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꿰뚫는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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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른
작품등록일 :
2024.09.0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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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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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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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으로

DUMMY

“이제 봐줄 수가 없겠군. 다 죽어라!”


마법사는 손에서 불꽃을 만들어 냈다.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꺼지지 않는 그 불꽃은 순식간에 크기를 키워 집을 통째로 집어삼키려 했다.


“멈추세요!”


모두가 죽음을 예상하던 사이, 어디선가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며 비를 몰아와 불길은 사그라들었다.

모나카가 일으킨 바람 마법이었다.


“촌구석에 처박힌 영주님 아니신가? 우리는 공무를 집행하는 중입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죠?”

“그들은 저희 주민들입니다. 당신들은 상인 연합의 병사들을 찾아온 것 아니었습니까?”

“그놈들을 포함해 저희에게 위협이 되는 사람에 대한 처형 권한을 가지고 온 겁니다. 오면서 못 보셨습니까? 저희의 동료, 아마노가 총을 맞아 죽은 모습을.”

“그, 그건···.”


모나카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곳으로 오면서 분명 총에 맞아 죽은 마법사를 봤다.

물론 그런 마법사에게 죽은 주민들도 여럿 보았고 또 한 명의 마법사인 스캄을 직접 제압하고 왔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말을 꺼낸 건 보가스였다.


“우리를 먼저 해한 건 저 마법사들입니다! 몇 명의 친구가 죽었는데요! 그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면 저희가 총을 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닥쳐! 이미 총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너희도 그 반란에 가담한 놈들이라는 건 분명한 거 아닌가. 반역자에게 자비를 베풀 수는 없는 법이야.”


마법사는 더욱 화가 난 듯 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모나카는 겨우겨우 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9클래스 마법사이기에 자신보다 한 등급이나 높은 마법사의 공격을 막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비가 몰아지는 덕분에 화염 계열의 고유 마법을 지닌 지온의 위력이 약해졌다고는 하나 차이는 컸다.

환경 덕분에 비등해졌지만, 결국 마나량이 많은 지온이 승리하게 된다.


팽팽한 상황에 주민들도 모두 긴장하며 둘의 전투를 지켜봤다.

모단은 아직도 장전을 하고 있는 데렌을 보며 다급해져 물었다.


“야, 데렌! 아직이냐고! 모나카 님이 위험해.”

“조금만 기다려···. 이제 다 됐어!”


총을 손에 쥔 것도 처음이었지만 모든 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

기억 속 마을에서 혼자 살아남았던 데렌은 마법사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상인 연합의 군대에 합류해 훈련받았다.


총을 견착해 고정한 뒤, 숨을 들이쉬고 가볍게 내쉬다 이내 멈추었다.

아직 초기 모델인 총이라 가늠자가 없지만 마법사와의 거리는 대략 10미터 이내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불이 붙은 심지는 점점 타들어가 총열 뒤 화약 접시를 향했다.

여기에 놓인 화약에 불이 닿게 되면 이내 총열 안에 다져놓은 화약으로 옮겨 붙어 총알을 발사한다.


탕!

다시금 거대한 소리를 내며 총알이 발사되었다.


지온은 아까부터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머저리 같은 놈을 눈치채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숨길 생각도 없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그 모습을 보며 멍청하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방금 쏜 총알도 손쉽게 막아버렸는데, 자신에게 닿지도 않을 총알로 위협하려 하는 모습은 나뭇잎 하나 들고 마치 칼마냥 위협하는 꼴이었다.


상인 연합의 반란이 시작되고 몇 개월.

초반엔 마법사들도 총의 위력을 막지 못했다.

마력으로 만든 얇은 막을 자신의 몸 전체에 두르는 이 마법은 모든 방향에서 오는 공격을 막는 방어 마법이었다.


천 년 전에 만들어진 체계로 사실은 물리적 공격이 아닌 마법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방어 마법이었다.

물리적인 피해도 어느 정도는 막아주었고, 마법사가 득세하는 세계에서 인간에게 방어 마법을 뚫을 물리력을 지닌 병기는 없었다.

