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술사의 새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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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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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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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작 (3)

DUMMY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에 돌아왔다.


 원래는 바로 목욕을 하고 잠에 드는 게 내 일상이지만 목욕을 하고 나면 몸이 나른해져 책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 조금 미루기로 했다.


-촤락


 아까 읽던 페이지를 다시 펼쳤다.


 “마술의 위계에 관하여 설명하자면···.”


 마술은 제 1위계부터 제 7위계까지로 급이 나뉜다고 한다. 이 위계가 올라갈수록 마술이 요구하는 마력량과 마술의 위력이 높아진다. 이런 위계는 마술사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며 재능있는 마술사들은 제 4위계 마술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제 4위계 마술이 어느정도냐면 근처 일대에 기후 변화를 일으키거나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이다. 한 지역에 비를 내리거나, 일대를 진흙밭으로 만들거나 하는 것이다.


 제 4위계 마술 한 번으로 비를 내린다니, 그렇담 제 5위계 이상은 더 큰 위력을 가지고 있겠지.


 하지만 제 5위계까지 쓸 수 있는 마술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일단 소모되는 마력량이 혼자서는 감당할 수가 없고, 영창의 길이도 길어 실전에서 쓰기에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이 위계는 다섯 가지의 속성 마술과 신성 마술에만 있고 고유 마술 등에는 없다고 한다.


 하긴, 특정한 사람만 쓸 수 있는 고유 마술에 위계 같은 지표가 있을 리가 없다.


 신성 마술은 미리아교에서 유래된 마술로 상처를 치유하거나 독을 해독하는 등의 마술이다. 그리고 신성 마술은 속성 마술과 다르게 위계가 제 4위계까지 밖에 없는데, 이유는 제 4위계 이상으로 발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 4위계 치유 마술을 사용한다면 죽은 게 아닌 이상 어떤 상태라도 살려낼 수 있다고 한다. 


 하긴, 제 4위계가 그 정도라면 제 5위계는 사자소생이라도 해야될거다.


 그나저나 이 정도나 알아봤으면 이제 슬슬 마술을 직접 사용해보고 싶다. 내 마력 총량도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술을 사용하는 법이 적혀있는 페이지로 넘어갔다.


 “마술을 발동시키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마술을 발동시킬 때 필요했던 두 가지 요소 중에 하나인 영창이다.


 영창은 위계의 높고 낮음에 따라 길이가 길어지고 짧아진다. 그리고 그 길이 때문에 아무리 영창이 빨라도 즉시 발동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영창을 외울 수만 있다면 마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마법진이다.


 마법진은 영창을 미리 룬 문자로 그려낸 것으로 영창의 단점을 극복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마법진은 마력만 불어넣으면 단숨에 사용이 가능하고, 한 번 사용 후 재사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마력만 있다면 똑같은 마술을 펑펑 써댈 수 있다.


 하지만 마법진에도 단점은 있다.


 비싸다.


 룬 문자는 고대 엘프들의 문자이다. 룬 문자를 옛날 옛적에 잃어버린 현재는 룬 문자의 1/10 정도도 해석이 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마법진을 조달할 수 있는 루트는 던전 하나 밖에 없어서 대부분 고가의 가격으로 팔린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이번엔 영창을 사용해서 마술을 쓸거다.


-촤락


 다음 페이지로 넘겨서 영창을 확인했다.


 이번에 사용할 것은 수속성 제 1위계 마술 ‘워터볼’이다.


 공격 요소는 하나도 없는 생활용 마술이다.


 “음, 그러니까 영창이···.”


 “[흐르는 물이여 내 손끝에서 춤추리, 워터볼]···?”


 책에 쓰여있던 영창을 확인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때, 영창을 하며 내밀었던 오른손 앞에 물로 된 작은 구체가 하나 떠올랐다.


 그 구체는 그대로 바닥을 향해 떨어졌고, 내 방의 마룻바닥과 바지 끝자락, 신발이 떨어진 물로 인해 젖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윈 개의치 않았다.


 그저 처음으로 마술을 썼다는 고양감만이 내 뇌 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그것도 3초 정도 흘렀을까.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짧았던 흥분도 가라앉았다.


 “···일단 목욕이나 할까.”


 밤도 이미 깊어졌고 바지도 젖어서 찝찝하다. 마룻바닥은 뭐, 물로 젖은 것 뿐이니 금방 마르겠지.


 그렇게 목욕을 한 뒤에 방에 돌아와 잠에 들었다.



***



 그렇게 처음으로 마술을 사용하고 나서 긴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나는 8살이 되었다.


 작년, 7살이 되던 해에 나는 본격적으로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8살이 된 지금은 간단한 산수와 귀족으로서의 예의범절을 교육받고 있다. 전생의 경험이 있는 나에게 산수는 거저먹는 수업이었고 예의범절에 대한 수업도 나름대로 잘되가고 있다.


 그리고 올해 8살이 되고 검술 교육이 시작됐다.


 이세계에선 검술 유파가 굉장히 많은데 그 많은 유파 중에서 왕국의 귀족들은 대부분 왕궁 검술을 배우고 사용한다. 물론 크라울가도 왕궁 검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도 왕궁 검술을 배우고 있다.


