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술사의 새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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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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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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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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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작 (1)

DUMMY

 음, 그러니까 내 인생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거다.


 아니, 모든 단추가 부숴져버렸다.


 우리 집은 엄마랑 나, 그리고 동생 이렇게 셋이서 살았다. 원래는 아빠도 같이 살았지만 엄마와 크게 싸우고 나와 동생이 어렸을 때 집을 나갔다.

 이게 잘못 끼운 첫 단추.


 원래부터 잘살던 집은 아니었지만, 아빠가 집을 나간 후부터 우리 집 사정은 점점 안좋아졌고, 급기야 엄마는 사채업자한테 돈을 빌렸다. 

 이게 다음에 끼워야했던 모든 단추들을 부숴버린 사건이었다.


 처음 빌렸던 작은 돈은 우리가 죽어라 일해도 갚을 수 없는 돈이 되어버렸고, 그럼에도 난 고등학교 중퇴까지 해가면서 돈을 벌며 빚을 갚으려고 노력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얼마 뒤 엄마가 죽고, 동생까지 날 버리고 도망갔어도 포기하지 않았었다.


 근데 그게 이런 결말을 맞이 할 줄이야···.


 몇 달 전부터 하고 있던 편의점 야간 알바를 마친 이후였다.


 간신히 구한 단칸방으로 돌아가 낮에 있을 레스토랑 서빙 알바를 하기 위해 조금 쉴 생각이었다.


 그렇게 편의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트럭에 치였다.


 갈빗대가 부러졌는지 숨이 잘쉬어지지 않았다.


 “···아니······ 아무리··· 봐, 도··· 저, 트럭··· 과···속, 이잖···아···.”


 입에선 피를 토했고, 머리에서도 피가 나는 지 왼쪽 눈이 흘러내린 피에 가려졌다. 일어서보려고 바닥을 기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저기요! 괜찮아요?! 아저씨!!”


 트럭에서 내린 남성이 쓰러진 남성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귀가 멀어져가는 쓰러진 남성한테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점점 눈도 흐릿해져가며 의식을 잃고 있었다.


 ‘···죽기 싫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더 움직였다간 죽을 거라고 직감했기에 몸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때, 어두웠던 밤하늘을 가르며 엄청난 빛을 내는 빛 기둥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 빛 기둥은 피를 흘리고 쓰러진 나를 비추었다.


 “뭐, 뭐야!”


 트럭에서 내렸던 남성은 놀라며 뒷걸음질 쳤고, 하늘에서 내려온 빛 기둥이 넒어지며 자신한테까지 퍼지자 그대로 도망갔다.


 ‘안돼, 어디가요 아저씨! 구급차 불러줘야죠! 사람을 치어놓고 어디가!’


  나는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던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


 ······


 ·········


 “여기요! 여기였어요!”


 트럭에서 내렸던 남성이 누군가와 함께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네? 여기 아무도 없는데요?”


 “어, 어라? 분명 여기서 사람을 치었었는데···.”


 분명 있었어야 했던, 본인이 트럭으로 치어버린 남성은 온데간데 없었다. 심지어 쓰러졌던 남성의 핏자국조차 사라져있었다.


 “···하, 아저씨, 술 마시고 운전하신 거 아니죠?”


 “아, 아니에요! 분명이 내가 사람을 치었다니까?”


 “근데 여기 아무도 없잖아요.”


 “···”


 “그리고 사람을 쳤다면서 구급차는 왜 안불렀어요?”


 “···도망치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려서···.”


 그 말에 함께 온 ‘경찰’ 이라 쓰여진 조끼를 입은 남성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무슨 이 동네는 CCTV 하나가 없어?’


 그가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트럭이 세워져 있던 골목길을 비추는 CCTV는 한 개도 없었다.


 “하, 일단 트럭 본인 꺼 맞죠?”


 “···네.”



***



 그렇게 다시 눈을 떴을 땐 ‘집에 돌아가던 길에 트럭에 치였던 나는 눈 떠보니 이세계에 전생했습니다.’ 같은 흔한 양판소 같은 전개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세계 전생 같은 건 알바 쉬는시간에 보던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만 봤었는데 실제로 나한테 일어날 줄이야···.


 마지막의 빛기둥이 조금 신경쓰이긴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봤자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나.