그렇기에 총을 이용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얼마 전, 마탑주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방어 마법을 개량하여 물리적 충격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전세는 역전되어 마법사를 사냥하고 다니던 평민들은 숙청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 전국에 마법사를 파견해 반역자를 처벌했는데, 시민들은 이를 대학살의 날이라고 칭했다.


카시오스 마을에 찾아온 마법사들도 그런 연유로 온 이들이다.

새로운 방어 마법 체계를 익힌 뒤, 마법사들은 다시금 평민의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방심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

새로 개발된 방어 마법은 확실히 총의 위력을 막고도 남을 정도로 견고했다.

다만 데렌이 가진 총알, 거기엔 알 수 없는 이유로 닿는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어··· 어떻게···.”


방심하던 마법사 지온은 그렇게 심장에 총알이 박혀 쓰러졌다.

모나카도 새로운 방어 마법에 대해 들어 자신이 아니면 여기서 지온을 막을 사람이 없다고 여겼다.

마나가 고갈되어 가며 한계를 느끼며 포기하기 직전이었다.


눈앞에서 총알에 심장을 뚫려 즉사한 지온을 보며 모나카는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본인과 마을 사람들이 살았다는 안도감과 마탑주가 발전시킨 방어 마법도 뚫는 저 무기에 대한 공포심.


“모, 모나카 님!”


그 후 모나카는 마나 고갈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저택 침대에서 눈을 떴다.


“헉···!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죠?”

“모나카 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다행이에요···. 그날로부터 이틀이 지났어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저택을 지키고 있어요.”


물수건을 적시던 로라에게 물었다.

몇 남지 않은 마을 사람이 저택에 모여 그녀를 지키고 간호하고 있던 것이다.

부축을 받으며 방에서 나간 모나카는 몇 남지 않은 마을 사람들을 보며 슬픔에 잠겼다.

남아있는 사람은 열 명도 되지 않았다.


“모두를 지키고 싶었는데··· 제 힘이 부족한 탓에···.”

“아니에요···. 모나카 님이 힘써주셔서 저희라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죠. 그곳에 오기 전에도 다른 마법사와 싸우셨던 거죠?”


카시오스 마을에 파견된 마탑의 마법사는 총 세 명이었다.

바논이 총으로 쏘아 죽인 마법사 한 명과 데렌이 봤던 마법사.

그리고 보가스의 집 앞에 나타난 마법사까지.


모나카가 바논의 목을 들고 온 마법사에게 늦게 도달한 것은, 앞서 데렌과 모단이 숨어서 지나 보낸 마법사와 전투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동생에 비해 전투에 적합한 고유 마법을 타고 나지도 못했고 재능도 뛰어나지 못한 편이었다.

마법사는 수련하여 마력을 높일 수가 있지만, 개인마다 그 편차는 존재했다.

당연히 동생이 새로운 영주가 되어 마을을 다스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버지 게인은 모나카를 영주로 내세웠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동생 모일은 제국 수도로 떠나버렸다.


모나카는 이번 사건에서 목숨을 걸고 열심히 싸웠지만, 결과를 만족할 수 없었다.

자신이 부족하기에 더 많은 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뿐.

마지막 마법사와의 전투도 데렌이 총을 쏘지 않았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를 되돌아보며 데렌을 떠올린 모나카는 저택에 남아있는 사람 중에 그가 없다는 걸 뒤늦게 눈치챘다.


“데렌은 어디에 있나요?”

“데렌은··· 보가스와 함께 마을을 떠났어요.”

“네?”


***


마을을 수습한 뒤, 데렌은 마을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본 미래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곳에만 머무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저는 마을을 떠나겠습니다.”


데렌이 그 의견을 말하기도 전에, 먼저 말을 꺼낸 건 보가스였다.

보가스는 아버지의 죽음을 보며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고 느꼈다.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

이전까지 그가 바라본 세상은 그랬다.

