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꿰뚫는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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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른
작품등록일 :
2024.09.0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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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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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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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

DUMMY

아르테아 마법 제국 변방의 작은 마을.

마법사에게 온갖 수탈을 당한다거나, 마법사의 기분에 따라 죽임을 당한다는 소문은 제국 곳곳에서 흘러들어왔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우리 마을, 카시아스 마을을 다스리는 카시스 가문은 대대로 평민과 서로 돕고 베풀며 살아왔기 때문에.

당시 일곱 살이던 나에게는 이 사실이 너무 당연했다.


“삼십까지 셀 테니까 다들 숨어! 걸리는 사람이 술래다?”

“절대 안 잡힐 거야. 얼른 도망가자!”


그날도 평화롭게 친구들과 뛰어놀고 있었다.

방금까지 술래가 되고 한 명도 찾지 못해 연속으로 세 번이나 술래를 했던 나는 절대 잡히고 싶지 않았다.


“설마 이 숲까지 찾으러 오겠어?”


어른들은 절대 혼자서 숲으로 가지 말라고 했다.

아마 우리들이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이 숲에서 길을 잃을까 걱정해서 한 말일 것이다.

다만 똑똑한 나는 지나온 길을 다 기억할 수 있으니 한 번쯤은 어겨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찾는다!”


멀리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술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숲 깊은 곳을 보며 무서워서 들어가기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에 나는 용기를 냈다.

이미 세 번이나 술래를 해서 절대 잡히고 싶지 않았다.


수풀을 헤치고 나무를 피해 지나온 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걸었다.

이쯤이면 되겠지, 하며 걸음을 멈췄을 때, 어디선가 쏴아아- 하는 소리와 물 냄새가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나는 그곳을 향해 걸었다.


“와···. 숲속에 이런 곳이 있었어?”


저 절벽 위에서 많은 양의 물이 아래로 떨어져 주변에 큰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물이 흘러 내려가는 길을 보니 마을 입구 아래로 흐르던 강이 시작되는 곳 같다.


나무가 가리지 못해 쏟아지는 햇살과 절벽에서 떨어지며 파편이 된 물방울이 만나 만들어낸 오색 빛깔이 공중에 퍼져 황홀한 풍경이 펼쳐졌다.

넋이 빠져 감상하다가 술래잡기 중이라는 걸 겨우 기억해 내고 주변에 숨을 곳이 없을지 찾았다.


아빠가 읽어준 동화책 내용이 떠올라 폭포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 폭포수 뒤에도 숨겨진 보물이 있는 거 아니야?”


이때쯤 되자 내가 술래잡기 중이었다는 것도 잊고 모험심이 불타올랐다.

가까이 다가가 폭포와 절벽 사이를 쳐다보니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동굴처럼 안쪽으로 이어진 길이 보였다.

이건 안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여기 들어가면 절대 술래한테 걸릴 일도 없으니까··· 어쨌든 좋은 거잖아!”


어떻게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합리화를 했다.


벽에 바짝 붙어 폭포에서 떨어진 물방울을 맞으며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깊은 어둠만이 보여 동굴의 깊이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 그냥 돌아갈까?”


폭포 소리가 울리고 어둠이 집어삼키니 덜컥 겁이 났다.

망설이며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벽을 짚었다.

그러자 깜빡, 하는 소리가 들리며 동굴 안쪽으로 밝은 빛이 하나씩 켜졌다.


“멋있다···. 안에 진짜 보물이 있을 것 같아.”


불이 켜지고 나니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이 아니란 걸 알았다.

깎여져 반듯한 아치 형태로 이어진 통로는 안쪽에 대단한 무언가가 있다고 암시하는 것 같다.

다시금 용기가 생긴 나는 불이 켜진 통로 안쪽을 향해 걸었다.


걷다 보니 이 빛을 내는 물체가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마을에서 쓰는 기름이나 밀랍을 사용하는 불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등불은 모두 내 머리보다 훨씬 높게 있어 손을 뻗어도 전혀 닿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통로를 따라 쭉 걸었다.

드디어 길이 끝나고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와···아? 뭐야. 저 석상 말고는 뭐 새로운 게 없잖아.”


무척이나 크고 넓은 공간이었지만, 중간에 서 있는 석상을 빼면 별다른 건 없었다.


