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꿰뚫는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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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른
작품등록일 :
2024.09.0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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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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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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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기시감

DUMMY

데렌은 이 상황도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바논이 동생을 처형해야 한다고 대답하고, 영주와 주민들도 모두 그 의견에 동의한다.

상황은 모두 데렌이 생각한 대로 흘러갔다.


‘왜 이 모든 상황이 모두 겪은 일 같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이미 파국으로 치달은 상황이 끝이 아니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며칠이 흐르며 바말의 처형이 진행되었고, 모나카는 총관, 주민 대표 바논과 함께 저택에 가둬둔 상인 연합의 병사들을 설득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며칠 전부터 하늘이 흐리고 비가 멈추질 않았다.

밖을 바라보던 데렌은 우중충한 하늘에서 다행히 내리는 비가 잦아들자 밖에 나갈 채비를 했다.


“어머니. 식량 구하러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비가 많이 왔으니 물이 고인 웅덩이를 조심하고, 다치지 말거라.”

“걱정 마세요. 저도 이제 17살이에요. 곧 성인식도 치를 테니 성인이나 마찬가지예요.”


비가 계속 내리는 탓에 식량을 제대로 구할 수가 없었다.

집에 있던 식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데렌은 그나마 숲으로 가기 괜찮은 시간을 기다렸다 밖으로 나왔다.

토끼나 사슴을 사냥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이런 날씨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열매나 식물 뿌리라도 캐기 위해 그는 숲으로 향했다.


다시 비가 쏟아지기 전에 최대한 채집하기 위해 데렌은 서둘렀다.

너무 몰두한 탓이었을까, 천둥이 치며 다시금 비가 거세지기 시작했을 때 본인이 숲에서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는 걸 깨달았다.


‘집으로 가기엔 위험하겠어. 근처에 비를 피할 수 있을 곳을 찾아보자.’


주위를 살피던 그가 도달한 곳은 폭포가 거세게 흘러내리는 계곡이었다.


“어? 여기는···. 어렸을 때 봤던 그 폭포잖아!”


빗물로 불어나 있었지만 어렸을 때 봤던 그 웅장한 풍경은 잊을 수 없었다.

기억 속의 폭포가 선명해지며, 그 뒤로 이어져 있던 동굴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래. 저 뒤에 동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아예 까먹고 있었지?”


사실 떠올릴 이유가 없긴 했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노느라 바빴고, 점점 부모님의 일을 도와주며 바빠졌다.

폭포 가까이 다가가니 아직 뒤로 향하는 길이 이어져 있었다.

떨어지는 물살이 거세 몸을 때려왔지만, 이미 빗물에 젖어있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휴···. 다행이다. 여기서 비가 좀 그칠 때까지 기다려보자. 불도 피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뭐 없나?”


이런 시기엔 밖에서 장작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비에 맞지 않더라도 높은 습도로 물을 먹은 장작이 많았다.

동굴 안에는 그래도 여기저기 떨어진 나뭇가지가 아직 물기를 머금지 않은 것 같았다.


동굴을 돌아다니며 불을 지필 나뭇가지를 줍던 데렌이 한쪽 벽에 다가가자 어두워 잘 보이지 않던 벽에 있던 등불에 빛이 들어왔다.


“으악! 깜짝이야. 여기 이런 등불이 있었어? 근데, 와··· 그냥 돌 같은데 어떻게 빛을 내지? 이게 설마 그 발광석인가?”


주점에 찾아오는 상인 중 한 명이 술에 취해 떠드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대기 중의 마나에 반응해 빛을 내는 돌이 존재한다고.

물론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걸 발견하게 되면 집 한 채는 그냥 살 수 있을 거라는 얘기였다.


“하나쯤 가져가도 괜찮···겠지?”


벽을 따라 옆으로 난 통로에 수없이 많은 발광석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그중 하나를 짚기 위해 손을 뻗자 데렌은 과거의 기억이 조금씩 살아남을 느꼈다.


“으윽···. 맞아. 예전에도 이 등불에 관심을 가졌어. 그때는··· 키가 작아서 닿지 않았지. 아쉬운 마음으로 저 길을 따라 들어갔지···.”


순간 잊었던 기억들이 방심한 채 바라본 햇빛처럼 강렬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눈부심에 고통스러워하듯, 데렌은 떠오른 기억들에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쓰러질 뻔했다.

그는 그동안 벌어진 일에 따라오는 오묘한 기시감이 무엇인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읽은 그 종이···. 거기서 흘러들어온 기억은 이 미래의 이야기였어.”


모든 걸 깨달은 데렌은 곧장 통로를 따라 안에 놓인 석관을 향해 뛰었다.

관 안에 놓인 구슬, 아니 총알과 지팡이를 챙겼다.

종이도 찾아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더 꼼꼼히 찾아볼 시간은 없었다.


“얼른 돌아가야 해. 오늘이 그날이라고···.”


모든 기억이 떠오른 데렌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기억 속에 마법사들이 찾아왔던 그날.

마을 사람 대부분이 죽고 겨우 살아남은 본인도 어떤 마법사에게 끌려가 노예가 되었던 당일이다.


내리는 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 향해 내달렸다.

넘어지고 굴러 다치는 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마을이 가까워지며 보이는 건 내리는 비에도 굴하지 않고 하늘 높이 오르는 검은 연기였다.

벌건 불길과 함께 피어오르는 텁텁한 공기.

데렌은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여러 집을 가로질러 지나가며 끔찍한 풍경을 봤다.

많은 집이 불타고 쓰러져 있었다.

그 안에서 시커멓게 그을린, 이전엔 사람이었을 형체도 있었다.

