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르베르낙 』
“태초의 창조주께서 모든 것을 만드셨듯이,
태초의 창조주께서 모든 것을 부술것이라.”
『 낙원의 흔적 위른도르에서 발췌 』
『 천지창조 』
정적이 가득한 어둠 속에서 고요를 깨고 조용히 눈을 뜬 자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태초의 존재이자 만물의 창조주라 부르며 스스로 깨어나게 된 존재라는 뜻의 ‘에르아’ 라고 불리우는 자로다. 다만 그녀가 깨었을 때, 그녀의 곁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 오직 허무만이 가득하다 여기었고 텅 빈 그 자리를 이르러 공허라는 뜻의‘카하낫’이라고 불리우는 에르아의 아비라는 존재만이 숨을 쉬고 있다고 알려져있었다.
에르아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허인 카하낫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자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웅크리니 그 모습은 어미의 자궁 안에 곤히 잠든 아이의 모습이나 다름 없었다. 이윽고 기지개를 켜고는 몸을 젖히고는 그녀는 사방에 젖을 뿌리어 공허한 카하낫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무수히 쏟아지는 빛 속, 만들어진 별과 세계라는 뜻의‘테르벨’을 낳았다. 격렬한 황홀감이 그녀의 온 몸을 타고 흘러 그것이 수없이 반복될 때마다 헤아릴 수 없는 수의 테르벨이 카하낫 속에서 고개를 드러내게 되었다. 그렇게 무수한 생명이 태어난 격동의 순간을 이르러 세계를 낳음을 뜻하는‘테르베르낙’이라고 부르게 된다.
세계가 열리고 난 뒤에도 그녀는 수많은 피조물을 낳고 또 부수기를 여러번 반복하였다. 눈을 뜨고 난 이래로 수많은 별을 낳은 창조주인 그녀는 모든 세계가 자신의 손 아래에 나고 지며 새로운 생명을 빚는 그 일을 즐거이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새 이러한 반복에 무료함을 느끼던 그녀는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변칙성’이라는 자그마한 기적을 낳으려고 애썼다. 얼마나 많은 세계가 태어나고 스스로 그 빛을 다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그것에만 매달려 몰두한 끝에, 그녀는 그토록 바라기 마지 않던 변칙성을 창조했고 그것을 정성스레 빚은 별에 담고자했다. 그리고 마침내 보석과도 같이 찬란한 빛을 발하는 테르벨을 낳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니 그 한방울의 눈물은 새로이 태어난 저 별에 생명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기적을 만드는 양분이 되었다.
영롱함은 그녀가 창조한 모든 세계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 여기었고, 그것에 친히 이름을 붙여주었으니 수많은 별들 가운데 가장 빛나는 그 별의 이름을‘가이아’라고 불렀다. 그녀의 숨결로 인하여 가이아는 다양한 생명을 싹틔우게 되었고, 생명의 고리 안에서 서로 엉키고 부딪히면서 조화를 이루어갔다. 신기하게도 저들끼리 복잡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그 모습에 에르아는 뿌듯함을 느꼈다. 창조주인 그녀도 조그만 세계속에서 변화와 격동이 반복하는 것에 눈을 떼지 못했고, 가이아에서 펼쳐지는 예측불허의 시간들을 아끼며 언제나 즐겁고 평안히 가이아를 바라 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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