석상은 마을 중앙에도 하나 세워져 있다.

제국에서 떠받드는 베르엘이라는 신.

최초이자 최강의 마법사였다고 전해지는 존재이다.


“에잇. 난 신 같은 거 안 믿는다구. 우리 모나카 님이면 몰라도! 근데 저 석상은 누구를 따라 만든 거지? 처음 보는 모습이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은 로브와 얼굴만 간신히 드러낸 여자의 모습을 한 석상이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가까이 가서 구경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석상 앞에 이름이나 설명이 적혀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생각과 달리 석상에 대한 아무런 정보는 적혀있지 않았다.

그 대신 석상 앞에 놓인 커다란 돌 하나를 발견했다.


“이거 설마 관 같은 건가···? 네모나게 생긴 게 딱 그건데. 아냐. 혹시 여기 안에 보물 같은 게 있는 거 아니야?”


석관인지 보물을 넣어놓은 상자인지는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시체나 언데드 같은 거라도 튀어나오면 어쩌나 고민해봤자 어린 나의 호기심을 이기지는 못했다.


“으윽···! 무거워. 얼른 좀 열려라!”


내 몸보다 큰 돌로 된 뚜껑을 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을 줄 때마다 조금씩 움직여서 안에 있는 걸 볼 수 있을 정도로 열기까지 몇 십 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드르륵-, 쾅!

어느 정도 뚜껑을 밀어내니 무게중심이 쏠려 저절로 아래로 떨어졌다.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뭐 이렇게 무거운 게 다 있어. 손에 힘도 안 들어가.”


온몸에 땀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어느 정도 힘이 돌아오자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석관 안에 있는 게 무엇일지 확인했다.


안에 들어있던 건 내 팔뚝 정도 되는 작은 지팡이와 종이 한 장, 그리고 무언가를 잔뜩 담아놓은 주머니 하나가 있었다.


“와! 이런 지팡이가 들어있다니. 좀 멋있게 생겼는데. 전설의 마법사가 숨겨놓은 무기 같은 건가?”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지팡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팡이를 잡고 허공에 휘두르며 이런저런 주문을 외워봤다.


이거라면 평민인 나도 마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역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쳇. 이래도 못 쓰는 거야? 왜 평민은 마법사가 될 수 없는 거야. 나도 모나카 님 같은 멋진 마법사가 되고 싶은데···.”


모나카는 우리 마을을 다스리는 영주님이다.

가끔 찾아오는 행상인이나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마을의 영주, 마법사들은 평민들을 수탈하기만 한다고 한다.


그러나 모나카 님은 다르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마을 사람들을 반겨주고, 무언가를 빼앗는 일도 없다.

나서서 학교를 세우고 우리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도 마법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키웠다.


“강력한 마법사가 돼서 나도 평민과 마법사를 차별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는데.”


실망한 채 지팡이를 바지에 쑤셔 넣고 관 안에 있던 다른 것을 살펴보기로 했다.

색이 누렇게 변한 종이 한 장과 알 수 없는 게 들어있는 주머니 하나.

주머니를 열어 보니 둥근 구슬 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우와! 이 구슬들은 뭐지? 이렇게 둥근 건 처음 봐. 예쁘다···.”


구슬을 몇 개 꺼내 살펴보았다.

각진 곳이나 파인 부분이 없는 완벽한 구 형태였다.

감촉도 만져본 적 없는 미끄러운 느낌이었다.


“이런 구슬이 뭐 이렇게 많이 담겨있지? 뭐든 일단 마음에 들어. 마지막은 이 종이인가?”


마지막으로 본 건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힌 종이였다.

학교에서 문자를 배우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눈에 익는 문자가 없었다.

처음 보는 문자인 게 분명했다.


“이게 도대체 뭐···”


그 순간, 알 수 없는 장면들이 머릿속에 쏟아졌다.

충격에 정신을 잃고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


눈을 뜨자 마을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데렌,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얼른 숨어!”

“응? 누구세요···?”

“이런 상황에도 장난이냐? 아니면 충격에 기억이라도 잃은 거야? 나 모단이라고. 됐고, 얼른 나 따라와.”


모단은 분명 내 친구의 이름이다.

방금까지 같이 술래잡기하고 있던 애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인 그의 모습은 전혀 모단이 아니었다.

