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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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00
작품등록일 :
2024.09.06 19:33
최근연재일 :
2024.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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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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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다녀왔습니다.

DUMMY

"이 길이 우리 아파트로 가기 전 마지막 길이었지?"


은성은 그리운 마음으로 천천히 길을 걸었다. 전이되기 전 매일같이 걷던 길이라 그런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낯설지가 않았다.


"어떻게 하나도 변한 게 없지?"


정말로 그가 살던 동네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간판이 조금 낡았고 주변 환경이 약간 달라졌지만, 기억 속 건물들은 대부분 그대로였다.


"무림에서 보낸 시간만 해도 80년이 넘는데, 지구에서는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나 보네."


보통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만약 지구에서도 그가 무림에서 보낸 80년과 같은 시간이 흘렀다면, 그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알던 모든 것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었다면 그가 이곳으로 돌아온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은성은 안도했다.


"다행이다."


길의 끝에 다다르자, 익숙한 아파트 단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두근.


다시 가족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를 탄 은성은 떨리는 손으로 28층 버튼을 눌렀다.


...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무림에서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수천, 수만의 피와 살을 쌓아 올린 '천마'라는 이름이.


"과연 내가 이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28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걱정은 나중에 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기억 속의 집 대문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것도 오랜만이군."


띠리링


뚝.


습관적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려던 은성의 손이 멈췄다.


'그러고 보니 혹시 이사 가셨으면 어떡하지?'


막상 문을 열려고 보니 이 집에는 이제 다른 사람이 살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은성은 문을 여는 것을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내 포기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기감을 통해 집 안에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그가 나와 주기만 하면 된다.


은성은 숨을 죽이며 문이 열리길 기다렸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혹시?"


은성은 갑자기 드는 불길한 생각에 평소에 닫아두었던 청각을 열었다.


드르렁~


“이런.”


은성의 감정에 따라 주변의 공기가 요동쳤다.


"후! 여긴 무림이 아니다, 은성아."


오랜 시간 무림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누렸던 은성이다 보니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했다.


‘그런데 가족들을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하지?’


은성의 마음속에 온갖 생각이 뒤엉켰다.


80년 만에 만나는 가족들, 자신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오래전 사라진 아들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그들의 반응은? 그는 그동안 쌓인 기억과 감정 속에서 적절한 말이나 행동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지고, 말문이 막혔다.


-28층 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은성이 한참 고민하던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내렸다.


“어라? 저희 집 앞인데 무슨 일 있어요?”


문 앞에 서 있는 은성을 보고는 여성이 먼저 말을 걸었다.


'어머니.'


익숙한 목소리에 은성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보고 싶었습니다.'


가볍게 몸을 돌리면 그만인데, 어째서인지 발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저기요?"


낯선 사람이 가만히 서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여성이 은성의 앞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은성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 저, 그게...”


막상 그녀 앞에서 하려던 말을 모두 잊어버렸다. 오랜 세월 무림에서 살아남은 그도 이 순간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괜찮으세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저... 다녀왔습니다.”


“네?”


은성이 고개를 들자,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어머니는 멈칫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은성아...?”


목소리가 떨리며 감정이 복받치는 듯했다.


은성도 그 목소리에서 오랜 기다림과 그리움이 묻어남을 느꼈다.


“은성아!”


몇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잊지 않고 바로 알아보았다.


덥석!


어머니는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녀의 손에서 장바구니가 바닥에 떨어져 채소와 과일들이 흩어졌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온 듯 어머니는 아들을 꼭 끌어안고 흐느꼈다.


“너... 정말 너 맞구나, 은성아...”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에 은성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순간만큼은 천마도, 무림의 지배자도 아니었다. 그저 어머니의 아들일 뿐이다.


"네, 어머니. 저예요. 돌아왔어요."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은성을 끌어안았다.


오랜 세월 간직했던 그리움과 상실감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듯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내 정신 좀 봐. 은성아, 어서 들어가자."


어머니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서자, 그리운 냄새와 따스한 공기가 느껴졌다.


지구에서도 시간이 흘렀을 텐데, 집은 마치 그가 떠나기 전 그대로였다.


“형은 자고 있어요?”


은성이 조용히 물었다.


“지성이는...”


어머니는 대답 대신 지성의 방으로 안내했다.


두 사람이 살며시 문을 열어 본 방은 엉망이었다. 아무렇게나 어질러진 물건들과 코를 찌르는 악취.


은성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 인간 왜 이러고 있어요?"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설명했다.


