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술사의 새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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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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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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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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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 (1)

DUMMY

 아침 식사를 끝내고 훈련을 하러 마당으로 나갔다.


 가던 도중에도 할리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말을 걸어봤지만 대답만 할 뿐, 그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혹시 내가 뭔 짓이라도 했나? 할리스에게 무언가 나쁜 짓을 했던 기억은 없다.


 할리스도 엘라인과는 잘지내는데 나와는 항상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유가 그냥 일 리는 없다. 분명 내가 무슨 짓을 했겠지. 


 그렇게 할리스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던 그때,


 -탁!


 “엘리아스 도련님, 집중하십쇼.”


 한 중년의 남성이 목검으로 내 정수리를 쳤다. 꽤 큰 소리가 났지만 약하게 쳤는지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


 “아, 죄송합니다. 딴 생각을 하느라···.”


 아까 내 정수리를 친 이 남자는 나와 할리스의 검술 교육 담당이자 이 저택의 지배인인 반 윌렘이라고 하는 집사이다. 


 반 윌렘은 40대의 중년으로 각진 얼굴과 백색의 머리, 백색의 콧수염과 턱수염이 특징이다.


 반 윌렘은 어렸을 때부터 크라울가에 종사했으며 엔스토에게 검술을 가르친 자이기도 하다.


 그렇다.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이야기, 비올라의 이야기와 똑같다. 비올라의 얘기를 듣고 어디서 들은 것 같다 싶었더니 그게 반 윌렘의 이야기였다.


 그 비올라가 반 윌렘의 딸이었던 거다.


 외모는 전혀 안닮은 부녀이지만 무뚝뚝한 성격은 똑닮았다.


 “엘리아스 도련님은 매일하는 기본기의 연습을 하고 계시죠. 할리스 도련님은 처음 배우시는 것이니 기본기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응, 알았어.”


 나와 할리스는 차례대로 대답했다. 


 할리스도 어렸을 땐 저택의 메이드나 집사들에게 존대를 썼었지만 어느새부터 하대를 쓰기 시작했다.


 한 메이드가 말하길 나와 엔스토, 올리아나가 이상한 편이라는 듯 하다. 보통 귀족은 메이드나 집사한테 하대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비올라에게 듣길 저번에 비올라가 놀란 것도 자신보다 높은 신분이면서도 존대를 쓰며 잘부탁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랬다. 어린 나이에 좋은 대접을 받으면 무심코 콧대가 높아지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아서 놀랐다고 한다.


 “그럼 할리스 도련님은 이쪽으로.”


 반 윌렘이 그렇게 말하며 할리스를 나와 조금 떨어진 곳으로 데려갔다. 혹시나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 같다.


 적당히 떨어진 위치에서 할리스가 반 윌렘에게 검술을 배우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한동안 지켜봤다.


 한 1분이 지났을까, 나도 기본기의 연습을 시작했다.


 왕궁 검술의 기본기라고 하면 휘두르기와 스텝 이 두 가지가 있다. 


 휘두르기는 말 그대로 휘두르는 것이고 스텝은 앞, 뒤, 양옆 언제든 유리한 위치로 이동하기 위한 기술이다.


 스텝은 솔직히 감의 영역이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자는 끝까지 마스터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잘 구사하지 못하는 자가 나다.


 반 윌렘이 말하길 다리를 튕기는 듯한 느낌으로 움직이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이미지는 되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반 윌렘은 내가 스텝을 완전히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게 스텝인지 그냥 거리 벌리기인지 애매하다고 한다. 


 한 마디로 그냥 검술에 재능이 없다는 거다.


 휘두르기도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반 윌렘에게 혹평만 듣고 있다.


 좀 더 쎄게 휘두르라는 둥, 무겁게 휘두르라는 둥 말이다.


 나도 최선을 다해서 훈련에 임하고 있건만 반 윌렘은 내가 재능이 없는 것에 꽤 불만이 있는 것 같다.


 누군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줄 아나, 나도 노력하고 있단 말이야. 실망할 시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칭찬을 해달라고, 난 칭찬해줄수록 잘하는 타입이니까.


 “예! 그겁니다. 잘하시는군요.”


 그때,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대상은 내가 아니였고, 그의 앞에 있는 한 6살짜리 꼬마,


 할리스였다.


 그 후에도 반 윌렘은 할리스에게


 ‘재능이 있다.’ ‘좋다.’ ‘잘한다.’ ‘흠 잡을 곳이 없다.’ 등등 할리스를 칭찬했다.


 할리스는 어린 나이에 체격도 좋더니 검술까지 재능이 있는 모양이다.


 반 윌렘이 나 때와는 다르게 아주 신이 났다.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자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와 달리 남동생은 재능이 있었고, 그 재능에 반 윌렘이 기뻐한다. 질투는 안하냐 할 수도 있지만 해봤자 어쩌겠는가. 없던 재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동생이 재능이 있다는데 형으로써 기뻐해야 하는게 맞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흐뭇한 감정 뒤에 무언가 끓어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두 살이나 어린 동생이 저정도인데, 나도 뒤쳐질 수 없지.”


