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술사의 새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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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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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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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위계 마술 (1)

DUMMY

 완벽히 닫지 못한 커튼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햇빛,


 창을 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귀에 꽂히는 새들의 지저귐,


 푹 잔 몸 특유의 가벼움까지,


 말 그대로 상쾌한 아침이다.


 어제 할리스와 즐겁게 대화를 나눠서일까. 평소와 비슷한 아침인데도 더 상쾌한 기분이 든다.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잠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갈아입으면서 거울을 봤다. 머리가 까치집마냥 이곳저곳으로 구부려져 있었다.


 간단하게 빗질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귀찮아서 바로 방문 밖으로 나갔다.


 전생에서도 그랬지만 여전히 아침은 힘들다. 방금 일어난 비몽사몽 상태에선 금새 예민해지고 내 생각 밖에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내 용모같은 건 귀찮으니 신경쓰지 않고 넘어갔다.


 물론 전생에선 아침에도 부지런하게 일했지만, 이세계로 온 뒤부터 꽤 귀차니즘을 부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집이 유복하니까 가능한 일이다.


 옷을 갈아입고 나서는 문밖으로 나가 계단으로 향했다. 


 복도를 지나가던 도중 나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부터 청소를 하고 있는 메이드가 보였다.


 그 부지런한 메이드는 비올라였다.


 비올라는 내 자다깬 얼굴과 머리의 까치집을 보고서 빗질이라도 해주려는건지 앞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찾고 내게 성큼성큼, 하지만 기품있게 걸어왔다.


 비올라는 이렇게 가끔 내가 귀찮아서 빗질을 안하고 나오면 대신 빗질을 해주려고 한다.


 아침이라 나른하기도 하고,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잠자코 빗질을 받았다.


 전에는 귀족으로서 몸가짐이 어쩌니 저쩌니 매번 똑같은 소리를 질리지도 않고 뱉어댔지만 방금 자다깬 상태의 나는 아까 말했듯 꽤 예민해지기 때문에 매번 시중일관 무시를 했더니 이제는 아무말도 않고 빗질을 해준다.


 아까 성큼성큼 다가온 건 그녀 나름대로의 분노표출이겠지. 매번 정신을 차리고 나면 미안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금새 잊고 며칠 뒤에 다시 그녀에게 빗질을 받는다.


 그렇게 빗질을 받고 다시 가던 길로 갔다.


 계단을 내려가 1층에 도착했고, 식당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도착한 곳은 화장실이었다.


 대충 세수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했더니 웬일로 내가 가장 먼저 자리에 앉았다.


 할리스는 어제 얘기를 들은 바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근력 트레이닝을 한 후 간단하게 씻고 나서 식당으로 향한다고 했다.


 아무리 성장이 빠르다해도 6살에 근력 트레이닝이라니, 미친 짓이다.


 어제 얘기를 나눴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할리스는 검에 미쳐있다. 하루 빨리 검을 휘두르고 싶어서 5살 때부터 검술 훈련을 받고싶다고 엔스토에게 졸랐던 모양이다. 물론 엔스토도 할리스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계속해서 거절해왔지만 1년이나 졸라대니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엘라인은 아직 어리더라도 여자 아이이니 아직 메이드들이 공들여서 단장을 시키고 있을 거다.


 할리스와 엘라인, 이 둘을 제외해도 있어야 할 두 명이 부족하다.


 항상 나보다 먼저 자리잡고 있는 엔스토와 올리아나가 없다.


 사실 그 둘은 왕도에서 행해지는 어떤 귀족의 파티에 초대된 모양이라 어젯밤에 이 저택을 떠났다.


 왕도에 도착하는데만 나흘이 걸린다고 했으니 아무리 빨리 도착해도 일주일은 넘어서 저택에 도착할거다.


 그렇담 이 일주일간이 기회군.


 만약 이렇게 집이 비는 날이 있다면 꼭 해보고 싶었던게 있었기에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대감에 휘감겨 아침 식사를 5분 컷 내고 서재로 향했다.


 처음 마술을 썼을 때부터 벌써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그런 시간이 흘렀다.


