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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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6 19:33
최근연재일 :
2024.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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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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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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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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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웅...

DUMMY

“이제 밖으로 나가볼까?”


은성의 말에 지성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살인을 하고도 평소와 같이 차분한 모습으로 있는 은성에게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정말 내 동생이 맞을까?’


무림을 지배하는 천마. 그간 은성이 해준 이야기로 천마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지성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마주한 천마로서의 은성에 대한 두려움과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더군다나 동생의 의도가 분명함에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어쩔 수 없지.”


은성이 가볍게 말하며, 기절해 있던 세 명을 발로 차며 깨웠다.


“여... 여기는?”


정영준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4층이다.”


은성의 짧은 대답에 정영준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그 괴물을 잡으신 거예요?”


“물론.”


은성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지현은 사실 힘을 숨긴 S급 헌터였다. 그의 희생 덕분에 형이 겨우 물리칠 수 있었다.”


“아... 고지현 님이 희생하셨군요... 흑흑...”


정영준과 나머지 두 명은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잠겼다. 그들에게 고지현은 숭고한 희생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이건 너희 몫이다.”


지성도 은성이 이들과 한 약속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은성에게 휘말려 목숨을 걸고 이곳에 왔기에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사실, 지성에게도 이건 일종의 사과였다. 자신은 은성의 힘을 통제하지 못한 채 그가 벌이는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지성이 마석을 전부 건넸다.


“아... 아니에요...”


삼인방은 한참을 손사래 치며 거절했다.


“저희도 염치가 있습니다. 지성님이 다 가져가세요.”


그러나 은성은 무심하게 말했다.


“그냥 받아. 형은 이제 유명해질 거다. 그 정도는 줘도 상관없어.”


은성의 단호한 말에, 삼인방은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마석을 나눠 가졌다.


“정말 두 분의 호의를 잊지 않겠습니다.”


정영준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 잊지 말고 열심히 살아.”


연신 고개를 숙이는 삼인방을 보며 은성은 문득 물었다.


“그런데 4층에 대해 시스템에서 뭐라고 뜨지?”


은성의 질문에 정영준은 시스템을 확인하고 답했다.


“‘4층은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입니다. 일주일 후 완전히 오픈됩니다. 4층부터는 언제든지 탑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흠... 딱히 다른 점은 없군. 일주일이란 시간이 걸리니까 밖으로 나가야겠군.”


“네!”


정영준이 나가기 버튼을 누르자, 탑을 나가는 균열이 생성되었다.


다섯 사람은 그대로 탑 밖으로 나섰다.


---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와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졌다. 어떻게 알고 몰려든 것인지 헌터 협회에 기자들이 탑 밖으로 나온 일행을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냈다.


“3층에는 뭐가 있었습니까?”


“어떻게 클리어하신 거죠?”


“4층은 가보셨습니까?”


은성은 기자들을 바라보다 피식 웃음을 지었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인가.”


이미 '오크 학살자'로 유명해진 지성이 11년간 누구도 클리어하지 못한 3층 까지 정복했으니,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협회 안과 밖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은성은 귀찮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근데 이 정도로 몰릴 일인가?”


그는 한숨을 내쉴 틈도 없이 계속되는 플래시 세례와 질문 공세를 무시했다. 다른 동료들은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은성은 그저 시끄럽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주변이 고요해졌다.


“이민혜다...!”


“대한민국 정부의 S급 헌터!”


헌터 협회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이민혜가 등장했다.


단정한 정장을 입은 정부 소속 S급 헌터 이민혜가 차분한 걸음으로 다가오자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길을 비켰다. 인파 사이에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


“다들 궁금한 것이 많을 거라는 거 이해합니다. 그래도 방금 탑을 나오신 분들입니다. 지난 11년간 누구도 클리어하지 못한 3층을 클리어하신 '한국의 영웅'들을 한국 정부에서 모시고자 하는데 불만이신 분들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은근히 퍼지는 이민혜의 기세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럼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여러분 이쪽으로 오시죠. 여기선 더 이상 대화가 힘들 테니 헌터 협회로 모시겠습니다.”


은성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혜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 헌터 협회 건물의 윗층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르게 상층으로 올라가자, 고요한 공간이 그들을 맞이했다. 탁 트인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는 밝은 태양 아래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민혜는 그를 정중히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여기서라면 방해받지 않을 겁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은성은 창밖을 잠시 바라보다가 의자에 편히 앉았다. 그의 눈에는 지루함과 함께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한 빛이 스쳤다.


“뭐, 나쁘진 않군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협회는 한 사람씩 불러 탑에서의 일을 상세히 물었다. 마지막으로 은성의 차례가 되었다.


“반갑습니다, 은성 씨. 저는 헌터 협회의 이민혜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민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3층에 대해 몇 가지 여쭙고자 합니다.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하지만, 조사가 끝나면 소정의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인데, 국민인 제가 당연히 협조해야죠.”