 이세계에서는 전생과는 첫 단추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저 침대 위에 그려진 문장을 보자. 방패 모양에 은색 투구와 은색 검이 그려진 문장. 저게 이 저택의 주인인 크라울 백작가의 문장이다. 저 문장이 쓰인다면 전부 크라울 백작가의 물건이거나 혹은 인물인거다.

 그리고 이제 거울 앞에 서있는 이 꼬마를 보자. 현재 백작가의 가주의 머리색과 동일한 흑발에 흑안, 고급 원단을 사용한 옷들, 마지막으로 자켓 위에 꽂여있는 크라울 백작가의 문장을 한 뱃지.


 이 거울 앞에 있는 꼬마가 바로 이세계로 전생한 나다.


 이세계에서 새로 태어난 몸의 이름은 엘리아스 듀트 크라울이다. 새로 태어난 몸은 현재 크라울가의 가주인 엔스토 듀트 크라울의 첫째 아들로 이제 막 5살이 되었다. 그리고 가족으로는 이 몸의 어머니와 3살짜리 남동생과 갓 태어난 여동생이 있다.

 전생에서 남동생에겐 안좋은 추억이 있지만···. 뭐, 이번 생에선 동생과의 관계에 더 신경쓰면 될 일이다.


 여기까지가 이세계에서의 내 가문과 가족에 대한 얘기고, 이제 곧 점심 식사 시간이기 때문에 메이드가 부르러 방에 찾아올거라 미리 옷차림에 신경쓰기로 했다.

 엔스토와 메이드들이 말하길 귀족은 항상 겉모습에 신경써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비싼 옷을 입고 외모에 신경쓰는 일은 없었는데 매번 메이드들이 찾아와서 옷차림을 신경써야 한다며 옷을 이리저리 만져대길래 나도 어느샌가 옷을 단정히 하는게 습관이 됐다.

 이게 이세계의 주입식 교육인가?


-똑똑


 “엘리아스 도련님, 식사 시간입니다.”


 내 나름대로 옷차림을 고치고 있을 때 예상대로 메이드가 찾아왔다.


 “알겠습니다. 내려가죠.”


 이 저택에서 내 방은 중앙 계단에서 올라왔을 때 2층 복도 첫 번째 방이기 때문에 식사를 하려면 식당이 있는 1층까지 계단을 타고 내려가야 했다.


 거실 중앙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서 바로 왼쪽에 있는 복도를 지나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엔 이미 엔스토가 있었고, 그의 옆에는 금발머리를 땋아서 어깨 앞으로 내린 온화한 표정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가 이세계에서 내 몸의 어머니인 올리아나 그랑 크라울이다.

 그리고 얼마 뒤 올리아나와 똑닮은 금발머리를 한 남동생, 할리스 듀트 크라울이 자리에 착석한 뒤에 이세계에서 내 가족의 식사가 시작됐다.


 여동생까지 왔어야지 가족 모두의 식사였을테지만 여동생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메이드가 식사를 챙겨주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네 명이서만 식사를 하고 있다.


 오늘의 식사 메뉴는 양송이 스프와 녹은 치즈가 뿌려진 빵, 그리고 큰 사이즈의 통오리구이였다. 솔직히 이세계의 음식은 전생과 비교하면 맛이 애매하지만, 나한텐 이정도도 감지덕지다.


 전생에선 못먹는 날도 많았었다. 나는 굶었을 때의 몸의 무기력함과 밥도 못먹는다는 서러움을 알기 때문에 그저 매일 삼시세끼를 챙겨준다는 것이 행복했다.


 “후훗, 천천히 먹으렴, 체하겠다.”


 올리아나가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생에서 못먹고 살던 기억이 떠올라서 무심코 허겁지겁 먹어버렸다.


 올리아나는 외모에서부터 자상함이 흘러넘치는데 실제로 행실도 착하다. 게다가 바라보다 보면 무언가 신비한 느낌도 든다. 손짓이나 몸짓 하나하나가 전부 기품이 느껴져서인가? 아무튼 나를 아낀다는 느낌이 들어서 싫진 않다.


 “식사 예절을 지키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그런 것 하나하나가 전부 귀족의 기품이 된다고 말하지 않았더냐?”


