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만 사기카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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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낑깡
작품등록일 :
2024.09.10 11:37
최근연재일 :
2024.09.17 08: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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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83

작성
24.09.1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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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DUMMY

“단검.”

“여기.”


벨은 엘렌이 건넨 단검을 벽 쪽으로 던졌다.


퍼억ㅡ.


벽에 박혀 바동거리던 귀물이 벨의 공격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직후 벨이 의문을 띈 엘렌의 표정에 답했다.


“그림자 자객입니다. 귀물의 일종이죠.”

“···귀물. 전선에나 등장해야 할 녀석이 왜 이곳에···?”


벨의 설명에도 엘렌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치였다.


‘그럴만한가.’


지금 시점에서 환몽의 지대는 공식적으로 일어난 적이 없는 현상이다.

이게 최초로 알려진 건 환몽의 지대에서 역류한 귀물들 때문에 케시프 가문이 몰락한 이후였으니까.


“치료를··· 해 드릴게요.”


엘렌이 다급히 메이드복 앞주머니를 뒤져서 붕대를 꺼냈다.

이유야 어찌 됐건 그를 상처입힌 건 자신이었다.


“제 가방에 소독제가 있습니다.”


벨은 허리춤에 매어둔 작은 가방에서 알코올을 꺼냈다.

용병이다 보니 칼에 베일 일이 많았고 독주는 흔히들 쓰는 소독제였다.

용병에게 이보다 가성비 좋은 소독제도 없었으니까.


“저는 전장에서 태어났어요.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기사셨죠. 그래서 어려서부터 눈동냥으로 무술을 배웠고요. 제가 본 사람 중에서 아버지 다음으로··· 아니 어쩌면 그 못지않을 정도로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이 당신이에요. 아, 당신이란 표현은 좀 그런가요? 그럼 뭐라 부르죠?”

“편하신 대로.”


엘렌이 붕대를 감으며 묻자 벨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엘렌의 아버지란 다름 아닌 루이스 텔러.

달빛급 경지의 강자다.

그 정도 수준이면 파워인플레가 심각했던 벨이 죽기 직전에서도 그 수가 제국 전체를 통틀어 백이 되지 않을 정도의 강자였다.

지금 시점에야 말할 것도 없이 최강자 반열에 들었고.


“도련님은 소문과는 다른 사람이네요.”

“도련님?”

“왜요?”

“아닙니다.”


당신이란 호칭 대신에 도련님이라고 부르기로 한 모양이었다.

엘렌의 직업이 메이드고 벨은 그녀가 일하는 가문의 자제였으니 도련님이란 호칭이 그리 이상한 건 아니었다.


“근데 무슨 소문을 말하는 겁니까?”

“망나니. 제가 있었던 전방에서만 해도 도련님은 망나니로 유명했어요. 하지만 제가 본 도련님은 전혀 그렇지 않네요. 이런 상처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시니까요. 자, 치료는 다 됐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그런 소문이 있었나 보군요.”

“모르셨나 보네요? 아니면 관심이 없으신 건가.”


엘렌의 말에 벨이 쓴웃음을 지었다.

둘 다였다.

전회차에도 그랬지만 이번 회차에도 가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자신을 죽이려고만 드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정을 붙일까.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셔도 돼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법이니까.”


말하라면 못 할 이유는 없었지만 반대로 굳이 다시 꺼낼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사려 깊으신 성격이시군요.”

“생각보다?”

“아···”

“괜찮아요. 그런 말 자주 들으니까.”


엘렌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하며 벨을 유심히 살폈다.

벨의 눈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근데 어딜 보는 건데요?”

“별거 아닙니다. 그냥 여기를 나갈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었습니다.”


엘렌의 예리한 질문에 벨이 다급하게 얼버무렸다.

그야. 벨은 그녀와 대화하는 중에 눈앞에 떠오른 글귀를 읽고 있었으니까.