몸통을 뚫려 죽은 사람도, 반으로 갈라져 차가워진 사람도.


“데렌, 거기서 뭐하는 거야! 얼른 숨어!”


익숙한 목소리.

과거에 봤던 미래의 상황이 떠올랐다.

모단이 여기서 나를 데리고 겨우 보가스의 집으로 향했었다.


보가스의 집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곳에 마법사도 죽일 수 있는 무기, 총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단. 마법사들이 온 거지?”

“긴 얘기는 됐고···. 맞아. 갑자기 쳐들어와서 마을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어. 다들 보가스 집에 모여있어. 우리도 가자.”

“그래···.”


우리는 숨을 죽여 어디선가 마법사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주위를 살피며 보가스의 집으로 향했다.


“숨어!”


모단이 먼저 마법사를 발견하고 내 손을 이끌어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도망치는 사람 한 명과 그 뒤를 쫓으며 웃는 미친 마법사.


“사, 살려주세요···. 저희는 상인들과 관련 없어요. 다들 마법사도 좋아한다구요. 그러니까 제발···.”

“믿을 수가 있어야지. 잘 먹고 살 수 있게 해줬는데도 뒷통수 치는데 어떻게 믿겠어.”

“믿어주십시오. 제발요. 진짜라구요!”


목숨을 구걸하는 저 사람은 마을에서 수렵용 활을 만들어 팔던 후엔이다.

그 앞에 있는 마법사는 9클래스의 마법사, 스캄이다.

처음 만났음에도 데렌은 미래의 기억에서 저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


‘고유 마법은 아이스 스피어···였지.’


그의 생각과 함께 스캄은 허공에 날카로운 모양의 얼음을 만들어 후엔에게 날렸다.


“마법도 못 쓰는 미개한 놈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구만. 그놈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마법사가 지나가고 둘은 조심스레 움직였다.

나서서 후엔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마법사를 모르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무모한 생각이다.


마법사는 크게 1에서 10까지의 클래스를 가진다.

숫자가 작아질수록 가진 마법이 뛰어나다 볼 수 있는데, 가장 낮은 10클래스도 평범한 인간 백 명은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모나카에게 교육을 받은 데렌과 친구들은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당장이라도 나서 마법사를 막고 싶지만 그건 개죽음에 불과한 것이다.


“휴···. 도착했다. 마법사들도 이 안에 총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그래서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있지. 여기에 있으면 그래도 안전할 거야.”


모단과 함께 들어간 보가스의 집에는 열 명 남짓의 사람이 공포에 떨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보가스가 총을 들고 서있었다.


“모단, 데렌···. 살아있었구나. 다행이야.”


보가스가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건 삼촌인 바말이 벌인 일에 대한 참회,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마법사 한 명의 시선을 끈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함이었다.

그는 항상 아버지를 존경했다.

뛰어난 두뇌와 화술.

배려심 넘치는 행동으로 모든 사람에게 신뢰를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아버지는 마법사가 찾아와 참상을 벌이자 가장 먼저 결단을 내린 사람이었다.

바논은 마법사 한 명의 머리를 겨눴고, 엄청난 총성과 함께 발사된 총알은 머리를 뚫어 즉사시켰다.

마법사들이 놀라 경계하던 사이, 바논은 마법사들을 도발해 숲속으로 유인했다.


아쉽게 한 명의 마법사는 마을에 남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의 생존률은 크게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마법이 없는 사람들의 바람에 불과했다.


곧 마법사 지온은 바논의 목을 들고 돌아올 것이다.

보가스는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모습에 분개해 총을 들고 뛰쳐나가 하론을 향해 발사한다.

그가 쏜 총알은 올곧게 마법사를 향해 날아가지만, 그의 몸에 닿지 못했다.


총과 전쟁이 시작된 몇 개월.

마법사들도 총의 위력을 견딜 방어 마법을 개발해 냈다.

바논에게 죽은 마법사는 10클래스로 방어 마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지만, 8클래스인 지온은 완벽하게 펼칠 수 있다.


“···왔군.”

“응? 뭐가···”


생각하기 무섭게 마법사 하론이 돌아왔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손엔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가까워질수록 창문 너머 보이는 그 형체는 분명해졌다.


“아··· 아버지···. 이 개자식이!”


마법사의 손에 들린 건 바로 바논의 머리였다.

분노를 참지 못한 보가스가 발로 문을 부수듯 열고 심지에 불을 붙였다.


탕!


거대한 총성과 함께 발사된 총알은 역시나 데렌의 예상대로 하론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역겨운 놈들···. 언제부터 그런 무기를 만든 거지? 도대체 뭐가 불만이냐고!”

“개소리 하지 마! 우리가 무슨 짓을 했다고···. 왜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거야. 네놈은 내가 죽여버리겠어!”


보가스는 총과 화약, 총알을 바닥에 내던지고 맨몸으로 마법사에게 돌진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데렌은 총과 화약을 들고 동굴에서 가져온 총알로 새로 총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데렌? 너도 총을 다룰 줄 알아?”

“응···. 근데 이게 장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거든?”

“장전이고 뭐고, 안 통하는 거 봤잖아! 도망쳐야 해. 그딴 거 버리고 얼른 도망가자고!”

“괜찮아.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믿는 구석이 있었다.

곧 모나카가 사람들을 구하러 온다.

데렌이 봤던 미래에서는 결국 모나카가 마을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지만, 그건 데렌이 가져온 무기가 없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데렌이 동굴에서 가져온 총알은 마법을 꿰뚫는 총알이다.

어렸을 적 머리에 쏟아진 기억과 정보로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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