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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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00
작품등록일 :
2024.09.0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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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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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으로 간다.

DUMMY

“이럴 리가 없는데···”


정영준은 눈앞의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우린 헌터가 되기 위해 그 비싼 돈을 주고 배웠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지성은 단 한 번도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검 한 자루에 의존해 오크들을 쉽게 베어 넘기고 있었다.


처음 1층에서 고블린과 마주쳤을 때만 해도 그는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의 모습이었다.


‘와! 고블린이다!’


고블린을 보며 신나서 깡충깡충 뛰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정영준의 눈앞에 생생했다.


그러나 전투가 시작되자 그 미숙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성은 순식간에 고블린 학살자가 되었다. 고작 고블린이라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크를 상대로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크는 C급 몬스터로, 초보자들이 절대 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정영준 일당도 학원에서 오크 한 마리를 잡는 데 세 명이 힘을 모아야 했다.


‘이 사람은 학원의 강사를 하는 B급 헌터들보다도 강할지 모른다!’


정영준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이 너무 비참해질 테니까.


“후우···”


지성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자 그의 발밑에는 쓰러진 오크들의 시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지성은 아직 굳지 않은 피가 검을 타고 흐르는 것을 보며, 그 피를 무심하게 털어냈다.


“힘드네···”


지성은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떨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 그는, 이 모든 것이 여전히 낯설게 느껴졌다. 전투, 죽음, 그리고 레벨업이라는 시스템··· 모든 게 게임 속 같지만, 자신이 검을 휘둘러 죽이는 것은 결코 가상의 존재가 아니었다.


살을 가르는 느낌과 코를 찌르는 혈향. 모든 것이 현실이었다.


“은성아··· 헌터가 되려면 이런 것도 익숙해져야 하는 거겠지?”


지성이 자조적인 목소리로 묻자, 은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짧게 대답했다.


“생명을 빼앗는 감각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어.”


은성도 무심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겉은 깨끗하지만,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목숨을 거둬들인 손이었다. 그는 지성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길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지성 씨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면서요? 따로 헌터 교육을 받으신 건가요? 능력을 쓰지도 않으시는데 정말 강하시네요.”


생각에 잠긴 지성 대신 은성이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 간단한 검술 정도는.”


“그렇군요···”


고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성과 지성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눈에는 그들의 비밀을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문득 지성이 무언가 떠오른 듯 은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다! 은성아, 나 레벨업한 것 같은데?”


은성은 흥미롭다는 듯 지성을 바라보았다.


“레벨업? 딱히 변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지성은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보너스 스탯이 하나 생겼어.”


은성은 지성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보너스 스탯?”


이때 고지현이 나서서 설명했다.


“사람마다 가진 신체 능력이 다르지만, 각성을 하면 모든 스탯이 3으로 고정돼서 시작해요. 아마도 레벨이라는 것을 쉽게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설정된 것 같은데, 레벨업을 통해 얻은 보너스 스탯을 찍으면 실제 신체 능력이 그 수치만큼 더 강해져요.”


은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어떻게 스탯을 찍는다고 사람의 신체 능력이 올라가지?”


은성의 물음에 고지현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음··· 각성도 우리가 이해할 수 없듯이, 스탯도 시스템의 힘이 적용돼서 그렇지 않을까요?”


결국, 그도 정확히는 모른다는 말이었다.


“혹시 마력을 올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뭐, 쉬운 예를 들면 두 번 사용할 수 있던 스킬을 마력을 올림으로써 세 번 사용할 수 있게 되죠.”


“오호라.”


은성은 잠시 생각하더니 지성에게 말했다.


“형, 마력을 찍어봐.”


“그래.”


이름: 이지성

레벨: 2

힘: 3 지력: 3 체력: 3 마력: 4

능력: 알 수 없음 ( ??? )


지성이 마력 스탯을 올리자, 은성은 소량이지만 자연의 기운이 지성에게 모여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성도 그 변화를 느꼈는지 은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은성이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역시 헌터들의 기운이 엉망이었던 건 시스템 때문이었군. 스탯을 찍는다고 실제로 강해지는 게 아니라, 억지로 자연의 기운을 덧씌웠던 거야."


쉽게 말해, 소화도 못 할 영약을 무리하게 먹인 셈이었다. 지성도 무공을 배우며 많은 지식을 터득했기에 은성의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 운기조식을 해볼까?”


은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집에 가서 하게. 지금은 놔둬. 흐흐, 영약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으니 바로 실행해야겠지?”


그 이후로 다시 이지성의 원맨쇼가 시작되었다.


은성이 오크가 많은 곳을 알려주면 지성이 그곳으로 가서 모두 처리했다. 그렇게 오크를 쫓다 보니, 종종 도우미 헌터나 다른 초보 헌터들과 마주쳤는데, 그들 역시 이지성의 압도적인 전투 능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정영준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당혹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능력도 없이 순수 검술로 오크를 도륙하는 사람은 처음 봐."


