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enfall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n0_name
그림/삽화
n0_name
작품등록일 :
2024.09.08 15: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3:53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01
추천수 :
0
글자수 :
21,429

작성
24.09.16 18:37
조회
5
추천
0
글자
6쪽

『 늑대의 안식처 』

DUMMY

『 늑대의 안식처 』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난 뒤에도 세트는 여전히 이바와 아다무스의 눈 밖에 난 자식이었다. 그는 아비와 어미의 시험과 형제들 사이에서도 열등감에 빠져 있던 터라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고 오랜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내를 쉽게 허락치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리샤를 잃은 상실감으로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 자책하기 시작했던 그는 마음의 안식을 얻기 위해서 그저 하릴없이 가이아를 떠돌며 지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헤메이다 이내 달빛이 쏟아져 내리는 차가운 숲 속 깊은 곳에 발걸음을 하게 된다. 그는 숨이 막힐듯하게 우거진 숲속의 매력에 깊게 빠져 들게 되었다.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하고, 아무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안심한 그는 답답한 마음을 목놓아 울음으로 해소하곤 했다.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세트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 장소와 무수한 교감을 나누기 시작했다. 대지에게 말을 걸고 숲과 속삭이며 마음을 치유했다. 바람에 부딛히며 서로 몸을 비비는 잎새 소리가 소름끼칠만도 했지만 그에게 있어선 그마저도 평온할 뿐이었다. 시험에 빠져 미쳐버린 자들도 없었으며, 광기에 피와 살이 튀는 사투도 없을 뿐더러 그를 꾸짖고 나무라는 자들도 없어 오직 평화와 고요함이 반겨주는 곳이었다. 외부와 단절된 듯하여 공기조차 낯선 곳에서 머물던 세트는 낯선 존재들과 조우하게 되는데, 아무도 없을 것이라 여기던 그곳에 역사가 숲의 주인들이라 기록하는 태고의 신수인‘자르갈’이라고 부르는 지금의 늑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종과 맞닥뜨리게 된다. 자르갈은 이바와 아다무스가 낙원을 뛰어놀기 이전부터 가이아를 뛰놀던 자들이나, 이바와 아다무스가 이 땅에 발을 딛고 죄악의 돌에 손을 댄 이후로 불경함을 자연스레 느낀 탓에 저들 스스로 멀리하려 이토록 깊은 숲까지 발걸음을 하게 된 것이었다. 숨막힐듯 깊이 우거진 숲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밝게 빛나는 저들의 자태에 시선을 빼앗겼고 이들과 눈을 마주친 세트는 이들이 가이아에 남은 더없이 우아한 존재라 여기게 되었다.

고고한 모습과 더불어 이바와 아다무스의 시험 따위에 물들지 않아 질투도 없었으며 시기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저들과 수많은 교류를 하며 세트는 이들이 가이아에 남은 마지막 고귀한 존재라고 여기게 되었다. 이바와 아다무스를 미워하며 저들의 형제들 사이에서도 열등감에 빠져 있던 그는 태초의 은빛의 신수 자르갈의 무리를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고, 공허함을 달래기 위하여 숲을 오고가며 그들과 소통하였다. 또한, 저들과 같은 모습을 하며 저들처럼 자유롭게 달리고 저들과 같이 숨을 쉬고 저들과 같이 달을 보며 목놓아 울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자르갈의 신수들만이 그의 곁에서 울어주는 존재였다. 이에, 세트는 여지껏 부모나 형제들 사이에서조차 느낄 수 없었던 유대의 끈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은 아벨의 자손들과 카인의 핏줄들을 피해 지내온 자르갈의 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세트는 이리샤를 통해 후대를 잇던 다른 형제들과 달리 깊은 소통과 교감으로 자신이 직접 선택하게 된다. 자르갈이라 불리우는 숲의 주인들은 우아한 모습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이들의 태도에 마음이 움직였고, 마침내 자신의 상처를 핥아주며 아물게한 신수의 자상함에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과 더불어 살고자했으며, 이곳에 정착하여 자신의 형제들이 그러했듯 후예들을 이루고자하는 마음의 결단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세트는 마음의 안식처를 찾게 되었다.


『 세트의 후예 』

어둠이 내려앉은 숲 가운데에 드넓은 초원이 자리하고 있으니, 하늘의 별과 달빛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는 곳이었다. 세트는 그 한 가운데로 발걸음을 옮겼고 자르가의 신수 무리는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갔다. 빛을 머금은 세트는 멈추어 태고의 신수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기 시작했다. 정적이 흐르고 이들은 세트 앞에 하나 둘 씩 고개를 숙였고, 세트는 미끄러지듯 그들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고 그의 권능을 나누었다. 세트는 이후로 힘을 잃고 권좌 위에 서서 관망하는 존재에 불과했으나, 그의 영향력과 그를 따르는 자신의 후예들을 보며 뿌듯해 하였다. 다른 형제들과도 같이 그가 남긴것이 있으니 하나가 차별 속에서 시련을 극복해낸 것이 그것이요, 다음은 이해와 소통을 통한 상처의 치유였다. 쏟아지는 달빛 사이에서 세트의 권능을 담자마자 자르갈의 신수들은 인간의 모습과 늑대의 모습을 섞은 듯한 모습을 하게 되었으니, 가이아에 새로운 종을 탄생시킨 셈이었다.

다만, 이들의 모습은 순수함을 추구하였던 이바와 아다무스의 혐오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인간과 짐승 사이에 나온 저들의 종족 모두가 죽어서도 에누와 근처에 묻히기를 꺼려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세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그 순간만을 축복하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빛을 맞이한 신수들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목놓아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으니 가이아의 모든 이가 이 울음소리를 듣게되었다. 세트와 태고의 신수 자르갈이 서로 교감하며 저들과 의식을 섞고 나누는 과정에서 저들 안에 깨어난 힘이 드러나게 되니, 그것은 기민한 예지력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이것은 오늘날 짐승이 피부로 대지가 요동치거나 재앙이 다가옴을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 기민함은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훗날 가이아에 오랜동안 펼쳐질 참상을 보게 되는데 칠흙과 같은 어둠, 절규와 고통과 더불어 셀 수도 없을 만큼 쌓인 시체들의 산과 쏟아지는 살점과 가이아를 적시는 핏물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denfall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 머리말 』 24.09.08 18 0 -
10 『 영원의 전쟁 』 24.09.17 2 0 5쪽
» 『 늑대의 안식처 』 24.09.16 5 0 6쪽
8 『 태초의 피 』 24.09.15 5 0 6쪽
7 『 위대한 델레놋 』 24.09.14 9 0 4쪽
6 『 죄와 벌 』 24.09.13 8 0 9쪽
5 『 이바와 아다무스의 시험 』 24.09.12 7 0 5쪽
4 『 아벨, 카인, 세트 』 24.09.11 8 0 3쪽
3 『 죄악의 돌 』 24.09.10 14 0 3쪽
2 『 이바와 아다무스 』 24.09.09 16 0 6쪽
1 『 테르베르낙 』 24.09.08 26 0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