얼굴의 점이나 눈매가 그의 판박이지만, 키도 아빠만큼 크고 전혀 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얼떨떨하게 나는 그의 손에 이끌려 갔다.


“어? 저기는 보가스 집 아니야?”

“그래. 다행히 머리가 완전히 맛이 간 건 아니구나. 마을 사람들 모두 보가스 집에 숨어있어. 아직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직 살아남은? 그게 무슨···.”

“숨어!”


모단은 내 입을 막고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왜 그···”

“제발, 쉿! 조용히 해. 저기 마법사가 지나가잖아.”

“마법사가 왜···”


어렸던 내가 봐온 마법사란 존재는 모나카 님밖에 없었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존경받는 그런 존재.


광기 가득한 눈으로 다친 사람을 머리채 잡아 질질 끌고 다니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눈앞에 보인 그 마법사는 그렇게 벌레 보는 듯 마법을 써서 눈에 보이는 사람은 모조리 죽여버리고 있었다.


“···갔다. 우리도 얼른 도망치자.”


모단은 분노를 억누르고 나와 함께 보가스의 집으로 향했다.


“그, 근데 왜 보가스네 집으로 가는 거야?”

“걔가 그랬어. 마법사를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그것 때문에 마법사들이 우리 평민들을 죽이려는 거야.”

“마법사를 죽인다고? 마법도 못 쓰는 우리에게 그런 게 가능한 일이야?”

“나도 자세히는 몰라. 총··· 이라고 했나? 상인들이 그런 무기를 만들어 냈대.”


***


알 수 없는 이상한 기억.

꿈인지, 이 편지에 걸린 이상한 마법인지 알 수 없는 끔찍한 정보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충격에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아 헛구역질을 하다 지쳐 쓰러졌다.



몇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서둘러 그 이상한 공간을 빠져나왔다.

하늘을 보니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다.


“···렌! 데렌! 어디 있니!”


숲을 거닐며 저 멀리서 날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걸어 발견한 건 모나카 영주였다.


“데렌!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니?”

“선생님···.”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풀려 그 자리에서 난 모나카 님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영주님은 정신 없이 우는 날 안고 마을로 내려갔다.

날 애타게 찾던 친구 몇 명과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며 날 반겼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고 약속해라.”

“네···. 죄송해요, 아빠.”


집에 와서는 아버지에게 한바탕 혼이 났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기도 했지만, 나는 이날의 기억을 그대로 묻어두기로 했다.


동굴에서 겪은 그 기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게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날 지키기 위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동굴에서 가져온 지팡이와 구슬 주머니, 편지를 그때의 기억과 함께 다시 동굴 속에 가져다 놓았다.


***


십 년 후.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 온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다.

학교에 와서 이렇게 수업을 듣는 것도 슬슬 지겨웠다.


어렸을 때는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날뛰기도 했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평민이 마법을 쓰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데렌. 집중해야지. 모나카 님이 보면 어쩌려고.”

“뭐···. 저 착하신 분이 뭐라고 하실 리가 없잖아. 그리고 이런 제국 역사 같은 거 들어봤자 뭐해.”


어차피 부모님의 생업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고, 사냥하며 살아갈 우리였다.

옆자리에 앉은 로라는 아직 그런 현실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학자가 되어 제국 역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나.


“그럼 데렌이 한 번 말해볼까?”

“엇, 네?”


턱을 괴고 멍때리던 중 모나카 님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 내용을 하나도 듣고 있지 않아 무엇을 물어보는지도 모르겠다.

옆에서 로라가 입을 숨기고 몰래 속삭여 준 덕분에 겨우 대답을 했다.


“베··· 베르엘 입니다!”

“맞아요. 과거 폭정을 일삼던 알테로즈 국왕을 몰아내고 마법 제국을 세운 게 바로 베르엘 님이에요.”


이런 제국의 역사도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간 왕을 몰아내고 마법사가 세운 제국.

마법도 쓸 수 없는 우리들은 그저 마법사보다 열등한 존재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면 마법사들 아래 놓인 노예나 다름없으니까.


아직은 몰랐다.

교실에 앉아 이런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나에겐 행운이었다는 걸.

이런 따분하고 평화로운 나날이 망가지는 건 얼마 지나지 않은 후의 일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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