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꿰뚫는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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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른
작품등록일 :
2024.09.0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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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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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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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의 등장

DUMMY

총을 숨긴 채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도시 안에 들어오니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와 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와···. 이곳이구나···.”


보가스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 주위 풍경에 푹 빠져 있었다.


“여기에 아는 사람은 있어?”

“테발란에서 봤던 사람이 여기 출신이라고 했어. 그 사람의 동료나 제자가 있지 않을까?”

“흠···. 발품 팔아서 찾아봐야겠네?”

“응. 있는지도 모르고, 날 받아줄지도 모르겠지만···.”


무작정 찾아왔다고 보는 게 더 맞았다.

그렇지만 데렌은 이곳에 건스미스가 숨어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기억 속에 있던 그 대장간이 어디인지 둘러보던 중 작은 다툼과 마주했다.

열 살 전후로 보이는 두 남자아이의 다툼이었다.


“이씨···! 가만 안 둬. 케르벨라 님은 잘못한 거 없어!”

“아빠가 그랬어. 그년이 처음에 총을 만들었다고. 우리 엄마가··· 엄마가 죽은 것도 다 그것 때문이야!”

“그런··· 그런 이유로 만드신 게 아니란 말이야. 이상한 싸움에 사용한 놈들이 잘못한 거지!”


어린 나이의 장난이라기엔 심각하고 필사적인 싸움이었다.

몸 이곳저곳에 난 상처에서 피가 나고 있어 데렌과 보가스는 나서서 두 사람을 말리기로 했다.


“그만둬, 얘들아! 일단 좀 진정해.”

“응? 너희는 뭐야. 여기 처음 오는 사람 같은데 끼어들지 말고 꺼져!”


한 명씩 맡아 두 팔을 잡아 움직임을 막았다.

이미 분노에 정신을 놓아버렸는지, 무엇이든 공격하기 위해 발버둥쳤다.

보가스는 그 모습이 한편으로 이해가 됐다.

여기에 올 때 자신도 그러한 모습으로 실수를 저질렀으니까.


“저 아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는데! 너의 분노를 잘못 없는 사람한테 풀려고 하지 마. 범인은 따로 있잖아!”

“으아악!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다 부숴버릴 거야. 이 망할 대장장이들이 없었으면 그런 일도 없었겠지!”


고된 여행길에 기운이 없었을 텐데 보가스는 아이가 진정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씨익씨익 거리던 아이는 몇 분이 지나자 점차 숨이 고르게 안정되며 발버둥을 멈췄다.


“그만··· 놔줘.”

“이제 좀 진정했어?”

“그래! 그냥 갈 테니까 좀 놓으라고.”


보가스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팔을 잡은 손에서 힘을 풀었다.

아이는 잽싸게 보가스에게 멀어지며 저 멀리 뛰어갔다.


“흥. 너희 얼굴도 내가 다 기억해 뒀어. 두고 봐. 아빠한테 너희들도 혼쭐내달라고 말할 거다!”

“에휴···. 그래. 가서 밥도 잘 먹고, 잘 쉬어.”


아이의 도발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거기다가 두 사람은 이미 체력도 바닥난 수준이라 대꾸할 기운이 없었다.

드센 아이가 저 멀리 사라지는 걸 보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아이를 살폈다.


“괜찮니? 많이 다쳤네···.”

“괘··· 괜찮아요···. 자주 있는 일이에요. 케르벨라 님이 얼마나 멋진 분인데···. 다들 미워하기만 해서 슬퍼요.”


상냥한 투로 달래주며 아이에게 정보를 묻기로 했다.

데렌은 만나야 할 인물 이름을 이렇게 거리에서 먼저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형들한테 이야기 좀 해줄 수 있어?”


***


대장장이의 도시, 스티롬.

이곳이 불과 철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건 성주 그레이슨의 영향이 컸다.


카터 그레이슨은 마법사이면서 동시에 검사였다.

어렸을 적, 수련장에서 만난 치안대장 미켈에게 남 모르게 검술을 배운 그는 후에 마법과 검술을 접목해 제국 최초로 ‘마검사’라고 불리게 되었다.


마탑에선 당연히 이를 좋게 볼 리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스티롬을 건드리지 못했다.

마법사에게 부여하는 클래스라는 척도로는 그의 강함을 측정할 수가 없었다.


당시 용과의 전투로 그레이슨에게 인력을 투입할 수 없었던 마탑은 일시적으로나마 그를 인정하기로 했다.