 난 그 시간 동안 대부분을 마술의 연습에 사용했다.


 최근 들어 후계의 교육이랍시고 이것저것 공부하느라 전처럼 하루 온종일 마술을 연습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연습은 계속하고 있었다.


 일단 전에 읽었던 ‘마술의 기초 이론’에는 어느정도 틀린 이야기가 있다.


 바로 마력의 총량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다는 것과 영창은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 이것은 틀렸다.


 반쯤, 아니 반 이상은 맞는 이야기지만 마력의 총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마술을 계속해서 쓰는 것이다. 마술을 계속해서 쓰게 된다면 마력은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그렇게 되면 몸은 외부의 마력을 몸으로 받아들여 그 공백을 매꾸려고 한다.


 이때 마력 총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두 번째, 영창.


 책에서 했던 얘기와 다르게 영창은 생략이 가능하다.


 영창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고, 아예 무영창도 가능하다.


 나같은 경우에는 한 두번 썼던 마술은 전부 무영창으로 쓸 수 있었다.


 솔직히 이 두가지 경우는 나만이 특별한 경우인지, 혹은 모두가 그런 것인데 책이 틀린 정보를 가르쳐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 이외에 마술을 사용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내가 마술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뭐, 그래봤자 후자의 경우일 확률이 대반수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혹시 내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이세계로 전생한 걸지도 모르니까 전자의 확률도 생각은 해두고 있다.


 아무튼, 그렇게 계속 연습을 지속한 결과, 이미 제 2위계 마술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마력 총량이 부족한 건 아니라서 제 3위계까지도 쓸 수는 있었겠지만, 제 2위계의 위력도 저택에서 사용하기엔 꽤 위험하기 때문에 제 3위계라면 저택 내에서 썼다간 바로 들켜버릴거라고 생각해서 시도해보지 않았다.


 ‘그럼 그냥 들켜버리면 되지 않냐?’ 라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우리 백작가는 마술보다 검을 더 중요시하는 가문이다.


 초대 가주가 검술로 백작의 위치를 얻어냈고, 그 후에도 크라울가는 꽤 이름있는 검사나 장군 등을 배출해냈다. 검술 명문이라는 거다.


 할리스가 그렇게나 검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단거지.


 분명 할리스라면 직접 알아보고 선대들이 존경스럽다며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 생각했을거다.


 그는 딱 그런 소심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영웅같은 걸 동경하는 그런 타입이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들켰다가 마술을 금지당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일단 귀족들이라면 다들 보낸다는 아카데미에 보내질 때까지 숨어서 연습을 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겼다면 놓치지 않는다.


 오늘이야말로 제 3위계 마술을 사용할거다.


 그렇게 다짐하면서 마당으로 나갈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이 저택에 엔스토와 올리아나, 그 둘이 없더라도 눈을 속여야할 사람들은 더 있다.


 바로 메이드들과 집사들, 그리고 할리스와 엘라인.


 하지만 그들의 생활 패턴은 이미 분석해뒀다.


 이 저택에 메이드는 총 다섯 명, 집사는 총 두 명이다.


 메이드들은 아침 식사가 끝나면 다함께 저택을 청소하고 나서 세 조로 나뉜다. 

 1. 빨래조 : 저택에서 나오는 빨랫감들을 빨래하기 위해서 근처에 있는 우물에 물을 길르러 간다.

 2. 장보기조 : 저택에서 사용하는 요리재료와 일회용성 제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거리로 나간다.

 3. 저택조 : 이건 조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그저 메이드장인 클로아가 저택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당연히 이 셋 중에서 가장 위험한 건 저택조의 클로아다.


 하지만 클로아는 저 시간이 된다면 항상 객실에서 그녀가 구운 버터쿠키와 함께 올리아나와 찻잔을 기울이고, 엘라인에게 버터쿠키를 나누어주었다. 그러니 그녀는 올리아나가 없는 이번에도 객실에서 쿠키를 굽고 엘라인에게 나누어주며 찻잔을 기울이겠지.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의 집사들 중 한 명은 엔스토와 올리아나를 따라갔고, 저택의 지배인인 반 윌렘은 지금쯤 뒷 마당에서 할리스에게 검을 가리치고 있을거다.