은성은 한 조직의 수장을 경험했기에 이런 절차에 익숙했다. 국가 입장에서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수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질문 드리겠습니다. 3층에서는 어떤 보스가 나왔나요?”


“네임드 보스 '오크킹 그롬'입니다.”


이민혜는 빠르게 받아 적었다.


“다음 질문입니다. 현재 파티원들의 레벨은 어떻게 되나요?”


“형은 보스를 쓰러뜨리며 레벨업했을 테니 정확히 모르겠고, 저는 1입니다. 다른 세 사람도 1일 겁니다.”


“흐음...”


이민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메모를 이어갔다.


“은성님도 아시겠지만, 네임드 보스는 세상에 재앙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여섯 분이서 물리쳤다는 게 믿기 어렵네요.”


“저도 동감합니다.”


“다른 분들의 말에 따르면, 기절했다가 눈을 떠보니 고지현 님과 지성 님이 함께 잡았다고 하던데요.”


“저도 그렇게 봤습니다.”


“하...”


이민혜는 답답한 듯 서류를 덮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이제 나가보셔도 됩니다.”


“네.”


은성은 이민혜를 뒤로하고 응접실을 나왔다.


“큭...”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은성아,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지성이 다가와 말했다.


“그래.”


두 사람은 헌터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낮의 밝은 태양빛이 서울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도시의 화려한 전경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은성의 표정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도대체 왜 그분을 죽인 거야!”


지성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형은 그가 좋은 목적을 가지고 우릴 따라왔다고 생각해?”


“그냥 너를 조사하고 단체의 힘을 키워서 언젠가 닥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라고 했잖아!”


“쯧쯧.”


은성은 혀를 차며 등을 돌렸다.


“아직도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보는군.”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세상을 봐.”


은성은 손짓으로 밝게 빛나는 서울을 가리켰다.


“세상이 마냥 밝아 보이냐?”


돌아본 은성의 눈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내가 고지현을 죽이지 않았다면, 필연적으로 각성자 커뮤니티에 우리 존재가 알려졌겠지. 지구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우리에게 접근하다가, 우리와의 일이 잘못되면 부모님은 어떻게 되겠어?”


“그건...”


지성은 은성의 날카로운 지적에 말문이 막혔다.


“만약 내가 손쓸 수 없을 때 부모님을 건드린다면... 세상은 다름 아닌 나에게 멸망할지도 몰라.”


은성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 덕에 두 가지 이점이 생겼지.”


은성은 말을 이었다.


“첫째, 우리의 존재를 숨길 수 있어. 각성자 커뮤니티나 대형 길드는 우리가 그롬을 잡았다고 의심은 하겠지만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그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둘째, 우리는 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카드를 얻었어.”


“협상 카드?”


“내가 본심의 힘을 드러내고 정부와 접촉하면 그들은 나를 두려워하고 경계하겠지. 하지만 내가 그들이 원하는 정보와 힘을 보여준다면, 경계하면서도 우리에게 편의를 봐줄 거야.”


“그게 그거 아니야?”


“공포의 대상이 아닌 대화가 가능한 존재가 되는 거야. 이 작은 차이가 그들이 우리에게 최대한 협력하게 만들 거야. 물론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겠지만.”


“대가?”


“한국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위협을 처리해 달라는 요청 같은 거.”


지성은 혼란스러웠다. 은성의 말은 논리적이었지만, 마음속에선 무언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은성아...”


“왜.”


“머리로는 네 말이 이해돼. 그런데...”


‘사람의 목숨도 그저 도구에 불과한... 이게 너의 원래 모습이야?’


은성은 미소를 지었다. 지성이 말을 안 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뻔했다.


그는 형이 과거의 자신처럼 냉혹한 절대자가 아니라, 인간성을 지키며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기를 바랐다. 지성의 이런 고민 역시 은성이 의도한 바였다.


“나를 위해 희생한 고지현 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야지.”


은성은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했다.


“은성아. 우리는 아직 인간이 맞지?”


지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형은 훌륭한 인간이지...”


은성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형만은...’


은성은 마음속 말을 삼켰다.


밝은 서울과 대비되는 어두운 은성의 모습이, 두 사람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추석 잘 보내세용!

공지에도 썼듯 앞 부분 내용을 한 번 수정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이 바뀐게 아니라 표현을 바꿨기 때문에 딱히 읽지는 않아도 되지만 캐릭터가 이런 행위를 하는 이유를 좀더 구체화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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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탑에 대해서... 24.09.14 40 0 11쪽
7 오크킹 그롬 24.09.13 45 0 14쪽
6 3층으로 간다. 24.09.12 51 1 11쪽
5 각성의 탑! 24.09.11 68 1 11쪽
4 정신 차리는 덴 매가 약이지 24.09.10 66 2 12쪽
3 다녀왔습니다. 24.09.09 61 2 10쪽
2 본좌가 돌아 왔느니라 24.09.07 89 1 10쪽
1 프롤로그... 24.09.06 108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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