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술사의 새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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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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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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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 (2)

DUMMY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곧 자려던 나에게 할리스가 찾아왔고, 찾아온 이유는 아마 낮에 있던 일 때문이겠지.


 표정이 안좋다.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가 떠오른다. 혹시라도 내게 사과하려 찾아온건가?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솔직히 내 잘못도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했다.


 살다보면 아무 이유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는거고, 아쉬운 일이지만 그 사람이 할리스에게 있어서 나였을 수도 있는거다.


 대꾸도 잘 안해주고 웃어주지도 않는 건 섭섭한 일이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계속 다가오는건 나였어도 반응이 차가워질거다.


 “···그, 할 얘기가 있다고?”


 밀폐된 공간에서 서먹한 관계의 형제가 단 둘이서 아무런 말도 안하고 서로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혹시 낮에 있던 일 때문이면 괜찮아.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 말에 어폐가 있었다.


 이렇게 말한다면 할리스는 내가 화난 줄 알지도 모른다.


 “아, 딱히 화난 건 아니야. 오해할까봐···.”


 ···


 내가 세 마디나 할 때 동안 할리스는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유지했다.


 ‘할 말이 있다며 찾아온 주제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의 표정을 보면 아직 머뭇거리는 것 같다.


 이 말을 진짜 해도 괜찮은가, 화를 내진 않을까, 내 눈엔 그가 겁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


 “···저는 형님을 싫어하는게 아닙니다.”


 드디어 말을 꺼냈다.


 “···오히려 저는 형님이 절 싫어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응? 내가 누굴?


 이건 진짜 어이가 없다.


 매번 누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했는지 아는거냐?


 항상 널 챙겨주려 했던 내 마음을 몰라주는거야?


 “내가 너를 왜 싫어하겠어···.” 


 “오히려 난 할리스, 너와 형제로써 더 친해지고 싶었어.”


 이제 전생의 가족은 잊어야 한다.


 전생의 혈연을 머리에서 지우는 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제 ‘나’는 엘리아스 듀트 크라울이다.


 그러니 이제 과거의 동생의 일은 잊고, 새로운 가족과 새로운 시작을 해야한다.


 할리스와 사이가 돈독해진다는 건 동생의 트라우마를 극복한다는 내 작은 목표이기도 한단 말이다.


 이세계에서도 가족이 무너지면,


 난 이 새 시작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얘기해줄 수 있을까···?”


 조심스러웠다. 싫지만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며칠, 몇 달을 기다려도, 몇 년을 기다려도 찾지 못한, 찾아오지 않은 내 진짜 남동생.


 수 천 만원의 빚더미를 감당하지 못했던 걸까. 나만 두고 떠난 마지막 남았던 내 진짜 혈육.


 여태껏 애써 무시해왔다. 할리스와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을거라 다짐했으니까.


 하지만 내 다짐과는 다르게 일이 틀어졌고, 나는 이번에도 관계를 망치진 않을까 되려 겁부터 먹었다.


 “······형님의 표정이,”


 내 표정?


 “형님의 표정은 항상 저를 두려워하면서도 미워하는 듯한 그런 표정을 지으시면서도, 그럼에도 저에게 다가오셨으니까요.”


 그 말에 난 내 방에 비치된 전신 거울을 보았다.


 “···그래서 전 어떻게 형님을 대해야 할 지 어려웠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건 8살짜리 어린이,


 눈썹을 가린 검은색 더벅머리와 자칫 무서워보이는 날카로운 눈매,


 왼쪽 눈밑에 있는 세 개의 점이 특징이며, 어린데도 불구하고 꽤나 높은 콧대,


  기다란 입술과 창백한 피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자신의 얼굴은 무섭고 날카로운 이미지였다.


 그런데 그런 얼굴에서 두려워하면서도 미워하는 표정··· 그런 표정을 짓는다면 마주본 상대는 상당히 위축되겠지.


 여태껏 대화하면서 할리스에 대해선 그렇게나 생각하면서 고뇌하면서 할 말을 고른 주제에 자기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과거의 일을 지우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무심코 표정으로 드러나더라도 내가 깨닫지 조차 못하도록,


 “내가 여태 그런 표정을··· 미안하다. 내가 사람을 대하는 걸 어려워해서 말이야···. 특히 나보다 어린 상대한테는 더더욱, 그래도 난 정말 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어.”


 과거의 일을 꺼낼 수도 없으니까 대충 둘러댔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우린 가족이잖아.”


 여태껏 할리스와 엘라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 특별한 이유가 필요할까? 가족이니까다.


 전생에서도 바래왔던 일이다.


 그저 엄마와 아빠, 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일.