제국에서는 마법사의 수가 비마법사에 비해 극히 적었기에 각 도시의 치안을 평민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병사에게 일정하고 안정적인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스티롬밖에 없었고, 공식적으로 마탑은 그곳의 자치권을 어느 정도 인정했었다.


문제가 시작된 것도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비교적 마법사에게 억압받지 않는 자유로웠던 도시, 평민에게도 기술로 인정 받아 성공할 수 있는 도시.

그렇게 많은 기술자가 더욱 스티롬으로 몰려들었다.

마탑의 감시가 느슨한 곳이었기에 마법사의 눈을 피해 도시로 흘러든 사람도 많았다.


케르벨라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라 용이었다.


마법 제국이 만들어지고 천 년이 되어가는 시간.

과거 인마대전에서 마족은 멸족되었다.

오백 년 전 마법사의 침공으로 엘프의 왕국도 몰락하였다.


짧은 수명에 반비례하는 학습 능력과 지식의 축적으로 끊임없이 힘을 쌓은 마법의 발전은 비약적이었다.

그렇게 인간은 마족과 엘프를 몰아내고 제국의 땅을 차지하였고, 마지막으로 용족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사실 용에게 도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몇백 년 전부터 인간은 용을 몰아내고 대륙 전체를 통일하고 싶어했다.

그저 번번이 실패했을 뿐이다.

용에겐 인간을 해할 수 없다는 금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싸움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연구해 온 덕분인지 이번에는 달랐다.

마법사는 용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용들은 비밀리에 대륙 각지에 어린 용을 숨기기로 했고, 스티롬에 온 케르벨라도 그중 하나였다.

각지로 흩어진 용들은 크고 작은 물건을 하나씩 지니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케르벨라는 스티롬으로 가는 길목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마법사와의 전쟁으로 하나, 둘 쓰러져 가는 용들은 어린아이를 돌볼 수도 없었다.

마지막 방법으로 어린 용들을 제국 멀리 날려버린 것이다.


스티롬 근처 숲에 떨어진 케르벨라는 인간으로 의태하는 법과 간단한 인간의 언어만 알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도시로 걷고 걸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인간의 몸으로는 아무리 걸어도 닿지 못해 체력이 떨어져 쓰러진 것이었다.


“어이! 아가야. 정신 좀 차려봐.”

“옷도 허름하고··· 어디선가 도망쳐 온 것 같구만. 여보, 우리가 데려가서 좀 돌봐줍세.”

“이 영감이 정신이 나갔나. 어미가 찾고 있으면 어쩌려고.”

“일어나면 물어봐서 우리가 데려다주면 되지. 이대로 두고 갈 수도 없잖아.”

“그건 맞네.”


파토즈와 헤도로스는 비에 젖은 여자아이를 업어 집으로 돌아갔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온몸을 감싸는 열감과 깨질 듯한 두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으으···. 머리야.”


인간의 몸으로 의태하면 가끔 인간의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고 들었다.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면 말끔히 사라지지만, 여기에선 그럴 수가 없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간 동안 인간의 몸에 익숙해져야 했다.


“응? 아가야. 깼니? 놀라지 마라. 저기 길가에 쓰러져 있길래 가만히 둘 수가 없어서 데려왔단다.”

“···감사합니다. 여··· 여기가 스티롬이 맞나요?”

“맞지. 여기 아이가 아닌가 보구나. 어디 사람이니? 부모님은 어디 계시고?”


인간의 늙은 개체로 보이는 여성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부모님은 이제 모두 죽었을 것이었다.

아버지는 최전선에서 마법사의 전진을 막기 위해 나섰다가 죽음을 맞이했고, 어머니는 마지막에 아이들을 멀리 보내면서 힘을 다 썼을 것이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흑···.”


이 모든 상황이 꿈같고 적응이 되지 않아 무서웠다.

의지와 다르게 눈에서 솟아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늙은 여자는 그 옆에서 조심히 케르벨라를 안아 달래주었다.


“당분간이라도 여기 지내지 않으련? 언제든 원할 때 떠나도 좋단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감사해요.”


혼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손길은 너무나 따듯했다.

그렇게 케르벨라는 파토즈와 헤도로스의 아래에서 지내며 그들의 딸이 되었다.

그녀의 심신이 안정되고 파토즈는 참아왔던 궁금증을 풀고 싶어졌다.