 지금으로써 바뀐 건 이 정도이려나.


 일단 아침 밥을 먹으러 가자. 아침 식사 이후에 있을 검술 훈련을 위해선 든든한 식사는 필수다.


 도착한 식당은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흰색의 식탁포와 이미 몇 개인가 차려져있는 음식들, 식당 입구 반대편에 그려져있는 크라울 가문의 문장, 그리고 문장 바로 앞에서 항상 먼저 기다리고 있는 엔스토와 엔스토 옆자리에 앉아있는 올리아나, 그들 주위에 모여서 서 있는 몇 명의 메이드들까지,


 그렇게 그 광경을 한 번 눈에 담은 다음 올리아나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식당엔 항상 자리가 정해져있고 여기가 내 지정석이다.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내 지정석에 앉아서 나머지 음식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내 남동생인 할리스와 여동생인 엘라인이 등장했다.


 6살이 된 남동생 할리스는 성장이 엄청나게 빨라서 체격이 거의 나와 비슷했다. 아직은 내가 더 크지만 성장기에 2살이나 차이나는데도 키 차이가 고작 평범한 책 한 권 두께정도 밖에 나지않는다.


 할리스는 곧 내 키를 추월하겠지. 솔직히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이건 내가 성장이 더딘게 아니라 할리스가 비정상적으로 성장이 빠른거다.


 전생에서 약 2년간 공사판에서 일했던 기억과 감각으로 보건데 내 키는 대략 130cm정도, 그리고 할리스는 127cm 정도일거다. 6살 밖에 안되는 나이에 약 127cm인게 이상한거다. 게다가 할리스는 덩치도 꽤 있고 식사량도 많으니 앞으로 훨씬 더 커지겠지.


 젠장, 나도 작은 편은 아닌데.


 그리고 여동생 엘라인은 이제 3살이 됐고 할리스와는 다르게 딱 3살 같은 모습이다. 올리아나의 외모를 많이 닮아서 밝고 아름다운 금발 머리와 반짝거리는 듯한 푸른색 눈동자가 특징이다.


 게다가 엘라인은 나와 노는 걸 굉장히 좋아해줘서 틈 날 때마다 엘라인에게 찾아가 함께 놀아주고 있다. 그러면 엘라인은 항상 기쁜 표정과 귀여운 웃음으로 보답해준다. 오빠로써 무척이나 보람차다.


 반대로 할리스는 내게 의지하는 일도 없고 지나가다 마주쳐도 형식적으로 인사만 할 뿐 그 이상의 대화나 만남을 가져주지는 않는다. 나와 할리스 사이에 무언가 벽이 있는 느낌이다.


 할리스도 엘라인처럼 어렸을 때 함께 많이 놀아줄 걸 그랬다.


 아무튼 엘라인은 내 옆에, 할리스는 올라아나 옆자리에 앉았고 금새 마지막 음식이 대접됐다.


호오, 오늘은 비프스튜인가. 아침부터 꽤 호화롭네.


 그렇게 비프스튜를 한 입 떠서 먹으려던 그때,


 “엘리아스, 오늘부터 할리스도 너와 함께 검술 훈련을 받을거다.”


 내 숟가락질을 멈추게 만든 건 엔스토였다.


 ···엔스토, 내 전생에선 먹을 땐 개도 안건드린다는 말이 있었단다.


 그건 그렇고, 아직 6살 밖에 안된 할리스에게 내가 8살 때 시작한 검술 훈련을 받게 한다고? 체격적으로 문제는 없겠지만 6살짜리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할리스는 아직 6살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할리스가 저와 체격이 비슷하지만 너무 이른 것 아닙니까?”


 할리스에게 무리를 시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만 할리스가 계속해서 검술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말이다. 물론 훈련을 받다가 문제가 생긴다면 그만두게 할 생각이다.”


 할리스가 검술을 배우고 싶다 했다고? 할리스 녀석이 전부터 거실에 장식된 검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쳐다보긴 했었지만 설마 그게 검술에 대한 동경이었다니···.


 “할리스가 그렇게 말했다면···. 알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엘리아스, 네가 형이기도 하니 할리스가 힘들어한다면 도와주도록 해라.”


 “물론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엔스토여 나는 동생이 힘들어 한다면 당연히 도와줄 생각이다.


 “그래, 밥먹던 도중에 미안하다. 다시 식사하자꾸나.”


 그래, 너도 눈치보이긴 했구나. 그래도 이 정도까지 염치를 챙기면 한 번 봐줄게.


 그렇게 다시 비프스튜를 한 숟갈 떠서 그대로 입속에 넣었다.


 부드러운 소고기 한 점이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입속에서 녹아 그대로 사라졌고 함께 먹은 당근은 비프스튜의 소스를 한가득 머뭄어서 혀로도 으깰 수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들어간 향신료와 소스의 단맛과 짠맛이 오묘하게 맛물려서 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맛이었다.


 ‘몇 그릇은 더 먹을 수 있겠네···.’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밖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오늘 훈련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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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시작 (3) 24.09.09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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