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꿰뚫는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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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른
작품등록일 :
2024.09.0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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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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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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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논의 동생

DUMMY

“넌 조용히 있어!”


바논은 동생에게 소리치며 지휘관 옆에 떨어진 총을 들었다.

상인 연합의 병사들은 칼에 찔린 지휘관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다 바논이 겨눈 총에 겁먹은 듯 자리에 멈춰 섰다.


“이런 촌구석에 사는 놈이 총을 쏠 줄 알겠냐! 다들 달려들어 제압해라! 쫄지마!”

“다가오지 마! 난 베이뮨 상단을 운영하던 바논이다. 우리도 상인 연합으로 총기 개발에 참여했었다. 작동법은 이미 알고 있어.”

“뭐, 뭣···! 베이뮨 상단이라면 테발란의 4대 상단 중 하나잖아. 그래··· 어쩐지 저놈의 이름이 눈에 익었어. 네가 바논이면 저놈이 바말··· 그 배신자군···.”

“그런 건 됐고, 먼저 오는 놈에게 쏜다. 움직이지 마.”


지휘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베이뮨 상단은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테발란의 유명 상단 중 하나였다.

그 상단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하루아침에 테발란에서 사라졌다.


“커헉! 넌 아직도 동생을 감싸는 건가···. 저놈은 인간이 아니야.”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군. 그래, 오늘로 깨달았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걸. 바말도, 나도···.”


입에서 피를 뿜으며 지휘관은 그 자리에서 죽어갔다.


“형···. 제,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난 잘못한 것 없어. 잘못된 건 이 사회잖아. 마법사들이 억압하는 이 사회가 맞다고 생각해?”

“멍청한 놈. 넌 항상 손으로 눈을 가리고 세상을 보는구나. 여러분, 지금입니다. 병사들과 저 바말을 포박해 주십시오!”


눈앞에 벌어진 끔찍한 참상과 바논의 알 수 없는 이야기.

마을 사람들은 당황하여 자리에 멈춰있다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포박이 끝난 뒤, 바논은 총을 내리고 지휘관의 몸을 수색했다.

혹시나 남아 있을 총알과 화약을 찾는 것이었다.


“총알은 대략 스무 발이고, 화약이 남은 벤돌리어는 다섯 개···.”


벤돌리어란 총알과 일 회분의 화약이 나눠 담긴 화약통을 넣어두는 일종의 탄띠이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죠? 아···! 아버지!”


상황이 정리된 후, 뒤늦게 모나카와 그녀의 병사들이 저택 앞으로 찾아왔다.

모나카와 마을 주민들은 밤새 상인 연합의 병사들을 포박해 둘 작전을 세웠다.

일부는 마을에 남아 노인과 아이를 지키고, 영주 모나카와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먼저 그들을 포박하는 작전이다.


모나카가 세운 작전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밀어붙여 실행할 수 있었던 일이다.

마법사에 대한 증오와 분노만으로 움직이는 저 사람들이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고, 그들의 생각은 적중했다.


다만 행동이 더 빨랐던 게 상인 연합의 병사였을 뿐이다.

바말은 카시오스 마을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켜 이미 바논의 집에 감금되어 있었지만, 주민들이 모여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도망친 것이다.


이런 연유로, 백 명의 병사를 제압한 모나카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대 영주, 카시스 게인의 죽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 숨 좀 쉬어보세요···.”


모나카와 함께 마을 주민들은 모두 슬픔에 잠겼다.


몇 시간 뒤.

상인 연합의 병사들은 카시스 저택에 구금하고,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린 모나카는 간단히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


“끝까지 아버지와 선조의 의지를 잊지 않겠습니다···. 마법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더 이상 움직임 없이 누워있는 아버지의 앞에서 다시 한번 맹세하면서도 마음속이 혼란스러웠다.

카시스 가문은 몇백 년을 거쳐 자유로운 마을을 만들기 위해 힘써왔다.

그런 그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마법사라는 이유만으로 허무하게 부모를 잃었다.