“그나저나 딸아. 네가 메고 있던 그 물건은 도대체 뭐냐?”

“아, 이거? 옛날에··· 아주 옛날에 인간들이 사용했던 무기래.”

“생김새로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전혀 본 적도 없고···. 이건 어디서 주운 거여?”

“어··· 그냥 산에서 주웠어···! 하하. 무기 이름은 총이라고 하던데?”


케르벨라는 대충 얼버무렸다.

이 무기는 어차피 본인에게 맞는 무기가 아니었다.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 인간 왕국에서 마족과의 전쟁할 때 사용했던 무기를 선물 받았다고 들었다.


파토즈와 헤도로스는 무기의 구석구석 돋보기를 가져다 대며 정보를 살폈다.


“이··· 이건!”

“왜, 할망구. 뭘 찾았길래 그래.”

“여기 적힌 이름 좀 봐.”

“알··· 테··· 로즈. 잠깐. 어디서 들어봤는데?”

“노망이 났나. 알테로즈 국왕님이잖아!”


무기에 적혀있는 이름은 아르테아 마법 제국의 전신, 아르테아 왕국 초대 국왕의 이름이었다.

마법사가 권력을 잡고 마법 제국이 된 후에 왕국 시절의 기록은 거의 사라졌다.

그저 평민들에게 신 같은 존재로 추앙받으며 몇 가지 이야기가 구전되어 올 뿐이었다.

이야기 중 한 가지가 바로 알테로즈가 사용했다는 무기에 관한 것이었다.

불을 붙여 날린 구슬로 먼 거리의 적을 뚫어 죽였다는 무기 이야기였다.


두 대장장이는 몇 년 동안 총을 분석하며 고대 무기의 설계도를 작성하고 만들어 냈다.

새로운 무기의 등장.

대장장이인 그들은 평민들도 자신을 지킬 힘을 가지고, 제국이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스티롬에도 테발란의 4대 상단이 지부를 두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활성화된 상단은 소앤실 상단.

무기를 주로 판매하는 상단이었고, 대장장이의 도시인 스티롬에서 품질 좋은 물건을 구매해 제국 전체로 판매하고 있었다.


두 대장장이는 이 상단이 총의 빠른 보급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찾아갔다.

총의 이야기를 들은 소앤실의 상단주는 발 빠르게 스티롬으로 향했다.


“이 무기의 판매를 저희에게 맡겨주신다고요?”

“뭐, 상인놈들이면 제국 여기저기 다 퍼지게 만들 수 있겠지.”

“맞죠, 하하. 그런데 작은 마을까지 가려면 물량이 많이 필요할 텐데··· 여기에서 다 생산하는 게 가능할까요?”

“뭐···. 다른 대장간도 다 쓴다고 해도 몇 년은 걸리겠지. 그래서 도면도 그냥 주는 거 아녀. 다들 만들어서 쓰라고.”

“이게 도면이 있어도 무기가 정교한 기술이 필요해 보여서··· 혹시 두 분 중 한 사람이 와주셔서 교육을 시켜주실 수 있으신가요? 일 년 정도만요!”

“우리 딸도 있어서 멀리 가긴 싫은데. 뭐, 일 년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한 가지만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상단주는 상단의 기술자들이 제작 기술을 익히기 전까지는 스티롬에서도 총을 생산하지 말고, 비밀로 하자고 제안해왔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거절하려고 했지만, 마법사들이 싫어할 수도 있으니 한 번에 대량의 물자를 풀어야 한다며 그들을 회유했다.

거래에 능한 상단주의 말에 넘어간 두 대장장이는 결국 그에 동의했다.


“아빠. 잘 다녀와. 다치지 말고 와야 해!”

“내 몸을 봐라. 열기와 금속을 견디며 단련한 몸이야. 젊은 애들 몇을 데려와도 나한테는 안 될 걸?”

“그러면 뭐 해. 관절이 맛이 갔잖아!”

“조용히 해! 아무튼··· 케르벨라. 네 엄마 헤도로스도 잘 보살피고. 일 년 뒤에 보자.”


파토즈가 테발란으로 가서 일 년 동안 교육해 주기로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케르벨라도 어머니에게 대장장이의 일을 배웠고, 총기 제작도 열심히 익혔다.

내일이면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베이뮨 상단이 반란을 계획하여 숙청당했는데, 그 와중에 파토즈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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