최인욱이 거들었다.


"젠장,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모두가 고개를 떨구었다.


고랭크 헌터가 되면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는 만큼, 헌터 학원들은 강사를 스카우트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했다. 당연히 이 비용은 학원비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는데, 일반적인 수입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학원비를 대출받아 각성에 인생 한 방을 노렸고, 정영준 일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주기의 오크들은 다 죽었다고 봐야겠지···”


정영준이 중얼거렸다.


각성의 탑은 보통 한 달을 주기로 몬스터들이 새로 보충되었는데, 각성은 이 주기에 맞춰 기수를 나눈 것이었다.


지성이 남은 오크들을 전부 처치해버리면, 각성에 영끌을 하느라 이젠 마땅한 벌이가 없는 삼인방은 다음 주기까지는 대출 이자에 쫓겨 생계를 위협받을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냥 우리끼리 따로 가서 잡을까?"


정영준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치만··· 우리끼리 가다가 잘못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최인욱이 신중하게 반대했다.


"내가 A급 하드스킨을 얻었잖아! 오크들은 내가 막을 테니까, 너희는 공격만 하면 돼."


정영준이 희망을 걸어보려 했지만, 그조차 회의적이었다.


"각성도 했겠다, 두세 마리쯤은 가능할지 몰라도, 네다섯 마리가 몰리면 우리 끝이야."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사실 2층의 오크들은 대부분 몰려 다니지 않았다. 은성이 의도적으로 오크가 겹치는 곳으로 이동했기에 그들이 오크를 더 많이, 더 자주 만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정영준 일당은 그저 혼란스럽고 불안할 뿐이었다.


그들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은성이 그들을 불렀다.


"어이, 너희 셋."


정영준 일당은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넵!"


오크를 도륙내는 지성을 말로 좌우하는 은성의 존재는 그들에게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너희 속닥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다 들어버렸는데, 마석이 필요하다고?"


은성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마석은 몬스터를 잡은 사람의 인벤토리로 자동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모든 마석은 지금 지성이 가지고 있었다.


"네···"


정영준이 절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가진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 이거 비싼 건데, 어떡하지."


은성이 일부러 고민하는 척하며 말하자, 그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마석은 곧 돈이었고, 돈을 쉽게 내줄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정영준이 절박한 심정으로 엎드리며 외쳤다. 그의 눈빛에는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다른 두 사람도 정영준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 그들에게 은성은 마지막 희망처럼 느껴졌다.


은성은 그들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웃었다.


"뭐든지 다 한다고? 좋아. 그럼 너희도 3층으로 가자."


그 말에 정영준 일행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을 잇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만 바라봤다.


"저기··· 거기 들어가서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던데요···"


정영준은 두려운 목소리로 말했다.


은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래서?"


"차라리 저희끼리 오크를 잡으러 가겠습니다!"


정영준이 용기를 내어 말했지만, 은성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 가라. 뭐 너희가 오크한테 죽든 대출 빚에 생활고를 겪든 내 알 바는 아니니까."


"흑흑··· 저희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정영준은 비굴하게 말했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헌터 학원에 다녔던 자신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빚쟁이로 끝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그의 목소리에 배어 있었다.


"어차피 너희끼리 해봐야 별 수 없다는 거 알잖아? 대출금을 갚으려면 마석이 필요할 텐데··· 3층에 따라오기만 하면, 우리가 모은 마석 전부 너희에게 줄게."


은성이 유혹적인 제안을 던졌다.


그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들이 잡은 오크가 세 자릿수가 넘는다. 그럼 마석이 개당 10만 원이니까 다 하면 이··· 일억!'


그들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최인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희 안전은 내가 보장해줄게. S급보다 강한 사람이 너희를 지켜줄 거야."


은성의 말에 그들은 다시금 눈빛을 교환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었다.


"따라가겠습니다!"


정영준 일당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은성은 만족스러운 듯 씨익 웃었다. 그 미소는 마치 악마의 미소처럼 보였다.


---


어두운 방안.


톡, 톡, 톡.


손가락으로 책상을 치는 소리가 울렸다.


"'바람'이 '무림청년'을 쫓아갔다고?"


"네."


어둠 속에서 낮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가 진짜일 가능성은?"


"그가 지난 1년간 두문불출했기 때문에 아직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흐음···"


탁자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그들도 전혀 모른다 하니 답답하군."


"낭중지추라 하듯이,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곧 드러날 것입니다."


"그래야지. 그들이 꼭 알려 달라 했으니까."


"그런데 그들을 신뢰해도 되겠습니까? 왠지 꺼림칙한 게···"


"우리가 얻는 걸 생각해야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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