 할리스의 재능이라면 나같은 건 금새 따라잡겠지. 너무 뒤쳐지진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그런 생각과 함께 다시 목검을 들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아침에 시작했던 검술 훈련은 해가 중천에 떠서야 끝이 났다.


 아직 봄 날씨지만 몇 시간 씩이나 검을 휘두르니 온몸에 땀이 났다.


 땀도 났겠다 씻기 위해 욕탕 쪽으로 걸어갔다.


 할리스는 내가 욕탕으로 향한다는 걸 아는지 먼저 방으로 돌아갔다.


 할리스도 씻고 싶었을텐데 날 배려해주다니 생각보다 날 싫어하는 건 아닌가?


 둘이서 진득하게 이야기해 볼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할리스는 나와 마주치면 항상 빨리 자리를 뜨려고 한단 말이지. 나중에 어떻게든 함께 대화할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그래도 가족이라는 관계인데 너무 서먹서먹하면 섭섭하다.


 어쨌든 일단 씻고 나올까, 이대로 땀이 식으면 봄 바람을 맞고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 빨리 몸을 씻고 몸을 덥히는 게 좋겠지.


 그렇게 욕탕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씻기만 하고 나왔다. 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지만 아직 낮이고 내가 씻은 후에 할리스도 씻을 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빨리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욕탕을 나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던 중에 할리스와 마주쳤다. 할리스도 씻으러가는 것이겠지.


 “할리스, 오늘은 수고했다.”


 “네, 형님도 수고하셨습니다.”


 다른 메이드들과는 편하게 말하면서 나한테는 말투가 딱딱하다.


 “처음이라 많이 힘들었지?”


 “···괜찮습니다.”


 “그래···. 혹시라도 힘들면 말해줘라.”


 “네.”


 전혀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저 질문 대답 질문 대답, 그 반복이다.


 이제 슬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할리스에게 무슨 짓을 한 기억은 없다.


 “···할리스,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거라도 있냐?”


 도저히 모르겠어서 할리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내가 무언가 잘못했냐고, 그렇담 무엇이냐고, 사과하겠다고, 그런 의미가 담긴 질문을 했다.


 “네?”


 “···아뇨, 없습니다.”


 할리스는 놀란 반응과 함께 잠시 고민했지만 끝끝내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해주라, 우린 가족이니까 같이 잘 지내고 싶다···.”


 포기해야겠다. 할리스는 내게 아무 말도 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아니면 이미 내게 마음을 닫은 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친구도 없었던 주제에 내가 누군가와 잘 지내보려고 한게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 후에 점심 식사나 저녁 식사 등 여러 번 할리스와 마주친 일이 있었지만 말을 걸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내가 먼저 몇 마디씩 말을 건내며 대화를 유도하지만 솔직히 나도 조금 상처받았다.


 관계를 진전시키려 노력은 하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또 거절당할까 말을 걸기 무섭다.


 전생의 남동생처럼 나중에 날 버려버릴까 두렵다.


 이세계에 와서 전생에 대한 생각은 되도록이면 안하려고 했지만 남동생이 날 버렸던 건 큰 트라우마 였었기에 할리스와 연관된 상황에서 떠올리지 않기가 쉽지 않았다.


 “···하······.”


 한숨과 함께 내 방 침대에 누워서 눈 위에 오른쪽 팔을 얻혀서 시야를 가렸다.


 앞으로 할리스와 어떻게 마주할지 생각해보려 했지만 오늘은 특히 피곤해서 머리가 굴러가질 않았다.


 오늘은 꽤 무리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나른해진 몸이 침대에 파묻혀가는 느낌이 들었다.


 누운 상태에서 기지개를 폈더니 허리에서 뚜둑거리는 소리도 났다.


 몸에 피로가 많이 쌓였군.


 자기엔 조금 이르지만 몸도 무겁고 졸립다. 조금 이르더라도 지금 자두는게 내일을 위한 일 일테니 이대로 잠에 들기로 했다.


 그렇게 방에 불을 끈 다음 이불을 덮고 잠에 들려던 순간,


 -똑똑


 내 방 방문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하···. 자려고했는데, 누구지? 


 살짝 짜증났다.


 자려던 순간의 나른함을 깨우면 누구라도 화날 것이다. 그건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노크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자 놀라서 짜증났던 마음도 사라졌다.


 “···형님, 잠깐 이야기해도 괜찮을까요?”


 노크 소리의 주인은 할리스였다.


 진짜로 놀랐다. 할리스가 먼저 말을 걸어올거라곤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야 여태껏 항상 내가 먼저 말을 걸었지, 그가 먼저 말을 걸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 어어, 괜찮아.”


 당황한 탓에 말을 버벅거렸다.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켜고 할리스를 방안에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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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생 (1) 24.09.10 9 0 10쪽
3 새 시작 (3) 24.09.09 8 0 10쪽
2 새 시작 (2) 24.09.08 9 0 11쪽
1 새 시작 (1) 24.09.08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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