고 있을 무렵,

그 때가 오고야 말았다.

"6시, 이제 시작인가..."

"네? 어떤게....?"

"뭐긴 뭐야,


'전쟁'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타천사의 속삭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기로의 그대에게, 맥주(3) 24.09.18 4 0 13쪽
» 기로의 그대에게, 맥주(2) 24.09.17 9 0 12쪽
9 기로의 그대에게, 맥주(1) 24.09.16 12 0 10쪽
8 얼어붙은 그대에게, 스크루드라이버(3) 24.09.14 10 0 13쪽
7 얼어붙은 그대에게, 스크루드라이버(2) 24.09.13 8 0 10쪽
6 얼어붙은 그대에게, 스크루드라이버(1) 24.09.12 9 0 8쪽
5 추억하는 그대에게, 하이볼 24.09.09 16 0 14쪽
4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3) 24.09.07 23 0 16쪽
3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2) 24.09.06 14 0 9쪽
2 망설이는 그대에게, 모스카토 다스티(1) 24.09.05 15 0 12쪽
1 고생한 그대에게, 버번 위스키 24.09.05 16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