 엔스토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엔스토는 옛날부터 나한테 귀족으로서 지켜야할 것들을 여러가지 알려주었지만, 나는 귀족으로 산 5년보다 평생 거지로 산 기억이 더 길었기 때문일까, 내 나름대로 엔스토나 올리아나를 따라해봤지만 나한테서 기품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장남이 이 모양이라 고생이 많다. 엔스토.


 그런 나에 비해 동생인 할리스는 3살인데도 꽤 폼이 잡혀있다. 오히려 나보다도···. 크흠, 형으로서 동생의 모범이 되어야하니 앞으로 더 노력해보자.


 꽤 호화스러웠던 점심 식사를 마치고 평소처럼 메이드와 대화하면서 내 방으로 올라갔다.


 “비올라씨는 언제부터 메이드일을 하셨어요?”


 오늘은 우연히 혼자 다니는 날 보고 따라와준 이 저택의 메이드인 비올라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전부터 비올라와는 여러 번 눈을 마주쳤지만 전에는 이세계의 언어(인간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먼저 말을 걸기 힘들었고, 비올라도 말 수가 적은 편이라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았었다.

 이제는 인간어도 거의 마스터했고 비올라도 혼자있는 날 따라와서 시중을 들어주려는 것을 보아선 나를 딱히 꺼리는 것 같지 않아서 먼저 말을 걸었다.


 “저희 집안은 옛날부터 크라울가를 모시던 집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렸을 때부터 크라울가의 메이드가 되어 일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라, 비올라가 딱히 나이가 있어보이진 않는다. 해봤자 20대 초중반이겠지. 원래 세계였으면 비올라는 굉장히 젊은 것이지만 이세계에서는 16살이 되면 성인인 걸 감안하면 비올라는 꽤 나이가 있는 거겠지.

 근데 비올라의 집안이야기, 어디선가 들은 느낌이···.


 “그럼 갑자기 관둔다던가 하는 일은 없겠네요?”


 “네, 앞으로도 크라울가를 모실 생각입니다.”


 하긴, 평생 메이드일만 해왔을테고 특별히 할 줄 아는 일이 없는 이상 메이드를 그만 둘 일은 없으려나.


 “그렇담 앞으로도 잘부탁해요.”


 나는 비올라에게 대답을 들은 뒤에 그녀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비올라의 뜻이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 저택에서 마주치겠지. 무슨 일이라도 생겨 둘 중 한명이 저택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비올라와 사이가 틀어져서 좋을 일은 없다. 오히려 그녀와 친해지는게 좋을 거다.


 그리고 그녀뿐만 아니라 이 저택의 모든 메이드와 집사들과 친해지고 싶다. 


 전생에선 학창시절부터 친구가 몇 없었고, 학교를 그만둔 후부터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생에선 여러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


 게다가 친해진다면 그들과의 신뢰관계도 얻을 수 있을테고, 아랫사람에게 신뢰받는 것도 귀족의 소양이라고 생각하기에 엔스토나 올리아나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겠지. 아무튼간 일석이조란 거다.


 “···네, 저야말로 잘부탁드립니다, 도련님.”


 비올라는 뭔가 놀란 듯 반응했다가 금새 평소의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와서 대답했다.


 방금 대화에 놀랄만한 부분이 있었나? 잘모르겠지만 비올라도 잘부탁한다고 했고, 혹시 귀족은 메이드와 가까이 지내면 안되나? 그렇다기엔 저택의 모두도 메이드들과 사이좋게 지내는데···. 뭐, 아무런 문제 없겠지.


 비올라와 대화하면서 걸었더니 금새 내 방에 도착했다. 저택은 꽤 커서 5살 짜리의 다리로 걷기엔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 정도의 거리였는데, 비올라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귀기울여주고 맞장구도 적당히 잘쳐줘서 시간이 금새 간 것처럼 느껴졌다.


 “비올라와는 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네~, 앞으로도 종종 얘기해야겠다.”


 방에 들어온 나는 기지개를 켜며 혼잣말을 했다.


 방에 올라오면서 한 대화는 확실히 즐거웠지만 비올라와 나 사이엔 묘한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자주 대화하며 그 거리감을 줄이고 싶었다.


 “후···. 그건 그렇고 좋단 말이지, 이 세계.”


 전생과 다르게 돈이 부족하지도 않고, 돈을 갚으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가족관계도 멀쩡하고 제대로 밥도 먹을 수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지내고 싶다.



 ···그런 얄팍한 생각이 무너지는 건 몇 년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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