【환몽의 지대에 입장했습니다. 임무를 달성하고 최종 장소로 이동하십시오.】



회귀한 이후 나타난 홀로그램.

정확히는 카르타 마스터란 특수한 직업을 얻은 이후로 보이는 홀로그램이다.

오직 벨의 눈에만 보이고 그가 의식하는 것으로 on/off가 가능한 게 마치 상태창과 흡사했다.

이 홀로그램은 때때로 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가령 현재 로그 창에는 엘렌이 같이 입장된 건 그녀를 벨의 파티로 인식해서였기 때문이란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 사실을 엘렌에게 설명하는 건 딱히 내키지 않았다.

엘렌은 벨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단지 비밀이 많은 남자라고 생각했을 뿐이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이 어디인지 또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갑자기 귀물이 나타난 것도 그렇고. 벽이 부서지면서 소리가 컸는데도 아무도 달려오지 않고 있어요. 여기가 어디죠? 도련님은 왠지 알고 있는 거 같은데요?”

“환몽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현실과 이계가 뒤섞인 공간이죠.”

“현실과 이계가 뒤섞인 다라···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굉장히 불길한 곳이네요. 제가 뭘 하면 되죠? 이래 보여도 싸우는 건 제법 자신이 있답니다.”


엘렌이 단검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벨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아직도 그녀의 공격에 입은 상처가 화끈거렸다.

그 한 번으로 모를 수 없는 게 그녀는 이미 수준급의 에테르 유저다.


줄여서 유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 둘 다 에테르를 다룰 줄 아는 초인을 부르는 용어였다.


“스스로를 지켜 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벨은 상처가 난 자신의 오른손 위에 왼손을 올려두며 답했다. 그러자 급속도로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치유? 그쪽 계통이었나요?”

“굳이 응급처치를 한 건 그게 더 효율적이라서 그렇습니다.”

“그건 알아요. 제 말은··· 전 도련님이 분명히 물리계열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엘렌의 말에 벨은 입꼬리를 올려 웃는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그건 벨이 난감한 상황에서 만들어 내는 표정이었다.


‘설명하기 어려워.’


보통의 에테르 유저는 한 방향으로 특화가 되기 마련이다.

치유라던가 술법이라던가 물리계열이라던가.

하지만 벨은 그런 게 없었다.

전부 다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다 사용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흠이었다.

실력이 높아질수록 특화 없는 어중간한 상태로는 벽을 넘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회귀를 하고 나서야 왜 자신만 이런 상태였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플레이어는 능력을 특화시키는 방법이 다르니까.’


전회차에선 그 방법을 몰랐으니까.

벨은 그러는 동시에 홀로그램이 띄워 준 미니맵까지 확인했다.

이 저택을 하늘에서 바라봤을 때 단면도.

세 개의 푸른색 점은 기믹을 해결해야 할 위치고 붉은 점이 위치한 곳이 최종장소다.


‘세 개의 기믹을 해결하고 보스를 처리하는 식이군.’


이런 방식은 익숙했다.

김성우였을 적에 게임을 플레이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으니까.


“그럼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네.”

“너무 긴장하지 마십시오. 제가 휘말리게 한만큼 반드시 안전히 돌아갈 수 있게 해 드릴 테니까요.”

“긴장 안 해요. 아까는··· 도련님을 다치게 해서 당황한 거 뿐이에요.”


엘렌은 괜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건 일종의 방어기재였다.

대체로 그녀가 본 남자들은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줘도 자신을 좋아하는 거로 착각했고 그러면 아주 피곤한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었으니까.

벨이라고 다르다는 보장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벨에 대해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전선에서 듣기로 벨은 철없는 망나니 도련님이었다.

사용인들에게 신경질적이고 방탕하며 안락한 생활에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


그렇게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벨은 자신과 태중 혼약이 오간 사람이라 반감이 없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저쪽에서 원하면 결혼시킬 사람이야.’


루이스는 주군에 대한 충성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벨이 끝내 가출을 했다는 사실을 듣고선 엘렌은 안도했다.