"네가 사라진 후로 지성이는 죄책감에 시달렸어. 네가 사라진 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지성은 자신의 호기심 때문에 동생이 사라졌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했지만 갈수록 심해졌다고 했다.


언젠가 그 좋아하던 헌터가 될 수 있다는 소식에 잠시 좋아했지만 끝내 방을 나오진 못했다고 한다.


"에휴.."


형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에 은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재의 말을 듣고 어쩌면 이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확인하니 마음이 더 불편했다.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지성이도 괜찮아지겠지."


어머니가 걱정스레 말했다.


"한심한 놈이네요."


은성은 무심코 천마의 시선으로 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응?"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급히 말을 돌렸다.


그때, 방 안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문 앞의 소란에 잠에서 깬 듯 형이 비몽사몽한 상태로 일어났다.


"으음... 오셨어요?"


지성이 눈을 비비며 은성을 바라보았다. 피곤이 가득한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엄마 옆에는 누구.."


그는 눈을 비비며 은성을 바라보다가 눈이 커졌다.


“은성이냐?”


형의 눈에는 놀라움과 불신이 가득했다. 그는 이내 눈물을 머금고 다가왔다.


"은성아.. 정말 은성이야? 균열 속에서 돌아온 거야?"


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은성아 미안해. 흑흑 내가 널.. 내 호기심만 아니었어도. 아니 네가 사라졌을 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꺼이꺼이."


형의 고백을 듣던 은성은 참다못해 말을 끊었다.


"병신."


"응..?"


형은 멍하니 은성을 바라봤다.


"은성아 그게 무슨 말이니!"


어머니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은성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어머니 앞이라서 참으려 했는데, 너무 한심해서 도저히 못 참겠네요."


은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형의 얼굴을 후려쳤다.


"커억!"


지성은 얼굴을 감싸며 휘청거렸다. 은성은 분노를 감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형을 몰아세웠다.


"지난 일은 이미 끝났어! 앞으로 다가올 기회를 붙잡고 어떻게든 살아가야지, 이렇게 한심하게 방구석에서 무너지고 있다니! 헌터가 꿈이라면서 이게 뭐냐? 형제로서 부끄럽다!"


은성은 연이어 형을 때렸다. 그의 주먹에는 형을 향한 분노와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은성아.."


어머니는 말리려 했지만, 은성의 눈빛을 보고 그만 멈췄다. 그 눈빛 속에는 분노뿐만 아니라 슬픔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 눈빛이 은성이 형을 위한 위로임을 직감했다.


퍽퍽


"끄아악! 엄마 살려 주세요!"


지성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어머니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미안하구나."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나갔다.


-----------


그날 밤, 아버지까지 집에 돌아오자 온 집안은 다시 한번 눈물로 가득 찼다. 은성의 귀환은 기적과도 같았고, 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그리움을 나눴다.


"은성아, 그동안 어떻게 지낸 거니?"


어머니와 지성도 궁금한 눈빛으로 은성을 바라봤다. 모두가 그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 것이 왔구나.’


은성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무림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천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할 필요는 없었다. 가족들이 자신을 그렇게 알기를 원치 않았다.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듣고 놀라지 마세요?”


세 사람은 한껏 기대하며 그를 바라봤다.


“저, 무림 세계에 다녀왔어요. 거기서 숙주가 되어서 요리를 배워가며 지냈죠.”


“하하하! 어쩐지 복장이 무협지에 나오는 것 같더라. 그래 잘 먹고 잘 지내서 신수가 훤했구나!”


아버지는 크게 웃으며 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중원의 요리를 대접해 드릴게요.”


은성도 웃으며 대답했다.


“좋지! 기대하마.”


“네, 아버지!”


그 대화를 나누며 은성은 가슴속의 무거운 짐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는 듯했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그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모두가 웃으며 은성의 이야기를 듣던 중, 어머니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정말... 잘 지낸 거 맞지?"


어머니의 걱정 어린 눈빛에 은성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네, 정말 잘 지냈어요, 어머니."


은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동생아, 혹시 무공 같은 것도 배웠냐?"


씨익.


"물론."


부르르.


지성을 향해 내비친 얕은 살기에 지성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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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신 차리는 덴 매가 약이지 24.09.10 67 2 12쪽
» 다녀왔습니다. 24.09.09 62 2 10쪽
2 본좌가 돌아 왔느니라 24.09.07 89 1 10쪽
1 프롤로그... 24.09.06 108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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