 원래는 이틀에 한 번 받는 검술 훈련이지만, 할리스가 의욕이 넘쳐서 매일매일 검술을 연습하기로 했다.


 물론, 난 어제 검을 들었으니 오늘은 검술 훈련을 하지 않는다.


 “할리스··· 너가 의욕이 넘치는 덕분에 이 형이 이렇게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구나. 고맙다, 동생아.”


 할리스에게 일방적인 감사를 표하던 그때,


 방에서 저택의 정문 쪽을 내려다 보고 있던 내 눈에 메이드 두 명이 짐 바구니를 들고 정문 밖으로 나가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이어서 나머지 메이드 두 명도 빨랫감이 담긴 바구니를 마당 구석에 내려놓고 각각 한 손에 양동이를 한 개씩 들고서 정문을 나갔다.


 드디어 장보기조와 빨래조가 저택 밖으로 사라졌다.


 즉, 이제 내 쇼타임이라는 거다.


 난 기다렸다는 듯이 방문을 열어재끼고 마당으로 나갔다.


 그리고 검술 연습할 때 쓰는 짚으로 된 수련용 허수아비를 끌고와서 적당한 위치에 세웠다.


 허수아비를 가져오다가 반 윌렘과 할리스와 눈을 몇 초간 마주쳤지만 금새 서로 하고있던 일로 돌아갔다.


 허수아비와 대충 5~6미터 정도 거리를 벌린 나는 허수아비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그 다음,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속성 제 3위계 마술, 아이시클 샷의 영창을 읊기 시작했다.


 영창이 적힌 종이나 책 같은 건 필요도 없었다.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아이스 샷의 영창을 머릿속으로 읽고, 또 읽었었으니까.


 “[흐르는 물결이여 차가운 얼음이 되어라, 얼음은 내 손 앞에 모여 적을 향해 나아가라, 아이시클 샷]!”


 제 3위계 답게 꽤나 긴 영창이지만 혀가 꼬여 영창을 절거나 하진 않았다.


 영창을 하던 도중부터 모이던 얼음으로 된 마름모가 영창이 완성되자 한 쪽 모서리가 유난히 긴 형태가 되어 있었다. 마치 창의 끝 같은 모양세였다.


 -쿵!


 영창이 끝난 후 그 얼음 덩어리는 수련용 허수아비를 향해 날아갔고, 정중앙으로 쏘려던 것이 살짝 빗나가 십자가 모양으로 된 허수아비의 왼팔을 부숴뜨렸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소리가 크진 않네? 위력은 기대했던 만큼의 위력이었다. 서재에 있던 나머지 4권의 책에도 서술되어 있는 것처럼 제 3위계 마술은 사람에게 향했을 경우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


 내가 마술을 쓴 건 저택에 남아있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쓰읍, 한 번만 더 써볼까?”


 위험한 생각이다. 언제 들킬 지 모른다. 방금도 예상보다 소리가 작았을 뿐 반복해서 소리낸다면 숨길 수 있을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호기심과 탐구심은 멈출 수가 없는 법, 나는 참지 못했다.


 “이번엔 무영창으로···.”


 아까 말했듯이 난 한 두번 사용해본 마술이라면 무영창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방금과 똑같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얼음의 창을 이미지했다.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아까보다도 더 큰 마력이,


 ‘어라?’


 순간적으로 위험하다 판단한 나는 마술의 사용을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충분한 양의 마력이 들어간 마술, 아이시클 샷은 발동을 멈추지 않았다.


 -슈욱, ···펑!!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속도와 함께 수련용 허수아비를 향해 날아간 아이시클 샷은 속도만큼이나 올라간 위력으로 마당과 함께 허수아비, 그리고 허수아비 뒤에 있던 담장까지 날려버렸다.


 “···어라리?”


 하, 참을 걸.


 방금 호기심과 탐구심, 그리고 재미 한 번에 그렇게 숨기고 싶었던 내가 마술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들켜버림과 동시에 우리 집 마당의 1/4을 잃어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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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위계 마술 (1) 24.09.11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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