후방에 있는 케시프 본가에와서 메이드 일이나 하는 것도 그가 가문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그런데 직접 본 벨은 그녀가 상상했던 모습과 달랐다.

절대로 망나니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오랫동안 품고 있던 생각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는 어려운 법.

어쩌면 지금의 모습도 꾸며낸 모습일지도.


‘···그래도 뒷모습은 나쁘지 않네.’


뭔가 듬직한 느낌이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으니 백전무패의 장군을 따르는 병사가 된 느낌이랄까.


‘···이 남자랑 태중혼약 얘기가 있었단 거지?’


그때 벨이 덜컥 멈춰 섰다.

그 바람에 엘렌은 그의 등에 머리를 부딪쳤다.


“아얏!”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은 엘렌은 그걸 내색하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벨을 빤히 쳐다봤다.


“음···”


벨이 침음성을 냈다.

기 싸움을 하듯 벨을 노려보는 그녀.

벨에게도 긴장을 풀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현명한 행동이긴 하지.’


전장에서는 동료가 아니면 누구도 믿지 말아야 오래 살아남는 법.

엘렌의 처지에서 보자면 벨을 동료로 판단하기에 근거가 부족한 게 사실이었으니까.

환몽의 지대 특유의 분위기가 그녀의 불안감을 조성하는데도 한몫했을 것이고.


“괜찮습니다. 저는 당신의 편입니다.”


벨은 엘렌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벨 나름의 노하우다.

가벼운 스킨십은 신뢰감을 준다는 것을 용병생활을 하면서 톡톡히 깨달았으니까.

과하게 흠칫 거리는 엘렌의 몸짓은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한 가벼운 장벽 같은 거겠지.


“2층 난간 쪽에 귀물들이 몰려 있습니다. 제가 먼저 가서 처리하고 올 테니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벨은 곧바로 난간을 향해 뛰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확실하다는 생각이다.

한동안 멀어지는 벨을 바라보다가 엘렌은 자신이 추태를 보였다는 자각을 했다.


‘···잘 싸우긴 하네.’


벨은 거대한 대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온갖 형상의 귀물들을 베어 넘겼다.

그가 달려간 길을 따라 꺼지지 않는 붉은 화염이 이정표처럼 흐드러졌다.

벨이 대검으로 바닥을 짚으며 길게 호흡을 내쉬었을 무렵에 수십이나 되던 귀물들은 흔적없이 소멸해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거 같았다.

그녀의 단검을 어렵지 않게 막아낼 때부터 범상찮은 실력이라 느꼈지만 지금보니 그 이상이었다.


‘적어도 성광 급을 코앞에 뒀어. 스물에 저 정도라··· 천재네.’


저 정도 재능이면 현 가주인 바쿠야보다 더한 재능이다.

그제야 왜 벨이 가출했는지 알 거 같았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생아.

시기하고 견제하는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벨은 발코니 한쪽에 놓인 기계장치로 걸어갔다.

이 공간에서 당연 눈에 띄는 형태.


‘원래는 퍼즐 기믹이 있었는데··· 잠깐만?’


손을 올려두자 한글로 ‘플레이어 자격이 확인됩니다’ 라는 글자가 뜨더니 푸른빛이 들어왔다.

글자는 한글로 적혀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게임의 지식이 유용한 세상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자각했다.


“여기는 해결 됐습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죠.”


퍼즐을 풀어야 해결할 수 있었던 게임과는 달리 플레이어의 자격만 충족하면 되는 모양.

나머지 두 지점의 위치는 각각 1층 정원. 그리고 3층에 있는 중앙 홀.

그 두 곳도 이곳과 비슷하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듯했다.


“다음 장소부터는 저도 도울게요.”

“괜찮겠습니까?”

“네, 저는 업혀가는 걸 싫어하거든요.”


당돌하게 눈을 마주치며 답하는 엘렌.

전장의 마녀로 군림할 인물은 떡잎부터가 다른 건가.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실력이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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