 지금도 바란다.


 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엔스토는 꾸증을 놓더라도 항상 의미있는 말만 하는 존경스러운 아버지이고, 올리아나는 자상한 미소로 포용력있는 어머니이다. 할리스도, 엘라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생에서의 나의 소중한 가족이다.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가족들과 행복하게 새 시작을 하고 싶다.


 “가족··· 그렇죠, 제가 형님을 오해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할리스는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해준 듯 했다.


 그 후에도 할리스는 여태껏 얘기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얘기해주었다.


 내가 웃는 걸 많이 못봐서 차가운 사람인 줄 알았다는 것, 엘라인은 그런 날 굉장히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는 것, 낮의 우리의 대화를 들은 비올라가 나와 무엇이든 좋으니 이야기해보라 조언했던 것,


 그런 것 외에도 백작가의 차남으로써 마음가짐이 어떻다던가, 어떤 공부가 어렵다던가, 메이드들은 자신들을 하대하라 가르치고 엔스토나 나는 존대를 하니 어떻게 해야할 지 헷갈린다던가, 자신은 공부나 혹시 모를 후계같은 건 어찌됐든 좋으니 검을 배우고 싶다는 그런 속마음까지,


 그런 시덥잖지만 형제로써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형제끼리 이야기하고 있자니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져 달과 별만이 빛나고 있었다.


 이세계지만 지구에서 처럼 달이나 별도 존재한다.


 “시간이 늦었네, 할리스 너도 이제 방으로 돌아가봐.”


 둘이서 한 시간은 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정도로 서로 마음이 맞고 이야기하는게 재미있었다.


 하지만 대화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성장기의 어린이인 지금은 잠을 자야한다.


 나도 나이에 맞게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고 할리스는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린데도 체격이 나보다 더 좋으니 지금 시기에 올바른 식습관과 수면 패턴을 가져야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거다.


 무엇보다 어린 아이의 몸으론 해가 지기만 해도 졸려온다.


 “···그렇죠,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할리스는 아쉬운 듯한 표정과 말투로 말했다.


 할리스는 의외로 감정이 잘드러나는군, 몰랐던 사실이다.


 그렇게 할리스가 방을 나서려고 했을 때, 난 할리스에게 왼손 주먹을 뻗었다.


 전생에서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 5살쯤의 어렸을 때 아빠와 종종하던 것인데 서로의 주먹을 살짝 부딪히는 것이었다.


 아빠는 이 주먹 인사를 사나이의 인사라고 표현했었다.


 사나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지금도 여전히 모르겠지만 어렸을 땐 아빠와 주먹을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아빠와 깊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관계가 된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서 아빠와 주먹 인사를 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랬던 기억이 어째서인지 할리스의 뒷모습을 보고 생각이나서 무심코 주먹을 뻗었다.


 “···이건?”


 “음, 그러니까··· 너도 주먹을 뻗어봐,”


 그 말에 할리스가 내 왼손 주먹에 대응하듯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어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볍게 서로의 주먹을 부딪히는거야.”


-툭


 나와 할리스의 주먹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이거에 무슨 의미가 있는건가요?”


 할리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인사야, 우리 형제들만의.”


 형제들만의, 그런 오그라드는 말을 했다.


 할리스도 내가 아빠에게 느꼈던 그 오묘한 감정을 느껴주길 바랬다.


 하지만 이세계에 주먹 인사 같은게 있을리도 없고, 있다고 해도 격식차리길 좋아하는 귀족들이 그런 걸 할리가 없으니 엄연히 이건 우리 형제들만의 인사인거다.


 “우리 형제들만의··· 인사···?”


 할리스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말투였지만 입꼬리는 귀에 걸릴 듯이 올라갔다.


 “응, 마음에 들지?”


 그 모습에 흐뭇해져서 나도 살짝 웃어버린 것 같다.


 ‘···형님이 미소지었다··· 처음봤어.’


 “···네!”


 그렇게 할리스는 처음본 엘리아스의 미소와 형제들만의 인사를 잊지않기 위해 자기전까지 수없이 머릿 속에서 그것들을 되새겼다.


 분명 엘리아스는 할리스에게 있어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는데 단 한 시간의 대화로 그는 엘리아스를 형으로써 존경하고, 동생으로써 형을 좋아하게 됐다.


 이건 엘리아스의 노력이기도 하겠지만 할리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엘라인이 말한 자상하고 멋있는 형을 원했던 마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단 한 시간만에 맺어진 그들의 유대는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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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 시작 (3) 24.09.09 8 0 10쪽
2 새 시작 (2) 24.09.08 9 0 11쪽
1 새 시작 (1) 24.09.08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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