카시오스 마을은 분명 평화롭고 행복한 곳이 맞았다.

하지만 그건 완전한 평화가 아니었고, 더 강한 사람이나 강한 사상이 밀고 들어온다면 언제나 깨질 수 있는 불안전한 평화였다.


“완전히 평화로운 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의 불합리한 사회를 뒤바꿔야 해요. 그래서 저는 상인 연합에 합류할 겁니다.”


부모님의 끔찍한 최후를 눈으로 본 보가스는 여러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데렌도 보가스처럼 상인 연합으로 가려고 했지만, 이유는 전혀 달랐다.


“저도 상인 연합으로 가려고 합니다.”

“데렌? 너는 왜 거기로 가려는 거야···?”


로라가 깜짝 놀라 이유를 물었다.


“음···. 총이 필요해서?”

“뭐? 야! 너는 이런 상황에도 장난이 나와?”

“좀 생략해서 말하긴 했지만, 장난은 아니야.”

“그럼 왜 그런 위험한 곳에 가겠다는 건데···. 여기서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돼?”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팔을 잡는 로라의 행동이 당황스러웠다.

평소에 붙어 지내는 시간이 많긴 해도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


“···미안해. 내가 그곳으로 가려는 것도 결국은 너랑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야. 나중에 꼭 돌아올게.”

“그 약속 꼭 지켜라?”

“응. 당연히 그래야지.”


약속을 나누고 데렌과 보가스는 마을을 떠났다.

그들이 향한 곳은 마을에 찾아온 상인 연합 병사들의 본거지, 스티롬이었다.


데렌에게 꼭 살려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 거기에 있었다.

그는 미래의 기억을 바탕으로 꼭 죽여야 할 인물과 구해야 할 인물을 정리하며 스티롬으로 향했다.


‘근데 보가스는 어떻게 하지. 고향 친구가 사지로 간다는 걸 가만히 두는 것도 좀 그렇기는 한데···.’


그의 기억 속에서 보가스는 마법사가 찾아온 날 죽었다.

보가스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 전체가 죽었다.

그랬기에 그보다 더 먼 훗날, 보가스가 상인 연합에 합류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알 수가 없었다.


“보가스. 너는 상인 연합에 가서 뭘 하고 싶어? 대부분 보병으로 들어가긴 할 텐데.”

“최전방에서 마법사를 한 명이라도 더 죽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근데 내 목표는 그게 아니야.”

“그럼?”

“스티롬이 어떤 도시인지는 알고 있지?”

“대장장이의 도시라고 들었어.”

“그거야.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따라갔다가 한 대장간에 갔던 적이 있어. 지금 생각해보면··· 거긴 평범한 대장간은 아니었지.”


보가스가 어렸을 적 갔던 곳은 비밀리에 총을 만들던 건스미스들의 대장간이었다.

그곳에서 불과 싸우며 총을 만드는 모습을 본 보가스는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난 건스미스가 될 거야.”

“오···. 총을 만들고 싶다고 할 줄은 몰랐어. 나는 네가 조금 더··· 복수에 집중하려는 줄 알았거든.”


마법사를 이야기할 때 이전과는 다른 분노와 증오의 눈빛이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그렇기에 복수에 눈이 먼, 불길로 뛰어드는 나방과 같은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었다.


‘건스미스라면···. 그녀 밑으로 들여보내면 좋겠어.’


데렌의 머리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


“근데··· 그곳은 지금 괜찮을까? 우리 마을까지 마법사가 파견된 걸 보면, 도시엔 더 많은 마법사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러게. 이런 작은 마을에도 세 명이나 되는 마법사를 보냈으니, 거기엔 더 많겠지···.”


사실 마법사가 몇이나 있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벌어질 전투에서 발목을 잡은 건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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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으로 24.09.13 11 0 12쪽
4 오묘한 기시감 24.09.12 13 0 11쪽
3 바논의 동생 24.09.11 15 0 12쪽
2 투쟁 24.09.09 15 0 12쪽
1 전조 24.09.06 2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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