물론 마을 사람들은 항상 본인의, 가문의 의지에 함께하였지만, 거대한 제국 안에서 그와 함께하는 건 고작 백 명도 되지 않는 사람뿐이었다.


장례가 마무리된 후, 바논이 모나카를 찾아왔다.


“모나카 님. 게인 님의 죽음에 대해 제 동생과 저에게 죄를 물어주십시오.”

“아니에요···. 바말 님에게 죄가 없다고는 못 하겠어요. 그래도 그건 바말 개인의 행동입니다. 바논과 그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할 문제는 아니에요.”

“사실 이 마을에 처음 왔을 때, 당시 가주였던 게인 님에게 거짓말을 했었습니다. 이 마을에 자리 잡기 위해서···.”


***


십 년 전.

테발란 마을은 제국 대표 상업 도시였다.

당시 가장 유명한 상단 네 개의 상단을 4대 상단이라 칭했다.

바논 부모가 운영하던 베이뮨 상단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따..


바논은 스물 일곱이라는 꽤 이른 나이에 이미 차기 상단주로 내정되어 있었다.

그의 동생 바말은 스무 살로,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이였다.

바말은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지만, 그와 함께 항상 자신보다 뛰어난 형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부모님의 관심을 얻지 못한다는 열등감 때문이었는지 그는 성인이 되어가며 점점 엇나가기 시작했다.

뒷골목의 범죄자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자신만의 조직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비록 불법적인 일이지만, 뒷골목을 평정해 많은 돈을 모으게 된다면 부모에게 인정 받아 상단주 자리가 자신에게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불법적인 일이 오가는 뒷골목이지만, 마법사에게 관리되는 도시이기에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일으키지 않았다.

나름의 적정선을 지키며 이어져 온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당시 테발란의 치안대장이 헤베즈라는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제일 낮은 등급의 10클래스 마법사였다.

타고난 고유 마법이 전투에도, 지원에도 쓸모가 없는 쓰레기였던 그는 평민으로 이루어진 치안대의 대장으로 임명됐다.


이례가 없는 일이었다.

도시를 다스리는 영주와 그의 개인 병사들.

마탑에서 파견된 제국 직속 마법 기사단.

두 집단이 서로를 견제하며 혹시 모를 반란이나 금지 마법의 사용을 감시한다.


치안대는 그 밑에 존재하는, 평민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다.

헤베즈는 마법사에게 천대받는 그런 조직의 장으로 사실상 버려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전혀 싫지 않았다.


“이제 장사 시작하시나? 짐 조심히 내려요.”

“감사합니다, 헤베즈 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마을을 순찰하는 헤베즈는 평화로운 풍경에 안정감을 느꼈다.

거기다가 마법사에겐 멸시받던 자신이 여기선 매우 존중받고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이 매우 컸다.

몇 년 동안 이어진 이런 삶에 그는 평민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감화되던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늘어선 상점 중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있던 여성이 옅은 미소로 헤베즈에게 인사를 건넸다.

늘 받는 주민들의 인사였지만, 미소 띤 그녀의 모습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별일 없으신지요?”

“네. 헤베즈 님 덕분에 평화롭게 잘 보내고 있죠.”

“영광입니다. 이런 아리따운 분에게 칭찬을 듣다니 말입니다.”

“빈말이 아니에요. 시간 괜찮으시면 차 한잔 하시겠어요?”

“레이디만 괜찮다면···.”


난감한 척, 어쩔 수 없다는 듯 헤베즈는 그녀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평민 모두가 그러했지만, 자신의 모든 말에 웃어주고 집중하는 그녀의 태도에 헤베즈는 자꾸만 의미를 부여했다.

마법사들에게 버려진 그에게 또래의 이성과 이야기하는 일은 흔치 않았고, 이렇게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도 없었다.


“레이첼 양. 짧은 대화였지만, 당신의 매력에 빠진 것 같아요. 제 연인이 되어주실 수 있나요?”

“어머, 헤베즈 님···. 그래도 되는 건가요···? 저야 너무 좋은데···.”


직선적인 그의 고백에 레이첼도 싫지 않은 듯 호감을 표시해 왔다.

그럼에도 그녀가 헤베즈를 선뜻 받아주지 못한 건 마법사에게 있는 한 가지 금기 때문이다.

마법사와 비마법사 사이의 결혼과 출산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이유가 정확하게 있는 건 아니지만, 아마 마나를 지닌 마법사의 피가 무능력한 평민의 피와 섞이는 걸 막기 위함이라고 다들 생각했다.


“늙은이들이 만든 고지식한 규칙에 얽매일 필요 없어요···. 마법사도 마법사가 아닌 자도 모두 평등한 사람들이잖아요. 부디 제 고백을 받아주시겠어요?”


레이첼은 수줍게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 후 둘은 아주 낭만적인 만남을 이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지경이 되었다.


“헤베즈. 저 아이가 생긴 것 같아요···.”

“오···. 레이첼, 내 사랑! 그런 기쁜 소식이 있다니. 너무 감격스러워요. 그런데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지어요···.”

“마법사들의 눈을 피해 우리의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가능할까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마법사는 태어날 때부터 고유의 마법과 마나 흐름을 가지게 된다.

마나 추적과 식별이 뛰어난 자들로 구성된 마법 기사단 와처의 눈을 피해 마탑에 등록되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제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게요.”


우선 레이첼을 진정시킨 헤베즈는 어떻게든 머리를 굴렸다.

마법사와 평민 사이의 임신 사실이 밝혀지면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잡히기 전에 제국을 탈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제국을 벗어나기도 전에 잡히겠지···. 그들은 마법으로 우리를 찾아낼 테니까. 아니면··· 차라리 그곳으로 가야 하나.’


당시 제국의 남쪽 지역은 드래곤과의 전쟁으로 상당히 위험했다.

대신 그만큼 제국의 추적망이 느슨해지긴 할 것이다.


그는 결심했다.

조금 위험하더라도 남쪽으로 가보기로.

그렇게 당장에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려던 중, 그는 절망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장을 보러 간다고 나간 레이첼이 몇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밖으로 나섰을 때, 문 앞에 놓인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레이첼은 우리의 손에 있다.

그녀를 되찾고 싶다면 뒷골목의 늪지게 주점으로 와라.

우린 이미 너희의 비밀을 알고 있다.]


***


“테발란의 상인 연합은 당시에도 총기의 생산을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시, 십 년 전에 말인가요?”


바논의 이야기를 들은 모나카는 깜짝 놀랐다.

그런 위험한 무기가 이미 십 년 전에도 완성 단계였다는 건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결국은 무산됐지만요. 그때 상인 연합의 발목을 잡은 주범이··· 제 동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바말은 뒷골목에서 블랙 커런트라는 조직을 만들어 활동했다.

물론 헤베즈도 그 사실을 모르진 않았다.

그럼에도 도시 사람들을 좋아했다.


“금전을 요구하며 위협하다 레이첼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놈의 말로는 실수였다고 하는데··· 섣불리 믿을 수는 없겠죠.”

“그런 끔찍한 짓을···.”

“분노한 헤베즈는 영주에게 상인 연합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보고했습니다.”


베이뮨 상단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했다.

당시 상단주였던 바논의 아버지와 그의 아내는 반란 주동자로 즉결처형당하고 상단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다른 상단이 동정을 베풀어 바논의 가족과 바말은 겨우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이후 들리는 이야기로, 헤베즈는 상실감에 빠져 무기력하게 지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동생은 자신의 죄를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진심이라고 믿은 제 잘못입니다. 그때 제대로 벌을 줬어야 했어요.”

“바논 님이 생각했을 때, 바말에게 맞는 처벌은 어떤 거라 생각하세요?”


모나카는 그가 정확히 어떤 생각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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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묘한 기시감 24.09.12 12 0 11쪽
» 바논의 동생 24.09.11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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